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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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찾아가 본 지가...

아이 낳고 이러저러하다 코로나까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기다 보니 아늑해졌습니다.

 

그러다 이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개글에 끌렸음에...

 

그림책 속에서 열리는 나만을 위한 작은 전시회

크빈트 부흐홀츠가 초대한 '단 한 명의 관람객'은 바로 당신!

 

아마 누구라도 이 소개글을 본다면 이끌리지 않을까!

나 혼자만을 위한 전시회라니!

설레는 마음 안고 전시회 문을 열어봅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섬세한 그림들로 널리 사랑받아 온 화가 '크빈트 부흐홀츠'

그가 그림책 속에 작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순간 수집가

 

 

구닥다리 철테 안경을 쓰고 조금 뚱뚱한 편이어서 학교 애들로부터 곧잘 놀림을 받는 '나'.

그런 나에게 다정하게 '예술가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막스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어느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3월.

막스 아저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의 5층으로 이사를 옵니다.

책상과 의사 몇 개, 조립식 책장에서 떨어져 나온 널빤지들, 화분들, 오래되어서 낡은 지구의, 이젤, 진한 자주색 벨벳으로 감싼 소파 등.

이삿짐을 옮기며 그는 그해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5층에 살게 됩니다.

 

나는 거의 매일같이 그 막스 아저씨네 문 앞까지 가서는 가만히 손잡이를 잡고 돌립니다.

문이 잠겨 있지 않으면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였기에 오후엔 거의 아저씨의 화실에 가 머물렀습니다.

 

아저씨는 완성된 그림들을 한쪽 벽에다 주르르 기대어 놓았습니다.

뒷면이 겉으로 보이게 기대어 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림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막스 아저씨는 이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내야 해.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 주면 안 돼.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가끔 먼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 막스 아저씨.

여행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지만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면 굉장히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그.

그리고 화실 벽에 줄지어 있는 그림들.

 

일 년이 넘고 선선한 어느 날 아침, 막스 아저씨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그림들 앞에 놓인 메모.

그렇게 아저씨가 마련해 놓은 전시장 한가운데에 나는 서 있게 됩니다.

 

 

막스 아저씨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깨닫게 됩니다.

 

나는 왜 막스 아저씨가 자신이 이곳에 없는 동안 그 그림들을 보게 했는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화실에서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하나 둘 답을 찾아가길 바랐던 것입니다.

 

막스 아저씨와 나는 다시 부두에 서 있게 됩니다.

 

"예술가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멀어져 가는 막스 아저씨를 향해 오랫동안 손을 흔들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막스 아저씨한테서 소포가 왔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이 찡한 감정은...

우리가 그림을 보는 이유이지 않을까...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순간을 수집한다는 막스 아저씨.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때 그의 화실엔 어떤 그림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그림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남겨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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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심는 사람들> 삽화가이신 분 맞지요 ~~ 그림이 참 좋아요. 느낌있고.

페넬로페 2021-11-1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역시 잘 아시네요!
 
이상하게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의 비밀
혼다 고이치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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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니, 꼭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돈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책 제목처럼 돈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단돈 만 원을 쓰더라도 '우아하게' 소비하라!"

항상 아끼는데 쪼들리는 사람

쓸 때는 쓰면서도 여유 있는 사람

둘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상하게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의 비밀

 

 

스물여섯 살의,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나'.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도 믿기 어렵겠지만 돈에서부터 말입니다.

그는 스스로 '돈 할배'라 하였습니다.

그럼 돈 할배는 누구인가...?!

 

돈인 것 같으면서도 돈 그 자체는 아닌, 그런 존재라고 합니다.

먼 옛날, 그러니까 돈이 생겨났을 때부터 존재하던 '돈의 집합 의식'이라고 할까.

아무튼, 돈 할배는 모든 돈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하는데...

그런 그가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왜?

'돈에 대한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인간의 전형'으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남 얘기 같지 않은... 이 느낌이랄까...)

 

'그래, 어쩌면 이건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부자가 되는 데 필요한 감정, 의식, 행동이든 뭐든 다 돈 할배에게 배우면 되잖아?' - page 10

 

그렇게 돈 할배의 특별한 과외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돈'이란 무엇인가...

있다가도 사라지는 돈.

저도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새삼 놀랐습니다.

정말 돈이 뭐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여행하는 것, 책과 영화를 보는 것 모두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지. 게다가 돈이 있으면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도와줄 수도 있어. 또 나중에 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 그 애가 하고 싶은 걸 지원해주려면 당연히 돈이 있어야겠지?

물론 돈이 인생의 전부라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돈이 있으면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고, 혹시 모를 불행을 피할 수 있지. - page 21 ~ 22

 

우리의 돈은 행복의 80%를 가져다주고, 불행의 90%를 막아주는 '요술 지팡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돈이란 존재는 물건과 물건의 교환으로부터 '감사와 풍요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쓰는 법'과 '받는 법'에 대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쁘게 돈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돈을 받는 것에도 거부감이 전혀 없어. 게다가 '이 돈은 누군가가 기쁘게 쓴 것'이라고 믿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돈을 받지. - page 56

 

결국

'돈을 쓴다'라는 건 '돈이 사라진다'가 아니라 '돈을 흐르게 한다'라는 것이고, '흘러간 것은 다시 흘러들어온다'라고 믿게 되니까

기쁜 마음으로 돈을 대하고 쓸 것을 돈 할배가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돈의 사용 중 '세금'.

이 세금에 대해 돈 할배는 저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일러주었습니다.

 

이 지구상에는 조금 전에 말한 수도, 도로, 의료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가 엄청나게 많이 있어. 네 월급에서 공제된 돈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지.

...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건 그만큼 더 자기가 사는 나라와 지자체에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거니까. 행복한 부자라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는커녕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내겠지. - page 143 ~ 144

 

세금은 빼앗기는 것이 아닌 모두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을 위해 쓰이는 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배가 아픈 건 아직 부자들의 마인드가 되기 멀었기 때문일까...

반성합니다...

 

돈 할배는 돈복이 생기는 부자 마인드 27가지를 제시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음만 잘 먹으면, 생각만 전환하더라도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왜 그동안 못한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혹시라도 '빈자 마인드'가 된다면 돈 할배의 호통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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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DNA -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앤드루 로버츠 지음, 문수혜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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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하였습니다.

영웅들, 지도자들은 태생부터 다른 건지...

 

저자 '앤드루 로버츠' 교수 역시도 이 질문에서 시작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100명의 사람을 이끌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이 100명, 더 나아가 수만 명,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을 이끌 수 있는 비법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와 실패를 겪은 9명의 군사 지도자의 삶을 추적해가며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시대나

'이것'을 가진 자들이 승리를 쟁취했다!

 

승자의 DNA

 

 

나폴레옹, 처칠, 아이젠하워, 히틀러 등.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과 폭군들의 삶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그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는 평편한 지구 위를 두 발로 딛고 있지만,

누군가는 1000만 명 중 이름 없는 병졸이 되어 무명의 삶을 살아가지만

이들은 1000만 명을 이끄는 지휘관이 되어 역사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처음부터 특출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나약한 모습을 지닌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장애물도 이들이 발견한 '희망' 혹은 '망상'을 무너뜨릴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장애물들은 이들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곤 하였습니다.

 

처칠은 살면서 세 번의 자동차 충돌 사고와 두 번의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으며, 약 10미터 높이의 다리에서 뛰어내린 후 며칠 동안 뇌진탕을 겪기도 했다. 집이 불에 타는 줄도 모르고 하룻밤 내내 침실에 머물기도 했으며, 배를 타다 제네바 호수에 빠져 거의 익사할 뻔하기도 했다. 학생이었을 때는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맸으며, 만성적 심장마비와 네 번의 심각한 폐렴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20세기 유럽 정치인 중에서는 대단히 드물게도, 단 한 번의 암살 시도도 겪지 않았다. 이는 분명 역사의 지독한 농담이다. 처칠은 종종 아내 클레멘타인에게 자신은 너무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생명보험을 들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처칠이 남긴 말 중 자신의 운명을 가장 그럴듯하게 표현한 문장은 이것이다. "행운의 여신은 때로는 가장 심술궂게 얼굴을 찌푸릴 때 가장 휘황찬란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 page 107 ~ 108

 

그렇게 해서 처칠의 이 한 마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운명에 맞서지 마라,

운명을 지배하라."

 

이처럼 이들은 각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역사의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승자의 DNA 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몰입    "승리할 미래를 통째로 외워라"

신념    "더 굳세게 믿는 자가 이긴다"

언어    "모든 위대한 존재는 문학가다"

근성    "단 한 대도 얻어맞지 마라"

겸손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다"

책임감 "그 누구도 당신 대신 비난당해 줄 수 없다"

 

우리 모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이었고 실천을 하느냐에 따라 이름없는 병사로 남느냐 지휘관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사실을 일러주었습니다.

 

이런 점을 비추어보니 드골이 마지막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한 수년간 독일군 장교들과 리츠호텔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혐의로 체포된 프랑스 여배우 아를레티는 이렇게 말했다. "내 심장은 프랑스산이지만 내 엉덩이는 세계적이다!" 만약 프랑스 국민 모두가 아를레티와 동일한 선택을 했다면 프랑스라는 나라는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랑스를 위해 싸운 수많은 국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드골이 있었다. 한 인간의 인격이 국격으로 확장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 점에서 드골은 잔 다르크와 나폴레옹을 잇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인이었다.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여전히 드골의 우렁찬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느낀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 page 179

 

이 책의 끝에 던진 저자의 질문은 우리에게 앞으로 살아나가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숙제로 남겨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혹하다. 지금 당신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 전쟁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잔인하고 냉정한 세계의 질서에 압도되어 울타리를 쌓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사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며, 움막을 걷어차고 세상 밖으로 나가 죽기 살기로 맞서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

당신은 어느 편인가? 실패할 확률도, 성공할 확률도 제로인 삶을 원한다면 승자들의 지난 삶을 구태여 들춰볼 필요는 없다. 더 강한 오늘을 살고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지금 당장 과거를 공부하라. - page 333 ~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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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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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싱그러움에 끌렸다고 할까...

그냥 이 소설이 궁금했습니다.

(이럴 때 있지 않나요...?!)

 

소설을 읽기 전 소개글을 보니 이미 《워싱턴 포스트》, 《커커스 리뷰》, <코스모폴리탄> 등 유수의 언론과 매체들의 호평을 받고,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 추천 리뷰가 무려 900여 개 이상 달리며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더 궁금했습니다.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 소설.

무슨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삶이 괴로운 당신에게 초록을 처방합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란 씨앗을 가슴에 품은 서툰 어른들의 성장소설 

 

릴리언의 정원

 


 

남편이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그 어느 때보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다. 그이는 쓰레기를 버려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접 버리면서 푸념하기에 아주 적절한 상대다. - page 5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일상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였습니다.

남편과 어린 두 딸, 그리고 강아지.

하지만 남편 댄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과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아마도 집 앞에서 그가 차에 치이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그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지만 어찌 되었든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기에 일을 하며 두 딸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그녀 '릴리언'의 직업은 교과서에 삽입될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러다 실장님의 호출.

순간 뜨끔합니다.

혹시... 짤리는 건가...?

 

"그런데, 릴리. 알겠지만 요즘 출판계가 조금 힘들어요. 전국적으로 교육비 예산이 삭감되었잖아요. 물론 우리 사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요. 그래서 우리 포플러도 새로운 분야로 가지를 뻗어서 업계 선두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어요." - page 16

 

그리고 이어진 말이

 

"블로엄 사에서 화훼 안내서 시리즈를 만든 적이 있는데, 여기에 채소 시리즈도 추가한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에게 출간 의뢰를 해 왔어요. 화훼 안내서를 출간했던 소규모 출판사가 망했다면서요." - page 16

 

그녀에게 채소 시리즈 일러스트를 담당해줬으면 한다며 그전에 6주짜리 채소 원예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여러분을 가르칠 에드워드입니다. 다들 서로 인사는 하셨나요?" - page 65

 

그렇게 시작된 원예 수업은 릴리언의 인생에도 새로운 씨앗을 심을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 수업의 목적 중 하나는 여러분이 도시 안에서 자연의 세계를 보고, 계절이 어떻게 흐르는지, 땅이 어떻게 다 다른지,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겁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계절, 날씨, 주위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순환을 느끼지 못하며 살지요. 우리는 항공 운송 덕분에 1년 내내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무실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분이라면, 지난주보다 이번 주가 조금 더 추워졌는지조차 못 느낄 수도 있어요. 물론 여기 가여운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에게는 계절이 하나밖에 없지만요. 덥거나 덜 덥거나, 비가 좀 오거나 아예 안 오거나 정도로 구분하면 두 계절일 수도 있겠네요. 슬픈 일이죠. 그래서 오늘 땅을 파고 식물을 심을 때는,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떻게 이 땅을 일구었던 선대들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지 생각해 봅시다." - page 128 ~ 129

 

과연 릴리언은 세사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을지...

식물의 성장처럼 그녀의 성장을 그린 이 소설을 표현하자면 이것이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슬픈 '배우자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릴리언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를 이해한다고 하면 그건 나의 위선일까...

 

"그 사람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내려앉아요. 그런데 전화를 걸어서 그이가 죽었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그런 회사들은 저에게 계정 해지 자격은 그 사람한테만 있다고 말하니까요." 나는 브라우니를 한 입 더 먹었고, 이번에는 입천장을 데지 않았다. "저 아직도 그 사람 휴대전화 요금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롯해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도 살려 두었다. 온라인 세계는 아마 이런 유령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 page 406

 

그런 그녀에게 건넨 시어머니의 조언은 저도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애 자리를 대체하려고 애쓰지 말거라, 릴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애는 그냥 그 자리에 있게 둬. 그건 배신도 거부도 아니야. 나는 클레어와 애너벨에게서, 마지에게서, 폴에게서 기쁨을 느낀단다. 그게 댄을 잃은 내 슬픔을 지워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그 애를 추억할 때 느끼는 기쁨을 휘발시키지도 않아." 그녀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서 내 손을 잡았다. "그건 서로 연관이 없는 거야. 이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릴리, 그 애는 우리를 떠났고, 그냥 그게 현실인 거야." - page 406 ~ 407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을.

떠난 이에 대한 살아남은 이가 전하는 배려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릴리언이 원예 수업을 듣게 된 것처럼 저도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무척이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릴리언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댄 없이 여기에서 행복해도 될까?

그래도 정말 괜찮을까?

 

이미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들 덕분에 그가 늘 이곳에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세상 최고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저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 page 419

 

이 이야기는 제 가슴에도 새겨보았습니다.

그저 여기에 있는 것.

왠지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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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2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이 괴로울 때 초록. 꼭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언젠가부터 초록을 무지하게 좋아해요. 이 책 표지는 그래서 더 끌리구요. 초록이라 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도 동시에 좋아지는 ^^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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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으로도 유쾌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람난?

미친?

심장이 바운스 하였습니다.

과연 의사와 이웃들 사이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해봅니다.

 

"세상에 제정신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괴랄한 두 얼굴의 의사와 나사 풀린 이웃들의 환장 콜라보!

인간 본성의 불균형을 해독시키는 묘약 같은 이야기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진료실 간이침대에 눈을 붙이는 그녀 '엘렌'.

아침 8시.

입구 쪽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며 첫 번째 환자를 부르는 그녀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여느 때처럼 환자를 맞이하고 상담하고 진료를 보지만...

 

오늘날 나는 그 무엇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주변 모든 것과 이루었던 리듬이 해가 지나며 낡고 약해져버렸다. 이들을 서로 분리하는 나의 능력 또한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연스레 일어나던 일들을 이제는 적극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 page 16

 

그녀에겐 정형외과 의사 남편 '악셀'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이제는 스키에 중독된 그.

그만두게 하는 일에 진저리가 난 그녀는 그를 내버려 두게 되고 그도 그녀를 내버려 두게 되면서 권태로움과 무심함만이 이 둘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고팠던 엘렌에게 찾아온 메시지.

 

'모든 것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는 어떻게 여기 내려앉게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질문 하나. '언제쯤 나는 다른 결정들을 내리게 될까.' - page 47

 

옛 애인이었던 '비에른'이었습니다.

그냥 무시해도 될 것을...

이 손가락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그리곤 그와의 재회가 이루어지는데 그의 사정을 들으면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게 된 그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깨닫게 됐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다가 내가 모든 걸 악화시켰어. 아주 오래전부터 엄하게 호통쳤어야 했는데. 이제 너무 늦었지. 드물게나마 큰소리치면 그 사람은 그냥 웃기 시작해. 세상에, 당신 그렇게 ㅅ리 지를 때 얼마나 바보 같은 줄 아냐며 나가버려. 그녀는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 나보다 우리 집 늙은 고양이를 더 존중하지. - page 113

 

엘렌은 비에른과 '바람'이 나게 됩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그녀의 일상엔 조금씩 활력을 되찾게 되지만 나사 풀린 이웃들-볼일을 보고 엉덩이를 닦지 않은 치질 환자, 매년 프랑스로만 여행을 떠난다고 울먹이는 철없는 20대 여성, 허구한 날 병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160kg 뚱뚱보, 우울증으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한 유명 코미디언, 딸에게 버르장머리와 식이장애를 동시에 선물한 아버지,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하는 부부 등-의 활약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엘렌의 이중생활은 계속될지 마지막까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생각했던 '유쾌함'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고 할까...

(북유럽발 '블랙 휴머니티'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소설은 저에게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를 두고 있으면 거의 모든 인간이 평범해 보여. 단순하고 소박하며 악의도 저의도 없이 순순하게. 하지만 그들에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그림이 달라져. 지금까지 나는 정상이라고 칭할 만한 인간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어. 보통 사람, 순수한 피조문, 평균적 인간, 일반적 소비자, 뭐 이런 사람들. 더구나 20년 넘게 가정주치의로 일하고 있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역사가 있어. 삶을 특별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얽어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러니까 단순하게 짜여진 인간은 없는 거야. - page  169

 

자기가 단순하다 주장하는 사람들과 복잡하다 고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유일한 차이는 스스로의 관념에 있어. 요즘보면 자기가 특별히 예민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더라. 그런데 사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은 없어. 우리는 모두 예민해. 그 예민함 덕분에 종일 두려움에 떨지. 차이는 떨쳐버리는 능력이 있으냐 정도? 그게 전부야. - page 169 ~ 170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을 지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대부분의 질병과 통증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당연한 것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는 거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확률인지 아세요? 로또에서 잭팟 터지는 것만큼이나 굉장한 일이라구요.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지금 당신들은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게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또 당신들 몸처럼 놀라운 시계태엽 장치가 어디 있어요. 날마다 숨 쉬고, 걷고, 먹을 힘을 만들어 내는 그 몸! 당신들은 신과 우주에 무릎 꿇고 감사해야 해요. 왜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죠?' - page 198 ~ 199

 

소설 속 엘렌이나 이웃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저마다의 '결핍'을 지닌 모습이.

이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관심과 애정, 무엇보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워진 만큼 우리 주변을, 나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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