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번아웃 - 이유 없이 울컥하는 부모를 위한 심리학
모이라 미콜라이자크.이자벨 로스캄 지음, 김미정 옮김 / 심심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부모'가 된지도 8년이 되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아니, 오히려 나의 부족함에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다른 부모들은 잘하던데 나는 왜...


그러다 이 책을 보자마자

'혹시 내가 번아웃인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덥석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 잘하려다가 지쳐버린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권한다"


부모 번아웃의 원인부터 증상, 진단, 해결책까지 담은

부모를 위한 정확한 위로와 든든한 지침


부모 번아웃



첫 문장부터 공감이...


나는 화가 잔뜩 난 어린 아들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는 나를 쏘아보시다가 한숨을 쉬셨다. 내가 아이의 소란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동안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야!" 그 말에 나는 화가 치솟았다. 그 상황에서 솔직히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망칠까 봐 입을 다물었다. - page 17


최대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맞추어주려 노력하지만 어느새 완전히 떨어져나가게 되는 이 기분...

왜 그런 걸까...?


21세기를 살아가는 부모는 그 어느 때보다 뼛속 깊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중이다. 오늘날 부모는 자신이 늘 평가의 대상이 되며, 틈만 나면 육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문한다. 나는 좋은 부모인가? 우리 아이는 행복한가? 나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나? 아이를 위해 최고의 결정을 내렸나?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리액션을 주고 있나? 단언컨대 우리 할머니는 이런 질문의 홍수 속에서 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 page 21 ~ 22


그랬습니다.

아이가 명랑하고 똑똑하게 자라려면 '좋은 부모'가 되어야함이 당연하다고 느끼고 실제로도 '긍정적인 부모 되기'와 관련된 책이라든지 강의들이 많았기에 그 압박으로 지내왔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모습의 부모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죄책감과 미칠 듯한 좌절감으로 다가와 이로부터 부모 번아웃 증후군이 비롯된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기에 우선 '부모 번아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왜 '번아웃'이 부모를 짓누르는지,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앞으로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에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부모에게 번아웃이 찾아오는 요인 중 하나는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다고 하였습니다.

부모니까 당연히 뭐든 잘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옥죄는 태도가 번아웃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부모가 이 단계에서 두 가지 사실을 무시한다. 첫째, 완벽한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한 아이의 눈에 완벽한 부모라 해도 다른 아이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의 욕구와 필요는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부모가 가장 잊기 쉬운 것인데 완벽한 부모는 오히려 아이에게 해롭다는 것이다. 아이는 실수와 우둘투둘함, 부모의 부족함 속에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 page 89


그럼 나는 번아웃에 얼마나 근접해있을까...?

이에 대한 진단지가 책 속에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이 아니었다면 현재의 나의 상태를 모르고 지나칠 뻔했습니다.

생각외로 높은 점수가 나왔기에 그동안 아이만 돌보느라 나를 돌보지 못함에 또다시 울컥하곤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무너진 내면을 일으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과 도와주는 요인의 점수를 매겨(이 역시도 책 속에<현재 나의 상태 진단 테스트>가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기감정을 인지하며 이해하고 관리할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부모'가 되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이런 애정표현을 아이에게 전하는 것.

어렵지 않잖아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모가 되었다고 기뻐하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기쁨과 행복이 스트레스와 어려움의 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쫌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다시 부모로서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당신은 멋진 부모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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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2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맘이 짠하네요 ㅠㅠ 페넬로페님도 멋진 부모일거라 확신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코레아의 신부 -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이수광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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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투란도트>

일본의 <나비부인>

이 오페라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앞선 유럽 공연 발레극이 있었다니!

솔직히 놀라움이 컸고 한편으론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유럽을 감동시킨 조선 왕자와 평민 소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소설로라도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유럽, 예술의 고장 비엔나에서 5년 장기 공연한

인기 발레극 소설로 탄생하다!!!


코레아의 신부



안개 자욱한 조선의 서쪽 항구 제물포.

한 달이 넘게 걸린 길고 지루한 여행 끝에 마침내 조선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립던, 겉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그녀, 조선의 무희 '홍부용'.

10년 만에 돌아온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무희를 사랑했어요?"

베소니가 옆에 앉아서 물었다.

"사랑했어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 page 15


그녀를 찾기 위해 다시 조선으로 왔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독일 영사관을 통해 때때로 그녀의 소식을 듣곤 했는데 그녀는 의병에 뛰어들었고 일본군의 추적을 받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


나는 눈을 감았다.

기차는 덜컹대면서 달리고 있었고 때때로 기적소리를 울렸다.

내가 부용을 처음 만난 것은 어디에서였을까.

나는 부용을 만났던 일부터 회상하기 시작했다. - page 16


동양에 대한 발레를 쓰고자 조선이라는 나라에 오게 된 하인리히.

그때 조선의 왕궁에서 연회가 벌어졌고 무희들의 춤사위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희들 중에서도 홍부용에게.

그리고 시작된 부용의 이야기...


궁인 김씨의 소생으로 의연군에 책봉된 '이언'.

그와 장악원의 기생 부용은 서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신분이 천지 차이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이언은 부용과 결혼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시기가 일본의 침략 음모가 노골화되고 있으니 이를 막아내야 했기에 왕궁시위대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훈련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머리를 깎아야 함에 이는 유림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고 유배를 가게 될지도 모르기에, 유림뿐 아니라 평민들까지도 손가락질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왕과 나라에 충성하는 이언의 마음은 확고했습니다.

단심(丹心).


점점 위태로워지는 조선.

일본의 침략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개입으로 멈춰지는 듯했으나 이번에는 일본이 청나라와의 전쟁을 획책했습니다.


"소자는 전쟁이 일어나면 병사들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언이 반발을 하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

"병사들과 싸우다가 죽겠습니다."

"네가 감히 반항을 하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너가 싸우지 않더라도 청나라군이 싸울 것이다."

왕은 청나라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조선인들은 대부분 청나라군이 일본군을 격파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좋다. 병사가 되어 싸워라. 그래도 길례는 올려야 한다"

"부용과 올리겠습니다."

이언이 강경하게 말했다. - page 161


어느 날 일본은 궁궐을 무차별 포격하여 왕과 왕비를 볼모로 삼고 궁궐 폭격에 저항하던 이언은 청일전쟁을 예감하고 평양으로 가 청군과 연합하여 일본군에 직접 싸우려 했지만 일제에 의해 인천 제물포 유곽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탈출을 감행하며 부용과 재회하게 되고 부용과의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른 뒤 또다시 탈출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부용아."

이언이 부용을 포용하고 낮게 말했다.

"왕자님......"

부용은 이언에게 안겨서 몸부림을 쳤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조심해라."

"왕자님도 보중하세요."

부용이 이언에게서 떨어져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까만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너에게 미안하구나." - page 287


그리고 몇 개월 뒤 평양 대전투에 참가한 이언은 끝내 전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선 왕자가 왜 여기서 죽은 거야?"

"우리 일본군과 전투를 한 것 같습니다."

"조선 왕자를 한양으로 압송하라는 공사의 지시인데 어떻게 하나?"

노츠 중장은 난감했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선 왕자가 일본군에게 죽었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체를 강물에 던지고 조선 왕자가 평양에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page 327


하아...

그보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이언의 시신이 부용이 있는 곳까지 떠내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셨네요.' - page 329


쉬이 가시지 않은 여운...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았던 그 시대가 야속했고 애잔했던 사랑에 가슴이 저며왔습니다.


<코레아의 신부>는 초연된 후 1901년까지 5년간 정식 레퍼토리로 공연되었다는데 아쉽게도 그 명맥이 끊겨 현재는 문서로만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다시 안타까웠습니다.

김희석 박사님 덕분에 이 발레극의 대본을 발굴하게되고 이렇게 소설로 만나보았으니 이제는 다시 공연으로 명맥을 다시 이어보는 것은 어떨지.

우리의 문화가 담긴 소중한 자료이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꼭 무대에서 만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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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소재의 이런 오페라가 있군요. 새로운 사실 알아갑니다 ~
 
혼자와 함께 사이 - 좋은 사람과 오래가고 싶어서
최유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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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이런 관계들 속에서 솔직히 마냥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때론 환하기도 하지만 때론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하는 관계들.


최유나 변호사는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오래도록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좋은 관계에 대해 오랜 고민과 진심을 겹겹이 눌러 우리에게 다정한 조언을 건네준다고 하였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면 그녀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지.


"혼자 애쓰지 말고, 노력의 바통을 넘기세요."

상처받는 데 지친 우리를 안아주는 단단한 위로


혼자와 함께 사이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꼽으라면 무조건 '아버지'라고 답한다는 그녀.

아무리 바빠도 그녀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와달라고 하면 당장 달려와 주었고,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있으면 그에 알맞은 자극을 주려고 꾸준히 애써주셨던, 다들 "참 보기 드문 아버지"라고 했던 그런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약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변호사가 되던 해.

영원히 함께 할 줄만 알았기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슬픔을 겪으면서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게 되었던 그녀.


관계는 결코 영원할 수 없다. 피로 맺은 관계든 호감으로 시작한 관계든 상관없이, 모든 관계의 끝에는 어떤 식으로든 이별이 자리한다. 이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으면 좋을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수시로 나와 연결된 관계들을 들여다보고, 상대에게 감사하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봐줄 수 있을 것이다. - page 22


아마 우리 대부분, 아니 나부터도 '언제든 이별할 수 있는 사이'란 당연한 진리를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배려에 너무나 당연시 여겼었고 희생에는 무관심했으며 작은 것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횡포'를 저지르며 살아왔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상대가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면 뒤늦은 후회를 하기 시작합니다.

진작 잘할걸...




관계는 항상 더 인내하는 사람에 의해 유지된다.

친구, 연인, 부부 사이 모두가 그렇다.


이 말이 참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한 사람의 배려와 인내로 관계가 이어진다는 사실이...

그럼 얼마나 지칠까...?

이에 대해 그녀는 말하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 스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위해 아끼지 않았던 배려와 인내를 멈춰보는 게 어떨까. 상대방이 내 배려와 인내에 보답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를 추궁할 필요는 없다. 보상을 바라고 했던 배려는 아니니까. 그러나 내 인내가 한도를 초과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가 울리는 순간,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해 그만 참아야 한다. 혼자서만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해졌다면 당분간 상대를 만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고, 자신의 힘든 이야기만 쏟아놓는 친구에게 지쳤다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잠시 멈추고 내 일상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배려와 노력을 멈추는 용기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려는 노력이기에, 더 건강하고 희망적이다.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이제 노력의 바통은 상대에게 넘겨야 할 때다. - page 111 ~ 112


그럼 상대와 내가 평생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성격, 가치관, 취향에서 발견되는 차이를 살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그런 차이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관계에 대한 존중의 태도다. 어떤 사이에서든 마찬가지다. 서로의 다른 부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친구여도, 동료여도, 배우자여도 좋지 않을까. - page 131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숱한 사건을 함께 겪을 때 혹은 그 사건들을 지켜볼 때 그가 보일 '태도'를 긴 안목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

다른 이에게 기대기보다 우선 제 자신부터 변화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 말이 멋있었습니다.





자신의 본성과 학습된 능력들, 가치관, 취향 등을 잘 알고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것, 자기 자신과 친해진 후에 다른 사람들과 차근차근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 그것이 순서이기에 무엇보다 자신을 잘 가꿀 줄 알기에 다른 이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말하는 그녀의 당당함이 너무나도 좋아 보였습니다.


매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세상과 그리고 나 자신과 조금씩 이별을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척 부정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영원히 내 삶의 반경 안에 있을 것처럼 무심하게 살아가다 후회한다면 이미 때는 늦어버린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매 순간 인지하며 살아가기를.

저자는 상처받는 데 지친 우리에게 건넨 단단한 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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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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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단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단어들의 조합이었습니다.

가족과 살인

복수와 희망

뭘까...?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고 읽으면서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들으니 작가의 말처럼 이보다 기구한 삶이 있을까란 생각에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안타깝지 않고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밝은 앞날을 위해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구인 광고로부터 촉발된

범죄로 얽힌 가족의 불편한 생존기


리아 가족



난 이 집에 사는 리아. 예쁜 손님이라 한껏 포옹으로 맞아주고 싶은데, 아가씨가 보다시피 내 몸이 이래서. 일어설 다리는 없어도 손은 있으니까 우리, 악수 정도는 할 수 있겠죠. - page 9


입주 가사 도우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리아의 집으로 찾아온 젊은 여성 '란'.

리아가 보기에 면접을 보기 위해 온 것 같지는 않고...

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게 되는데...

그렇게 리아 가족의 속사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열일곱에 성폭행을 당해 쌍둥이를 낳았지만 정작 키우지 못한 리아.

그런 리아의 곁을 지켜주는(?) 남편 문형사를 짐승만도 못한 인간으로 악마 같은 인간으로 여기며 벗어나고자 하고 란이 오기 전 가사 도우미로 온 '조'라는 남자는 알고 보니 자신의 아들이었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하필이면 문형사에게 잡혀가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우리의 만남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어디서부터 불운이 싹트기 시작한 걸까요? 비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불운은 왜 우리를 덮치고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던 걸까요? - page 35


그리고 간호사로 일을 하던 리아의 딸 란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환자로부터 추악한 얘기를 듣게 되고 혐오스럽다 못해 분노가 들끓었던 그녀는 결국...


만약에 다음 세상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말이죠. 세상 무엇에도 쓸모없이 민폐만 일삼는 이런 내게도 황송한 그런 순간이 주어진다면 말이에요. 그때도 난 엄마의 딸로 다시 태어나길 주저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는 사랑 속에서 만들어진 축복받은 아이로, 사랑받는 아이로 그렇게 태어나고 싶은 거예요.

그런 날이 내게 과연 올까요? 무엇에도 쓸모없는 비밀 같은 걸 간직한 섬뜩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아요. 정녕코.

그건 정말이지 사양할래요. 내 영혼이 불타 사라져 버린다고 해도 말이죠. 내가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거절할래요.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 이토록 섬뜩한 악연으로도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울 뿐이에요.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세요. 내게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엄마를 진실로 사랑했어요. - page 76 ~ 77


정말 울컥하였습니다.

왜 이런 불운한 그림자가 끈질기게 이들의 가족을 따라다니는 건지...

계속해서 이들 가족의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리아로부터 시작해 남편, 딸, 딸의 애인,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이어진 불편한 생존기는 아슬하지만 가족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아니 애당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은 일어났고 인연은 언젠가 만나게 되기에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과정이 이렇게 힘겹다면 '포기'가 맞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리아'를 통해 '단비'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날 향해 지어주는 미소와 그 믿음이.


리아는 내게 은인이었어. 평생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내게 베풀어주셨지. 다시 볼 수 없으니 그리움만 사무쳐.

리아는 단비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 지켜 봐줬어.

우리 단비는 태어나자마자 날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어. 사람들은 다들 찡그린 거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주장했지.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으니까.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 - page 264


읽고 난 뒤 참 먹먹하였습니다.

세상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존재로 위안을 얻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 가족을 보며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되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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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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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0개국 출간,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기록한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유명하다는 건 너무 당연한 사실이고 2012년 이를 환상적인 영상미로 그려내기까지 했으니 말해 뭐할까!


하지만...

그만큼 명성이 있는데...

벌써 읽어봤어야 하는 건데...

너무 유명해서였을까...

라며 왜 안 읽었을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이제라도 읽으면 되지!


One boy, One boat, One tiger......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 작은 구명보트 위,

거대한 벵골 호랑이와 함께 남겨진

열여섯 살 소년 파이

놀랍고 감동적인 227일간의 인도 소년 표류기


파이 이야기



인도 폰디체리, 동물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나 사랑과 종교, 세상의 이야기들을 열렬히 탐구하던 인도 소년 '피신 몰리토 파텔'.

하지만 이 본명이 오줌을 싼다는 '피싱'과 비슷한 발음으로 놀림을 받게 되자 칠판으로 나가


내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입니다.


이름의 철자 밑에 두 줄을 그었다.


간단히 부르면

파이 파텔


인심 쓰는 셈 치고, 이렇게 덧붙였다.


π = 3.14 - page 44


그렇게 그는 파이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건만 없었다면...


파이가 열여섯이 되던 해, 캐나다로 이주하기 위해 파나마 선적의 일본 화물선 '침춤 호'에 오릅니다.

동물들과 함께 말입니다.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일을 우리가 어쩔 수 있을까? 다가오는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것을. - page 143


마닐라를 떠나 태평양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나흘째 되던 날, 미드웨이 제도로 가던 중 배가 흔들리고 괴물 같은 금속성 트림 소리가 났습니다.


무슨 소리일까? 다가오는 죽음에 저항하여 인간과 동물들이 입을 맞춰 내지르는 비명일까? 배가 유령 노릇을 포기하는 소리일까? - page 159


배는 가라앉고 한 척의 구명보트에 오르게 된 파이.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커다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 뿐이었습니다.


리처드 파커가 나타난다 해도, 노에서 떨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하지만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호랑이보다 태평양이 더 두려웠다. - page 163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살아남은 건 파이와 리처드 파커뿐이었습니다.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하라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난 죽지 않아. 아멘." - page 219


처음에는 리처드 파커를 없애고 구명보트를 혼자 독차지할 계획도 세워보지만 오히려 리처드 파커의 존재로 힘을 얻게 된 파이.

그렇게 파이는 호랑이를 길들이는 일, 정체불명의 해초와 미어캣이 사는 식인 섬, 바다 한가운데서 우연히 만난 눈먼 조난자 등 227일간의 표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 page 339 ~ 340


마침내 육지에 도착하고 그의 구조 소식을 듣고 배의 침몰 원인을 조사하러 나온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두 분께, 그사이 227일 동안 일어난 일을 두 가지로 이야기해드렸어요."

"그랬지요."

"두 이야기 다 침춤 호의 침몰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어요."

"그렇죠."

"두 분은 어떤 이야기가 사실이고, 어떤 이야기가 사실이 아닌지 증명할 수 없어요. 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지요."

"그렇죠."

"두 이야기가 다 배가 가라앉고, 내 가족 전부가 죽고, 나는 고생하지요."

"그럼 말해보세요.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 page 455 ~ 456


이 물음이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묻는 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하지만 이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 거입니다.


절망의 순간에서 희망을 찾은 한 소년의 이야기.

무엇보다 그가 삶의 의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존재를 통해서였습니다.

혼자보단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그 '함께'의 의미가 참 와닿았습니다.


소설도 이렇게 진한 감동을 주는데 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엔 세계적 거장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원작 소설과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던데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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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뇨네트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난파선에서 잡아먹힌 고아소년이름이 리처드 파커라고 들었어요 ~ 전 섬이 참 충격적이었던 ㅎㅎ 표지가 더 예뻐진거같아요 페넬로페님 ~ 영화도 즐겝게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