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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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은 세 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필요한 만큼 낯설어서 신선하고

기대한 만큼 낯익어서 반가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감성 노트.

다시 마주해 봅니다.

글에 취해본 적 있나요?

무라카미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보세요.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런 일상

예쁘고 못나고 길고 짧고를 넘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해피 라이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전세계 45개 이상의 언어로 50개 이상의 나라에서 함께 읽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2012년 3월 26일자를 끝으로 막을 내린 전설의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세번째 단행본이자 최종판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지 10년이 넘었던지라 다시 마주했을 때 도통 떠오르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새삼 그때가 떠올랐었습니다.

그때 크게 공감하지 않았던 그의 글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니 그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섬세하고도 야릇함,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던...?!

아무튼 다시 읽기를 잘했다 여겨졌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뜬금없었습니다.

사자가 샐러드를?

왜?

그 이유가 책 속에 있었습니다.

다만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선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서, 그것이 내게는 약간 문제다.

물론 생각났을 때 바로 메모해두면 좋겠지만, 졸리기도 하고(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베갯머리에 필기구 같은 건 두지 않기 때문에, 아, 됐어, 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무얼 쓸 생각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다. - page 12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꿈속에서 교향곡을 하나 작곡하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 1악장 세부까지 고스란히 기억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베를리오즈의 아내는 큰 병을 앓고 있어 막대한 돈이 필요했고 교향곡으론 돈을 벌 수 없기에 할 수 없이 교향곡을 잊어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음악은 그의 곁을 떠났다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처럼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까맣게 잊어버리는 편이, 잊히지 않는 것을 억지로 잊으려 하는 것보다 정신건강상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자꾸 잊어버려도 좋다는 건 물론 아니지만. - page 15

무엇보다 그에게서 '인생'에 대하여, '삶'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었습니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 page 63

나이 먹는 것을 여러 가지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뭔가 좀 건방진 소리 같지만. - page 115

인생에는 분명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열심히 사용해볼 시기가 필요하다. 설령 당시는 노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 page 171

이야, 그 토마토 정말로 맛있더군요. 물론 한창 더울 때라 목이 말랐던 탓도 있겠지만 자연의 향, 충분한 수분감, 아삭한 식감, 아름다운 색, 어느 것도 내 생애 최고의 토마토였다. 태양의 냄새가 심지까지 아낌없이 배어 있었다.

그러나 그 맛 이상으로 내 속에 '좋은 토마토'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저씨가 자신이 키운 토마토에 긍지를 갖고, 그 신선한 성과를 나-새까맣게 그을린 대갈장군에 지저분한 차림을 한 변변치 못한 대학 2학년생-와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준 것이었다. 뙤약볕 아래를 걸으면서 그 토마토를 우적우적 통째 먹으니, '세상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네' 하는 실감이 들었다. - page 214 ~ 215

이렇게 쭈욱 쓰다 보니 그의 다른 책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

그런 시선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다시 역으로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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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8-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책이나 글은 우선 제목부터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