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 대해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관계, 의리, 빚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스링크와 공장, 하키팀과 정치인, 리그 순위와 돈, 스포츠와 일자리, 어린 시절 친구와 팀원, 이웃과 동료와 가족. 이곳 사람들의 끈끈함과 생존력은 이와 같은 것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곧 서로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page 15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막다른 곳에 내몰린 소도시 '베어타운'.
온 마을이 아이스하키에 매달리는 이곳은 과거의 영광도 하키로 이루었고 몰락도 하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은 오늘이 아닌 2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때는 2년 6개월 전 어느 겨울날, 파티에서 전도유망한 청소년 하키선수 '케빈 에르달'이 하키단 단장의 딸 '마야 안데르손'을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날 파티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는 정치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돈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는 다시 끔찍한 배신의 봄과 여름, 폭력으로 가득한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고...
케빈과 그 가족은 이 도시를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아니, 아무도 그들의 귀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야도 수도로 건너가기까지 하면서 음악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해 거의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케빈의 절친이었던 '벤이 오비크'도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건'의 그들이 떠난 뒤에 남겨진 베어타운 하키팀은 붕괴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항상 불가능한 꿈을 꾸었던 마을.
이제는 아무도 감히 꿈을 꾸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새로운 자본과 고집스러운 지역 사업가로 베어타운 하키팀이 일어서게 됩니다.
'아맛'이라는 열여섯 살짜리를 구심점 삼아 꾸리게 되고 베어타운 하키팀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일대에서 몇십 년 동안 본 적 없는 최악의 폭풍이 옵니다.
그건 폭풍에서 시작됐지
숲을 헤집어놓고 하늘을 덮고, 어른이 애를 때리듯 집과 마을을 공격합니다.
밖으로 나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임신한 아내가 산기를 느끼고 있어 조그만 차를 몰고 가는 베어타운의 한 남자.
근처에 구급차도 없고 숲길도 막혀 아수라장이 된 이곳에서 헤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헤드의 조산사와 베어타운의 소녀가 이들을 돕게 됩니다.
사실 베어타운과 헤드는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이 마을들을 가르는 유일한 경계였습니다.
이 둘은 서로를 증오하고 있었는데 유니폼을 보더라도 베어타운의 유니폼은 곰이 그려진 초록색, 헤드의 유니폼은 황소가 그려진 빨간색으로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그 색깔 때문에 어디에서 하키 문제가 끝나고 다른 문제가 시작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마도 나중에...
그렇게 결정이 된다. 서로를 증오하는 두 마을 사이에 놓인 그 머나먼 숲속에서, 모두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폭풍이 불던 날 밤에 태어난 사내아이의 이름. 사냥꾼의 딸이 구한 바람의 아이. 만약 그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다면 아주, 아주 훌륭한 동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할 것이다. 동화가 있어야 장례식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 page 89
폭풍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정치가들이 나서게 됩니다.
"의회에서 하키팀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이 일대에 하키팀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베어타운 하키팀을 해체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베어타운이 형이고 헤드가 동생이잖아요? 하키도 그렇고 재정도 그렇고 후원자도 그렇고 우리가 훨씬 월등하지! 그러니까 헤드 하키팀이 해체될 테고 그 뒤로 다른 모든 것들도 줄줄이 그렇게 될 거예요. 그 작업이 다 끝나면 베어타운은 대도시가 되고 헤드는 조그만 시골이 될 테니까 사무실을 옮길 수 있을 때 옮겨요. 조만간 그러고 싶어도 여력이 안 될지도 몰라!" - page 152
과연 이 마을의, 하키팀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다시 마야와 벤이가 돌아오게 됩니다.
왜 돌아온 것일까?
모든 궁금증은 2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는 책가방에서 조그만 볼펜을 꺼내 누나가 잠들어 있는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조그만 나비를 그린다. 그런 다음 나가서 눈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날 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든다. 그러자 어머니도 마주 손을 흔든다. - page 438
그들이 보여주었던 갈등과 혐오, 미움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여기 사는 우리의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 page 323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른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