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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ㅣ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평점 :
'가족'이라는 단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단어들의 조합이었습니다.
가족과 살인
복수와 희망
뭘까...?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고 읽으면서 저마다 자신의 사연을 들으니 작가의 말처럼 이보다 기구한 삶이 있을까란 생각에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안타깝지 않고 그럼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밝은 앞날을 위해 박수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구인 광고로부터 촉발된
범죄로 얽힌 가족의 불편한 생존기
『리아 가족』

난 이 집에 사는 리아. 예쁜 손님이라 한껏 포옹으로 맞아주고 싶은데, 아가씨가 보다시피 내 몸이 이래서. 일어설 다리는 없어도 손은 있으니까 우리, 악수 정도는 할 수 있겠죠. - page 9
입주 가사 도우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리아의 집으로 찾아온 젊은 여성 '란'.
리아가 보기에 면접을 보기 위해 온 것 같지는 않고...
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하게 되는데...
그렇게 리아 가족의 속사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열일곱에 성폭행을 당해 쌍둥이를 낳았지만 정작 키우지 못한 리아.
그런 리아의 곁을 지켜주는(?) 남편 문형사를 짐승만도 못한 인간으로 악마 같은 인간으로 여기며 벗어나고자 하고 란이 오기 전 가사 도우미로 온 '조'라는 남자는 알고 보니 자신의 아들이었고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하필이면 문형사에게 잡혀가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우리의 만남이 잘못되었던 걸까요? 어디서부터 불운이 싹트기 시작한 걸까요? 비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불운은 왜 우리를 덮치고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던 걸까요? - page 35
그리고 간호사로 일을 하던 리아의 딸 란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는 환자로부터 추악한 얘기를 듣게 되고 혐오스럽다 못해 분노가 들끓었던 그녀는 결국...
만약에 다음 세상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말이죠. 세상 무엇에도 쓸모없이 민폐만 일삼는 이런 내게도 황송한 그런 순간이 주어진다면 말이에요. 그때도 난 엄마의 딸로 다시 태어나길 주저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는 사랑 속에서 만들어진 축복받은 아이로, 사랑받는 아이로 그렇게 태어나고 싶은 거예요.
그런 날이 내게 과연 올까요? 무엇에도 쓸모없는 비밀 같은 걸 간직한 섬뜩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진 않아요. 정녕코.
그건 정말이지 사양할래요. 내 영혼이 불타 사라져 버린다고 해도 말이죠. 내가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거절할래요.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 이토록 섬뜩한 악연으로도 맺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울 뿐이에요.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알아주세요. 내게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엄마를 진실로 사랑했어요. - page 76 ~ 77
정말 울컥하였습니다.
왜 이런 불운한 그림자가 끈질기게 이들의 가족을 따라다니는 건지...
계속해서 이들 가족의 속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리아로부터 시작해 남편, 딸, 딸의 애인,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이어진 불편한 생존기는 아슬하지만 가족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아니 애당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은 일어났고 인연은 언젠가 만나게 되기에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과정이 이렇게 힘겹다면 '포기'가 맞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리아'를 통해 '단비'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날 향해 지어주는 미소와 그 믿음이.
리아는 내게 은인이었어. 평생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내게 베풀어주셨지. 다시 볼 수 없으니 그리움만 사무쳐.
리아는 단비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 지켜 봐줬어.
우리 단비는 태어나자마자 날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어. 사람들은 다들 찡그린 거라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주장했지.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으니까.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라. - page 264
읽고 난 뒤 참 먹먹하였습니다.
세상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존재로 위안을 얻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 가족을 보며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되물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