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진실'이란 무엇일까...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 '가짜뉴스'들이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요즘.

저 역시도 헷갈리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진실을 찾아내는 안목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무지해도 당당한

사람들이 판치는 지금

진실을 지키기 위한 철학적 사고법!


『진실의 조건』



거짓뉴스가 무서운 이유.


거짓은 결코 스스로 거짓이라 말하지 않는다. 독재자들은 더 이상 소비에트 시절처럼 엄청나게 많은 정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가짜 뉴승와 편파적인 이야기를 지어낸다. 이를 통해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거짓 정보를 적극 유포하게 만든다. 왜곡된 세계관이 서서히 밀려와,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머릿속을 잠식한다. - page 10


너무 무섭지 않은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탈진실(post-truth)시대에 혼란 끝에 피로에 빠진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의 구분 자체를 포기하고 그저 믿고 싶은 것만 믿기를 부추기는 것이... 옳은가?!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할 때였습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또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바닥에서부터,

즉 기본적인 철학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저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심리학·사회학·언어학 분야를 넘나들며 사례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진실을 구별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진실을 지키기 위한 대중·언론·전문가 각각의 소임을 규명하고 구체적인 행동

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왜 우리는 그처럼 이상한 것을 믿을까?>에서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슬 들어, 미국 성인의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26퍼센트는 마녀가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물론 유령과 마녀의 존재를 믿는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오늘날 우리가 기초적인 과학적·사회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됩니다.

한 예로, 미국인 중 32퍼센트가 기후 변화가 인간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2012년 당시 공화당원 중 63퍼센트가 여전히 2003년에 미국이 침공했을 당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믿었고 64퍼센트는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재능 있는 사람은 대상이 논리적인지, 모순적인지 판단할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주변에서 얻은 정보가 정확한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지식과 관련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는 인식 노동 분할의 결과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얻었거나, 정치인에게 조종당한다면, 당신은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믿음에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인간 지식의 딜레마로 볼 수 있다. 즉, 평범한 수준의 신뢰 성향은 속임수에 쉽게 속도록 만들고, 일관된 회의주의는 세상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을 얻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 page 121


그럼 왜 타당한 반대 증거가 있음에도 뭔가를 계속해서 믿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 믿음에 대한 반론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우리의 사고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다양한 인지 기제에 의해 더욱 강화됩니다.


진실을 구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네 가지 실천 사항을 내놓았습니다.

비판적 사고

출처 비평

전문가 신뢰

토론과 팩트 체크

이 실천 사항을 중심으로 진실을 구별하는 안목을 기를 것을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자신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를 보이는 출처를 포함해 (신뢰할 만한) 다양한 유형의 출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출처의 신뢰성을 주의 깊게 평가하기.

·주장의 근거에 대해 숙고하는 연습을 하고 다양한 유형의 사고 함정을 피하기.

·우리가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열어두고 우리 자신의 입장에 맞서는 최고의 반론을 고려하기.

·전문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떤 인물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인지 확신할 수 없다면, 학계의 웹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음모론과 곡해에 면역이 되는 경향에 주의하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에 책임을 지기. 우리는 양극화와 감정 과잉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공통된 출발점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호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허수아비 논법이나 인신공격과 같은 논쟁 기교는 바람직한 토론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


우리는 얼마든지 편파적이고 근거 없는 것에 저항하고, 거짓을 솎아내고, 안개 속을 꿰뚫어 보고, 궁극적으로 타당하고 분명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제 기능을 하는 지식 시스템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지식은 역사적으로 수차례 이의 제기에 직면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승리를 거뒀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결국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 page 11


우리는 얼마든지 진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동물이기에 진실과 거짓을 구분 자체를 포기하지 말고 진실을 지키기 위해 관련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함을, 그렇게 진실을 찾아 나아가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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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묘하게 진짜인듯 사실을 섞은 거짓뉴스 ㅠㅠ 진짜 예전보다 더 사악해지고 교활해진거 같아요 ㅠㅠ
 
자기만의 산책 - 자연과 세상을 끌어안은 열 명의 여성 작가들을 위한 걷기의 기록
케리 앤드류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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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걷기'에 대한 예찬을 하는 이들은 많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남자였었는데 이번에 이 책은 '여성'의 걷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습니다.

여성들에게 걷기란 무엇일지...

낭만주의 시대 엘리자베스 카터부터 현대의 리베카 솔닛, 린다 크래넬까지 여성 문인 10명이 들려주는 걷기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 합니다.


낯설고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

단단한 발걸음을 내디딘 여성들의 역사를 다시금 기록한 책!


『자기만의 산책』



이 책은 지난 300년 동안 걷기가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여성 산책자이자 작가들의 걷기가 남자들과 같은 목적으로 걷지만 그 경험 자체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걷는 여성들에게 '스트리트워커'는 단순히 걷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닌 매춘부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었기에, 걷는 모습이 여성적이지 않다는 평가에, 여자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위험을 자초해서는 안 되며 많이 걸으면 병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걸어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글을 쓰면서 그 느낌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책 속엔 열 명의 여성 문인들이 걷기에 관해 쓴 글의 넓이와 깊이와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때론 위로였고 때론 휴식이었으며 때론 피난처였던 그들의 '걷기'.

이를 읽으면서 '나에게 걷기란 무엇일까...?' 묻게 되었습니다.

무심코 한 발짝씩 떼던 그 걸음걸음이...

어떤 의미로 나에게 발자국을 남겼을까... 




'도로시 워즈워스'에게서의 '걷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반복해서 걸으며 그 길을 따라 추억이 쌓이면서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그녀가 건강이 나빠지면서 단기기억상실에 걸렸지만 오빠와 함께 걸었던 기억은 그녀가 거리와 시간을 뛰어넘어 이동하면서 그녀가 마지막으로 쓴 시 중 하나인 <병상에서 한 생각들>에서 표현했던 그녀의 걷기 의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외로운 방에 죄수는 없다.

나는 초록색 강둑을 봤고,

당신의 예언과 같은 말을 떠올렸네,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자 형제이자 친구인 당신!

움직일 필요도, 기운도

심지어 숨을 들이마실 필요도 없다.

나는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들을 생각하고,

그 추억과 함께 거기에 있다.


몸의 한계를 땅을 디디고 걸어 다닌 세월에 대한 기억으로 넘어선 그녀.

다시는 걷지 못했지만 이 시를 통해 산책자로서 느꼈던 삶의 기쁨을 다시 찾았던 그녀의 모습이 아련히 그려졌습니다.


또 한 명의 여성 '사라 스토다트 해즐릿'.

유명한 수필가의 아내였지만 오롯이 서기 위해 고독하게 걸었던 그녀.

그녀에게 걷기는 자신이 완전한 존재이며 이 세상에 속한다는 느낌을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참담한 이혼으로 강요된 구속에 저항하는 행위이자, 억지로 에든버러에 오게 만든 남편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의지에 반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해야 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저항하는 행위였던 '걷기'.

그 힘찼던 발걸음 뒤에 남겨진 닳은 신발과 힘겨웠을 정신적 고통이 조금이나마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걷기는 다양한 목적을 수행해 왔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과 교감하는 수단으로, 인습에 저항하는 행위로, 자아 발견을 위한 것으로, 개인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걸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들도 항상 걸었습니다.

물론 여성은 안전과 취약성이란 개념뿐만 아니라 집안일과 육아라는 책임을 포함해서 걸을 수 있는 능력에 다양한 구속을 당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구속이 그들의 걷기에 영향을 미치긴 했어도 그들의 걷기를 막진 못했습니다.

걷는 여성들과 그들의 문학적 창의성은 남성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단단하고 심오하게 묶여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 걸어 나가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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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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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괴'라는 단어에 읽기도 전에 짜증도 나고 찝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왜 유괴를,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기대되었습니다.


기억을 잃어도 뛰어난 두뇌 회전은 그대로

천재 소녀의 어설픈 유괴범 하드 캐리


『유괴의 날』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킬 때, 명준은 결심했다. 며칠이나 미뤄왔던 그 결심은, 사방이 이미 절벽이고 되돌아가고 싶어도 왔던 길이 사라져버려, 반드시 선택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 page 15


그에게는 소아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아픈 딸 '희애'가 있었습니다.

생명 유지 장치로 간신히 목숨은 붙어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아이에게 남은 건 골수 이식뿐.

하지만 밀린 병원비 때문에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몰래 숨어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명준'.

3년 전 일언반구 없이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그에게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아무리 희애의 수술비를 위한 것이라지만 범죄이기에 안 된다고 거부했지만 로희라는 아이는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는 가엾은 아이라며 무사히 돌려보낸 후 몰래 신고해주면 아이를 도와주는 셈이라는 혜은의 말에 그만 범행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보세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고 났어? 지금 뭐 하는 거야?

"거, 걱정 마. 어차피 우리가 유괴할 애였어." - page 18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는데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로희.

그리고 명준을 향해 의문스러운 말을 건넵니다.


"아닌데...... 느낌이 확 안 오는데."

"아빠 맞아, 아빠!" - page 24


자신이 아빠라 하고 로희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협상하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도저히 상대가 연락을 받지 않아 동태를 살피러 가볼 예정> - page 70


그렇게 로희를 차로 치고, 그대로 싣고 달아났던 그 장소, 로희의 집 앞에 가 보니 어수선했습니다.

아니,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집 앞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무...... 무슨 일이래요?"

명준이 물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답을 듣기 위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젊은 여자가 대답하는 것이 보였다.

"살인사건이라는데요. 아까부터 경찰들 들어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 page 73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부부.

경찰이 살인범과 유괴범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초조한 명준에게 천재 소녀라 불리던 로희로부터 명준의 어설픈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하는데...


계획은 틀어졌지만 누군가 명준의 딸 희애의 밀린 병원비와 수술비를 지불해주었고 더 이상 로희를 붙잡을 명목이 없기에 돌려보내려던 찰나,


"애 알레르기 때문에 왔답니다."

상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괴범이 알레르기 때문에 애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상윤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범인이 혹시 모자란 놈인가?" - page 160


그렇게 덜미가 잡히면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로희의 부모를 살해한 자는 누구인지...

그 끝엔 반전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천재 소녀라 불리던 재희.

알고 보니 이 아이는...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고 싶어 했어요. 어떻게든 할아버지의 연구를 완성시키려고 했죠. 피가 다르니까,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아줌마를 보나, 우리 아버지를 보나, 인간의 집착이란 참 무서워요. 그죠?" - page 406


이런 인간에게 '부모'라는 자격을 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니 동물로도 불릴 수 없는 쓰레기.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하고 비난하려고 보니 우리의 뉴스에서도 아이를 학대 심지어 살인까지한 인간들이 있기에 이 불쾌함과 짜증과 답답함이...

하아...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건 그래도 아이인 로희가 혼자가 되어 다시 자신의 집에 남겨졌을 때의 그 울음이, 울부짖음이 미어지게 아팠습니다.


가슴이 울컥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로희는 자신의 눈에서 왜 이런 것이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손을 들어 젖은 뺨을 만졌다. 그러고는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젖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제야 정말 혼자라는 것이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흑흑......"

시작은 작은 흐느낌이었다. 그것은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는 먼 곳의 허리케인처럼 아이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울음은 점점 오열로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작은 짐승의 울부짖음이 그 방 안을 맴돌았다.

아이는 혼자였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작은 손으로 안고 있는 상자 하나뿐이었다. - page 367


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가...

정말 어른인 내가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마냥 어둡지만은 않아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작가가 보여준 그 희망의 빛이 그동안의 어둠을 조금씩 몰아내줄 것을 믿기에 책장을 덮을 때 약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란, '자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짚어주었던 이 소설.

가정의 달을 맞이하기 전 저도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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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가정의 달 맞춤 책인가요 페넬로페님 ㅎㅎ 저도 찜해봅니다 ~
 
부모 번아웃 - 이유 없이 울컥하는 부모를 위한 심리학
모이라 미콜라이자크.이자벨 로스캄 지음, 김미정 옮김 / 심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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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지도 8년이 되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의 부족함에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부모들은 잘하던데 나는 왜...


그러다 이 책을 보자마자

'혹시 내가 번아웃인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덥석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 잘하려다가 지쳐버린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권한다"


부모 번아웃의 원인부터 증상, 진단, 해결책까지 담은

부모를 위한 정확한 위로와 든든한 지침


『부모 번아웃』



첫 문장부터 공감이...


나는 화가 잔뜩 난 어린 아들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나를 쏘아보시다가 한숨을 쉬셨다. 내가 아이의 소란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동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야!" 그 말에 나는 화가 치솟았다. 그 상황에서 솔직히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망칠까 봐 입을 다물었다. - page 17


최대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맞추어주려 노력하지만 어느새 완전히 떨어져나가게 되는 이 기분...

왜 그런 걸까...?


21세기를 살아가는 부모는 그 어느 때보다 뼛속 깊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중이다. 오늘날 부모는 자신이 늘 평가의 대상이 되며, 틈만 나면 육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 우리 아이는 행복한가? 나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나? 아이를 위해 최고의 결정을 내렸나?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리액션을 주고 있나? 단언컨대 우리 할머니는 이런 질문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 page 21 ~ 22


그랬습니다.

아이가 명랑하고 똑똑하게 자라려면 '좋은 부모'가 되어야함이 당연하다고 느끼고 실제로도 '긍정적인 부모 되기'와 관련된 책이라든지 강의들이 많았기에 그 압박으로 지내왔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모습의 부모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죄책감과 미칠 듯한 좌절감으로 다가와 이로부터 부모 번아웃 증후군이 비롯된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우선 '부모 번아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왜 '번아웃'이 부모를 짓누르는지,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앞으로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에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부모에게 번아웃이 찾아오는 요인 중 하나는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다고 하였습니다.

부모니까 당연히 뭐든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옥죄는 태도가 번아웃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부모가 이 단계에서 두 가지 사실을 무시한다. 첫째, 완벽한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한 아이의 눈에 완벽한 부모라 해도 다른 아이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의 욕구와 필요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가 가장 잊기 쉬운 것인데 완벽한 부모는 오히려 아이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아이는 실수와 우둘투둘함, 부모의 부족함 속에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 page 89


그럼 나는 번아웃에 얼마나 근접해있을까...?

이에 대한 진단지가 책 속에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나의 상태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생각외로 높은 점수가 나왔기에 그동안 아이만 돌보느라 나를 돌보지 못함에 또다시 울컥하곤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무너진 내면을 일으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과 도와주는 요인의 점수를 매겨(이 역시도 책 속에<현재 나의 상태 진단 테스트>가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기감정을 인지하며 이해하고 관리할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부모'가 되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이런 애정표현을 아이에게 전하는 것.

어렵지 않잖아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모가 되었다고 기뻐하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기쁨과 행복이 스트레스와 어려움의 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쫌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부모로서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당신은 멋진 부모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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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맘이 짠하네요 ㅠㅠ 페넬로페님도 멋진 부모일거라 확신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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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투란도트>

일본의 <나비부인>

이 오페라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유럽 공연 발레극이 있었다니!

솔직히 놀라움이 컸고 한편으론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유럽을 감동시킨 조선 왕자와 평민 소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소설로라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유럽, 예술의 고장 비엔나에서 5년 장기 공연한

인기 발레극 소설로 탄생하다!!!


『코레아의 신부』



안개 자욱한 조선의 서쪽 항구 제물포.

한 달이 넘게 걸린 길고 지루한 여행 끝에 마침내 조선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립던,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그녀, 조선의 무희 '홍부용'.

10년 만에 돌아온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무희를 사랑했어요?"

베소니가 옆에 앉아서 물었다.

"사랑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page 15


그녀를 찾기 위해 다시 조선으로 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독일 영사관을 통해 때때로 그녀의 소식을 듣곤 했는데 그녀는 의병에 뛰어들었고 일본군의 추적을 받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


나는 눈을 감았다.

기차는 덜컹대면서 달리고 있었고 때때로 기적소리를 울렸다.

내가 부용을 처음 만난 것은 어디에서였을까.

나는 부용을 만났던 일부터 회상하기 시작했다. - page 16


동양에 대한 발레를 쓰고자 조선이라는 나라에 오게 된 하인리히.

그때 조선의 왕궁에서 연회가 벌어졌고 무희들의 춤사위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희들 중에서도 홍부용에게.

그리고 시작된 부용의 이야기...


궁인 김씨의 소생으로 의연군에 책봉된 '이언'.

그와 장악원의 기생 부용은 서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신분이 천지 차이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이언은 부용과 결혼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시기가 일본의 침략 음모가 노골화되고 있으니 이를 막아내야 했기에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머리를 깎아야 함에 이는 유림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고 유배를 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유림뿐 아니라 평민들까지도 손가락질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왕과 나라에 충성하는 이언의 마음은 확고했습니다.

단심(丹心).


점점 위태로워지는 조선.

일본의 침략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개입으로 멈춰지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일본이 청나라와의 전쟁을 획책했습니다.


"소자는 전쟁이 일어나면 병사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언이 반발을 하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

"병사들과 싸우다가 죽겠습니다."

"네가 감히 반항을 하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너가 싸우지 않더라도 청나라군이 싸울 것이다."

왕은 청나라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조선인들은 대부분 청나라군이 일본군을 격파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좋다. 병사가 되어 싸워라. 그래도 길례는 올려야 한다"

"부용과 올리겠습니다."

이언이 강경하게 말했다. - page 161


어느 날 일본은 궁궐을 무차별 포격하여 왕과 왕비를 볼모로 삼고 궁궐 폭격에 저항하던 이언은 청일전쟁을 예감하고 평양으로 가 청군과 연합하여 일본군에 직접 싸우려 했지만 일제에 의해 인천 제물포 유곽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탈출을 감행하며 부용과 재회하게 되고 부용과의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른 뒤 또다시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부용아."

이언이 부용을 포용하고 낮게 말했다.

"왕자님......"

부용은 이언에게 안겨서 몸부림을 쳤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조심해라."

"왕자님도 보중하세요."

부용이 이언에게서 떨어져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까만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너에게 미안하구나." - page 287


그리고 몇 개월 뒤 평양 대전투에 참가한 이언은 끝내 전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선 왕자가 왜 여기서 죽은 거야?"

"우리 일본군과 전투를 한 것 같습니다."

"조선 왕자를 한양으로 압송하라는 공사의 지시인데 어떻게 하나?"

노츠 중장은 난감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선 왕자가 일본군에게 죽었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체를 강물에 던지고 조선 왕자가 평양에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page 327


하아...

그보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이언의 시신이 부용이 있는 곳까지 떠내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셨네요.' - page 329


쉬이 가시지 않은 여운...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았던 그 시대가 야속했고 애잔했던 사랑에 가슴이 저며왔습니다.


<코레아의 신부>는 초연된 후 1901년까지 5년간 정식 레퍼토리로 공연되었다는데 아쉽게도 그 명맥이 끊겨 현재는 문서로만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안타까웠습니다.

김희석 박사님 덕분에 이 발레극의 대본을 발굴하게되고 이렇게 소설로 만나보았으니 이제는 다시 공연으로 명맥을 다시 이어보는 것은 어떨지.

우리의 문화가 담긴 소중한 자료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꼭 무대에서 만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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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소재의 이런 오페라가 있군요. 새로운 사실 알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