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2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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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와 다혜.

이 둘은 정령 이렇게 끝나게 되는 것일까...?

"가슴 아픈 청춘의 방황과 참혹한 젊은 날의 슬픔"을

노래한 러브로망의 고전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그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옛날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어디로 갔는가

겨울나그네 2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 년 휴학 뒤끝의 3학년이었고 이제는 졸업반이 된 다혜.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가을 구치소 철문 앞이었습니다.

구치소에서 풀려나오던 그를 문 바로 앞에서 만나 그날 밤 현태 씨와 둘이서 그를 데리고 아버님 산소에 함께 간 뒤...

종적을 감춘 민우...

또다시 다혜는 그를 찾아 나섭니다.

나는 도망자다. 수배된 범죄자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미 폭행전과 1범의 전과자다. 이번에 나는 사람을 칼로 찔렀으며 밀수 행위의 주동자로 수배될 것이다. - page 36

도망자 신세가 된 민우.

그럼에도 발걸음을 다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다혜의 모습에...

"...... 오랜만이에요."

민우가 웃었다.

"...... 그렇지요. 아주 오랜만이지요?"

"...... 웬일이세요?"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혜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웬일로 서 계세요?"

"다혜 씨를 만나러 왔어요."

민우가 머리를 긁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보구 싶어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 page 53

예전과 다름없는 얼굴,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평소의 그가 가진 이미지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 왜 그가 변한 것처럼 느껴질까.

정말 마치 잠깐 머물다 다시 떠날 사람처럼 행동하는 그의 모습과 뜻밖의 내뱉는 고백에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들을 수밖에 없는 다혜.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다.



한편 현태는 민우를 찾으러 민우의 이모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민우의 아이를 밴 여자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이는 내가 아이를 가진 것을 몰라요. 그이가 이곳을 떠날 때에 난 벌써 아이를 가졌는데 우린 둘 다 그 사실을 몰랐어요."

...

"다음 주가 산달이에요. 다음 주면 배 속에서 아이가 나와요. 무서워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아기를 나 혼자 낳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이리로 온겁니다."

맥없이 웃으면서 현태가 말을 받았다.

"어디선가 붙들려 혹시 감옥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아기를 낳으면......"

현태가 주머니를 뒤져 명함을 꺼냈다.

"......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 page 120 ~ 121

현태는 이 상황이 가엾었습니다.

민우가 그토록 사랑하는 다혜, 민우를 그토록 사랑하는 다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하고...

어디에 두고...

민우의 아이는 태어나야 할 것이냐...

불행이다. 이것은 불행이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다.

또 한 번 오랜 감옥 생활을 마치고 출감한 민우.

다신 돌아가지 않겠다 결심했지만 갈 곳이 기지촌밖에 없었고 거기서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은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에게만 잔혹한 현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혜는 점점 현태에게 의지하며 민우를 잊어가고, 몇 년 후 불현듯 찾아온 은영에게서 민우의 죽음을 듣게 됩니다.

그의 무덤 앞에 선 두 사람...



지고지순한 민우와 다혜의 사랑.

가슴 저미도록 아팠습니다.

그래서 더 이 노랫말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겨놓고서.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오늘밤도 거니네 보리수 곁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 눈 감아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같이.

그대여, 이곳에 와서 안식을 찾아라.

민우의 모습이 아련이 그려지는데...

풋풋했기에 더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초상.

이제는 한 편의 수채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감정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

다른 이들도 읽으며 각자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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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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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뭐였을까...?!

앗!

뮤지컬 <겨울나그네>였습니다.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이 소설은 1986년 영화한 것이 대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청춘영화의 고전으로 불리고 있었고 1989년에는 드라마로 방영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어릴 때니까...

기억이 안 나는 건 당연한 거고...

1997년에는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했다고 하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임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벌써 작년이 되었지만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뮤지컬을 공연하고 이렇게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잃어버린 순수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최인호 소설가 10주기 기념 뮤지컬 <겨울나그네> 원작소설

"이제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도 같았나니."

겨울나그네 1





학창 시절에도 일 년 내내 병 때문에 누워만 지내야 했던 '정다혜'.

캠퍼스 생활을 기대했던 것도 잠깐 또다시 병으로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그토록 다시 찾아가고 싶었던 캠퍼스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꾸역꾸역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에 남아있는 강의를 들으러 가던 중 그녀의 곁을 뭔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마터면 정면으로 충돌할 뻔했지만 용케도 간신히 엇비낀, 그래도 그 충격으로 다혜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넘어집니다.

그때였습니다.

"미안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제가 주워드리겠습니다."

...

"제 잘못만은 아니에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아가씨가 워낙 급하게 숲길에서 뛰어왔어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꼭 죽기로 작정한 사람 같았어요. 괜찮으세요?" - page 29

그러나 정작 넘어져 마땅히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넘어진 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이라도 되는 양 쩔쩔매고 있는 그녀.

이상한 아가씨로군.

'한민우'

황급히 이것저것 주워주다가 네모지게 접힌 손수건과 수첩을 챙기지 못한 그녀에게 건네주기 위해 학과를 찾아가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 둘은 만나게 되고 다혜를 사랑하게 된 민우는 친구 현태의 도움으로 다혜와의 만남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만남이 지속된다면 좋았겠지만...

그동안 집안에서 자신의 엄마에 대해선 금기시되어 있었는데 술집 여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민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뜻하지 않게 전과자가 된 그는 대학을 떠나게 되고, 기지촌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의대생이었지만 한순간 그의 삶은 타락과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다혜 곁을 떠난 그...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를 기다리는 다혜.

현태의 도움으로 재회를 하게 되지만 감옥 생활로 또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

출소 후 기댈 곳이 없어진 민우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은영(제니)으로부터 발목 잡히게 됩니다.

"...... 내겐 ...... 다른 여인이 있어."

오랜 망설임 끝에 민우가 말했다. 제니는 마시던 커피잔을 맥없이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년이 누구예요? 어떤 계집년이에요?"

"이곳에 있는 여자는 아니야."

민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어디 있어요?"

제니가 민우의 가슴을 가리켰다.

"이곳에 있구나. 가슴속에, 민우 씨 마음속에...... 됐어요. 이 말만 대답해보세요. 그 여자하구 잤어요?"

민우가 우울한 눈빛으로 제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민우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됐어요. 잠은 나하구만 자요. 그 여자는 가슴속에만 남겨두구요. 키스는 나하구만 해요. 그 여자는 마음속에 남겨두구. 그럼 됐잖아요. 아아, 언젠가는 그 여자를 찾아가겠지요. 아까 한 말, 이 거리를 떠나겠다는 말이 그 말이로군요. 그 여자를 찾아가겠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지금은 내 곁에 있어요. 우리 함께 이곳에 있어요. 그 여자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먼 곳에 있고 난 민우 씨 바로 앞에 있어요. 언젠가 그 여자를 찾아 내 곁을 떠난다 해도 그때까지 민우 씬 내 거예요."

"...... 어째서?"

민우가 고통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날 원하지"

"......눈 때문이에요."

제니가 말했다.

"민우 씨의 눈을 보면 슬퍼져요. 민우 씨에겐 나 같은 여자가 있어야 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 page 391 ~ 392

이제 민우는 다혜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다음 권에서 펼쳐질 이야기는 어떨지...



가슴 먹먹하였습니다.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현실에 살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민우와 다혜의 이루어지지 못해 더욱 애틋한 이야기.

한편으론 은영 역시도 알고보면 너무 불쌍하고...

아무튼 그 시절 그 감성...

오래간만에 느끼니 새로웠습니다.

그래... 이런 사랑...

어쩌면 고팠던 것일까!

빨리 다음 권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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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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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합니다.

『수도원 기행 1, 2』를 좋아하는데요...

수도원을 거닐며 자신과 인간 그리고 신에 대한 성찰을 그녀만의 매혹적인 문장과 깊은 울림으로 선사하는데...

읽고 있으면 제 주위는 고요해지면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가끔 속이 시끄럽고 복잡하면 손에 잡히는 페이지를 읽곤 합니다.

이런 글이 참 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뭉클함이...

이 책과 함께 또다시 저만의 시공간 속으로 거닐어볼까 합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너는 택해야 한다,

그 고독을.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3년 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섬진강가에 정착하게 된 그녀.

사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을 때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대답해 봐. 정말이지, 어떤 때, 너는, 진심으로 행복하니 혹은 행복했니?'

이때 머릿속으로 뜻밖의 풍경이 떠올랐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늦은 여름의 저녁, 당시 주말 집으로 사용하던 평창의 시골집에서 아직 어렸던 아이들을 아주머니 편에 먼저 서울로 보내고 밀린 원고를 쓰려고 혼자 남아 있었던 한적함...

된장국에 넣을 아욱을 따고 가지와 애호박, 풋고추와 상추를 딴 바구니를 들고 텃밭 울타리를 나와 집 쪽으로 몸을 돌리던 어떤 순간.

어스름의 그 찰나 평범한 시골의 풍경이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번 떠올랐고 결국 하동리 평사리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 무렵 방문한 친구들은 그녀에게

"외롭지 않니?"

하고 물었었고 그녀는

"응, 말이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들을 귀가 아직 싱싱하고, 신기하게도 맘속에 한 줄기 섬진강이 지치지 않고 흘러가고 있어. 세상의 어떤 자들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푸르고 청정한 그 물줄기가 말이야. 가끔 내 한숨과 눈물이 보태지기는 하지만."

...

"나는 좀 고요하고 싶어."

고통과 외로움 혹은 결핍 대신...

그러다 무슨 까닭이었을까.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 page 51

그렇게 목적지는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으로, 요르단 암만을 시작으로 갈릴래아 호수, 요르단강, 쿰란, 나자렛,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을 차례로 순례하게 됩니다.

전에 순례했던 유럽의 수도원과 성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중동의,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 지역이었기에 보다 특별했고 치열했으며 그녀의 솔직한 인생 고백, 고통 속에서의 깨달음은 묵직이 다가왔었습니다.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불교에서 '미혹'이라고도 말하는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 page 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page 189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환갑 파티에서 건넨 이야기.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현명해지고 너무나 너그러워지고 너무나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 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육십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 page 78

살아간다는 게 참 어렵다는걸...

그럼에도 견뎌 내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격려의 박수와 응원을 건넨다는 것을...

덕분에 외롭지만 외롭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독의 한가운데서 외쳐준 그녀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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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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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순례길에 동행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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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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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나왔지만 책으로 읽었던 『히든 피겨스』.

1950년대와 1960년대, 노예해방이 이루어지고 백여 년이 흐른 뒤지만 여전히 존재했던 흑백 차별.

남녀 차별은 말할 것도 없었던 그 암흑의 시기에 흑인이자 여성으로 자신들의 재능을 빛내 인류를 달에 보낸 인물들.

'히든 피겨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존경과 동시에 용기에 저 역시도 마음속 열정의 불씨가 잠시 타오르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꺼져있지만...

그러다 또다시 불을 지펴줄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

그녀가 전할 이야기는 또 어떤 감동을, 불씨를 피워줄지 기대되었습니다.

"질문은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사 '프시케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 린디 엘킨스탠턴이 전하는

질문이 연 세계, 그리고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성실하기만 한, 아직 확실히 진로를 정하지 못한 10대 예비 지성인.

그러다 대학교 입학 원서를 내야 할 때가 되면서 상담 교사로부터 제안받은 분야 중 하나가 산림 관리학이었습니다.

그 분야를 잘 몰랐지만, 과학에는 흥미가 있었던, 그중에서도 지질학에 관해 생각할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위로를 받았던 그녀.

수십억 년 동안 행성들이 궤도를 공전하고 태양이 빛나고 있는데 1분 1초가 무슨 소용인가? 내가 아무리 핵무기의 파괴력이 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그저 우주적인 시간의 한순간을 스쳐가며 앞으로 수십억 년은 더 지속될 조그마한 행성에 거주하는 작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라면 말이다.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뻗어 있는 지질학 연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치 무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들이켜는 느낌이었다. - page 23 ~ 24

학생 모두가 존경했던 미적분학 예비 과정 선생님은 그녀에게 MIT 추천서를 써주는 데 동의하면서도

"너는 절대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없을 거야."

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MIT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MIT에서 여학생들은 다들 어느 순간 배려 받아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며 사실 실력이 충분치 못하다'

는 말을 듣게 되고 교수로부터

"질문이 지나치게 많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말을 듣는 등...

그녀가 나아가는 길목에는 늘 가능성을 제한하는 세상의 말들이 끼어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주저했다면 지금의 그녀가 있지 않았겠지요?!

그녀의 사고방식은 '할 수 없다'는 말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고 질문으로 낡은 오해를 논박하고 관행을 바꾸고 학계의 연구 모델을 바꿔나가게 됩니다.

MIT에서 질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찌르는 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돋보기가 되어줄 질문이었다.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에 준비가 되어 있을까? - page 47

나는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귀담아들으며, 지식을 갖춘 선배 과학자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지속적인 투쟁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것은 질문을 가장한 논평이나 비판을 하는 것과 달리 모든 사람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 page 206

그렇게 모두의 질문이 환영받는 교육 환경과 조직 문화를 이끌게 되고 린디 엘킨스탠턴이 평생 이끈 연구도 가설에 대한 가설, 질문에 대한 더 큰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지게 됩니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 page 26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와 혼돈, 여정들을 위로한 건 '과학'이었습니다.

우주는 린디 엘킨스탠턴에게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 우주의 깊고 긴 시간은 그 어떤 실패도 작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런 우주가 준 위로를 발판으로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나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행성 탄생의 비밀을 밝히고자 지구 핵과 가장 비슷한 물질로 구성된 소행성 프시케 탐사 프로젝트.

그러던 중 암과 싸우며 수많은 연구와 치열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선발되었던 이 프로젝트.

이때 그녀가 전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암과 싸우며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과장 일을 새로 막 시작한 동시에, 프시케 프로젝트 팀을 이끌어 1단계 제안서를 작성하는 당시 나를 이끈 주문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이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몰두했다. 그 당시에도 이미 나는 뒤를 돌아보며 무언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 자체, 길 위의 벽돌 한 장, 하나하나의 인간관계가 모두 가치가 있었다. 계속 발전하고 뭔가를 만들어내려는 추진력이 나를 집중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껏 우리가 해 온 모든 과정 때문에 비록 우리가 선발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366 ~ 367

무엇보다 '질문의 힘'을 보여주었던 그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엔 '질문 로봇'처럼 많이도 했었는데...

지금 제 아이를 보더라도 점점 저에게 향하던 질문이 줄어드는 걸 보니...

다시 한번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질문해야 함을, 그래야 성장뿐 아니라 위안도 얻게 됨을 일러주었습니다.

여성이자 행성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

그녀의 여정으로부터 도전과 용기를, 또다시 제 가슴속에 꺼져있던 불씨에 희망의 불씨를 피워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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