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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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건네는 위로.

저 역시도 느껴봐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 많이 공감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싱그런 초록이 가득한 요즘.

이 책과 함께 초록을 보며 나무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려 합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사람이 된다는 것"

​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에서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식물을 좋아했던 이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감정 그 느낌을 저자가 글로 써 주어서 비로소 깨우치게 되었음을...

​

돌아보면 많은 순간, 뜻밖의 존재에 힘을 얻고

용기를 찾았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혼자 견디고 있는 듯하지만,

혼자이기만 한순간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무 상관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조차

위로를 받으며 힘든 날들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친 마음을 기댈 곳을 찾는 우리에게

분명 식물이 말을 건네는 순간은 찾아올 것입니다.

우울한 하루에 초록을 드리워주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날들이

그렇게 우울을 씻고, 따라서 웃어보는 날들이. - page 6

​

늘 푸른 초록의 계절과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 속에서

깊어지는 나무와 지금의 모습으로 이겨내는 초록을,

눈부시게 시작하는 나무와 조금씩 나아지는 초록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초록을 헤아리며 다정히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저에게도 다정한 위로로 다가왔었습니다.

​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물 킬러'이기에 그저 바라만 보는 나.

저자의 모습을 보니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나는 손으로 알아가는 일에 꽤 의미를 두는 편이다. 지금까지의 일들로 미루어보아도 손으로 알게 된 것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알게 되면 좋아할 수 있다. 몰라서 갖게 되는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들이 사라져 마음이 잔잔해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좋아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지우려면 그 시간을 겪으며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식 같은 것 말고, 남들이 알려주는 것 말고, 눈으로 판단하는 것도 말고, 손을 물들이면서 말이다. - page 56

​



​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야 함을.

그래야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음을.

아니, 어쩌면 식물을 돌보며 나를 돌보게 되는 것을 보니 그동안은 나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어쨌든, 어디까지가 사실이든, 내가 처음 돌본 초록에 정성을 쏟았고, 그로 인해 기뻤다는 것만은 사실이라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자주 무기력해지지만 그래도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지금 초록을 돌보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내 삶의 토대가 되었다고. - page 128

​

예전에 '잡초'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미국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와도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 '잡초'이지 않은가!

​



어떤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가 저에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

"사실은 이번 겨울을 몹시 기다리고 있어."

마당에 있다 돌아간 초록들이, 잎들이 보낼 시간을 들려준다. 나무들 안에 이미 빼곡히 자리하고 있을 꽃눈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직은 뿌리가 단단하지 못해 여름에 힘겨워했던, 그래서 겨울이 꼭 필요한 수국 얘기도 전해준다. 그러고도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또 있을 것이다. 아, 아직은 몹시도 초라한 내 언어 나무도 겨울이 필요하다.

나무는 초록을 잃은 뒤 이제 깊어질 것이다. 나는 거실의 초록들과 서로를 지키며 돌아간 잎들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겠지.

때마침 빛이 들어온다. 우린 또다시 함께 해를 쬐며 마주 보고 웃는다. 잃고 지키면서 가을을 보낸다. 다시 겨울이다. 아니, 새로운 겨울이다. - page 217 ~ 218

​

잎이 져야 또다시 새 잎이 피듯이 '오늘'에 눈부셨던 오후와 막막한 저녁이 공존하듯이 그렇게 좋은 일만 또는 그렇지 않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기에 더 잎이, 꽃이, 초록이 빛나는 것이 아닐까!

식물이 일러주는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저자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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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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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미래의 지적 경쟁력이 될 것이고,

이 책은 복잡한 시대에 당신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 故 이어령 교수 추천사


우리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한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후안 엔리케스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우리는 윤리를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대상으로 여기지만 규칙은 변하고 영원한 진리는 없다는 것을.

이제부터 옳음과 그름,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적 무기를 차근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점점 뜨거워지는 걸까?

윤리적 변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금,

가장 논쟁적인 주제, 그래서 더욱 지적인 대화들


『무엇이 옳은가』



변화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 시대에 옳고 그름의 핵심적 발상들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비윤리적인 것들이 지금은 상식이 되고...

혼란스러움 속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저자는 다양한 논쟁들을 풀어놓고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를 생각하고 토론하게끔 하였습니다.

'옳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해답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 page 22


첫 장부터 솔직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낙태, 줄기세포, 생식 옵션, 진화, LGBTQIA(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애자, 무성애자 의 첫 글자를 딴 표현으로 '성소수자'를 뜻한다.) 등과 같은 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니 기술 분야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근본적 규범에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학은 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흔들어대고, 기술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여러 선택권을 제시하였음을, 그것도 빠르게 말입니다.

그야말로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나의 옳음이 야만이 되는 순간


을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은 장차 우리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윤리적 행동과 비윤리적 행동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우리의 발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우리 사회는 향후 더 개방적이고 너그러운 사회가 될까, 아니면 더 엄격한 도덕적 판단이 지배하는 구속적인 사회가 될까?

이에 대한 답은 미래 세대가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을 분석하고 판단함으로써 우리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미래 세대의 판단이, 

과거 세대를 재단하는 우리의 판단보다 덜 가혹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 page 225


읽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옳은 것이지?

무엇이든 그 답을 찾고자 했기에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하나의 답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옳다'거나 '그르다'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전 


나는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의 견해에 반박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자기 신념이라는 맥락 속에서 우아하고 알맞게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 page 307


이렇게 전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봄으로써 한층 더 이해심과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세상을 바라보는 눈.

명확하게는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 확장된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끊임없이 되묻게 되었습니다.


"You are right.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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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화두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도움이 되는 책같아요 페넬로페님 ~
 
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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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 노사연의 <만남> 중


이렇게 누군가와 만남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만남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만나려 하는 걸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 '만남'에 대해 한번 고찰해보려 합니다.


사르트르, 피카소, 안나 카레니나, 알랭 바디우...

철학과 예술과 문학을 넘나들며 풀어낸

만남에 대한 섬세한 탐구


『만남이라는 모험』 


 

만남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태도가 빚어낸 산물이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 우연은 만남을 유도하는 역할만 할 뿐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만남을 성사시키려면 

만남의 역학과 만남의 위력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행동과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자신의 결점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프랑스어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명사 '라 랑콩트르'는 옛 프랑스어 '앙콩트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것이다. 본래 '앙콩트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의미에서 유래한 '만남'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뜻한다. 두 사람은 접촉을 시작하고 서로 충동한 후, 곧이어 자기들의 삶의 궤적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 page 17


물론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로 타인과 마주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엔 '만남'이 존재하지 않고 '마주침'만 존재한다는, 그렇기에 진정한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 나의 방어벽에 균열이 생길 때

알아보다 : 우연이 운명처럼 나타날 때

궁금하다 : 당신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갈망이 생길 때

함께 이루다 : 타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차이를 경험하다 : 내가 당신의 타자성을 경험하게 될 때

변화하다 : 타인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줄 때

책임감을 느끼다 : 타인이 나의 도덕성을 일깨울 때

살아있다 : 타인이 내 삶을 구원할 때


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만남'에 대한 사르트르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자기 세계에서 더 이상 '중심'에 있지 못한다는 사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흥분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물을 보는 나의 습관적인 방식에서 빠져나오는 것이기에 당황스럽고, 내가 결국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기에 흥분된다. 나는 내 시선과 다른 관점을 지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르트르는 타자성이 몰고오는 이 괴로운 경험을 규정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이 나의 세계를 훔친다." 이 경험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반드시 뒤따른다. 타자성에 대한 이런 발견은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age 71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자성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 타자성의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만남이란 이렇게도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니...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나타낸 문장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남을 통해 경험한 '진정한 인생'.

이 세상에서 타인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것, 타자성이 지닌 신비로움을 밝히고자 하는 갈증,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려는 갈증 속에 진정한 인생이 놓여 있고 이를 향한 모험이 '만남'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만남'의 의미와 위력이 이토록 찬란한 인문학적 사유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도 놀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만남에 대해, '참된 만남'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참된 만남은 나를 만나는 것임에, 만남이라는 모험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임을, 그래서 앞으론 나에게로의 '만남'을 자주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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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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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기관사'

저에겐 조금 낯선 직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며...


세상에 발 딛고 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다와 저마다의 항해가 있는 거니까.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바다만 보여주면 새근새근 잠들던 아기.

"역시 육지 것들은 모르는 바다의 맛을 아네!"

그런 아기가 자라서 1년 내내 바다 위에서 일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바로 선박 기관사 '전소현'.


이름보다 '전교 1등'이라고 불리던 그녀는 '의대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졸업생 대부분이 의대로 진학하는 상산고에 들어갔지만 성적이 전교 꼴찌에 가까운 점수가 나오게 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떨어진 자존감으로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던 그녀.

의대를 못 가게 된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

아빠가 한 가지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첫째, 소현의 멘탈이 재수의 중압감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못했다.

둘째, 기약 없는 재수 생활을 뒷받침하기엔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셋째, 한국해양대학교는 본인만 잘하면 졸업 후 취업이 비교적 보장돼 있었다.

넷째, 이과적인 성향과 잘 맞았다.


그리고 이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꿔놓게 됩니다.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들어왔지만 선택한 전공 수업들이 신기할 정도로 적성에 잘 맞았고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된 이 생활에 더없이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된 그녀..


멀리 돌아왔고 그 과정은 지난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무난하게 의대에 진학했다면 몰랐을 세상, 무한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에 서니 가슴이 벅찼다.

이렇게 괜찮은 삶도 있구나.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은 아니구나.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은 아니구나. 의대가 SKY를 나오지 않아도 세상에는 꿈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구나!


바다 위에도 길은 있었다. - page 48 ~ 49


솔직히 저도 선박 기관사라는 직업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배 고치는 일이야?"

"기관사면 배 운전은 할 줄 알아?"

"배가 고장 안 나면 뭐 해?"


선박 기관사는 의사와도 같았습니다.

의사가 담당 환자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처방하고 치료법을 연구하듯 기관사도 담당 기계가 아프면 계속 손을 봐주고 기계를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였습니다.

배의 생명과도 같은 '엔진'과 각종 기계를 다루는 선박 기관사.




1년 365일 40도를 넘나드는 선박의 기관실.

기계가 많은 곳이니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매우 심하게 24시간 지속되는 곳.

24시간 대기조의 생활이고 심각한 기기결함이 생기면 밤새워 일하기도 하고, 기계를 정비한다는 것이 정한 시간 내에 딱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퇴근 시간을 수시로 넘김.

30명 중 29명이 남자인 세상.

그럼에도 그녀는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도 안타까웠던 건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피해 갈 수 없는 마법의 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얼마나 고되면...


"소현아, 생리대는 6개월치 넉넉히 들고 가. 근데 어차피 생리 별로 안 할걸?"


처음 실습 가기 전 선배 언니들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땐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데 승선이 길어지니 여자 동기들은 하나같이 생리가 거의 끊겼다고 했다. 사람이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법인데, 배의 생활이 육지와는 완전히 다르고 일의 강도가 세서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걱정이 돼서 처음 배 탈 때는 피임약을 먹고 억지로 생리를 하곤 했었다. 다행히 약간 불규칙해진 것 빼고는 크게 이상은 없어서 이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해도 문제, 안 하면 더 문제인 생리를 배에서는 지혜롭게 안고 가야 한다. 선박 기관사, 특히 여성 선박 기관사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 page 184 ~ 185


어려서부터 양 어깨에 얹어진 장녀라는 책임감.

힘겨웠던 고교 시절.

생각지도 못했던 해양대 입학.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승선 생활.

그럼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이야기는 풍랑을 만나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에게 용기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 page 294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그녀의 발걸음에 저도 응원의 박수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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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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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재활용 분리수거를 할 때 깨끗이 씻고 최대한 분리해서 배출하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뭔가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난 무엇을 한 것일까...

환경을 위해 작게나마 동참했던 나에게 경종을 울려준 이 책.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내가 재활용 수거함에 넣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베트남 농민의 집 마당에 쌓이고 있다

재활용, 친환경 로고가 가리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비닐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비닐은 분리 배출하였고 왠만해서는 장바구니를 가방에 챙겨다녔습니다.

플라스틱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로 인해, 배달음식으로 인해 생기기에 최대한 깨끗이 씻어서 버리고는 환경을 위해 나도 실천을 하며 살아간다며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었는데...

그리고 재활용 수거함에 잘 넣었으니 이젠 재활용되겠지...

했건만!!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될까? 특히 애써서 종류별로 나누어 분리배출까지 한 재활용 쓰레기들은? 쓰레기를 버리면 일단 내 눈앞에서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 문제의 끝이 아니다. 출발점일 뿐이다. '쓰레기의 길'은 무척이나 길고 복잡하다. _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작가)




내 손에서, 내 눈에서 떠났지만 그 순간부터 시작된 쓰레기의 길은 '플라스틱 마을'로 불리는 베트남의 민 카이 마을에서부터였습니다.

컨테이너에 담긴 천 톤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해체되고 수공업 공장에서 가공되는 이곳.


"이것들이 바로 당신네 나라에서 왔다는 거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나와 대화를 시작한 김에, 플라스틱 필름을 가득 담아 굽은 길 위로 위태롭게 끌고 가던 수레를 옆에 두고는 농다 반, 진담 반으로 내 연구 주제를 '프랑스-베트남 재활용 쓰레기 무역'으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 page 35 ~ 36


더러운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열악한 시설의 재활용 공장으로 이동해 세척 후 열가소성 폴리머와 섞여 녹는 등의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알갱이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은 다시 '깨끗한' 플라스틱 봉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사출이나 팽창 과정을 통해 다시 플라스틱 봉투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렇게 더러운 봉투가 깨끗한 봉지로 바뀌면서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인 것이다. - page 73


플라스틱이 친환경 제품이나 분해가 되는 새로운 제품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남는다는 사실.

이는 결국 


플라스틱이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면 혹자가 '인류세'라 부르는, 즉 지구 생태계의 인간 발자국을 정의하는 미시, 중시, 거시적인 모든 측면에서 그 흔적을 남긴다. 빙하 코어부터 도심 나뭇가지에서 펄럭대는 비닐봉투를 거쳐 대양에 생겨난 플라스틱 섬까지, 플라스틱은 여기저기로 비집고 들어와 지금까지 끄떡없이 보였던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 page 125


그야말로 '플라스틱 좀비'가 아닌가!


'재활용 로고'에 가려진 그 의미가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겪고 기록한 경험들은 이 순환과는 정반대였다. 전망도 없고 탈출할 곳도 없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극단적 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쓰레기통의 비닐봉투를 모으는 베트남 여성 농민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있겠는가? - page 130


개미가 끝없이 이동하는 뫼비우스 띠를 표현한 작품과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는 이 재활용 로고.

이제는 이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였습니다.


'재활용'이라는 신화 속에 그려진 실체는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와, 속았다!'보다 나의 무지에 또다시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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