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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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건네는 위로.

저 역시도 느껴봐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 많이 공감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싱그런 초록이 가득한 요즘.

이 책과 함께 초록을 보며 나무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려 합니다.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사람이 된다는 것"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에서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식물을 좋아했던 이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감정 그 느낌을 저자가 글로 써 주어서 비로소 깨우치게 되었음을...

돌아보면 많은 순간, 뜻밖의 존재에 힘을 얻고

용기를 찾았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혼자 견디고 있는 듯하지만,

혼자이기만 한순간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무 상관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조차

위로를 받으며 힘든 날들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친 마음을 기댈 곳을 찾는 우리에게

분명 식물이 말을 건네는 순간은 찾아올 것입니다.

우울한 하루에 초록을 드리워주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날들이

그렇게 우울을 씻고, 따라서 웃어보는 날들이. - page 6

늘 푸른 초록의 계절과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 속에서

깊어지는 나무와 지금의 모습으로 이겨내는 초록을,

눈부시게 시작하는 나무와 조금씩 나아지는 초록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초록을 헤아리며 다정히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저에게도 다정한 위로로 다가왔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물 킬러'이기에 그저 바라만 보는 나.

저자의 모습을 보니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손으로 알아가는 일에 꽤 의미를 두는 편이다. 지금까지의 일들로 미루어보아도 손으로 알게 된 것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알게 되면 좋아할 수 있다. 몰라서 갖게 되는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들이 사라져 마음이 잔잔해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좋아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지우려면 그 시간을 겪으며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식 같은 것 말고, 남들이 알려주는 것 말고, 눈으로 판단하는 것도 말고, 손을 물들이면서 말이다. - page 56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야 함을.

그래야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음을.

아니, 어쩌면 식물을 돌보며 나를 돌보게 되는 것을 보니 그동안은 나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어디까지가 사실이든, 내가 처음 돌본 초록에 정성을 쏟았고, 그로 인해 기뻤다는 것만은 사실이라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자주 무기력해지지만 그래도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지금 초록을 돌보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내 삶의 토대가 되었다고. - page 128

예전에 '잡초'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미국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와도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 '잡초'이지 않은가!



어떤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가 저에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실은 이번 겨울을 몹시 기다리고 있어."

마당에 있다 돌아간 초록들이, 잎들이 보낼 시간을 들려준다. 나무들 안에 이미 빼곡히 자리하고 있을 꽃눈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직은 뿌리가 단단하지 못해 여름에 힘겨워했던, 그래서 겨울이 꼭 필요한 수국 얘기도 전해준다. 그러고도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또 있을 것이다. 아, 아직은 몹시도 초라한 내 언어 나무도 겨울이 필요하다.

나무는 초록을 잃은 뒤 이제 깊어질 것이다. 나는 거실의 초록들과 서로를 지키며 돌아간 잎들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겠지.

때마침 빛이 들어온다. 우린 또다시 함께 해를 쬐며 마주 보고 웃는다. 잃고 지키면서 가을을 보낸다. 다시 겨울이다. 아니, 새로운 겨울이다. - page 217 ~ 218

잎이 져야 또다시 새 잎이 피듯이 '오늘'에 눈부셨던 오후와 막막한 저녁이 공존하듯이 그렇게 좋은 일만 또는 그렇지 않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기에 더 잎이, 꽃이, 초록이 빛나는 것이 아닐까!

식물이 일러주는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저자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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