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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콘서트 -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김관웅 지음 / 더좋은책 / 2022년 5월
평점 :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함!
'와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직접 마셔보기도 하였지만...
음...
비기너인 저에겐 아직 와인의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첫키스는 레몬맛에, 귓가에 종소리가 울린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아니었다는 것처럼 저에게 '와인'은 그러했습니다.
와인의 맛보단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그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맛의 특징이나 물리적인 모습보단 와인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적, 문화적 내용을 소개하거나 와인을 경제학적인 시각을 통해 풀어낸 인문학으로 와인이 가진 '매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여느 와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류의 곁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
와인에 녹아 있는 전쟁, 역사, 경제, 상식을 만난다!
『와인 콘서트』

책은 네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부에는 <전쟁과 와인>으로 십자군 전쟁이 탄생시킨 '부르고뉴 와인'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이 와인 쟁탈전까지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2부에는 <와인에 취한 인류>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명품 와인들의 탄생 비화들이 저에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이었습니다.
3부에는 <와인의 경제학>으로 와인의 가격을 높여버린 '엉 프리뫼르', 희소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로마네 꽁띠', 줄 세우기 마케팅으로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된 '나파 밸리' 와인 등 와인 속에 감춰진 경제학적 실체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4부에는 <궁금증으로 풀어보는 와인>으로 이제 와인에 입문하여 궁금한 것이 많지만 누구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던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성경 속 창세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인'.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방주에서 나와 처음 밟은 땅이 터키 남동부의 아라라트산 높은 계곡이었는데 이 곳에 정착해 처음 심은 게 포도나무였다고 합니다.
아라라트산이 있는 아르메니아 고원 북쪽에는 조지아가 위치해 있고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로 그 역사가 무려 8,500년에 달한다고 하고 방주에서 내린 노아를 취하게 만든 와인이 8000년이 넘게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레이디 퍼스트'
이 말이 와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마실 때 보면 식전 절차가 꽤 까다롭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와인이 나오면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이 먼저 와인을 마셔 보이며 상대방에게 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게 와인 에티켓이 된 것이죠. 와인 잔을 따를 때 호스트 다음에 받는 사람이 여성인데 이것도 여성 존중과는 거리가 멉니다. 왕이나 영주, 귀족 등이 식사를 할 때는 시식 시종이 항상 따라붙지만 만약에 모임의 특성상 그 자리에 배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함께 온 여성이 먼저 와인을 맛보고 독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 page 102 ~ 103
독살에 대한 공포로 유래된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
의미가 배려가 아닌 잔인한 에티켓이었다는 사실이!
하아...
이제 누군가 나에게 이 말을 건넨다면 거리를 두어야하는 것일까...(ㅋㅋ)
그리고 와인의 세계에서 2007년 말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특급 와인 페트뤼스 한 병이 600유로(78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한 병에 최소 500만 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는 보르도 최고가 와인인데...
알고보니 78만 원 가격은 빈병 가격이었다는 사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와인 시장만큼 가짜가 판치는 곳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왜 이런 가짜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병에 담겨 유통되는 순간, 발각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무엇보다 초고가 와인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와인의 맛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데 있었습니다.
한 병에 500만 원이 넘는 페트뤼스, 3,000만 원이 넘는 로마네 꽁띠는 물론이고 족히 100만 원을 웃도는 보르도 특급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정말 돈이 많은 재벌가의 자손이 아닌 이상 이미 가산이 많이 탕진돼 더 이상 비싼 와인을 사 먹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재벌 집안일수록 오히려 검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고가 와인을 많이 먹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초고가 와인을 동경하나요. 한번쯤 새겨볼 일이 아닐까요. - page 208 ~ 210
저도 궁금했던 것 중 하나인 '와인, 어떻게 하면 맛있게 제대로 먹을까요'.
와인은 '세 번 먹는 술'이라고 하였습니다.
입으로 맛보기 전에 먼저 눈으로 코로 즐기며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리는 것.
하지만 눈으로 짐작한, 코로 예상한 맛이 입에서 그대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맛일 수도 있기에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와인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속에 머물고 속으로 셋까지 센 다음 삼켜보세요. 입속에서 보석을 살살 굴리는 느낌으로 하면 됩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진 다음에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여러 번 쉬면서 와인의 여운을 즐겨보세요. 음미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을 '네 번 먹는 술'이라고도 말합니다. - page 287
솔직히 좀 더 많은 얘기가 담겨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더 궁금하고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와인 한 잔을 해 볼까 합니다.
아직은 진정한 와인의 맛을 모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 중 일부는 책을 통해서 알기에 맛보단 매력 속에 빠져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