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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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저는 이번 기회에 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 권이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딱 두 권을 선택하였습니다.

그중 하나인 이 책.

이 작품은 완숙한 중년 작가의 방법적 고뇌가 함축되어 있는 소설이라 하였습니다.

아...

벌써부터 난해할 듯한 느낌적인 느낌 앞에 그럼에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구원과 재생의 소설!

현대판 단테의 『신곡』

작가가 띄우는 장대한 그리움의 편지!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그해 가을, 내가 태어나 자란 숲의 골짜기 동네에 살고 있던 누이동생에게서 전하가 왔다. 기이 형이 대규모의 사업을 벌였다, 그가 항상 해 온 엉뚱한 짓의 연장이라고 생각 못할 바도 아니긴 하지만 그 결과가 불안하다며 우리의 오랜 친구이며 지금은 기이 형의 아내인 오셋짱이 의논을 하러 왔다는 것이다. - page 15

이야기는 'K'로 불리는 소설가 '나'와 평생의 스승 격인 '기이 형'을 만나기 위해 가족을 데리고 고향 숲속 마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둘의 첫 만남...

전쟁은 패전이라는 형태로 끝을 맺었던 그해 여름.

기이 형은 마쓰야마에서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두고 '본동네'로 돌아와 있었고 K는 막 열 살이 되던 참이었습니다.

K와 기이 형이 함께 공부하는 상대로 뽑혔지만 나 같은 꼬맹이가 이 멋있는 중학생의 공부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후회하고 있었는데...

"'세월은 흘러간다'잖아. 힘들어 도망치고 싶을 때도 그저 그곳에 가만히 남아 있으면 '세월은 흘러간다'니까 언제까지나 힘이 드는 건 아니란다!" - page 29

그리하여 국민학교를 마칠 때쯤에는 매일 '본동네'에 올라가 기이 형과 함께 공부를 하는 습관이 붙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도쿄로 나갔었고 불문학과에 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K는 그때까지 기이 형과는 연락 없이 지냈었습니다.

(기이 형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기에...)

그러다 대학신문에 발표한 소설을 계기로 문예 잡지에 소설을 쓰게 된 K가 그 처음 시기에 기이 형에게서 몇 가지 비평이 담긴 편지를 받음으로써 그와 참다운 교제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오랜 기간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됩니다.

K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영화감독의 딸 오유와 결혼, 큰 아들이 머리에 장애를 지닌 아이로 태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 기이 형이 강간살인 혐의자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K, 기이 씨가 어째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나도 납득할 수 있게 써서 소설이 완성되면 한 권 보내 줘요. 그걸 읽어보고 싶으니까."

"내 소설에 그런 힘은 없는 게 아닐까?"

...

"K가 열심히 소설을 쓴다면 그걸로 기이 씨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되리라고 생각하는데요! 기이 씨와 K는 아직 아이였을 때부터 몸도 마음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 page 555 ~ 556

십 년이 넘는 세월을 옥중에서 보내고 난 뒤

"맞아. 성서에 입각해서 읽는 것, 말하자면 단테의 예정론에 관한 연구 같은 거 말야. 그 세밀한 지도를 따라가며 읽어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사후라고 할까 초월적 세계라고 할까 어쨌든 현세가 아닌 곳에서의 편력을 생각하려면 내 눈으로 확실히 본 현실의 땅이라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 내 경우엔 골짜기와 '본동네' 숲 자체는 잘 알고 있지. 독방에서도 재료만 지급된다면 상자 모형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어.

하지만 거기에서 벗어나면 정말로 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저쪽에서 나오기만 하면 적어도 일본 열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는, 그게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봐 둬야지 하고 생각을 했거든. 이번에 실행해 본 거야. 먼저 규슈에서 도쿄로, 그다음에는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하는 식으로 거리와 장소만 본다면 상당한 셈이지. 이걸로 일단은 마친 걸로 하고 이제는 숲속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 page 594

다시 돌아온 고향.

K 역시도 가족들과 고향으로 향했지만 고향엔 제방 공사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되고...

기이 형, 이 그리운 시절 속, 언제까지나 순환하는 시간 속에 사는 우리들을 향하여 나는 몇 통이고 몇 통이고 편지를 쓸 것이다. 이 편지를 비롯한 그 편지들이 당신이 사라진 현세에서 내가 죽을 때까지 써 나갈, 이제부터 할 일이 되리라. - page 683

소설이라지만 사소설의 재해석이라 불리는 이야기.

그렇기에 쉽지 않았던 이야기.

결국 죽음과 재생을 둘러싼 근거지로서의 '시간'의 문제, '장소'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던 이야기.

이야기를 통해 소설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는 것뿐이라는 작가 오에의 결의를 느낄 수 있었던 이 작품.

'그리운 시절', 이제라도 그곳에 돌아가면 젊은 기이 형이 있고 도심의 혼란에 길을 잃기 전의 더 젊은 내가 있는 곳. 가라스야마 복지작업소의 지적 장애가 있는 직공이 아니라 아름다운 지혜로 가득 찬 내 아이 히카리도 있는 그곳. 나는 그 '그리운 시절'을 향하여 편지를 쓴다. - page 177

나에게도 그 시절이 있었을까...

마냥 그립고 그리운 '그리운 시절'...

책을 덮을 때 아련히도 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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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eiss 2024-07-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 괜찮은가요? 어떤 느낌인가요?

페넬로페 2024-07-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느낌으론 그리 부드러운 느낌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