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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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은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재미있다고 하였습니다.

솔깃한 마음에 저도 읽어보려 합니다.

왜 취미가 사생활일지...

독특할 것 같은 이 소설.

책장을 펼쳤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거예요."

거주의 불안이 관계의 불안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취미는 사생활



이 모든 일은 10월의 한파특보에서 비롯되었다. - page 7

101동 2302호에 사는 자식 넷을 둔 엄마 '이은협'.

가을의 한파특보가 아니었다면 은협은 이르게 두꺼운 이불을 꺼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소연(아이)이 환절기에 가려워진 몸을 긁어 여기저기 피를 묻히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엄마와 딸이 실랑이하지 않았을 것이며 부엌에서 들통이 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은협이 새삼 이불장 서랍을 뒤지게 되는 일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초가을에 느닷없이 찬바람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이불장 안에 한 집안의 어엿한 가장(보일 씨)이 숨긴 크리스찬 루부탱 하이힐을 발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

보일 씨의 루부탱 하이힐을 발견하고 은협은 아랫집 '나'에게 찾아와 남편을 같이 미행해주길, 이 두렵고 위험한 시간들을 같이 해주길 바랐었습니다.

그래서 잠복 형사처럼 자동차 운전석과 보조석에 나란히 앉아 남편 차를 뒤쫓고, 다가구 주택에 들어간 남편을 따라 은협과 '나'가 들어가 보지만 남편은 사라지고 원피스와 액세서리와 구두들이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행을 공유하면서 은협과 '나'의 관계는 자가와 전세의 거리감마저 좁혀 가장 밀접한 이웃으로, 언니로, 아이들의 이모가 되어가게 됩니다.

아이의 학교에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하고, 계약만기로 나가게 된 전셋집 주인과 자신이 은협이라며 상대하고, 동대표 아주머니와 대면해 당당한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해 주기도 하는 등.

은협을 대신해 '임시 은협'이 되어 살아가게 된 '나'.

내가 은협을 뺏은 게 아니라 은협이 나를 뺏었다. 누구로부터, 무엇으로부터? 나로부터, 내 시간으로부터. 불만은 없었다. 내가 은협으로 하여금 나를 뺏게 했으므로. - page 84

자신의 삶을 배면해가는 '나'의 존재를 감춘 채 스미듯 은협의 집으로 삶으로 침입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떻게 그려질지...

"... 마치 맡겨놓은 것처럼. 왜 팔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생활이라더군요."

"사생활?" 안경에 빛이 반사되었다.

"사생활." - page 178

호로록 읽히면서 끝에 짜릿한 반전까지!

현주소를 밝혀준 이 소설.

정말 한 번은 꼭 읽어볼 만하였습니다.

거주의 평온이 일상의 위협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이면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그물이 어느새 자신도 걸려들어 삶을 망가뜨리고...

씁쓸하지만 우리의 모습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

답이 없지 않은지...

지난날 자신이 말했듯 사기는 걸리면 친 사람 잘못, 안 걸리면 당한 사람 잘못이었다. - page 127

이 말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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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진 하이힐에 얽힌 사연은 드라마 <글로리>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해시태그 다낭 & 골프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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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베트남' 여행지로 추천한 곳 중 하나인 이곳.

오래전부터 저가항공이 취항하여 2019년에는 가장 많은 대한민국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패키지 중심의 여행지.

코로나 시기가 끝나고 다시 대한민국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장기 여행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이곳.

바로 '다낭'.

이곳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쉽고 부담 없이 가볍게 떠나보려 합니다.

베트남 다낭에서 늘어나는

다낭 여행과 골프여행을 위한 가이드북

다낭 & 골프



18세기까지도 호이안의 배후 도시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술이 발달해 선박을 크게 건조하면서 수심이 깊어 큰 배가 드나들기 쉬운 이곳으로 해상무역의 중심이 옮겨왔고, 이후 베트남 중부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 '다낭'.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을 가진, 베트남 최고의 휴양도시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한 강(Song Han)을 사이에 두고 손짜 반도와 시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손짜 반도에 있는 '미케 비치'가 신비로운 분위기와 천혜의 자연환경, 시내에서 멀어진 거리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휴양 도시이자 관광도시인 다낭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끌리는 코스인 시가지.



길이 666m 행운의 다리인 드래곤 브리지.

그렇지 않아도 2024년 청룡의 해에 딱! 인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특히나 백미는 매일 밤 9시에 열리는 이벤트!

궁금하지 않나요?!

이건 직접 봐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보다도 해가 지면 용다리에 불이 켜지고 용다리 머리의 동쪽 부두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선착장을 향해 뻗은 다리에 붉은 하트.

'사랑의 다리'

아직도 사랑이 좋은 저에겐 꼭 이곳에 방문하여 사랑의 자물쇠를 걸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싶었습니다.



다낭으로부터 시작된 여행은

17~19세기에 걸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호이안'

베트남이 수도 하노이로 옮기기 전까지 문화 · 경제적 중심지였던, 꽃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향 강을 따라 찬란했던 왕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후에'

까지.

때로는 화려함으로 때로는 웅장함으로 때로는 편안함으로 다양한 매력을 지닌 베트남으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여느 책과 달랐던 점.

바로 '골프여행'을 위한 가이드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골프를 치지 않지만 주변 지인들은 골프를 치면서 종종 가족여행 겸 골프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알고 보니 다낭에 6개의 골프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와!

또한 이번 2024년 첫 '글로벌 골프챌린지 투어'를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한다고 하니 이젠 골퍼들까지 사로잡은 다낭.

도대체 매력의 끝은 어디일지...

매력적인 유적과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변,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이 도시.

이 도시로부터 초대받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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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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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필사'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곁눈질로 필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필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막상 해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저에게 말을 걸지 않은,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쓰며 '쓰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릴 적엔 연필이나 펜을 잡고 많이도 썼었는데 점점 키보드와 익숙해지면서 뭔가 쓴다는 것에 어색함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 첫 장의 글씨는 마냥 낯설기만 하였었고...

쓰면 쓸수록 제 글씨체를 찾아갈 수 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웠습니다.

지금 필사를 하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욕심이 났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_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 page 123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독일의 대문호,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 '헤르만 헤세'.

그의 시 100편을 엄선해서 수록된 이 책.

아마 필사하는 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하지 않을까!

저 역시도 선뜻 손이 갔습니다.

깊은 밤에 더욱 빛나는 헤세의 시

쓰는 기쁨으로 피어난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사실 헤세의 소설은 익숙했지만 시는 생소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시인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다."

라고 포부 있게 말했던 열두 살의 헤세처럼 그의 시는 우리에게도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과 나아갈 힘을 주었었습니다.

포문을 열었던 <어딘가에>.



그렇기에 살아라, 희망하라라고 외쳐주는 것이 아닐까...

<봄이 하는 말>처럼 말입니다.

봄이 하는 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노인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늙은이여, 땅에 묻혀라

싱그러운 젊음에 자리를 비켜주어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헤세의 시.

그의 시를 필사한다는 건 결국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었습니다.

100편의 시 중 오늘의 저에게 와닿았던 시 <아름다운 오늘>.

부끄럽지만 필사를 해 보았습니다.



지금을 즐겨라.

이토록 아름다운 오늘을...

그렇지 않아도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필사.

그중에서 헤세의 시를 만난 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헤세의 시에서 받은 공감과 위로를 되새기며 필사하는 것은 멋진 경험일 테다. 시를 손글씨로 꾹꾹 눌러 써나갈 때 우리는 오롯하게 삶의 충일감에 도달하고, 분명 시가 주는 위안과 공감 속에서 삶의 충일감과 기쁨이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다.

매일 그의 시 하나씩 써 내려가면서 잠시나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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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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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권은 만료된 지 옛날 옛적이 되었고...

'여행'을 떠나고자 했던 열정은 어느새 그리움으로 남은 요즘...

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방법을 물색하다가...!

못 가더라도 '가이드북'을 읽으면 마치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원래 여행 계획을 짤 때면 '가이드북'을 토대로 했었기에...

그 설렘을,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껴보고자 이번부터 가이드북을 골라 읽어보려 합니다.

우선 첫 여행지로는 최근 가장 베트남에서 핫한 여행지로 등극하고 있는 '나트랑'을 꼽아보았습니다.

워낙 베트남은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가는 나라이기에 이곳으로부터 핫한 곳으로!

어떤 것들이 우리를 사로잡을지 기대를 해보며 떠나보겠습니다.

인기 상승 중인 베트남 남부의 베트남,

나트랑 & 무이네, 달랏을 담은 가이드북

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여행의 기본은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져야 하기에 먼저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현대사에서 프랑스와 일본에 점령당했다가 미국의 폭격을 받았고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전 세계에 뚜렷한 인상을 남긴 이 나라.

이런 어려운 여건을 거치면서도 전통과 자부심을 지켜온 베트남은 이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 나라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여행의 편리성도 높아지면서 태국의 치앙마이 못지않은 한 달 살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베트남.

그렇기에 이곳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 '나트랑'이 핫한 여행지로 등극한 이유는

순수한 자연경관, 안전, 친절한 사람들, 다이내믹한 즐거움, 저렴하고 다양한 먹거리

등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나트랑 여행 계획 짜는 방법부터 시작해 추천 일정, 여행 스타일에 따른 계획, 한 달 살기 등 그야말로 기호에 맞게 여행자들이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나트랑 여행 투어 다음에 강력한 열대풍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경이롭고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무이네' 투어가,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양 도시, 시간이 멈춘 곳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달랏' 투어가 짧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달랏'이었습니다.

라틴어로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신선함을'에서 따온 이름 '달랏'.

특히 유러버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는데 말처럼 프랑스풍 건축물을 엿볼 수 있는 달랏.



저는 달랏 '린푸옥 사원'의 색유리와 도자기 조각을 모자이크한 외관을 바라보며 소원을 종이에 적어 붙이고 종을 울려 기원해 보는 추억거리를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나트랑에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야기하였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끝없는 경쟁적 사고를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경쟁하면서 발전한 것이 아니고 삶이 피폐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여도 사는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도 여행은 해야 한다. 그러니 여행에서 봐야 할 것은 관광지가 아니고 삶이고 그 속에 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진짜 여행이다. 난 그 여행을 나트랑Nha Trang에서 보았다. - page 13

여행을 통해서 삶을 마주하고 돌아와 다시 삶에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나트랑.

저도 이 책을 통해 이곳으로부터 '사람'을 만나게 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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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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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명이 숨 쉬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가혹한 환경 속에 남겨졌던 여자아이 '카야 클라크'.

그 아이의 성장담은 잔잔히 큰 여운을 남겨 지금 생각해도 먹먹하게 하는데...

바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아마 오랫동안 제 기억 속에서 회자될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스토너>를 잇는 차세대 모던 클래식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잇는 소설이라니!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님의 강력 추천글이 이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더 뿜뿜 시켜주었는데...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숨가쁘게 벅찬 '사랑의 여정'이다.

한 소녀가 품었던 소년에 대한 사랑이 어쩔 수 없이 놓아버려야 했던 이들에 대한 애타는 사랑으로 전이되고, 이는 나아가 신과 자연에 대한 거대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수몰될 고향에서 빅토리아가 구해 옮겨 심은 복숭아가 서툴지만 자그마한 꽃을 피우다 마침내 커다랗고 다디단 결실을 일궈낸 것처럼, 빅토리아의 가슴속 사랑도 슬픔을 고난을 양분 삼아 농익어 간다.

작고 미숙한 어린 소녀가 갖은 역경 끝에 마침내 한 청년과 대지의 어머니로 거듭나는 이 파노라마를 통해 독자들은 성숙과 성장, 희망의 의미를 머금어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_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망설임은 시간을 지체할 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 삶은 지금을 지나야만 그다음이 펼쳐진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삶이 뿌리째 뽑히는 상실 앞에서

자연을 닮은 회복력으로 살아간다는 것

흐르는 강물처럼



콜로라도의 시골에 사는 '빅토리아 낸시'.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게 되면서 남동생 세스는 술과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아버지는 말수가 줄어들고 무뚝뚝해졌으며 비아냥거리는 이모부 등 집안에서 의지할 데 없었던 빅토리아.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이방인 '윌슨 문'을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17년 동안이나 이렇게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에 관심 없이 살아올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이 내 속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속마음을 다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먼지가 수북이 쌓인 여인숙 계단에 서 있었고, 윌슨 문을 만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빛을 받고 있었다. - page 34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윌슨 문을 향한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아주머니가 어디서 지독한 냄새라도 난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토리,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더러운 인전을 찾는 거야?" - page 97

인디언이라는 사실에 큰 경멸과 멸시들...

그러다 듣지 말았어야 할 대화 내용을 듣게 됩니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남동생이 한 짓임을 직감한 채 어마어마한 슬픔과 죄책감, 사랑, 두려움, 혼란이 빅토리아 안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이미 그녀의 자궁에서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만은 살리기 위해 숲속으로 도망쳐 윌슨 문과 사랑을 나누었던 오두막집에서 출산을 하게 됩니다.

혼자서 아기를 낳고 얼마 안 되는 음식과 라즈베리를 먹으며 견디던 빅토리아.

그곳에 소풍 온 신혼부부를, 그러니까 매끈한 검은 차, 풍만한 젖가슴, 단란한 가족을 보자 자신의 아기가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를 삶의 모습처럼 느껴져 자신의 아이를 그 차에 몰래 태워 보내게 됩니다.

그러고는 고향으로 돌아오니 집안일을 돌볼 여자가 없는 집을 남동생과 이모부는 떠나버렸고, 아버지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곁에서 사라진 지금,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피붙이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복숭아만큼은 끝까지 지켜내리라 다짐하게 된 빅토리아.

그러던 중 강을 댐으로 막고 마을을 저수지로 메울 거라는 소문이 도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게 지워지길 바라던 때였기에 아이올라에서 제일 먼저 땅을 판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복숭아나무만은 보낼 수 없기에 새로운 장소에서 나무들을 심으며 새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달 끝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검게 변한 하늘에 별이 뿌려지자 나는 축축한 풀밭에 무릎을 꿇고 부디 이 땅에 축복을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나무들과 함께 이곳을 집으로 삼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는 날까지 이 땅을 아끼며 돌보겠다고 맹세했다. 어떤 식으로든 응답을 받길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무엇보다 원했지만 그동안 결코 인정하지 못했던 기도를 덧붙였다. 기적이든 운명이든 내 아들이 내 품으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 땅과 더불어 내 아들을 돌볼 수 있게 된다면, 여기나 저기나 똑같은 곳이 아니라는 걸 아들에게 가르쳐주겠다고, 광대하고 알 수 없는 이 세상 속 한 뙈기의 작은 땅이 우리를 이어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겠다고 기도했다. - page 296

1년에 돌멩이 하나씩, 그렇게 아들의 나이만큼 돌멩이를 주워다가 간절히 기도를 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곳에 편지라기보다 일기에 가까운 글이 남겨지게 됩니다.

이제 그들 앞에 놓인 이야기...

슬픔을 넘어 경이로움을 자아냈는데...

읽으면서 숨 고르기가 힘겨웠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흐르는 강물이었기에 멈출 수도 빠르게 달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벅차올랐던 감정이란...

"루카스예요."

이 한 마디.

참아왔던 숨을 내쉴수 있게 해 주었었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page 143

그렇게 우리 모두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뒷모습이 아련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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