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월요일
한 남자가 '그' 덕분에 법정에서 석방됩니다.
중범죄인 폭행 혐의를 정당방위로 바꾸어 배심원단이 숙의를 시작한 지 30분도 채 안 돼 무죄 평결이 나온, 최단 시간 무죄 평결 기록을 세운 그, 바로 미키 할러.
홀인원을 한 골퍼가 클럽하우스에서 축하 파티를 하듯 그 역시도 축하 파티를 하게 됩니다.
파티를 마치고 링컨 차를 타고 가던 중 순찰차가 따라붙는 것이었습니다.
"운전면허증하고 자동차등록증, 차량보험증명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선생님?" - page 15
지갑을 꺼내 운전면허증을 빼내면서 지금 상황을 판단해 봤습니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그.
"제가 차를 세운 이유가 안 보이십니까, 선생님? 차량번호판이 없네요." - page 16 ~ 17
누가 장난을 쳤는지 생각하던 찰나 트렁크를 확인해 보자는 순경.
그러고는...
밀턴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어깨에 달린 무전기 마이크에 무슨 말을 하더니 곧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원 인력을 요청하는 듯했다. 살인사건 전담반의 출동을 요구하는 듯했다. 나는 트렁크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밀턴이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page 20
그랬습니다.
그의 트렁크 안엔 살해된 샘 스케일스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샘은 오래전 미키가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으로 각종 사건 사고의 피해자를 위한 모금 사이트를 반복적으로 개설해 다수로부터 송금 받은 거액을 들고 도주해버리는 수법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샘을 '미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사람'이라 지칭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 그를 기소된 모든 피의자가 최고의 변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으로부터 그를 변론해 주었다가 뒤통수를 맞게 되었는데, 법정에서는 이것이 살인의 동기라는 검사 측 주장이 제기됩니다.
피의자의 신분이 된 미키.
이제부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론을 준비하기 시작하는데...
요점만 듣고 싶은 고지식한 워필드 판사
그를 감옥에 집어넣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강건한 버그 검사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미키 할러 변호사
이들의 숨 막힐 듯한 신경전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결백의 법칙은 추상적인 생각이며, 자연과 과학이라는 엄격한 법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리학의 법칙에서는 모든 작용에 대해 동등하고 반대 방향인 반작용이 존재한다. 결백의 법칙에서는 어떤 범죄에 대해 무죄인 사람이 있으면 유죄인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죄인 사람을 찾아내 세상에 드러내 보여야 한다. - page 144
말 그대로 숨 막히듯이 진행되었고 서늘하고도 짜릿함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법정 드라마의 묘미를 한 방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통해 느꼈던 건
결백은 법률용어가 아니다. 법정은 결백의 판결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배심원단의 평결이 결백을 증명해주지도 않는다. 사법부는 유죄만 판단해줄 수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page 143
무죄평결도 결백을 증명한 것이 아님을.
참 씁쓸하게도 다가온,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가 더 기대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정주행으로 달려보려 합니다.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