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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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투란도트>

일본의 <나비부인>

이 오페라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유럽 공연 발레극이 있었다니!

솔직히 놀라움이 컸고 한편으론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유럽을 감동시킨 조선 왕자와 평민 소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소설로라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유럽, 예술의 고장 비엔나에서 5년 장기 공연한

인기 발레극 소설로 탄생하다!!!


코레아의 신부



안개 자욱한 조선의 서쪽 항구 제물포.

한 달이 넘게 걸린 길고 지루한 여행 끝에 마침내 조선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립던,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그녀, 조선의 무희 '홍부용'.

10년 만에 돌아온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무희를 사랑했어요?"

베소니가 옆에 앉아서 물었다.

"사랑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page 15


그녀를 찾기 위해 다시 조선으로 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독일 영사관을 통해 때때로 그녀의 소식을 듣곤 했는데 그녀는 의병에 뛰어들었고 일본군의 추적을 받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


나는 눈을 감았다.

기차는 덜컹대면서 달리고 있었고 때때로 기적소리를 울렸다.

내가 부용을 처음 만난 것은 어디에서였을까.

나는 부용을 만났던 일부터 회상하기 시작했다. - page 16


동양에 대한 발레를 쓰고자 조선이라는 나라에 오게 된 하인리히.

그때 조선의 왕궁에서 연회가 벌어졌고 무희들의 춤사위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희들 중에서도 홍부용에게.

그리고 시작된 부용의 이야기...


궁인 김씨의 소생으로 의연군에 책봉된 '이언'.

그와 장악원의 기생 부용은 서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신분이 천지 차이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이언은 부용과 결혼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시기가 일본의 침략 음모가 노골화되고 있으니 이를 막아내야 했기에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머리를 깎아야 함에 이는 유림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고 유배를 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유림뿐 아니라 평민들까지도 손가락질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왕과 나라에 충성하는 이언의 마음은 확고했습니다.

단심(丹心).


점점 위태로워지는 조선.

일본의 침략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개입으로 멈춰지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일본이 청나라와의 전쟁을 획책했습니다.


"소자는 전쟁이 일어나면 병사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언이 반발을 하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

"병사들과 싸우다가 죽겠습니다."

"네가 감히 반항을 하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너가 싸우지 않더라도 청나라군이 싸울 것이다."

왕은 청나라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조선인들은 대부분 청나라군이 일본군을 격파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좋다. 병사가 되어 싸워라. 그래도 길례는 올려야 한다"

"부용과 올리겠습니다."

이언이 강경하게 말했다. - page 161


어느 날 일본은 궁궐을 무차별 포격하여 왕과 왕비를 볼모로 삼고 궁궐 폭격에 저항하던 이언은 청일전쟁을 예감하고 평양으로 가 청군과 연합하여 일본군에 직접 싸우려 했지만 일제에 의해 인천 제물포 유곽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탈출을 감행하며 부용과 재회하게 되고 부용과의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른 뒤 또다시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부용아."

이언이 부용을 포용하고 낮게 말했다.

"왕자님......"

부용은 이언에게 안겨서 몸부림을 쳤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조심해라."

"왕자님도 보중하세요."

부용이 이언에게서 떨어져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까만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너에게 미안하구나." - page 287


그리고 몇 개월 뒤 평양 대전투에 참가한 이언은 끝내 전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선 왕자가 왜 여기서 죽은 거야?"

"우리 일본군과 전투를 한 것 같습니다."

"조선 왕자를 한양으로 압송하라는 공사의 지시인데 어떻게 하나?"

노츠 중장은 난감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선 왕자가 일본군에게 죽었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체를 강물에 던지고 조선 왕자가 평양에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page 327


하아...

그보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이언의 시신이 부용이 있는 곳까지 떠내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셨네요.' - page 329


쉬이 가시지 않은 여운...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았던 그 시대가 야속했고 애잔했던 사랑에 가슴이 저며왔습니다.


<코레아의 신부>는 초연된 후 1901년까지 5년간 정식 레퍼토리로 공연되었다는데 아쉽게도 그 명맥이 끊겨 현재는 문서로만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안타까웠습니다.

김희석 박사님 덕분에 이 발레극의 대본을 발굴하게되고 이렇게 소설로 만나보았으니 이제는 다시 공연으로 명맥을 다시 이어보는 것은 어떨지.

우리의 문화가 담긴 소중한 자료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꼭 무대에서 만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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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소재의 이런 오페라가 있군요. 새로운 사실 알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