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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책 제목만으로도 유쾌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람난?
미친?
심장이 바운스 하였습니다.
과연 의사와 이웃들 사이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해봅니다.
"세상에 제정신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괴랄한 두 얼굴의 의사와 나사 풀린 이웃들의 환장 콜라보!
인간 본성의 불균형을 해독시키는 묘약 같은 이야기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진료실 간이침대에 눈을 붙이는 그녀 '엘렌'.
아침 8시.
입구 쪽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며 첫 번째 환자를 부르는 그녀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여느 때처럼 환자를 맞이하고 상담하고 진료를 보지만...
오늘날 나는 그 무엇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주변 모든 것과 이루었던 리듬이 해가 지나며 낡고 약해져버렸다. 이들을 서로 분리하는 나의 능력 또한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연스레 일어나던 일들을 이제는 적극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 page 16
그녀에겐 정형외과 의사 남편 '악셀'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이제는 스키에 중독된 그.
그만두게 하는 일에 진저리가 난 그녀는 그를 내버려 두게 되고 그도 그녀를 내버려 두게 되면서 권태로움과 무심함만이 이 둘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고팠던 엘렌에게 찾아온 메시지.
'모든 것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는 어떻게 여기 내려앉게 되었을까.' 마지막으로 결코 사소하지 않은 질문 하나. '언제쯤 나는 다른 결정들을 내리게 될까.' - page 47
옛 애인이었던 '비에른'이었습니다.
그냥 무시해도 될 것을...
이 손가락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그리곤 그와의 재회가 이루어지는데 그의 사정을 들으면서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게 된 그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깨닫게 됐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다가 내가 모든 걸 악화시켰어. 아주 오래전부터 엄하게 호통쳤어야 했는데. 이제 너무 늦었지. 드물게나마 큰소리치면 그 사람은 그냥 웃기 시작해. 세상에, 당신 그렇게 ㅅ리 지를 때 얼마나 바보 같은 줄 아냐며 나가버려. 그녀는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 나보다 우리 집 늙은 고양이를 더 존중하지. - page 113
엘렌은 비에른과 '바람'이 나게 됩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해 그녀의 일상엔 조금씩 활력을 되찾게 되지만 나사 풀린 이웃들-볼일을 보고 엉덩이를 닦지 않은 치질 환자, 매년 프랑스로만 여행을 떠난다고 울먹이는 철없는 20대 여성, 허구한 날 병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160kg 뚱뚱보, 우울증으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한 유명 코미디언, 딸에게 버르장머리와 식이장애를 동시에 선물한 아버지,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하는 부부 등-의 활약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엘렌의 이중생활은 계속될지 마지막까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생각했던 '유쾌함'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고 할까...
(북유럽발 '블랙 휴머니티'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소설은 저에게 결국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았습니다.
거리를 두고 있으면 거의 모든 인간이 평범해 보여. 단순하고 소박하며 악의도 저의도 없이 순순하게. 하지만 그들에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그림이 달라져. 지금까지 나는 정상이라고 칭할 만한 인간을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어. 보통 사람, 순수한 피조문, 평균적 인간, 일반적 소비자, 뭐 이런 사람들. 더구나 20년 넘게 가정주치의로 일하고 있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역사가 있어. 삶을 특별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얽어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러니까 단순하게 짜여진 인간은 없는 거야. - page 169
자기가 단순하다 주장하는 사람들과 복잡하다 고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유일한 차이는 스스로의 관념에 있어. 요즘보면 자기가 특별히 예민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널리 퍼져 있더라. 그런데 사실 특별히 예민한 사람은 없어. 우리는 모두 예민해. 그 예민함 덕분에 종일 두려움에 떨지. 차이는 떨쳐버리는 능력이 있으냐 정도? 그게 전부야. - page 169 ~ 170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을 지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대부분의 질병과 통증은 저절로 흘러갑니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당연한 것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는 거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확률인지 아세요? 로또에서 잭팟 터지는 것만큼이나 굉장한 일이라구요.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지금 당신들은 멀쩡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게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또 당신들 몸처럼 놀라운 시계태엽 장치가 어디 있어요. 날마다 숨 쉬고, 걷고, 먹을 힘을 만들어 내는 그 몸! 당신들은 신과 우주에 무릎 꿇고 감사해야 해요. 왜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죠?' - page 198 ~ 199
소설 속 엘렌이나 이웃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저마다의 '결핍'을 지닌 모습이.
이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관심과 애정, 무엇보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워진 만큼 우리 주변을, 나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