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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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마음이 들뜨게 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들.

곳곳에 보이는 트리들.

(정작 집에는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 들뜬 마음으로 심오한 책을 읽기란 여간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장르 소설을 읽거나 에세이, 미술 관련 책을 읽는데...

딱!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습니다.

10년간 70개 이상의 전시에서 3,000회 이상 해설을 진행한 도슨트계의 라이징스타 '한이준'.

그가 고심 끝에 자신이 사랑한 10명의 국내외 화가를 꼽아 찬란하지만 고독했던 거장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그림이 특별한 이유, 더불어 그 작품과 연관 지어 둘러보기 좋은 국내 미술관 소개까지.

이 한 권으로 정리했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눈을 끌었던 건 다름 아닌 '이쾌대' 화가였습니다.

과연 그는 누구일지, 어떤 작품을 남겼을지, 왜 그토록 알려지지 않았는지(저만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간만에 휴일에 맞춰 미술관 산책을 떠나보았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재조명된 명화,

근현대를 대표하는 10명의 화가들,

그리고 한국의 숨은 보석 같은 미술관 이야기

"야무진 해설과 바삭바삭한 말투, 여운으로 이끄는 호흡까지 그대로 글로 옮겼다."

장담컨대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루빨리 그 명화를 보러가고 싶어질 것이다.

홀리데이 인 뮤지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장하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었는데 작품은 인상파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그야말로 세계 10대 미술관을 버금갈 정도의 '이건희 컬렉션'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아무튼 교과서에서만 보던 이중섭의 <황소> 부터 화가가 세상을 등진 지 10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발걸음을 옮기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미술품을 만나기 전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미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이 SNS에 인증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월북 화가 '이쾌대'.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대를 치열하게 견딘, 당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붓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왜 그의 이름이 우리에게 소개되고 그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한 역사는 짧을까?

그 이유는 그가 한국전쟁 이후 북한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당시 월북 작가의 이름은 남한에서 모두 지워졌기에 1988년, 월북 작가들의 해금이 되기 전까진 그의 이름 석 자를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분단의 시대에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지워져,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화가.

그의 작품 중 이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푸른 우리 강산을 배경으로 조국의 산천을 펼쳐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 민족은 일제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고국산천으로 희망찬 미래를 표현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그리고 동양의 것을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는데요.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가의 왼손에는 서양식 팔레트를 쥐고 있지만, 오른손에는 동양식 붓인 모필을 잡고 있습니다. 주로 붓과 팔레트는 서양 미술에서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릴 때 등장시키는 요소인데요. 이쾌대가 서양화에 영향을 받은 것을 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이 이쾌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서양화를 그리고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자화상을 통해 전합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진한 눈썹, 큰 눈을 부릅뜨고 정확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거친 역사의 바람이 휘몰아치던 시대를 개척하고 나아가려는 화가의 사명이 온전히 느껴집니다. - page 55 ~ 56



해방을 맞이하고 기쁨도 잠시, 한국전쟁으로 국군에게 포로로 잡혀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 그.

자나 깨나 가족 걱정뿐이었던 그.

3년에 가까운 포로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남북 포로 교환 당시 가족을 남쪽에 두고 북으로 가길 선택한 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오늘날 그의 작품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그의 사랑하는 아내, 유갑봉 여사 덕분이었음에.

35년간 지워진 화가 '이쾌대'.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근대미술사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역사, 문화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알아가야 하고요. 붓을 들고 당대의 어려움을 치열하게 담았던 이쾌대. 그의 작품 덕분에 우리의 역사 그리고 분단의 아픔을 상기합니다. - page 64

이젠 그의 이름을 당당히 새기겠습니다.

요즘 제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화가도 이 책에 소개되었습니다.

인상파로 시작해 야수파, 입체파까지 어느 화파에도 분류되지 않고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예술가 '라울 뒤피'.

뒤피는 살아생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였죠. 그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그는 평생 푸른 바다, 그리고 바다 위 다양한 배들을 화폭에 담아 나가는데요. 그에게 바다란 한 발짝 나아가는 계단, 그리고 도전의 무대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절망과 비극 속에서도 희망찬 미래를 바라던 뒤피, 끊임없이 연구하고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 뒤피입니다. - page 232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 라울 뒤피

이들의 작품은 또다시 빛나고 있었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도전의 외침, 시대의 개척자였던 이들.

이들이 건넨 말이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한 해의 마무리를, 다가올 새해의 시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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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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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손꼽히는 정원의 대가, '타샤 튜더'.

이미 십수 년간 수많은 독자에게 자연을 향한 로망을 안겨주었던 이 책이 이번엔 '타샤 튜더 코티지 가든 에디션'으로 보다 포근하고 감성적인 일러스트 커버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매번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봐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로도 꾸준히 알려져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진짜' 레트로 라이프 스타일.

그녀의 정원살이, 시골살이를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나는 아흔 살이 넘은 지금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답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정말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꿈을 따르는 일이 즐겁습니다.

"꽃과 나무와 타샤가 만들어낸 행복의 정원,

타샤의 정원으로 놀러오세요."

타샤의 정원



그림책 인세를 모아 사들인 버몬트주 30만 평 대지.

그곳에 타샤는 손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녀의 흙 묻은 손이 거쳐 간 자리에 겨우내 내린 눈을 걷어가는 짧은 봄을 지나, 색의 향연을 펼쳐내는 튤립을 비롯해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한여름을 만끽하면, 곧 싱싱하나 열매와 토실한 감자를 넉넉히 캘 수 있는 풍성한 가을이 찾아오고, 어느새 하얀 눈이 다시 소복이 쌓이는 겨울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사계의 정원에서의 때론 고요하고 때론 분주한 모습이 책에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힘들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난 정원의 나무나 꽃에게 특별한 걸 해주지는 않아요. 그저 좋아하니까 나무나 꽃에게 좋으리라 생각되는 것, 나무와 꽃이 기뻐하리라 생각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이지요. 잡초 뽑기나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필요한 비료를 제대로 주기만 하면 정원은 그에 화답해줍니다. - page 6



다른 원예가들이 키우기 어렵거나 못 키운 재배종도 키워내는 타샤.

겨울 저녁이면 활활 타는 벽난로 앞에 앉아, 돋보기를 쓰고 씨앗 카달로그와 원예 서적을 읽는 타샤.

찾기 힘들지만 반드시 손에 넣어야 되는 화초의 씨앗은 반드시 구해내는 타샤.

나이를 불문하고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열정은 나태한 저에게 일침을 주곤 하였었습니다.

늘 어깨와 팔꿈치를 가리고, 치마는 발목까지.

땋아 올린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칼라에도 스카프를 두른 그녀는 원칙적으로 살을 드러내지 않지만 봄이 올 무렵부터는 늘 맨발로 정원을 돌아다닙니다.

그런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자연과 동화된 그녀의 모습...

그 모습에 더하여 많은 꽃들 중에 개인적으로는 백합이 잘 어울린다 느껴졌었습니다.



그녀는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실수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정원은 육신과 영혼을 양식을 주는데 여기서 그녀는 이 이야기를 건네었습니다.

뉴잉글랜드의 추운 겨울을 이기지 못할 약한 과실수를 가꾸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하지만 타샤는 본채와 직각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곳에 살구나무를 심어놓았다. 아직 살구를 따본 적은 없지만 나무는 죽지 않고 살아서, 타샤는 자주 "인간의 가슴에는 희망이 영원히 살아 있는 법이니까"라고 말한다. - page 175

이런 희망이 있기에 그녀는 정원으로 길을 나서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뭔가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건 아닐까...

뒤돌아보니 허무함이 남는 건...

그 마음을 타샤로부터 따스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된 삶'

왜 모두가 그녀의 정원을 사랑했는지를, 결국 자연으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샤의 또 다른 이야기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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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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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남자 '재우'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

과연 그는 진짜 죽은 남편이 맞을까...?!

그에게 끌리지만 믿을 수 없다!

자신이 죽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수상하고 매력적인 남자와의 동거, 그리고

점점 짙어지는 의심의 농도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그 여자는 쌍년이었다.

난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가 우리와 같은 족속이라는 것을.

종대의 말이, 맞았다. - page 6

강렬한 첫 문장.

사실 효신과 재우의 만남은 이러했습니다.

시간은 거슬러 6년 전.

효신은 건설 분양 대행사 계약직 직원으로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고 사람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해 영업 실적이 꽤 높았습니다.

VIP를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그 분양 대행사 사장과 여러 번 일해 왔던 덕에 누가 VIP인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던 그녀.

임원급이 모두 자리를 비운 어느 날, VIP 고객 중 하나인 김호중 사장이 분양관을 방문하였지만 반기는 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의 옆엔 패션은 화려하지만 천박해 보이는, 당연히 부부라 생각되지 않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보면 아마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잘만 하면, 돈 좀 쓰겠는데?'

임원급이 오기 전 그들에게 접근한 효신.

아쉽게도 실적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그녀를 좋게 본 김 사장이 식사 대접에 초대하였고 그 자리에서 같이 온 여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일이 바빠서 연애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런...... 내가 사람 소개해주고 싶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면서요? 외롭지 않아요?" - 1권, 113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잘생기셨는데요? 이 분이 절 괜찮다고 하실까요?"

"그런 걱정은 말아요. 사실은 내 아들인데, 내가 봐도 참 괜찮은 아이예요. 효신 씨 소개해주고 싶은데."

"네? 아드님을요?" - 1권, page 114

그렇게 급 결혼까지 성사된 이들.

그런데...

2권에서 반전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고...

난 조용히 요리를 먹으며 여자의 기색을 살핀다. 그녀는 얼굴에 서비스용 미소를 가득 띠고 요리를 먹으며 한상호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간간이 누나의 말에도 장단을 맞췄다. 세상 고분고분한 며느리처럼 말이다.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썰렁한 한상호의 유머에도 웃음이 자주 터졌다. 마지막 디저트를 먹고 커피를 마실 때까지, 우리는 행복한 가족을 연출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나마 난희 누나의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대해 나는 안도한다. 정효신, 진작 이랬으면 좋았잖아. - page 281

서로 속이고 속이는 눈치게임을 하는 이들.

반전의 반전이 더해져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끝은...?!

"아아아악."

나는 분을 참을 수 없어 악을 쓰며 고함을 질러댔다. 이제 끝났다. 난 끝장난 것이다. 보험조사원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믿지 말라고요." - page 475

무엇보다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는 '듀플렉스 하우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이 둘처럼 말입니다.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지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제 수준의 한계가 느껴져 속상할 뿐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전한 말.

늦든 빠르든 악인은 결국 그 죗값을 치르게 된다. 죄의 무게는 피해자가 당한 고통의 결과인 만큼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권선징악, 내가 추구해온 이 결과는 이번에도 해피엔딩이었다. - page 486

권선징악.

저 역시도 너무나 좋아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건이라도 그 끝은 꼭 해피엔딩이길.

이 소설은 모두가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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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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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롭지 않나요!

죽은 남편이?!

혹시 점을 찍고 나타나는... 그런...?!

아무튼 소재부터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과연 진짜 죽은 남편이 돌아온 것일까...?

지금 누군가는 연극을 하고 있다!

죽은 남편의 얼굴을 기억 못 하는 여자.

자신이 죽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오늘, 남편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딱 5년 만의 일이다. 이제는 자유다. - page 6

남편의 사망 선고를 받은 날, 보험금을 받을 기쁨에 들뜬 '정효신'.

효신은 후배이자 연인(내연남)인 '이필주'와 한창 뜨거워지려는 참에 눈치 없이 휴대폰이 울리게 됩니다.

모르는 번호.

수신을 거절했지만 곧바로 다시 울리는 전화.

[정효신 씨 되십니까? 경기 북부지방 경찰청 남양주서 이윤세 경장입니다.]

"경찰청이요? 경찰이 왜 저를?"

[남편분 성함이 김재우 씨, 맞죠?]

"네? 그렇긴 한데......"

[김재우 씨를 찾았습니다.] - page 16

남편을 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사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후, 애인 필중와 함께 가평 빌라에 시체를 유기했기에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하는 효신.

경찰서로 오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지만 떨리는 몸을 이끌고 갔습니다.

"효신아, 정효신!"

아니 왜 시어머니까지 경찰서에 와 있는 것일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있으니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까 휴대폰을 통해 들었던 그 목소리.

이윤세 경장을 따라 간 청송 요양원에서 휠체어를 타기에는 너무도 건강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 남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재우야!"

그를 보자마자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시어머니.

뭐?

재우?

잠깐, 저 사람이 내 남편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이 알고 있는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경찰 등 모든 사람은 그를 재우로 인정하고...

할 수 없이 재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효신.

그렇게 두 사람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김재우는 누구일까?

그의 흔적을 찾아 쫓아가는데 이미 자신보다 먼저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었고...

우발적으로, 정말 의도치 않게 남편을 죽인 것인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

이러다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떠는 효신.

그러다 자신처럼 그의 흔적을 쫓던 이를 만나게 되는데...

"정효신 씨입니까?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무슨 일이시죠?"

"긴히 여쭤볼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주셨으면 해요. 업무 중이라서요."

"아, 네......, 죄송합니다. 혹시 박종대 씨라고 아십니까?" - page 502

그리고 건넨 사진 한 장.

말도 안 돼.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사건의 전말은 진실을 향해 맹추격을 하고 있었는데...

1권에서는 '효신'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그려졌고 2권에서 그려질 '재우'의 이야기.

얼른 이 사건의 끝을 확인하러 가야겠습니다.

숨 가쁘게 진행된 이야기.

어쩌면 뻔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긴박한 진행 속도가 순식간에 몰입하게 해 주었고 살아남기 위해 혹은 복수하기 위해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는 이들.

그 끝은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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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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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디킨스' '인간 감정의 마에스트로'라는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바로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에게도 『오베라는 남자』로 이름을 각인시킨 그.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 이어 '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소설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오베라는 남자』만 읽은 독자라면 느낌이 사뭇 다른 '베어타운 시리즈'.

전작들에서 가슴에 곰을 품은 사람들의 희망과 감동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가장 어둡고 타는 듯한 아픔도

혼자가 아니라면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외로움과 불안의 시대를 지나는 우리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부르는 희망과 믿음의 찬가

위너 1




이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관계, 의리, 빚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스링크와 공장, 하키팀과 정치인, 리그 순위와 돈, 스포츠와 일자리, 어린 시절 친구와 팀원, 이웃과 동료와 가족. 이곳 사람들의 끈끈함과 생존력은 이와 같은 것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곧 서로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page 15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에 내몰린 소도시 '베어타운'.

온 마을이 아이스하키에 매달리는 이곳은 과거의 영광도 하키로 이루었고 몰락도 하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오늘이 아닌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때는 2년 6개월 전 어느 겨울날, 파티에서 전도유망한 청소년 하키선수 '케빈 에르달'이 하키단 단장의 딸 '마야 안데르손'을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날 파티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는 정치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돈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는 다시 끔찍한 배신의 봄과 여름, 폭력으로 가득한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고...

케빈과 그 가족은 이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니, 아무도 그들의 귀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야도 수도로 건너가기까지 하면서 음악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케빈의 절친이었던 '벤이 오비크'도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건'의 그들이 떠난 뒤에 남겨진 베어타운 하키팀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항상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마을.

이제는 아무도 감히 꿈을 꾸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자본과 고집스러운 지역 사업가로 베어타운 하키팀이 일어서게 됩니다.

'아맛'이라는 열여섯 살짜리를 구심점 삼아 꾸리게 되고 베어타운 하키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일대에서 몇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최악의 폭풍이 옵니다.

그건 폭풍에서 시작됐지

숲을 헤집어놓고 하늘을 덮고, 어른이 애를 때리듯 집과 마을을 공격합니다.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임신한 아내가 산기를 느끼고 있어 조그만 차를 몰고 가는 베어타운의 한 남자.

근처에 구급차도 없고 숲길도 막혀 아수라장이 된 이곳에서 헤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헤드의 조산사와 베어타운의 소녀가 이들을 돕게 됩니다.

사실 베어타운과 헤드는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이 마을들을 가르는 유일한 경계였습니다.

이 둘은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는데 유니폼을 보더라도 베어타운의 유니폼은 곰이 그려진 초록색, 헤드의 유니폼은 황소가 그려진 빨간색으로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 색깔 때문에 어디에서 하키 문제가 끝나고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결정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두 마을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숲속에서, 모두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폭풍이 불던 날 밤에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 사냥꾼의 딸이 구한 바람의 아이. 만약 그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다면 아주, 아주 훌륭한 동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동화가 있어야 장례식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 page 89

폭풍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정치가들이 나서게 됩니다.

"의회에서 하키팀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이 일대에 하키팀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베어타운 하키팀을 해체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베어타운이 형이고 헤드가 동생이잖아요? 하키도 그렇고 재정도 그렇고 후원자도 그렇고 우리가 훨씬 월등하지! 그러니까 헤드 하키팀이 해체될 테고 그 뒤로 다른 모든 것들도 줄줄이 그렇게 될 거예요. 그 작업이 다 끝나면 베어타운은 대도시가 되고 헤드는 조그만 시골이 될 테니까 사무실을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요. 조만간 그러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될지도 몰라!" - page 152

과연 이 마을의, 하키팀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시 마야와 벤이가 돌아오게 됩니다.

왜 돌아온 것일까?

모든 궁금증은 2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는 책가방에서 조그만 볼펜을 꺼내 누나가 잠들어 있는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조그만 나비를 그린다. 그런 다음 나가서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든다. 그러자 어머니도 마주 손을 흔든다. - page 438

그들이 보여주었던 갈등과 혐오, 미움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여기 사는 우리의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 page 323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른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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