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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나름 재활용 분리수거를 할 때 깨끗이 씻고 최대한 분리해서 배출하는데...
이 책을 보자마자 뭔가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난 무엇을 한 것일까...
환경을 위해 작게나마 동참했던 나에게 경종을 울려준 이 책.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내가 재활용 수거함에 넣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베트남 농민의 집 마당에 쌓이고 있다
재활용, 친환경 로고가 가리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비닐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비닐은 분리 배출하였고 왠만해서는 장바구니를 가방에 챙겨다녔습니다.
플라스틱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료로 인해, 배달음식으로 인해 생기기에 최대한 깨끗이 씻어서 버리고는 환경을 위해 나도 실천을 하며 살아간다며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었는데...
그리고 재활용 수거함에 잘 넣었으니 이젠 재활용되겠지...
했건만!!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될까? 특히 애써서 종류별로 나누어 분리배출까지 한 재활용 쓰레기들은? 쓰레기를 버리면 일단 내 눈앞에서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 문제의 끝이 아니다. 출발점일 뿐이다. '쓰레기의 길'은 무척이나 길고 복잡하다. _장성익(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작가)

내 손에서, 내 눈에서 떠났지만 그 순간부터 시작된 쓰레기의 길은 '플라스틱 마을'로 불리는 베트남의 민 카이 마을에서부터였습니다.
컨테이너에 담긴 천 톤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해체되고 수공업 공장에서 가공되는 이곳.
"이것들이 바로 당신네 나라에서 왔다는 거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나와 대화를 시작한 김에, 플라스틱 필름을 가득 담아 굽은 길 위로 위태롭게 끌고 가던 수레를 옆에 두고는 농다 반, 진담 반으로 내 연구 주제를 '프랑스-베트남 재활용 쓰레기 무역'으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 page 35 ~ 36
더러운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열악한 시설의 재활용 공장으로 이동해 세척 후 열가소성 폴리머와 섞여 녹는 등의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알갱이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은 다시 '깨끗한' 플라스틱 봉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사출이나 팽창 과정을 통해 다시 플라스틱 봉투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렇게 더러운 봉투가 깨끗한 봉지로 바뀌면서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인 것이다. - page 73
플라스틱이 친환경 제품이나 분해가 되는 새로운 제품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남는다는 사실.
이는 결국
플라스틱이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면 혹자가 '인류세'라 부르는, 즉 지구 생태계의 인간 발자국을 정의하는 미시, 중시, 거시적인 모든 측면에서 그 흔적을 남긴다. 빙하 코어부터 도심 나뭇가지에서 펄럭대는 비닐봉투를 거쳐 대양에 생겨난 플라스틱 섬까지, 플라스틱은 여기저기로 비집고 들어와 지금까지 끄떡없이 보였던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 page 125
그야말로 '플라스틱 좀비'가 아닌가!
'재활용 로고'에 가려진 그 의미가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겪고 기록한 경험들은 이 순환과는 정반대였다. 전망도 없고 탈출할 곳도 없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극단적 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쓰레기통의 비닐봉투를 모으는 베트남 여성 농민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있겠는가? - page 130
개미가 끝없이 이동하는 뫼비우스 띠를 표현한 작품과 비슷한 성질을 띠고 있는 이 재활용 로고.
이제는 이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였습니다.
'재활용'이라는 신화 속에 그려진 실체는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이 내포되어 있었습니다.
'와, 속았다!'보다 나의 무지에 또다시 반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재활용보다 '재사용'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