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마술 주머니와 거래를 하게 된 슐레밀.
부자가 되어 세상의 온갖 호사를 누리게 되지만 이내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여보시오, 젊은 양반, 당신은 그림자를 잃어버렸군요."
"아니, 당신은 그림자를 어디다 두고 오셨소?"
"하느님 맙소사! 저 불쌍한 인간에겐 그림자가 없네!"
"성실한 사람은 태양 아래에서 걸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잘 간직하는 법이지."
처음에 사람들은 그를 지체 높은 백작으로 알고 추앙하지만, 정작 그는 그림자 때문에 하인의 도움 없이는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아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된 술레밀.
결국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마술 주머니로 쌓아 올린 자신의 왕국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잡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또다시 그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
이번엔
"기념으로 단지 사소한 점만을 저는 당신께 부탁드리려 합니다. 착하신 당신께서는 단지 여기 작은 종이에만 서명하시면 됩니다." 종이 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죽은 후 나는 이 서류를 갖고 있는 이에게 내 영혼을 넘길 것을 유언으로 서명하노라."
자신에게 영혼을 판다면 그림자를 되돌려주겠노라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슐레밀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홀로 방랑길에 오르게 되는데...
사랑하는 친구 샤미소, 나의 환상적 이야기를 간직해줄 사람으로 나는 자네를 선택했네. 물론 내가 이 지상에서 사라질 경우 그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유용한 가르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적에서 말이야. 친구여, 자네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는 법을 배우게나. 돈은 그다음일세. 오로지 자네와 자네의 더 나은 자아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오, 자네에게는 아무 충고도 필요 없네. - page 130 ~ 131
그림자 상실로 겪는 고통과 회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투한 슐레밀.
그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서, 삶의 경계에서 반복되는 '선택'들로 하여금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조건인 그림자를 팔아넘기고 살아가는 삶이 결국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자연으로 복귀한 슐레밀은 결국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번은 읽어야 할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