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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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노사연의 <만남> 중


이렇게 누군가와 만남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만남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만나려 하는 걸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 '만남'에 대해 한번 고찰해보려 합니다.


사르트르, 피카소, 안나 카레니나, 알랭 바디우...

철학과 예술과 문학을 넘나들며 풀어낸

만남에 대한 섬세한 탐구


만남이라는 모험』 


 

만남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태도가 빚어낸 산물이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 우연은 만남을 유도하는 역할만 할 뿐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만남을 성사시키려면 

만남의 역학과 만남의 위력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행동과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자신의 결점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프랑스어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명사 '라 랑콩트르'는 옛 프랑스어 '앙콩트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것이다. 본래 '앙콩트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의미에서 유래한 '만남'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뜻한다. 두 사람은 접촉을 시작하고 서로 충동한 후, 곧이어 자기들의 삶의 궤적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 page 17


물론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로 타인과 마주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엔 '만남'이 존재하지 않고 '마주침'만 존재한다는, 그렇기에 진정한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 나의 방어벽에 균열이 생길 때

알아보다 : 우연이 운명처럼 나타날 때

궁금하다 : 당신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갈망이 생길 때

함께 이루다 : 타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차이를 경험하다 : 내가 당신의 타자성을 경험하게 될 때

변화하다 : 타인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줄 때

책임감을 느끼다 : 타인이 나의 도덕성을 일깨울 때

살아있다 : 타인이 내 삶을 구원할 때


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만남'에 대한 사르트르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자기 세계에서 더 이상 '중심'에 있지 못한다는 사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흥분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물을 보는 나의 습관적인 방식에서 빠져나오는 것이기에 당황스럽고, 내가 결국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기에 흥분된다. 나는 내 시선과 다른 관점을 지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르트르는 타자성이 몰고오는 이 괴로운 경험을 규정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이 나의 세계를 훔친다." 이 경험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반드시 뒤따른다. 타자성에 대한 이런 발견은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age 71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자성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 타자성의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만남이란 이렇게도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니...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나타낸 문장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남을 통해 경험한 '진정한 인생'.

이 세상에서 타인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것, 타자성이 지닌 신비로움을 밝히고자 하는 갈증,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려는 갈증 속에 진정한 인생이 놓여 있고 이를 향한 모험이 '만남'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만남'의 의미와 위력이 이토록 찬란한 인문학적 사유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도 놀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만남에 대해, '참된 만남'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참된 만남은 나를 만나는 것임에, 만남이라는 모험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임을, 그래서 앞으론 나에게로의 '만남'을 자주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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