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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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괴'라는 단어에 읽기도 전에 짜증도 나고 찝찝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왜 유괴를,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기대되었습니다.


기억을 잃어도 뛰어난 두뇌 회전은 그대로

천재 소녀의 어설픈 유괴범 하드 캐리


유괴의 날



2019년 8월 21일 수요일.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킬 때, 명준은 결심했다. 며칠이나 미뤄왔던 그 결심은, 사방이 이미 절벽이고 되돌아가고 싶어도 왔던 길이 사라져버려, 반드시 선택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 page 15


그에게는 소아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아픈 딸 '희애'가 있었습니다.

생명 유지 장치로 간신히 목숨은 붙어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아이에게 남은 건 골수 이식뿐.

하지만 밀린 병원비 때문에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몰래 숨어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명준'.

3년 전 일언반구 없이 사라졌던 희애 엄마 '혜은'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그에게 부잣집 딸 '로희'를 유괴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아무리 희애의 수술비를 위한 것이라지만 범죄이기에 안 된다고 거부했지만 로희라는 아이는 가정 내 폭력에 시달리는 가엾은 아이라며 무사히 돌려보낸 후 몰래 신고해주면 아이를 도와주는 셈이라는 혜은의 말에 그만 범행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보세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고 났어? 지금 뭐 하는 거야?

"거, 걱정 마. 어차피 우리가 유괴할 애였어." - page 18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는데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로희.

그리고 명준을 향해 의문스러운 말을 건넵니다.


"아닌데...... 느낌이 확 안 오는데."

"아빠 맞아, 아빠!" - page 24


자신이 아빠라 하고 로희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을 협상하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도저히 상대가 연락을 받지 않아 동태를 살피러 가볼 예정> - page 70


그렇게 로희를 차로 치고, 그대로 싣고 달아났던 그 장소, 로희의 집 앞에 가 보니 어수선했습니다.

아니,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집 앞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무...... 무슨 일이래요?"

명준이 물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답을 듣기 위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젊은 여자가 대답하는 것이 보였다.

"살인사건이라는데요. 아까부터 경찰들 들어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 page 73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부부.

경찰이 살인범과 유괴범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초조한 명준에게 천재 소녀라 불리던 로희로부터 명준의 어설픈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하는데...


계획은 틀어졌지만 누군가 명준의 딸 희애의 밀린 병원비와 수술비를 지불해주었고 더 이상 로희를 붙잡을 명목이 없기에 돌려보내려던 찰나,


"애 알레르기 때문에 왔답니다."

상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괴범이 알레르기 때문에 애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상윤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범인이 혹시 모자란 놈인가?" - page 160


그렇게 덜미가 잡히면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로희의 부모를 살해한 자는 누구인지...

그 끝엔 반전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천재 소녀라 불리던 재희.

알고 보니 이 아이는...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고 싶어 했어요. 어떻게든 할아버지의 연구를 완성시키려고 했죠. 피가 다르니까, 더 집착했던 것 같아요. 아줌마를 보나, 우리 아버지를 보나, 인간의 집착이란 참 무서워요. 그죠?" - page 406


이런 인간에게 '부모'라는 자격을 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니 동물로도 불릴 수 없는 쓰레기.

어쩜 이럴 수 있을까! 하고 비난하려고 보니 우리의 뉴스에서도 아이를 학대 심지어 살인까지한 인간들이 있기에 이 불쾌함과 짜증과 답답함이...

하아...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건 그래도 아이인 로희가 혼자가 되어 다시 자신의 집에 남겨졌을 때의 그 울음이, 울부짖음이 미어지게 아팠습니다.


가슴이 울컥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로희는 자신의 눈에서 왜 이런 것이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손을 들어 젖은 뺨을 만졌다. 그러고는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젖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제야 정말 혼자라는 것이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흑흑......"

시작은 작은 흐느낌이었다. 그것은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는 먼 곳의 허리케인처럼 아이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울음은 점점 오열로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작은 짐승의 울부짖음이 그 방 안을 맴돌았다.

아이는 혼자였다. 아이에게 남은 것은 작은 손으로 안고 있는 상자 하나뿐이었다. - page 367


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가...

정말 어른인 내가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마냥 어둡지만은 않아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작가가 보여준 그 희망의 빛이 그동안의 어둠을 조금씩 몰아내줄 것을 믿기에 책장을 덮을 때 약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란, '자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짚어주었던 이 소설.

가정의 달을 맞이하기 전 저도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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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가정의 달 맞춤 책인가요 페넬로페님 ㅎㅎ 저도 찜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