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콘서트 -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김관웅 지음 / 더좋은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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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함!

'와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직접 마셔보기도 하였지만...

음...

비기너인 저에겐 아직 와인의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첫키스는 레몬맛에, 귓가에 종소리가 울린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아니었다는 것처럼 저에게 '와인'은 그러했습니다.


와인의 맛보단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그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맛의 특징이나 물리적인 모습보단 와인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적, 문화적 내용을 소개하거나 와인을 경제학적인 시각을 통해 풀어낸 인문학으로 와인이 가진 '매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여느 와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류의 곁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

와인에 녹아 있는 전쟁, 역사, 경제, 상식을 만난다!


와인 콘서트



책은 네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부에는 <전쟁과 와인>으로 십자군 전쟁이 탄생시킨 '부르고뉴 와인'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이 와인 쟁탈전까지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2부에는 <와인에 취한 인류>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명품 와인들의 탄생 비화들이 저에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이었습니다.

3부에는 <와인의 경제학>으로 와인의 가격을 높여버린 '엉 프리뫼르', 희소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로마네 꽁띠', 줄 세우기 마케팅으로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된 '나파 밸리' 와인 등 와인 속에 감춰진 경제학적 실체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4부에는 <궁금증으로 풀어보는 와인>으로 이제 와인에 입문하여 궁금한 것이 많지만 누구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던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성경 속 창세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인'.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방주에서 나와 처음 밟은 땅이 터키 남동부의 아라라트산 높은 계곡이었는데 이 곳에 정착해 처음 심은 게 포도나무였다고 합니다.

아라라트산이 있는 아르메니아 고원 북쪽에는 조지아가 위치해 있고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로 그 역사가 무려 8,500년에 달한다고 하고 방주에서 내린 노아를 취하게 만든 와인이 8000년이 넘게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레이디 퍼스트'

이 말이 와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마실 때 보면 식전 절차가 꽤 까다롭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와인이 나오면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이 먼저 와인을 마셔 보이며 상대방에게 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게 와인 에티켓이 된 것이죠. 와인 잔을 따를 때 호스트 다음에 받는 사람이 여성인데 이것도 여성 존중과는 거리가 멉니다. 왕이나 영주, 귀족 등이 식사를 할 때는 시식 시종이 항상 따라붙지만 만약에 모임의 특성상 그 자리에 배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함께 온 여성이 먼저 와인을 맛보고 독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 page 102 ~ 103


독살에 대한 공포로 유래된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

의미가 배려가 아닌 잔인한 에티켓이었다는 사실이!

하아...

이제 누군가 나에게 이 말을 건넨다면 거리를 두어야하는 것일까...(ㅋㅋ)


그리고 와인의 세계에서 2007년 말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특급 와인 페트뤼스 한 병이 600유로(78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한 병에 최소 500만 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는 보르도 최고가 와인인데...

알고보니 78만 원 가격은 빈병 가격이었다는 사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와인 시장만큼 가짜가 판치는 곳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왜 이런 가짜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병에 담겨 유통되는 순간, 발각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무엇보다 초고가 와인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와인의 맛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데 있었습니다.


한 병에 500만 원이 넘는 페트뤼스, 3,000만 원이 넘는 로마네 꽁띠는 물론이고 족히 100만 원을 웃도는 보르도 특급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정말 돈이 많은 재벌가의 자손이 아닌 이상 이미 가산이 많이 탕진돼 더 이상 비싼 와인을 사 먹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재벌 집안일수록 오히려 검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고가 와인을 많이 먹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초고가 와인을 동경하나요. 한번쯤 새겨볼 일이 아닐까요. - page 208 ~ 210


저도 궁금했던 것 중 하나인 '와인, 어떻게 하면 맛있게 제대로 먹을까요'.

와인은 '세 번 먹는 술'이라고 하였습니다.

입으로 맛보기 전에 먼저 눈으로 코로 즐기며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리는 것.

하지만 눈으로 짐작한, 코로 예상한 맛이 입에서 그대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맛일 수도 있기에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와인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속에 머물고 속으로 셋까지 센 다음 삼켜보세요. 입속에서 보석을 살살 굴리는 느낌으로 하면 됩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진 다음에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여러 번 쉬면서 와인의 여운을 즐겨보세요. 음미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을 '네 번 먹는 술'이라고도 말합니다. - page 287


솔직히 좀 더 많은 얘기가 담겨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더 궁금하고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와인 한 잔을 해 볼까 합니다.

아직은 진정한 와인의 맛을 모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 중 일부는 책을 통해서 알기에 맛보단 매력 속에 빠져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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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나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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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사 놓고는 읽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바빴다고 하면 핑계이겠지만...)

그러다 이번에 책장에서 꺼내들었습니다.

워낙 유명하신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님.

전작들보다 이 책이 더 끌렸습니다.

아무래도 '식물'과 그 식물을 닮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물과 작가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하며...

식물과 함께였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나

식물과 함께하는 오늘의 나

언제까지나 식물과 함께일 내일의 나

식물과 나



아침 작업실로 오는 길 화단에서 회양목을 보았다.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회양목이 꽃을 피었다는 건 곧 그 옆 왕벚나무에 꽃망울이 맺히고, 땅에서는 노란 민들레와 파란 꽃마리가 피어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봄이 시작된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봄꽃이 피어날 것이고, 꽃의 아름다움에 무뎌질 즈음이면 푸르른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이 올 것이다. 그러면 곧 단풍이 들며 잎은 떨어지고, 춥고 건조한 겨울이 오겠지. 그 겨울을 지나면 다시 회양목에 꽃이 피는 봄이 온다. 나는 식물의 생애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계절을 살아가는 게 우리 삶이고, 그 시간 속에서 만나는 식물이라는 생명을 기록하는 게 내 일이다. - page 7

꽃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성실함과 강인함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징징거리며 나약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작은 알뿌리가 가진 힘을 생각한다. 이 둥근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질 잎과 꽃, 열매와 씨앗. 그리고 꽃과 열매를 향해 모여들 동물과 인간. 그 놀라운 힘을 떠올리면, 내가 그리는 이 풀꽃 한 송이가 하나의 행성처럼 느껴진다. 또 그런 놀라운 존재 앞에 선 내가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동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식물을 관찰하고 그릴수록 나는 더 작아지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나를 무의미한 존재로까진 만들지 않는다. 설강화의 작은 알뿌리든 수선화의 큰 알뿌리든 때가 되면 각자의 꽃을 피우고, 각자의 씨앗을 맺는다. 누가 더 대단할 것도 없고 누가 더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저마다의 꽃을 저마다의 시기에 피울 뿐이다. 그러니 이 작은 알뿌리들처럼 나 역시 내 존재를 다른 무엇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삶을 열심히 살아내면 그뿐이라고. 삶에는 이겨내야 할 추운 겨울이 있으면 꽃을 피우는 따뜻한 봄날도 있다는 것을, 내 손에 쥐여진 작은 알뿌리들이 알려주었다. - page 26 ~ 27

아무래도 시기가 봄이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할미꽃' 이야기.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름 때문에 저도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들었는데...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른 봄 독특한 색과 질감을 자랑한다는 '할미꽃'.

특히 이 꽃의 몸 점체에 밀생하는 흰털이 햇볕 아래서 광채를 내뿜으며 빛난다고 하니 이름과 매치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다시 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할미꽃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초여름부터 산과 도시 가릴 것 없이 많이 볼 수 있는 '산수국'.

수국의 화려함에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가 꽃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가장자리의 커다란 장식화는 암술과 수술이 없어 생식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성화 혹은 가짜 꽃이라고 불리는데 생식 기능을 못하는 대신 화려한 모습으로 중심의 작디작은 양성화의 수분을 돕는 매개곤충을 유인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산수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양성화로, 또 누군가는 중성화로, 또 누군가는 벌과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어쩌면 모두가 세상의 중심에서 참꽃, 진짜 꽃이라 불리는 양성화로 살아가기를 꿈꿀지 모른다. 그러나 양성화는 중성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중성화도 양성화가 없이는 존재에 의미가 없다. - page 107

어쩌면 그냥 지나쳤던 식물들, 잘 몰랐던 식물들을 세밀화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좀 더 자세하게 다정히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식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식물이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 다른 생물의 고역을 당하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식물은 우리보다 강하다. 오랜 시간 끈기 있게 변화하며 지능적으로 공격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해낸다. 밟혀도 밟혀도 살아 있는 질경이, 아니 밟히면서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질경이를 그리며 나는 다가오는 날들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 page 173

식물로부터 위로를, 용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밖에 나가 묵묵히 자신의 꽃을 피우는 이들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자세하게.

다정하게.

그리고 그들이 전할 이야기에 마음의 귀를 열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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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4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그림도 예쁘고요 *^^*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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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건네는 위로.

저 역시도 느껴봐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 많이 공감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싱그런 초록이 가득한 요즘.

이 책과 함께 초록을 보며 나무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려 합니다.

나무처럼 단단히

초록처럼 고요히,

뜻밖의 존재들의

다정한 위로

"식물을 가꾸듯

나를 가꾸는 사람이 된다는 것"

웅크린 나에게 식물이 말을 걸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프롤로그>에서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내가 식물을 좋아했던 이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그 감정 그 느낌을 저자가 글로 써 주어서 비로소 깨우치게 되었음을...

돌아보면 많은 순간, 뜻밖의 존재에 힘을 얻고

용기를 찾았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혼자 견디고 있는 듯하지만,

혼자이기만 한순간은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무 상관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에조차

위로를 받으며 힘든 날들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지친 마음을 기댈 곳을 찾는 우리에게

분명 식물이 말을 건네는 순간은 찾아올 것입니다.

우울한 하루에 초록을 드리워주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날들이

그렇게 우울을 씻고, 따라서 웃어보는 날들이. - page 6

늘 푸른 초록의 계절과 꽃이 피고 지고 잎이 피고 지는 나무의 계절 속에서

깊어지는 나무와 지금의 모습으로 이겨내는 초록을,

눈부시게 시작하는 나무와 조금씩 나아지는 초록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의 초록을 헤아리며 다정히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저에게도 다정한 위로로 다가왔었습니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식물 킬러'이기에 그저 바라만 보는 나.

저자의 모습을 보니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손으로 알아가는 일에 꽤 의미를 두는 편이다. 지금까지의 일들로 미루어보아도 손으로 알게 된 것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알게 되면 좋아할 수 있다. 몰라서 갖게 되는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들이 사라져 마음이 잔잔해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좋아하려면 먼저 알아야 한다. 편견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지우려면 그 시간을 겪으며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식 같은 것 말고, 남들이 알려주는 것 말고, 눈으로 판단하는 것도 말고, 손을 물들이면서 말이다. - page 56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야 함을.

그래야 진정한 친구가 되어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음을.

아니, 어쩌면 식물을 돌보며 나를 돌보게 되는 것을 보니 그동안은 나 자신을 잘 돌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어디까지가 사실이든, 내가 처음 돌본 초록에 정성을 쏟았고, 그로 인해 기뻤다는 것만은 사실이라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자주 무기력해지지만 그래도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지금 초록을 돌보는 사람이 되게 했다고 믿는다. 그 시간들이 내 삶의 토대가 되었다고. - page 128

예전에 '잡초'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미국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와도 에머슨이 말한 것처럼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 '잡초'이지 않은가!



어떤 이야기보다 이 이야기가 저에겐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사실은 이번 겨울을 몹시 기다리고 있어."

마당에 있다 돌아간 초록들이, 잎들이 보낼 시간을 들려준다. 나무들 안에 이미 빼곡히 자리하고 있을 꽃눈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직은 뿌리가 단단하지 못해 여름에 힘겨워했던, 그래서 겨울이 꼭 필요한 수국 얘기도 전해준다. 그러고도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또 있을 것이다. 아, 아직은 몹시도 초라한 내 언어 나무도 겨울이 필요하다.

나무는 초록을 잃은 뒤 이제 깊어질 것이다. 나는 거실의 초록들과 서로를 지키며 돌아간 잎들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겠지.

때마침 빛이 들어온다. 우린 또다시 함께 해를 쬐며 마주 보고 웃는다. 잃고 지키면서 가을을 보낸다. 다시 겨울이다. 아니, 새로운 겨울이다. - page 217 ~ 218

잎이 져야 또다시 새 잎이 피듯이 '오늘'에 눈부셨던 오후와 막막한 저녁이 공존하듯이 그렇게 좋은 일만 또는 그렇지 않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기에 더 잎이, 꽃이, 초록이 빛나는 것이 아닐까!

식물이 일러주는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저자를 통해 배우고 느끼고 새겨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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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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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미래의 지적 경쟁력이 될 것이고,

이 책은 복잡한 시대에 당신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故 이어령 교수 추천사


우리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한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후안 엔리케스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우리는 윤리를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대상으로 여기지만 규칙은 변하고 영원한 진리는 없다는 것을.

이제부터 옳음과 그름,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적 무기를 차근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점점 뜨거워지는 걸까?

윤리적 변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금,

가장 논쟁적인 주제, 그래서 더욱 지적인 대화들


무엇이 옳은가



변화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이 시대에 옳고 그름의 핵심적 발상들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비윤리적인 것들이 지금은 상식이 되고...

혼란스러움 속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저자는 다양한 논쟁들을 풀어놓고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를 생각하고 토론하게끔 하였습니다.

'옳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해답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 page 22


첫 장부터 솔직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낙태, 줄기세포, 생식 옵션, 진화, LGBTQIA(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간성애자, 무성애자 의 첫 글자를 딴 표현으로 '성소수자'를 뜻한다.) 등과 같은 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니 기술 분야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근본적 규범에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학은 성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흔들어대고, 기술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여러 선택권을 제시하였음을, 그것도 빠르게 말입니다.

그야말로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나의 옳음이 야만이 되는 순간


을 피부로 와닿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은 장차 우리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윤리적 행동과 비윤리적 행동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우리의 발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우리 사회는 향후 더 개방적이고 너그러운 사회가 될까, 아니면 더 엄격한 도덕적 판단이 지배하는 구속적인 사회가 될까?

이에 대한 답은 미래 세대가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을 분석하고 판단함으로써 우리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미래 세대의 판단이, 

과거 세대를 재단하는 우리의 판단보다 덜 가혹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 page 225


읽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옳은 것이지?

무엇이든 그 답을 찾고자 했기에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하나의 답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옳다'거나 '그르다'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전 


나는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의 견해에 반박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자기 신념이라는 맥락 속에서 우아하고 알맞게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 page 307


이렇게 전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봄으로써 한층 더 이해심과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세상을 바라보는 눈.

명확하게는 표현할 수 없지만 뭔가 확장된 느낌이랄까.

책을 덮고 끊임없이 되묻게 되었습니다.


"You are right.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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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 화두가 되는 문제들에 대해 도움이 되는 책같아요 페넬로페님 ~
 
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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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노사연의 <만남> 중


이렇게 누군가와 만남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만남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만나려 하는 걸까?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 '만남'에 대해 한번 고찰해보려 합니다.


사르트르, 피카소, 안나 카레니나, 알랭 바디우...

철학과 예술과 문학을 넘나들며 풀어낸

만남에 대한 섬세한 탐구


만남이라는 모험』 


 

만남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태도가 빚어낸 산물이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사실 우연은 만남을 유도하는 역할만 할 뿐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만남을 성사시키려면 

만남의 역학과 만남의 위력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행동과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자신의 결점을 상대에게 내보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프랑스어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명사 '라 랑콩트르'는 옛 프랑스어 '앙콩트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것이다. 본래 '앙콩트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의미에서 유래한 '만남'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뜻한다. 두 사람은 접촉을 시작하고 서로 충동한 후, 곧이어 자기들의 삶의 궤적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 page 17


물론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로 타인과 마주치는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엔 '만남'이 존재하지 않고 '마주침'만 존재한다는, 그렇기에 진정한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선명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 나의 방어벽에 균열이 생길 때

알아보다 : 우연이 운명처럼 나타날 때

궁금하다 : 당신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갈망이 생길 때

함께 이루다 : 타인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줄 때

차이를 경험하다 : 내가 당신의 타자성을 경험하게 될 때

변화하다 : 타인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줄 때

책임감을 느끼다 : 타인이 나의 도덕성을 일깨울 때

살아있다 : 타인이 내 삶을 구원할 때


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만남'에 대한 사르트르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자기 세계에서 더 이상 '중심'에 있지 못한다는 사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흥분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물을 보는 나의 습관적인 방식에서 빠져나오는 것이기에 당황스럽고, 내가 결국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기에 흥분된다. 나는 내 시선과 다른 관점을 지닌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사르트르는 타자성이 몰고오는 이 괴로운 경험을 규정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타인이 나의 세계를 훔친다." 이 경험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 반드시 뒤따른다. 타자성에 대한 이런 발견은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age 71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자성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 타자성의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른 눈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만남이란 이렇게도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니...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나타낸 문장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남을 통해 경험한 '진정한 인생'.

이 세상에서 타인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것, 타자성이 지닌 신비로움을 밝히고자 하는 갈증,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려는 갈증 속에 진정한 인생이 놓여 있고 이를 향한 모험이 '만남'이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저자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만남'의 의미와 위력이 이토록 찬란한 인문학적 사유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도 놀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만남에 대해, '참된 만남'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참된 만남은 나를 만나는 것임에, 만남이라는 모험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임을, 그래서 앞으론 나에게로의 '만남'을 자주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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