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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술사 - 므네모스의 책장
임다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평점 :
책의 소개글이 끌렸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을 정리해줄 수 있는 '기억술사'가 있다면?
나에게도 '기억술사'가 있다면...
지금의 남아있는 상처 같은 기억들도 기억술사에 기대어 정리했으면 좋겠지만...
우선적으로 소설에서 만나보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이의 머릿속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겪는 이야기
『기억술사』

160센티미터 키에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를 한 '희주'.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잘 하지 않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녀가 이상한 증세를 처음으로 느낀 것은 한 달 전 퇴근길에서였습니다.
그날 피곤한 얼굴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서 겨우 빠져나와 출구로 나가는 중 '누군가'가 매우 반가워하며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희주와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라고 하지만...
'내가 정말 아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뒤에도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대화를 하던 중...
가족들이 한참 추억에 빠져 웃고 있을 때 희주는 마치 지어낸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같이 웃을 수가 없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엄마는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기억이 안 나면 어떡하니?"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page 11
사실 그전까진 하루하루 바쁘게 사느라 예전의 일들을 기억할 일이 없었습니다.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에 가서 쉬기 바빴고 '굳이 예전의 기억들이 필요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만 해도 생생했던 기억이 오늘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낯선 기분이 들자 치료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수소문 끝에 '므네모스 상담소'를 찾아가게 됩니다.
'므네모스 기억력 치료소'
머리를 만지면, 그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는 기억술사 '선오'에게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찾고 싶은 사람부터, 치매 진단을 받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사람까지.
모두 간절함을 안고 그를 찾아오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도서관에서 뒤죽박죽 섞여 있거나 제멋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들을 차례대로 정리하는 것으로 그들의 기억을 조금씩 돌아오게 할 뿐 치매를 완치할 수도 기억을 지울 수도 없습니다.
선오의 상담소를 찾은 희주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사각, 사각, 사각.
너무 규칙적으로 들려와 여태껏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선오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어린 시절 기억들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다. 멀리서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선오는 한 번도 이 공간에서 몽그리 외의 존재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멀리서 '무엇'인가가 보였다. 선오가 '무엇'을 응시하며 천천히 다가가는 동안 '무엇'은 웅크리고 앉아 끊임없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있었다. - page 31 ~ 32
희주의 머릿속에 있는 '무엇'은 무엇일까...?
그녀의 기억을 찾다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희주와 함께 어린 시절 친구, 선생님, 부모님을 만나며 실마리를 찾아가게 되는데...
과연 머릿속의 '무엇'에 맞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사람들의 머릿속을 '도서관'으로, 추억들을 '책'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억에는 책갈피를 꽂아놓아서 다른 기억들에 비해 더 잘 기억해 낼 수 있게 잘 잊히지도 않게 한다는 점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할까.
소설 속엔 희주뿐만 아니라 희주 친구 은아도 그랬고 기억을 잃었다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책도 하고, 왜 나는 그것밖에 못 했을까 하루에 수십 번씩 자신을 채찍질하는 그래서 견디기 힘든 기억들은 없애버리고자 하는, 마치 우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건넨,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괴로운 기억들을 극복해야 할까? 정말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능력에 의존하며 살아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희주는 자신도 모르는 상이 한 단어가 뱉어지듯 툭! 하고 나왔다.
"존중." - page 200

존재만으로도 존중받는 것.
나 스스로도 존중받을 만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나를 미워하지 않기.
그렇게 내 머릿속의 다양하고도 많은 책들이 간직하며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소설을 읽고 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났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나쁜 기억들은 지우고 싶겠지만...
지운다고 해결될까?!
오히려 그 기억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도 존재함을, 그래서 모든 기억들이 참으로 소중하고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냥 도망치고 싶었던 저도 이 소설로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