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시 필사집 쓰는 기쁨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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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을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필사'에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곁눈질로 필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왜 필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막상 해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저에게 말을 걸지 않은,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장들을 쓰며 '쓰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릴 적엔 연필이나 펜을 잡고 많이도 썼었는데 점점 키보드와 익숙해지면서 뭔가 쓴다는 것에 어색함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 첫 장의 글씨는 마냥 낯설기만 하였었고...

쓰면 쓸수록 제 글씨체를 찾아갈 수 있었고...

색다른 경험이었고 즐거웠습니다.

지금 필사를 하고 있는 책도 있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욕심이 났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_ 『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200, page 123

노벨상 수상 작가이자 독일의 대문호,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 '헤르만 헤세'.

그의 시 100편을 엄선해서 수록된 이 책.

아마 필사하는 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하지 않을까!

저 역시도 선뜻 손이 갔습니다.

깊은 밤에 더욱 빛나는 헤세의 시

쓰는 기쁨으로 피어난다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사실 헤세의 소설은 익숙했지만 시는 생소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시인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되고 싶지 않다."

라고 포부 있게 말했던 열두 살의 헤세처럼 그의 시는 우리에게도 삶에 대한 묵직한 울림과 나아갈 힘을 주었었습니다.

포문을 열었던 <어딘가에>.



그렇기에 살아라, 희망하라라고 외쳐주는 것이 아닐까...

<봄이 하는 말>처럼 말입니다.

봄이 하는 말

아이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살아라, 자라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노인들은 모두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요

늙은이여, 땅에 묻혀라

싱그러운 젊음에 자리를 비켜주어라

너 자신을 내어주어라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마음을 다독여주는 헤세의 시.

그의 시를 필사한다는 건 결국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응원이었습니다.

100편의 시 중 오늘의 저에게 와닿았던 시 <아름다운 오늘>.

부끄럽지만 필사를 해 보았습니다.



지금을 즐겨라.

이토록 아름다운 오늘을...

그렇지 않아도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필사.

그중에서 헤세의 시를 만난 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헤세의 시에서 받은 공감과 위로를 되새기며 필사하는 것은 멋진 경험일 테다. 시를 손글씨로 꾹꾹 눌러 써나갈 때 우리는 오롯하게 삶의 충일감에 도달하고, 분명 시가 주는 위안과 공감 속에서 삶의 충일감과 기쁨이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다.

매일 그의 시 하나씩 써 내려가면서 잠시나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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