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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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 설산, 빙하, 피오르 등 장엄한 대자연이 펼쳐지는 북유럽.

세계 행복지수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리에게 동경의 장소이기도 한 이곳.

하지만...

북유럽의 문화는 낯설기만 합니다.

'이케아'로 대표되는 북유럽 스타일.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느낌의 색감, 시대를 초원하는 세련된 실루엣, 장식용이 아닌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춘 이 스타일은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절규>로 유명한 인간의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노르웨이 천재 화가 '에드바르 뭉크'.

이들과 함께 북유럽의 화가들을 더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장엄한 대자연 속 고요한 일상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곳

북유럽을 만나고 싶은 당신께 보내는 초대장!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에드바르 뭉크, 칼 라르손, 비고 요한센, 빌헬름 함메르쇠이...

북유럽 대표 화가들과의 만남이 지금 시작된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북유럽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지칭하는 말 '북유럽'.

매서운 추위가 가져오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있음에 행복하고 그 삶이 지속되는 것을 사랑하는 그들.

이들의 신화에서도 그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는 달리 죽음에 이르는 북유럽의 신들.

이는 기후가 춥고 냉혹하여 힘든 삶을 지속하기보단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는 것이 더 낫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라는데...

그것은 불완전한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숙명을 가진 인간들의 이야기다. 1년의 절반이 혹독한 겨울인 북유럽 사람들에게 삶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이었을 것이다. 언제 눈사태로 집이 파묻힐지, 언제 얼음이 갈라져 물에 빠질지, 자면서 얼어 죽지는 않을지. 그들에게 살아내는 것, 오늘 하루도 무탈했다는 것, 그렇게 반복되는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것인지 신화를 통해 전한 것이다.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고 잇기에 살아 잇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과 황홀을 느낀다. - page 25

이는 일상의 여유로 이어지고 행복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대한 태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인상주의와 사실주의 화풍은 이들의 삶을 더 찬란하게 표현하게 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에드바르 뭉크, 칼 라르손, 빌헬름 함메르쇠이, 휴고 심베리를 포함 40명이 넘는 북유럽 화가의 일생과 그의 작품을 꼼꼼하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100여 점이 넘는 북유럽 작품을 모두 실어 실제 미술관에서 해설을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음에 그야말로 미술관을 통째로 빌려주었습니다.

몇몇 화가를 소개하자면...

우선 가족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던 그 편범한 순간,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일상을 그리는 화가 '요한 프레드릭 그루텐'.

16세의 나이에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왕립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드로잉과 인물과 그리고 조경을 공부했고 훌다 오토손을 만나 결혼한 뒤 덴마크의 스카겐에 머무르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그립니다.

이때부터 풍경이 가진 생명력을 깨닫게 되는데 예상치 못한 고난이 찾아오게 됩니다.

첫 아이를 가지지만 그해 사망하고, 같은 해 사랑하는 아내마저 잃은 그.

절망에 빠진 그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기에 아내와 아이에 대한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을 작품에 쏟아내며 꾸준히 전시회를 가지게 됩니다.

이곳이 진정 일상에 재현한 천국일 것이다. - page 58



빛을 통해 일상의 숭고함을 보여준 '안나 앙케'.

1875년 여성에게도 미술 교육 기회를 준 코펜하겐의 빌헬름킨 학교에 입학한 그녀는 미술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그 재능을 인정받게 됩니다.

하지만 어릴 적 미술을 배웠던 스승 미카엘 앙케와 결혼을 선언하자 미술학교로부터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화가로서의 길을 단념하지 않고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처럼 야외에서 자연에 비친 빛을 그리는 대신 실내에 비치는 은은한 빛을 그리며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하기 시작한 그녀.

실내로 스며든 빛과 조화를 이루며 평범한 일상에 침묵과 평화 그리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창조한 그녀의 작품.

덕분에 일상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화가인 핀란드의 뭉크라고도 불리는 '헬렌 쉐르벡'.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그녀는 독특한 색감과 화풍으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해가는 자화상을 죽을 때까지 여러 장 그렸다고 합니다.

50년 동안 단 하루도 건강하지 못했던 그녀.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무척 힘들다.

별이 무수히 반짝이는 하늘을 그리는 것과 같다.

추한 자화상 속에서도 내 영혼은 아름답게 빛난다. - page 297



북유럽 미술은 저자의 말처럼 자기 논리와 생각에만 빠져 있는 고고한 서유럽의 현대 화가들과는 달리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을 진실 되게 그리며 노래하고 있어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선사해주고 있었습니다.

스냅사진처럼 일상의 한순간.

단순하지만 분명한 행복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빽빽한 일상에 지친 우리.

잠시나마 북유럽을 산책하듯 그림들을 마주하며 삶의 행복과 기쁨을 그리고 따뜻한 위로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그렇지 않아도 <새벽부터 황혼까지>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전시가 끝나기 전 꼭 마주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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