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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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을 바다로 비유하곤 하는데...

이렇게 한 권으로 바다가 건네는 말을 듣게 된다는 점에서 마음이 동요했다고 할까...

무심코 집어 들었지만...

어느 페이지도 허투루 넘어설 수 없었던 바다의 속삭임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낯선 '인생'을 제대로 '항해'하려면 바다를 이해하라고 조언한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

바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자신의 '삶'을 조종하는 '선장'이 되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선서가 있을까?"

바다를 통해 본 인생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

모든 삶은 흐른다



에픽테토스에서 파스칼까지.

그리스에서 17세기 프랑스까지.

삶을 이야기하려면 철학 자체, 개념적인 언어는 포기하고 바다를 은유법으로 사용해야만 가능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저자 역시도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건

"우리라는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면, 바다 앞에 서기를 바란다"

는 것이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자 지는 곳이고,

생이 시작되는 곳이자 끝나는 곳이며,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하는 그곳, '바다'.

그곳에서 인생의 진짜 철학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바다와 대양.

사실 바다가 대양이요, 대양이 바다가 아닐까 하며 살았었는데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다는 대양에 비해 경계가 예상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바다는 때때로 우리의 예상과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대양은 자신의 패를 숨기지 않고 소용돌이를 그리며 위험하니 다가오지 말라고 대놓고 경고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로부터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바다와 대양은 우리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믿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우리도 인생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지녔을 수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도, 우리 자신도, 우리가 걸어온 역사도, 우리가 겪은 고통도 절대로 하나의 정체성으로 분류할 수 없다. - page 45

바다와 대양이 우리에게 끝없이 전하는 이 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이 말이 참 맴돌았습니다.

우리는 순응하고 참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체념하는 것...

그렇게 쳇바퀴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무엇인가에 갇힌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결심하게 됩니다.

'그래, 떠나자! 근데... 언제 떠나지? 내일? 이번 여름? 어쩌면 내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바다는 말합니다.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진짜 삶을 살려면 중요하지 않은 것, 머릿속에서 종일 떠도는 쓸데없는 잡념과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넓은 바다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바다는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고, 사막도 아니고, 오아시스도 아니다. 누구도 발자국을 남기거나 지배하지 못하는 곳이 바다다. 침입도 전염도 허용하지 않는 신성한 영역. 바다는 우리에게 좁은 정원을 가꿀 바에는 차라리 거대한 무인도를 만들라고 초대장을 보낸다. 넓은 바다의 바람이 우리를 부른다. 이제 답답하게 얽매여 있는 우리의 삶에 자유를 안겨줄 때다. - page 113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바다'.

오늘은 오르고, 내일은 내리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굴곡 있는 인생이 무조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거친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일상이고 필요한 것처럼 우리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바다로부터 한 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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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레이터가 따로 이름 안 써 있는 것 같은데 올려주신 그림과 책 제목과 인용하신 문구들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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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의 추천이 있었던 이 소설.

하지만 두께감과 러시아 배경이라는 것이 쉽사리 손길이 가지 않았던...

그러다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신사분의 이야기가 어떨지...

시대의 잔혹함도 진정한 사랑의 아름다움과 추억을 지울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위대한 소설. 한 사람의 매력, 지혜, 철학적 통찰로 가득한 이 책은 독자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_《커커스리뷰》

모스크바의 신사



1922년 6월 21일

성 안드레이 훈장 수훈자, 경마 클럽 회원, 사냥의 명인인 서른세 살의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내무 인민위원회 소속 긴급 위원회에 출두하게 됩니다.

이그나토프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당신의 증언을 모두 고려해 보면 우린 그 시 「그것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썼던 명민한 영혼이 자기 계급의 부패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굴복했으며, 지금은 한때 자신이 지지했던 바로 그 이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소. 이를 근거로 한다면 우리로서는 당신을 이 방에서 내보내 수감하는 게 온당할 것이오. 하지만 당의 고위직 중에는 혁명 이전 단계 영웅의 범주에 당신을 넣는 사람들이 있소. 그래서 위원회의 의견은, 당신은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는 그 호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오. 하지만 절대 착각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한 걸음이라도 메트로폴 호텔 바깥으로 나간다면 당신은 총살될 테니까. 다음 사건.

그리하여 백작은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밖으로 평생 나갈 수 없다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고 스위트룸에서 허름한 하인용 다락방으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감옥이자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호텔.

백작은 그 속에서 활약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 백작은 생각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거야.

사실 지구는 지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돈다. 은하수도 돈다. 더 큰 바퀴 속의 작은 바퀴인 셈이다. 천체는 돌면서 시계의 작은 망치가 내는 종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자연의 소리를 낸다. 그 천체의 종소리가 울리면 아마 거울은 불현듯 자신의 보다 더 진정한 목적에 맞게 일할 것이다. 즉, 우리 인간에게 자신이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그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백작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수염을 깨끗이 깎아줘요." 그가 이발사에게 말했다. "깨끗이 밀어줘요, 친구." - page 65 ~ 66

호텔 잡역부 아브람, 호텔 식당 지배인 안드레이, 호텔 식당 주방장 에밀, 호텔에서 생활하는 어린아이 니나 등 호텔 내 사람들과 동료로 지내며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교사, 수상한 주방 모임의 주요 참석자(그리고 호텔 총지배인의 눈엣가시)로서 백작은 새 삶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시간이 흘러 성숙한 여성이 된 니나.

뭔가 개인적인 용무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데

"죄송해요, 알렉산드르 일리치. 전 시간이 별로 없어요. 2주 전에 우리는 이바노보에서 소집되어 농업 계획의 미래에 대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회의 첫날, 레오가 체포되었어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그 사람이 루뱐카에 구금되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면회를 허락하질 않네요. 전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나 않을지 두려웠어요. 그러다가 어제, 그 사람이 5년의 교정 노동형 판결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늘 밤 세보스틀라크행 기차에 태운다더군요. 전 거기까지 쫓아갈 거예요. 그래서 제가 거기 정착할 때까지 소피야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 page 368

남편, 딸, 체포, 루뱐카, 교정 노동...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충격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백작은 니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니나는 그 달에도, 그해에도, 아니 영영 메트로폴 호텔에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소피야의 아버지가 된 백작.

소피야로 놀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소피야를 안고 호텔 밖을 나가게 되고 소피아가 더 멋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파이가 되기도 하는 등 백작의 삶은 한층 다양해지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됩니다.

그렇게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펼쳐진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의 이야기.

저마다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역사의 모든 전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지만 그 말이 역사의 흐름을 뒤바꿔놓은 나폴레옹 같은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여기서 내가 말하는 사람은 예술이나 상업, 또는 사고의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갈림길마다 매번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들이야. 마치 '삶'이란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때때로 그들을 불러낸 것처럼 말이지. 소피야,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 이제까지 인생이 나로 하여금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장소에 있게 한 것은 딱 한 번뿐이었어. 바로 네 엄마가 너를 이 호텔 로비로 데려온 날이란다. 그 시간에 내가 이 호텔에 있었던 것 대신에 러시아 전체를 통치하는 차르 자리를 내게 준다 해도 난 절대 그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 page 656 ~ 657

뭉클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사의 품격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를 통해 참 많은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 page 609

정말 잊지 못할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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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2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한 이유로 읽기를 미루고 있는데 꼭 읽어봐야겠군요.
심지어 뭉클하기까지…ㅠㅠ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 - 내 안의 깊은 난제를 털어낼 지성인 50인의 위로
신진상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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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월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요즘.

새해의 마음가짐은 가물해지고...

또 다시 나태해진 자신을 다잡고자 이 책을 펼쳐들었습니다.

1년에 1,000여 권을 읽는 대한민국 최고의 다독가인 저자 '신진상'이 전하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곳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데 그 여정을 함께해보려 합니다.

"프로이트부터 아우렐리우스, 헤르만 헤세까지

세기의 지성 50인이 난제에 답하다!"

평온한 밤을 위한 인생의 클래식,

잠 못 이루는 오늘, 당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내일을 바꾸는 인생 공부



'지식'을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고 챗GPT에서 찾아서 배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식'일뿐 '지혜'가 될 수 없음에.

지식을 얻고 지혜로 바꾸기 위해서는 온전히 사용자의 독서를 통한 진정한 사고의 경험이 축적되어야함에.

오직 고전에서만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왜 고전만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고전 자체가 지닌 경쟁력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 가치있는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에,

두 번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기에 2000년 전에 했던 선현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유효함에,

세 번째는 고전으로 인정받은 작가들이 당대의 삶을 고민하면서도 선견지명의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했습니다.

저자는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난제를 7가지 범주로 나누어 고전으로부터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가치관, 갈등, 공부, 습관, 목표, 사랑, 자아실현의 문제들.

고전에서 답을 찾고 앞으로 인생에서 실천해야 할 7가지 성공의 법칙을 소개함으로써 책을 덮는 순간 변화될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1. 내 인생의 도덕률을 만들어라. 성공은 그 후의 일이다.

2. 갈등을 두려워 마라. 갈등을 극복하면 인간은 성장한다.

3. 죽는 날까지 공부하라. 공부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4.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하는 이들의 습관을 배워라.

5. 목표를 세워라. 그리고 수시로 점검하라.

6. 사랑하라. 안 되면 좋아하도록 노력하라.

7. 자아실현이 될 때까지 자기 계발을 계속하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독서'와 '공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논어』의 처음도 공부에서 시작된다는데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라는 말로부터 공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고전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전 독서는 '훈련'입니다. 규칙적인 달리기, 명상, 발성 연습과 비슷하지요. 훈련을 위해서는 준비운동이 필요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바로 그 준비운동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왜 꼭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그 이유는 고전을 읽은 사람은 사실을 배우고, 익힌 내용을 분석하고,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독서가 바로 학습 과정이 되는 것이지요. 고전 독서는 저녁보다 아침 시간을 추천하는데 30분 일찍 일어나 그 시간에 고전 독서를 한 아이들은 학습력이 늘고 시간을 장악하고 관리하는 능력도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대기 순으로 읽는 체계적인 고전 독서법이 좋습니다.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는 남독보다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어떤 분야의 기초가 되는 작품부터 시작해서 체계적으로 읽어나간다면 그 주제를 파악하기가 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 page 106 ~ 107

'고전'을 따라 긴 여정을 달리다보니 뿌연 안개로 차 있었던 제 문제들에 한 줄기씩 빛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지식과 지혜를 동시에 전달해주는 고전.

이제부터 차근히 고전을 읽으며 화려한 나비로 성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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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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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부터 나를, 타인을, 나아가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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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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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 더 인상적이었던 건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라는 문구였습니다.

알고보니 저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스퍼거증후군, ADHD, 범불안장애 등 신경다양성의 세계에서 살아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더 잘 설명해 줄 것 같기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신경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중요한 책. 이 묵직한 회고록은 자폐스펙트럼에서 생존의 힘을 조명한다."

_<타임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지구에서 산 지 5년째 되던 해에, 카밀라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엉뚱한 행성에 착륙했다고.

아무래도 정거장을 지나친 게 틀림없다고.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할 수는 없는 사람 같았고, 동료 인간과 겉모습은 같지만 기본 특징은 전혀 다른 것 같다고 느낀 카밀라는 자신을 이해해 줄 것 같은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인 엄마에게 묻게 됩니다.

"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설명해주는 안내서 같은 거요."

소외감에 빠져 지내던 중 일곱 살 때 삼촌의 서재에서 새로운 세계이자 카밀라가 생애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과학'.

과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도, 의도를 숨기지도, 뒷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세상이 보여주기 거부했던 확실성을 찾아 끝없이 헤매왔던 그에게 과학은 가장 충실한 조력자이자 가장 진실한, 최초의 친구였습니다.

"나에게 과학은 단순히 연구 분야가 아니다.

과학은 감수성 없이 태어난 내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그렇게 과학을 통해 결코 닿을 수 없었던 공감, 사랑, 신뢰와 같은 감정에 닿을 수 있었고 관찰과 계산, 실험으로 연결감을 얻게 됩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법을,

단백질 결합과 파동이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열역할을 통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법을,

양자물리학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법을,

딥러닝을 통해 실수에서 배우는 법을

과학 이론과 경험을 통해 그야말로 '인간 탐구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여느 과학책과는 사뭇 달랐던, 그래서 더 신선한 충격이자 놀라웠던 책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우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남의 시선을 조금 덜 의식하며, 서로 다른 타인의 역할을 더 수용하라는 것이 단백질이 주는 교훈이다. 무리에 속하려는 기본적인(혹은 최소한 신경전형적인) 인간의 충동을 억제하고, 우리의 기묘한 면을 찬양하며, 이것이 사회 결속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차이는 우리가 함께 일하도록 도우며 개성은 효율적인 팀워크의 핵심이라고 단백질은 말한다. - page 77

이렇게 단백질로부터 타인과 더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또한 집안 정리 정돈에 대해

열역학이 일상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마찬가지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물건을 접거나 쌓고 모든 물건이 놓일 자리를 마련하며 이불과 씨름하는 일이 고통스러워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자연히 무질서로 향하는 환경에서 엔트로피를 낮추려 애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님이나 배우자, 동거인이 당신의 방식을 바꾸고 물건을 정리하라고 할 때, 이들의 요구는 그저 게으름을 극복하라거나 당신만의 독특한 질서 감각을 뒤엎으라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신에게 열역학의 근본 원리에 대항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정리하기 싫을 때 훨씬 그럴 듯한 변명이지 않은가. - page 91

아주 과학적인 핑곗거리까지 제공함에 재미나게 읽어내려갔었습니다.



각 장마다 자신의 공부 흔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한눈에 정리되어 있는 도표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군분투하며 깨달으며 한 걸음씩 나아갔던 카밀라.

그로부터 과학과 삶의 위대한 공통점을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둘 다 같은 부분에서 좌절감을 안겨주며, 인내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준다는 점.

그래서 카밀라는 마지막에 우리에게 이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러니 실현되지 않은 계획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실패한 관계에 절망하지 말 것. 대신 거기에서 배우라.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해 보자. 나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법도 실험해 보자. 삶이 나아지는 과정은 느리고 점진적이라는 인간의 필연성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 마라. 내가 그랬듯이, 당신이 타고난 초능력으로 차이를 수용하라.

무슨 일이든 잘 풀리기 전에 한 번은 잘못될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괜찮다. 사실 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라.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다. - page 316

'차이' '다름'을 인정할 것을.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당부한 이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더 와닿았습니다.

'과학'이라는 도구로부터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삶을 통해 실험하고, 실패로부터 변수를 바꿔가며 또다시 실험하고 이 과정 속에서 완성되는 '나'라는 존재.

설사 틀렸더라도, 노력했다는 자체로 가치 있음에 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스스로 다짐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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