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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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기관사'

저에겐 조금 낯선 직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며...


세상에 발 딛고 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다와 저마다의 항해가 있는 거니까.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바다만 보여주면 새근새근 잠들던 아기.

"역시 육지 것들은 모르는 바다의 맛을 아네!"

그런 아기가 자라서 1년 내내 바다 위에서 일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바로 선박 기관사 '전소현'.


이름보다 '전교 1등'이라고 불리던 그녀는 '의대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졸업생 대부분이 의대로 진학하는 상산고에 들어갔지만 성적이 전교 꼴찌에 가까운 점수가 나오게 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떨어진 자존감으로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던 그녀.

의대를 못 가게 된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

아빠가 한 가지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첫째, 소현의 멘탈이 재수의 중압감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못했다.

둘째, 기약 없는 재수 생활을 뒷받침하기엔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

셋째, 한국해양대학교는 본인만 잘하면 졸업 후 취업이 비교적 보장돼 있었다.

넷째, 이과적인 성향과 잘 맞았다.


그리고 이 선택이 모든 것을 바꿔놓게 됩니다.


뭘 배우는지도 모르고 들어왔지만 선택한 전공 수업들이 신기할 정도로 적성에 잘 맞았고 스트레스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된 이 생활에 더없이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된 그녀..


멀리 돌아왔고 그 과정은 지난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무난하게 의대에 진학했다면 몰랐을 세상, 무한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에 서니 가슴이 벅찼다.

이렇게 괜찮은 삶도 있구나.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은 아니구나.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은 아니구나. 의대가 SKY를 나오지 않아도 세상에는 꿈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구나!


바다 위에도 길은 있었다. - page 48 ~ 49


솔직히 저도 선박 기관사라는 직업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배 고치는 일이야?"

"기관사면 배 운전은 할 줄 알아?"

"배가 고장 안 나면 뭐 해?"


선박 기관사는 의사와도 같았습니다.

의사가 담당 환자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처방하고 치료법을 연구하듯 기관사도 담당 기계가 아프면 계속 손을 봐주고 기계를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였습니다.

배의 생명과도 같은 '엔진'과 각종 기계를 다루는 선박 기관사.




1년 365일 40도를 넘나드는 선박의 기관실.

기계가 많은 곳이니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매우 심하게 24시간 지속되는 곳.

24시간 대기조의 생활이고 심각한 기기결함이 생기면 밤새워 일하기도 하고, 기계를 정비한다는 것이 정한 시간 내에 딱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퇴근 시간을 수시로 넘김.

30명 중 29명이 남자인 세상.

그럼에도 그녀는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습니다.


그래도 안타까웠던 건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피해 갈 수 없는 마법의 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얼마나 고되면...


"소현아, 생리대는 6개월치 넉넉히 들고 가. 근데 어차피 생리 별로 안 할걸?"


처음 실습 가기 전 선배 언니들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땐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런데 승선이 길어지니 여자 동기들은 하나같이 생리가 거의 끊겼다고 했다. 사람이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법인데, 배의 생활이 육지와는 완전히 다르고 일의 강도가 세서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걱정이 돼서 처음 배 탈 때는 피임약을 먹고 억지로 생리를 하곤 했었다. 다행히 약간 불규칙해진 것 빼고는 크게 이상은 없어서 이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해도 문제, 안 하면 더 문제인 생리를 배에서는 지혜롭게 안고 가야 한다. 선박 기관사, 특히 여성 선박 기관사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 page 184 ~ 185


어려서부터 양 어깨에 얹어진 장녀라는 책임감.

힘겨웠던 고교 시절.

생각지도 못했던 해양대 입학.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승선 생활.

그럼에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이야기는 풍랑을 만나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에게 용기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 page 294


세상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그녀의 발걸음에 저도 응원의 박수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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