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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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 설산, 빙하, 피오르 등 장엄한 대자연이 펼쳐지는 북유럽.

세계 행복지수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리에게 동경의 장소이기도 한 이곳.

하지만...

북유럽의 문화는 낯설기만 합니다.

'이케아'로 대표되는 북유럽 스타일.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느낌의 색감, 시대를 초원하는 세련된 실루엣, 장식용이 아닌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춘 이 스타일은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절규>로 유명한 인간의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노르웨이 천재 화가 '에드바르 뭉크'.

이들과 함께 북유럽의 화가들을 더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장엄한 대자연 속 고요한 일상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곳

북유럽을 만나고 싶은 당신께 보내는 초대장!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에드바르 뭉크, 칼 라르손, 비고 요한센, 빌헬름 함메르쇠이...

북유럽 대표 화가들과의 만남이 지금 시작된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지칭하는 말 '북유럽'.

매서운 추위가 가져오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있음에 행복하고 그 삶이 지속되는 것을 사랑하는 그들.

이들의 신화에서도 그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는 달리 죽음에 이르는 북유럽의 신들.

이는 기후가 춥고 냉혹하여 힘든 삶을 지속하기보단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는 것이 더 낫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는데...

그것은 불완전한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숙명을 가진 인간들의 이야기다. 1년의 절반이 혹독한 겨울인 북유럽 사람들에게 삶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언제 눈사태로 집이 파묻힐지, 언제 얼음이 갈라져 물에 빠질지, 자면서 얼어 죽지는 않을지. 그들에게 살아내는 것, 오늘 하루도 무탈했다는 것, 그렇게 반복되는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것인지 신화를 통해 전한 것이다.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고 잇기에 살아 잇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과 황홀을 느낀다. - page 25

이는 일상의 여유로 이어지고 행복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대한 태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상주의와 사실주의 화풍은 이들의 삶을 더 찬란하게 표현하게 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에드바르 뭉크, 칼 라르손, 빌헬름 함메르쇠이, 휴고 심베리를 포함 40명이 넘는 북유럽 화가의 일생과 그의 작품을 꼼꼼하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100여 점이 넘는 북유럽 작품을 모두 실어 실제 미술관에서 해설을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음에 그야말로 미술관을 통째로 빌려주었습니다.

몇몇 화가를 소개하자면...

우선 가족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던 그 편범한 순간,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일상을 그리는 화가 '요한 프레드릭 그루텐'.

16세의 나이에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왕립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드로잉과 인물과 그리고 조경을 공부했고 훌다 오토손을 만나 결혼한 뒤 덴마크의 스카겐에 머무르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그립니다.

이때부터 풍경이 가진 생명력을 깨닫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고난이 찾아오게 됩니다.

첫 아이를 가지지만 그해 사망하고, 같은 해 사랑하는 아내마저 잃은 그.

절망에 빠진 그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기에 아내와 아이에 대한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작품에 쏟아내며 꾸준히 전시회를 가지게 됩니다.

이곳이 진정 일상에 재현한 천국일 것이다. - page 58



빛을 통해 일상의 숭고함을 보여준 '안나 앙케'.

1875년 여성에게도 미술 교육 기회를 준 코펜하겐의 빌헬름킨 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미술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됩니다.

하지만 어릴 적 미술을 배웠던 스승 미카엘 앙케와 결혼을 선언하자 미술학교로부터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화가로서의 길을 단념하지 않고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처럼 야외에서 자연에 비친 빛을 그리는 대신 실내에 비치는 은은한 빛을 그리며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하기 시작한 그녀.

실내로 스며든 빛과 조화를 이루며 평범한 일상에 침묵과 평화 그리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창조한 그녀의 작품.

덕분에 일상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화가인 핀란드의 뭉크라고도 불리는 '헬렌 쉐르벡'.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그녀는 독특한 색감과 화풍으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해가는 자화상을 죽을 때까지 여러 장 그렸다고 합니다.

50년 동안 단 하루도 건강하지 못했던 그녀.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무척 힘들다.

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하늘을 그리는 것과 같다.

추한 자화상 속에서도 내 영혼은 아름답게 빛난다. - page 297



북유럽 미술은 저자의 말처럼 자기 논리와 생각에만 빠져 있는 고고한 서유럽의 현대 화가들과는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을 진실 되게 그리며 노래하고 있어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선사해주고 있었습니다.

스냅사진처럼 일상의 한순간.

단순하지만 분명한 행복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빽빽한 일상에 지친 우리.

잠시나마 북유럽을 산책하듯 그림들을 마주하며 삶의 행복과 기쁨을 그리고 따뜻한 위로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그렇지 않아도 <새벽부터 황혼까지>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전시가 끝나기 전 꼭 마주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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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제2부 (2024 리뉴얼) - 신들의 숨결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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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드는 신 후보생들.

앞으로의 이들의 행보를 같이 가보겠습니다.

올림포스산 너머에

무엇인가가 있다

신 2: 신들의 숨결


 

우주의 외딴 행성에 있는 이 아에덴섬에 온 뒤로 놀라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죽어 가는 한 남자를 만났고-그가 바로 작가 쥘 베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바들거리는 손가락으로 섬 한복판에 우뚝 솟은 산의 뿌연 안개에 싸인 꼭대기를 가리키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 위에는 절대로 가면 안 돼.>

그러고는 공포에 짓눌린 표정으로 절벽 위에서 몸을 던졌고,

켄타우로스가 나타나 미카엘을 납치하다시피 자기 등에 태워 올림피아로 데려왔고,

신 후보생이 되어 신들의 학교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게 되었고,

각자 하나의 민족을 맡겨 그 민족을 발전시키고 번성하게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기이한 경쟁을 벌이면서 후보생이 경쟁자들을 잇달아 살해했고 살신자라 불리는 자가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알아낼 길이 없으며 144명의 후보생은 이제 절반으로 줄어 있는 지금.

미카엘은 계속되는 고난으로 뿔뿔이 흩어진 돌고래족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양보할 수 없는 싸움으로 후보생들 사이의 갈등도 커져갑니다.

그러던 중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빌라에 침입했다.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발자국이 남아 있다.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침입자는 서가 쪽으로 갔다. 책들이 모두 백지로 되어 있는데도 서가를 뒤졌다는 것은 침입자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찾으러 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자는 내가 에드몽 웰스의 뜻에 따라 백과사전을 계속 집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이다. - page 289

침입자를 쫓아 숨 가쁜 추격전 끝에 그의 어깨에 앙크로 부상을 입혔는데 범인으로 지목된 이는 바로 많은 후보생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조제프 프루동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루동은 재판을 받아 18호 지구에서 불사의 인간으로 살아가라는 끔찍한 형벌을 받게 됩니다.

한편 미카엘은

「내가 보기에 돌고래족은 다시 전환점에 서 있어. 여기 시간으로 하루를 방치해 두면...... 너무 심각한 위험을 맞게 될 거야.」

「내 민족이 돌고래족을 보호해 줄거야.」

「돌고래족은 늑대족의 땅에만 있는 게 아냐.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모두 노예가 되어 있거나 처지가 조금 낫다 해도 소수 민족으로 억압을 받고 있을 뿐이야. 그들을 방치해 둘 수가 없어.」

마타 하리는 얼굴을 내 코앞으로 바싹 들이민다.

「게임의 마(魔)가 씌었구나?」 - page 408 ~ 409

자신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휴가 중임에도 다시 한번 아틀라스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종족을 구원해 줄 <신의 가르침을 받은 자>를 만듭니다.

하지만 <신의 가르침을 받은 자>는 라울의 종족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의 사상 역시 <후계자>라 자처하는 자가 가로채어 갑니다.

격분한 미카엘은 라울과 한바탕 주먹다짐을 벌이고 아틀라스의 집에 숨어든 죄로 이제는 그 자신이 쫓기는 처지가 되어 올림포스 산으로 도망쳐 가는데...

앞으로의 미카엘 팽송은 어떻게 될지...

「나는 네가 부러워, 정말이야...... 미카엘 팽송.」

내 마음은 벌써 딴 곳에 가 있다.

나에겐 새로운 꿈, 새로운 목표가 있다. - page 706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 미카엘 팽송.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살신자의 정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기에 빨리 마지막 3권을 읽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1권에서도 언급했던 이야기.

영혼이 나아온 길을 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無)>에 이른다.

우주는 무에서 시작하여 무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다고?

<태초에 무가 있었다.>

세상에, 이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5권의 첫 문장이다. - page 602

'무(無)'

솔직히 저는 아직 이해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끝까지 이 답의 의미를 3권을 읽고 난 뒤 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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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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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궁금했던 건

'픽션 아닌 100% 실화 모티브'

라는 점이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직후 꾸준히 회자되던 레전드 범죄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

더없이 소름 끼쳤습니다.

과연 어떤 사건일지...

저도 마주해보았습니다.

산산조각 난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

잔혹하게 빛나는, 살육의 밤

'일확천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들과

그 '욕망'을 가로챈 괴물들 사이의 핏빛 미스터리!

금붕어 룰렛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는 남자는 손목에 명품 시계를 차고 있었다. 큼직한 시계 자판을 감싼 황금빛 시곗줄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거렸다. 생명이 사라진 남자의 거무튀튀한 흙빛 얼굴과 초점을 잃은 허연 눈동자와는 대조적으로, 햇빛을 튕겨내며 반짝이는 시계는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 page 13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피칠갑을 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고가의 명품 시계, 화려한 슈트, 미모의 아내, 피 묻은 명함 한 장...

생전 수백억 대 자산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의 대표 정상구 씨.

"정상구 그 인간은 한마디로 개새끼예요. 머리 좋은 개새끼. 그래서 원하는 건 어떡해서라도 손에 넣고 죗값은 안 치르죠." - page 29

막대한 부만큼 원한 관계 또한 차고 넘쳐났던 그.

호시탐탐 그의 인생을 훔치려는 안준영을 지목하지만, 모텔 욕조에서 산에 부식되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이 살해되면서 수사는 대혼란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음엔 정상구, 그다음엔 안준영...

둘 사이엔 에버그린 투자자문회사라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혹시 정상구를 죽인 사람이 안준영도 알고 있었던 걸까...?

범인이 노리는 건 에버그린이라는 사기조직 자체인 걸까...?

그리고 몇 달 뒤.

국과수 감식 결과에서

"안준영 집에서 나온 DNA와 모텔에서 발견된 사체의 DNA는 일치하지 않았어."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은 모두 안준영 거였는데..."

"범인이 심어놨나 보지." - page 282 ~ 283

이제껏 사체가 안준영이라는 가정하에 수사를 진행해왔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

안준영이 아니라면 대체 모텔에서 발견된 신원불명의 인물은 누구인가...

두 번의 살인 사건과 수면 위로 떠오른 다섯 명의 용의자들, 형체도 없이 증발한 알리바이!

과연 그날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 걸까?

"새빨간 거짓말보다는 진실이 한 방울쯤 섞여 있을 때 사람들은 더 잘 속아 넘어가는 법이거든." - page 35

일확천금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사람들.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만 그들을 바라보며 마냥 비난을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욕망을 가로챈 괴물들.

그 서슬 퍼런 그물에 걸려들지 않을 자, 누가 있을까...

배가 터져 죽는 줄도 모르고

주는 대로 계속 먹이를 받아먹는 금붕어처럼

탐하는 자는 계속 굶주릴 것이며, 취하는 자는 계속 찾게 될지니

재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육신을 집어삼켰도다.

다오, 다오. 더 많은 꿀을 다오. 더 많은 피를 다오.

그렇게 나를 위해 지옥문을 활짝 열어다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복수'의 방식이었습니다.

사기 범죄 정도야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당한 사람들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라는 분위기마저 조성된 사회에,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가 선량하고 무지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던졌던...

하지만 이런 사건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에...

인간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존재는 계속 나타날 것이고,

그들의 왕국에서 충성을 다 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남이 가진 것을 뺏기 위해 칼부림도 서슴지 않을 것이기에...

이 차가운 진실 앞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황금빛 욕망.

한방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우리에게 일침을 가했던 이 소설.

지금도 어디선가 행해지고 있을 것이기에 안타까움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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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제1부 (2024 리뉴얼) - 우리는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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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역시도 그의 작품을 찾아 읽는데...

뒷심이 약한 저로서는 2권까지는 괜찮지만 5권은...

특히 신은 6권이었기에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선뜻 읽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멋!

이번에 새로운 판형과 표지를 갖추고 우리를 찾아온 것입니다.

계획부터 집필에 걸린 시간만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

프랑스와 한국에서 도합 3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르베르의 놀라운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이 소설.

드디어 영접해 봅니다.

당신이 신이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신 1: 우리는 신


나는 누구인가?

옛날에 나는 인간이었다.

그다음에는 천사였다.

이제 나는 무엇이 될까? - page 15

미카엘 팽송.

프랑스인.

남성.

직업은 의사.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바 있고, 타나토노트로 활동하던 중 건물에 보잉 여객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사망했고 천사가 되었으며 이제는 천사에서 신 후보생이 된 그.

우주의 어딘가에 있는 신들의 도시 올림피아에 144명의 후보생들과 함께 신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게 됩니다.

플로베르, 모네, 마타 하리, 프루동, 에펠과 같은 쟁쟁한 후보생들 가운데에는 영계 탐사자로, 세 명의 인간을 돌보던 수호천사로 활약했던 미카엘 팽송도 섞여 있습니다.

이들은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아레스, 헤르메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열두 신의 강의를 들으며 저마다의 개성과 사상을 반영한 종족을 만듭니다.

분열의 D

중성의 N

협력의 A

이 세 힘 가운데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종족의 특징이 달라지게 되는데...

한편 올림피아 성벽 밖은 괴물과 악마가 돌아다니며, 정체 모를 자의 습격을 받은 후보생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게 됩니다.

후보생들은 저마다 개성을 가진 인간 종족을 만들어 그들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Y 게임'과 올림포스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한밤의 탐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저...... 저에겐 친구들이 있어요. 그...... 그들은 저와 함께 할 거예요.」

「미카엘, 순진하게 굴지 말아요. 여기에 친구 따위는 없어요. 오로지 경쟁자들이 있을 뿐이죠. 저마다 자기가 우선이에요. 결국에는 단 한 명의 승리자만 남게 되어 있어요.」

...

「잘 들어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수수께끼 푸는데 말인가요?」

「아니, Y 게임을 더 잘하도록 도와주려는 거예요. 이 올림피아에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잘 들어요. 첫째, 남의 말을 믿지 말 것. 어떤 상황에서든 당신이 믿어야 할 것은 오로지 당신의 느낌과 직관이에요. 둘째, 게임 뒤에 감춰진 게임을 간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 셋째, 모두를 의심할 것.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당신의 친구들, 그리고 ...... 나예요.」 - page 336 ~ 337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 후보생들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이름들의 등장에 반가움과 함께 더 몰입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기독교와 유대교 전승을 더하고 거기에 불교적 세계관을 결합은 그의 놀라운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확신해. 우리는 게임을 한다고 믿지만 그저 미리 쓰인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야. 우리 백성들이 겪은 어떤 사건들은 1호 지구의 역사에 나오는 사건들과 닮지 않았어?」

「아마존은 역사가 아니라 신화에 속해.」

「글쎄, 과연 그럴까? 실제로 존재했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르잖아? 우리는 패배한 옛 민족들의 역사를 알지 못해. 그게 바로 올림포스 신들의 사관이야. 우리는 승리를 기억하고 패자를 잊어버려. 1호 지구의 역사책들은 승리한 민족들의 역사를 담고 있어. 고대에는 문자를 모르는 민족이 많았어. 그래서 역사가 말로 전해졌지. 결국 구전되던 것을 책에 기록할 줄 알았던 민족들의 역사만 우리에게 전해진 거야. 우리는 중국인, 그리스인, 이집트인, 유대인의 역사를 알고 있어. 하지만 히타이트족이나 파르티아족이나 아마존족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들의 역사는 구전되다가 소실되고 말았을 거야.」 - page 534 ~ 535

아마 이 대목이 저자가 우리에게 건네고자 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

진정한 역사의 의미에 대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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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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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내용도 알고 있는 걸까...

제목을 들여다보곤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흐릿하기만 하고...

그럴 바엔 읽어보는 게 답이었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환상 소설.

그림자를 팔아넘긴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니를 주세요."

아주 그로테스크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진지하고

현대적이고 열정적인 특성을 지닌 작품. - 토마스 만

그림자를 판 사나이



나로서는 매우 힘들었던 항해를 다행히 잘 마친 후 마침내 항구에 닿았다. - page 17

페터 슐레밀은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사교 모임에서 정체불명의 '회색 옷 입은 남자'가 그의 주의를 끌게 됩니다.

누군가 그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면 주머니에서 물건들이 나오는데 정말이지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가죽 지갑, 망원경, 20자 길이에 10자 폭의 넓은 양탄자, 그리고 그 양탄자와 거의 같은 크기의 천막 및 그에 필요한 막대기며 쇠, 제대로 안장을 갖춘 세 마리 말 등.

분명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기지 않는 일.

어느 누구도 그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슐레밀은 그의 모습 자체가 무시무시한 기분을 일으켜 외면하고 나가려는데...

"아무 면식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댁을 뵙고자 한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부디 제발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곤 이어진 말이



자신에게 슐레밀의 그림자를 팔 것을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슨 괴상망측한 거래인지...

그 대가로



금화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술 주머니와 거래를 하게 된 슐레밀.

부자가 되어 세상의 온갖 호사를 누리게 되지만 이내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보시오, 젊은 양반, 당신은 그림자를 잃어버렸군요."

"아니, 당신은 그림자를 어디다 두고 오셨소?"

"하느님 맙소사! 저 불쌍한 인간에겐 그림자가 없네!"

"성실한 사람은 태양 아래에서 걸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잘 간직하는 법이지."

처음에 사람들은 그를 지체 높은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된 술레밀.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술 주머니로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잡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또다시 그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이번엔

"기념으로 단지 사소한 점만을 저는 당신께 부탁드리려 합니다. 착하신 당신께서는 단지 여기 작은 종이에만 서명하시면 됩니다." 종이 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죽은 후 나는 이 서류를 갖고 있는 이에게 내 영혼을 넘길 것을 유언으로 서명하노라."

자신에게 영혼을 판다면 그림자를 되돌려주겠노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슐레밀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홀로 방랑길에 오르게 되는데...

사랑하는 친구 샤미소, 나의 환상적 이야기를 간직해줄 사람으로 나는 자네를 선택했네. 물론 내가 이 지상에서 사라질 경우 그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가르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적에서 말이야. 친구여, 자네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나. 돈은 그다음일세. 오로지 자네와 자네의 더 나은 자아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오, 자네에게는 아무 충고도 필요 없네. - page 130 ~ 131

그림자 상실로 겪는 고통과 회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투한 슐레밀.

그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서, 삶의 경계에서 반복되는 '선택'들로 하여금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조건인 그림자를 팔아넘기고 살아가는 삶이 결국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자연으로 복귀한 슐레밀은 결국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번은 읽어야 할 소설이었습니다.



만약...

회색 옷 입은 남자가 당신에게 제안을 한다면...

당신은 거래에 응하시겠습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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