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장하던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었는데 작품은 인상파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그야말로 세계 10대 미술관을 버금갈 정도의 '이건희 컬렉션'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이중섭 화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아무튼 교과서에서만 보던 이중섭의 <황소> 부터 화가가 세상을 등진 지 100년이 되어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최고 경매가를 기록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발걸음을 옮기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미술품을 만나기 전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미술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이 SNS에 인증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월북 화가 '이쾌대'.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시대를 치열하게 견딘, 당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붓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왜 그의 이름이 우리에게 소개되고 그의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한 역사는 짧을까?
그 이유는 그가 한국전쟁 이후 북한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당시 월북 작가의 이름은 남한에서 모두 지워졌기에 1988년, 월북 작가들의 해금이 되기 전까진 그의 이름 석 자를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분단의 시대에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지워져,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화가.
그의 작품 중 이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푸른 우리 강산을 배경으로 조국의 산천을 펼쳐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 민족은 일제의 지배를 받고 있었지만 고국산천으로 희망찬 미래를 표현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그리고 동양의 것을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는데요.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가의 왼손에는 서양식 팔레트를 쥐고 있지만, 오른손에는 동양식 붓인 모필을 잡고 있습니다. 주로 붓과 팔레트는 서양 미술에서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릴 때 등장시키는 요소인데요. 이쾌대가 서양화에 영향을 받은 것을 또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이 이쾌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서양화를 그리고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자화상을 통해 전합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진한 눈썹, 큰 눈을 부릅뜨고 정확하게 우리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거친 역사의 바람이 휘몰아치던 시대를 개척하고 나아가려는 화가의 사명이 온전히 느껴집니다. - page 55 ~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