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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초록'의 싱그러움에 끌렸다고 할까...
그냥 이 소설이 궁금했습니다.
(이럴 때 있지 않나요...?!)
소설을 읽기 전 소개글을 보니 이미 《워싱턴 포스트》, 《커커스 리뷰》, <코스모폴리탄> 등 유수의 언론과 매체들의 호평을 받고,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 추천 리뷰가 무려 900여 개 이상 달리며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더 궁금했습니다.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 소설.
무슨 매력을 지니고 있을지...
"삶이 괴로운 당신에게 초록을 처방합니다"
두려움과 망설임이란 씨앗을 가슴에 품은 서툰 어른들의 성장소설
『릴리언의 정원』

남편이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그 어느 때보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렇다. 그이는 쓰레기를 버려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직접 버리면서 푸념하기에 아주 적절한 상대다. - page 5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일상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였습니다.
남편과 어린 두 딸, 그리고 강아지.
하지만 남편 댄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과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아마도 집 앞에서 그가 차에 치이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그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지만 어찌 되었든 살아가야 하는 게 현실이기에 일을 하며 두 딸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그녀 '릴리언'의 직업은 교과서에 삽입될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그러다 실장님의 호출.
순간 뜨끔합니다.
혹시... 짤리는 건가...?
"그런데, 릴리. 알겠지만 요즘 출판계가 조금 힘들어요. 전국적으로 교육비 예산이 삭감되었잖아요. 물론 우리 사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요. 그래서 우리 포플러도 새로운 분야로 가지를 뻗어서 업계 선두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어요." - page 16
그리고 이어진 말이
"블로엄 사에서 화훼 안내서 시리즈를 만든 적이 있는데, 여기에 채소 시리즈도 추가한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에게 출간 의뢰를 해 왔어요. 화훼 안내서를 출간했던 소규모 출판사가 망했다면서요." - page 16
그녀에게 채소 시리즈 일러스트를 담당해줬으면 한다며 그전에 6주짜리 채소 원예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여러분을 가르칠 에드워드입니다. 다들 서로 인사는 하셨나요?" - page 65
그렇게 시작된 원예 수업은 릴리언의 인생에도 새로운 씨앗을 심을 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 수업의 목적 중 하나는 여러분이 도시 안에서 자연의 세계를 보고, 계절이 어떻게 흐르는지, 땅이 어떻게 다 다른지,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겁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계절, 날씨, 주위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순환을 느끼지 못하며 살지요. 우리는 항공 운송 덕분에 1년 내내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사무실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분이라면, 지난주보다 이번 주가 조금 더 추워졌는지조차 못 느낄 수도 있어요. 물론 여기 가여운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에게는 계절이 하나밖에 없지만요. 덥거나 덜 덥거나, 비가 좀 오거나 아예 안 오거나 정도로 구분하면 두 계절일 수도 있겠네요. 슬픈 일이죠. 그래서 오늘 땅을 파고 식물을 심을 때는,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떻게 이 땅을 일구었던 선대들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지 생각해 봅시다." - page 128 ~ 129
과연 릴리언은 세사을 향해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을지...
식물의 성장처럼 그녀의 성장을 그린 이 소설을 표현하자면 이것이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슬픈 '배우자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릴리언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를 이해한다고 하면 그건 나의 위선일까...
"그 사람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내려앉아요. 그런데 전화를 걸어서 그이가 죽었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특히나 그런 회사들은 저에게 계정 해지 자격은 그 사람한테만 있다고 말하니까요." 나는 브라우니를 한 입 더 먹었고, 이번에는 입천장을 데지 않았다. "저 아직도 그 사람 휴대전화 요금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롯해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도 살려 두었다. 온라인 세계는 아마 이런 유령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 page 406
그런 그녀에게 건넨 시어머니의 조언은 저도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애 자리를 대체하려고 애쓰지 말거라, 릴리.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그 애는 그냥 그 자리에 있게 둬. 그건 배신도 거부도 아니야. 나는 클레어와 애너벨에게서, 마지에게서, 폴에게서 기쁨을 느낀단다. 그게 댄을 잃은 내 슬픔을 지워 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그 애를 추억할 때 느끼는 기쁨을 휘발시키지도 않아." 그녀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서 내 손을 잡았다. "그건 서로 연관이 없는 거야. 이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구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릴리, 그 애는 우리를 떠났고, 그냥 그게 현실인 거야." - page 406 ~ 407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을.
떠난 이에 대한 살아남은 이가 전하는 배려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릴리언이 원예 수업을 듣게 된 것처럼 저도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무척이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릴리언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댄 없이 여기에서 행복해도 될까?
그래도 정말 괜찮을까?
이미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들 덕분에 그가 늘 이곳에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려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세상 최고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저 여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 page 419
이 이야기는 제 가슴에도 새겨보았습니다.
그저 여기에 있는 것.
왠지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