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무인 문구점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2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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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지금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책 목록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학교 숙제 중 '책 읽기'가 있으면 그 책을 가져가고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외치곤 합니다.

소원과 함께!

그리고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겨놓았었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이제 내일을 기약할 차례였다.

"그래서, 다음은 어떤 가게지?" - page 154

그래서 아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었습니다.

언제쯤 가게가 열리려나... 기다리던 차 이번엔 신비한 문구류가 가득한 '무인 문구점'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저보다 더 빠르게 반응한 아이.

하지만 이에 질수 없어라 손을 뻗어 먼저 읽게 된 나.

이번엔 어떤 고민을 해결해 줄까...

문구점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너만의 비밀을 말해 줘.

신비한 물건

주인이 될 수 있단다!"

신비한 물건이 가득한 무인 문구점이 열린다!

이상한 무인 문구점



오후 3시.

분식집이 가장 바빠야 할 시간이지만, 손님이라곤 파리가 전부인 이곳에 아이인지 어른인지 알 수 없는, 키도 작고 생긴 건 영락없는 초등학생인데 옷차림은 고풍스러운 양복 차림이 한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옵니다.

"어...... 그러니까 뭘 줄까...... 요? 떡볶이? 튀김도 방금 튀겨서 맛있는데...... 요." - page 7

허름하지만 깨끗한 이곳.

무엇보다 넓게 트인 창문으로 초등학교 교문이 바로 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던 손님은 주인을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사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말이죠. 이 가게를 통째로 살 수 있을까요?" - page 8

며칠 후, 모두가 잠든 한밤중.

분식집에 들렀던 남자아이가 다시 가게 앞에 섰습니다.

먹구름처럼 짙은 그림자와 함께...

"그런데 이번 가게는 뭐지? 또 먹을 건가?"

"어느 학교 앞이든 반드시 있어야만 할 가게지."

...

"아이들을 위한 학용품과 다양한 잡동사니를 파는 곳이야. 옛날 말로는 문방구." - page 8 ~ 9

다시 한번 서막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무인 문구점, 좋은 이름이야." - page 9



역시나 이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선

무인 문구점

웃는 얼굴을 보여 주면 문이 열려요!

문 앞에 설치된 카메라에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고 가게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신비한 물건을 얻는 건 아니었습니다.

조건이 하나 붙는데 바로 스피커 속 인물과 거래를 하는 것.

-비밀은 어떨까. 오랫동안 꼭꼭 숨겨 둔 남의 비밀을 듣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거든. - page 20

'오랫동안 꼭꼭 숨겨둔 나만의 비밀 한 가지'가 바로 거래 조건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아이도 겪고 있을 고민들을 가진 친구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인기가 많아져 학급회장이 되고 싶은 '주원'

아이돌이 되고 싶은 '하람'

공부 잘하는 누나와 비교당하는 것이 싫은 '라온'

아빠가 아저씨 같아 싫었던 '세아'

구두쇠 엄마가 창피했던 '민율'

아픈 반려동물의 마음이 궁금했던 '은우'

그리고 이번엔 마지막에 어른이 등장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고픈 '은정'

오직 아이들을 위해 존재했던 무인 가게에 그녀가 등장한 건

"그 선생님은 작지만 큰 걸 타고났어. 바로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을 멋지게 바꿔 놓을 운명." - page 149

선생님을 돕는 건 곧 아이들을 돕는 일이었기에 규칙의 예외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제 고민도 꺼내볼 수 있었고 지금의 아이에게 그 어떤 말보다 이 책을 건네는 것이 답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세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저씨처럼 보이는 아빠가 싫었던 세아.

"아, 몰라. 난 아빠가 싫어." - page 74

그런 세아에게 '쓱쓱싹싹 슈퍼 지우개'를 선물받게 됩니다.

싫어하는 사람을 지워 주는 지우개.

그래서 아빠를 슈퍼 지우개로 지웠지만 오히려 희미해진 아빠가 걱정이 된 세아.

그러다 아빠의 진심을 알게 되는데...

"우리 딸이 이거 좋아하겠는데......"

세아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유독 곰 인형을 좋아했다. 큰 곰, 작은 곰, 흰 곰, 노란 곰, 웨딩 드레스 입은 곰, 한복 입은 곰, 소방관 곰, 경찰관 곰, 의사 곰 가리지 않고 종류별로 모았다. 밤에는 곰 인형 수십 개를 침대 주위에 빙둘러 보초를 세워 두고서야 잠들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린애 때 얘기고, 이제 곰 인형은 졸업한 지 오래다.

'으휴, 저런 걸 누가 좋아한다고...... 아빠는 진짜 바보야. 난 아빠를 지우려고 했는데, 아빠는 왜 내 선물을 사려고 하는 거야.' - page 85 ~ 86

뭉클함이...

지난 어린 시절 나도 그랬었기에 그랬을까...

신비한 물건이 가득했던 '무인 문구점'.

만약 내가 그곳에 간다면 어떤 물건의 주인이 될까...?

또다시 문을 닫게 된 무인 문구점.

남자아이는 신비스러운 빛깔을 지닌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다음 무인 가게를 찾아볼까?" - page 150

또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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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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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남동 서점을 통해 잠시 '숨통 트이는 시간'을 제공해 주었던 작가 '황보름'.

그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들과 이 공간에서 마음을 함께 하고 싶었고 덕분에 마음이 참 따뜻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도 이 소설과 느낌이 같지 않을까...

그래서 이 에세이가 궁금했습니다.

전작에서 사랑스러운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그녀의 이야기는 어떨지...

그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깊고 느리게 쉬는 숨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할까"

복잡할 것도, 소란스러울 것도 없는

단순하고 평화로운 나의 세계를 위하여

단순 생활자



이 책을 쓸 때 막연히 일상을 담자는 생각이었고, 다만 그 일상을 아우르는 커다란 틀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는 그녀.

내 일상을 담는 틀은 무얼까...

익숙한 생활과 익숙하지 않은 생활...

이를 글로 옮기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한 줄 한 줄 쓰다가 자신의 삶을 아우르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단순'

읽고 쓰고 걷고, 밥하고 청소하고 운동하는 것 외엔 별다른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조용하고 단순하게 흘러가는 삶...

책을 쓰며, 단순하게 산다는 건 사는 데 불필요한 것들은 되도록 걷어내고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일들에 시간을 들이며 사는 일이라는 걸 이해해갔다. 내 삶에 꼭 있어주었으면 싶은 것들을 몇 개 정해놓고 그것들을 하면서 시적시적 걷듯 생활하는 마음이 좋았다. - page 10

그리하여 오랫동안 고대하던 독립을 하고, 얼마 후 퇴사를 하고, 다시 전업작가로 돌아온 지난 1년간 '자신'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스스로를 건사해나가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잘 쉬시나요?"

이 질문에 잘 쉰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국민답게, 다들 바쁘게 달려나가는데 나만 쉬면서 막 사는 건 위기감이 들기에 잘 쉰다는 건 차마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쉬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기에...

그녀는 잘 못 쉬어 면 번쯤 삶이 꺾이고 나서야 잘 쉬어야 잘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잘 쉬는 것이 무엇일까...

내게 휴식은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비어 있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건, 시간 속에 나만 들어가 있는 걸 말한다. 시간 안으로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한다. 사회적 시선, 압박,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말들. 지치지 않고 찾아오는 불안, 걱정, 두려움도. - page 234 ~ 235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가벼운 상태가 되는 것.

이 상태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나면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찾은 '휴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직접 해 먹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는데...

요리를 직접 해 먹으려는 이유는, 내 일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요리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나는 지금껏 매일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사람의 인생이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단 소리를 들은 적 없다. 내가 듣고 본 이야기 속에서, 요리는 보통 뿔뿔이 흩어졌던 하루의 조각조각을 이어 붙이는 용도로, 삶을 재건하는 용도로 쓰이곤 했다. 도망에 파를 올려놓고 어슷썰기를 한다는 건 나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끝까지 망가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나에게 있다. - page 74 ~ 75

다른 건 다 망친 하루라도 김치볶음밥 하나 맛깔나게 잘 만들어 먹었다면 그날은 뭐라도 하나 한 거라고 말한 그녀.

이 말을 듣고 보니 뭐라도 하나 하는 하루가 쌓이다 보면 끝이 난 것 같던 삶도 다시 열린 문 앞에 서게 되는 느낌을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작은 목표들을 만들어 지켜나가며 작은 성취를 경험하며 그렇게 시적시적 걷듯 생활하는 마음을 가져보아야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녀가 전한 이야기.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들로 명랑하고 안온하게 자신의 세계를 채우며 삶을 단순하게 다듬어가는 그녀로부터 잠시 느리고 편안하게 숨을 고르며 살아가도 괜찮다는, 단순한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평범하고도 단순한 일상에 대해 일탈을 꿈꾸곤 하였는데 오히려 이런 일상으로부터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받음을, 그래서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새기며 지금 이 순간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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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아씨전 안전가옥 오리지널 29
박에스더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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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있으나 없으나,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에 가슴이 시렸는데...

이 문구를 보자마자 심쿵 하였습니다.

어떤 사연이길래...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눈에 띈 점이 있었는데 바로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라는 점이었습니다.

벌써부터 흥미로워지는데...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서문빈의 모든 시간에, 현은호가 있었다.

그리고 현은호의 모든 시선 끝에 서문빈이 있었다.

벽사아씨전



사곡에 뭔가 있긴 한가 보오. - page 9

이곳은 왕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영의정의 별장, 사곡정이었습니다.

여기에 희뜩한 얼굴, 핏기 없는 입술, 남자치고는 가느다란 체구, 하지만 눈빛만큼은 폭풍우를 닮아 있는, 절대 스러지지 않을 바람의 눈을 가진 깊고도 깊은 눈동자를 지닌 이가 서 있었습니다.

바로 그는, 아니 그녀는 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나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서문빈'이었습니다.

서문빈이 이곳에서 찾은 이유는 살아 있는 자들의 권세나 돈이 아닌 사곡에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 길고 가느다란 그림자가 꿀꺽꿀꺽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입과 목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무언가였는데...

'응?'

빈처럼 이 방 안을 몰래 엿보고 있던 한 남자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는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

"말했다시피 내가 벽사 일은 초보라. 그대가 하는 일에 동행을 좀 했으면 하는데." - page 16

빈에게 동행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별채로 쓰이는 전각에서 수많은 뱀귀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절한 은호를 데리고 불타는 사곡정에서 탈출하던 빈은 누군가 은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게 됩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마주칠 거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억 속 그 얼굴을 한구석으로 밀어 두고 있었건만.

현은호.

서문빈의 정혼자, 현은호.

어릴 적 빈은 은호를 구하기 위해 이승의 존재가 아닌 이에게 소원을 빌었고, 그 존재는 은호를 살려주는 대신 그에게서 빈에 관한 모든 기억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했던 기억은 오로지 빈만의 것이었는데...

다시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쩐지 계속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빈의 옷자락에서 어릴 적 자신이 쓴 쪽지를 본 은호.

기억하는 한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한 사람.

과연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어디로 흘러갈까...?

한씨 가문에서 하나뿐인 딸로 태어난 '한채령'.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남편감이라는 남자를 보았을 때

'저것이 나를 왕비의 자리에 올려 줄 사다리로구나.' - page 187

라 생각했었습니다.

방계의 핏줄로 태어나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했던 '이휘'.

그는 한채령을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 page 56

이렇게 말하는 채령과 혼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자가 병에 걸려 죽고 다른 왕자들 역시 세자의 자리를 받기도 전에 급사한 것입니다.

거절할 수 없는 독주와도 같은 왕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휘.

어쩌면 자신이 왕이 된 것보다 저 여인이 왕비가 된 것이 어떤 이들에겐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57

중전의 속내를 알고 있는 휘는 동부승지 현은호와 함께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되려 하고 채령은 자신의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세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비늘이 아름답다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죽어 가던 구렁이였던 그에게 염라대왕이

내 너에게 파려라는 이름을 준다. 이는 칠보 중 하나이니, 너의 비늘이 수정을 닮았기 때문이다. - page 111

수정처럼 빛나는 이름.

그 한마디로 파려는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습니다.

그렇게 염라의 권속이 되어 함께하던 어느 날, 이승의 삶을 살러 간 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오직 염라만을 따르기로 한 파려는 이승에 머무르며 염라를 찾아다닙니다.

"내 존재의 이유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며,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분을 위해 죽으리라, 그리 다짐하게 만든 분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파려의 옆얼굴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어떤 감정에 물들어 있었다.

그걸 본 빈이 나직이 말했다.

"그분을 사랑하는군요, 파려는?" - page 110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사랑에 빠진 업신이라...

빈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비어져 있는 염라의 자리.

이 자리를 노리는 전륜(오도전륜대왕)은 호시탐탐 파려를 감시하는데...

"이 손으로 직접 염라의 혼을 깨트렸건만. 왜 아직까지 염라의 완전한 소멸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왜, 어째서." - page 139

염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어딘가에 조각으로 존재할 염라를 찾아 완전히 없애려 하는데...

파려는 전륜의 방해를 물리치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염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은호와 빈, 채령과 휘, 파려와 전륜.

이들의 결말이 어떨지...

매력적인 이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빈과 파려.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둘의 이야기가 가슴 저미게 다가왔었습니다.

반은 저승에, 반은 이승에 걸쳐 있는 빈의 육체.

이승의 존재가 아닌 파려.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은호와 염라.

닿을 듯 닿지 않는 애처로운 마음...

"원래의 운명은, 나에게 허락된 원래의 운명은 이것이었습니다." - page 493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

그래서 한순간도 눈이 뗄 수 없었고 가슴 졸이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간만에 너무 재미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손색없을,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을 이들.

저도 그대들을 사랑하게 되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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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10-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일욜에 주문해서 오늘 책이 옵니다. 기대되네요. 근데 어제 주문할 걸 그랬어요ㅠㅠ 땡투 했을텐데요ㅠㅠ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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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의 기록이 축적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그런 그가 이번에 수십 년 전의 과거부터 산업화의 격변과 도시화의 확장을 경험한 지금까지의 관찰을 통해, 현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이ㅡ 흐름과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껏 사회를 유지해오던 시스템이 바뀌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존재인 '핵개인'이 탄생했다는데...

너무나도 빠르게, 새롭게 변화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기에 이 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읽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새 규칙을 만드는 핵개인은 누구인지,

이들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핵개인'의 세상이 온다!

시대 관찰자 송길영이 관측한 우리가 맞이할 미래

우리는 모두 쪼개지고, 흩어지고, 홀로 서게 된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디지털 도구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누구나 이전에는 혼자서 할 수 없던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0대, 60대 이후 언제까지 더 길어질지 모르는 100세 이상의 생애 주기에서 사람들은 조직의 직급이나 지위보다 각자 개인의 역량과 생존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조직의 테두리와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난 중장년들 역시 새로운 개인주의적 삶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효도의 종말과 협력 가족의 진화, AI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기존에 없던 존재인 새로운 개인을 '핵개인'이라 정의하였습니다.

기존에 없던 존재인 '핵개인'은 준비하면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가만히 있으면 고립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기 삶을 답습하기보다 수정하는 태도와 용기로 무장한 상태입니다.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이들.

이들이 만들어낸 새 규칙들은 무엇일까?

다섯 가지로 살펴보았습니다.

하나, 국가는 내가 살아가는 세계관이라는 정서가 희미해진 핵개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지는 국가와 국적보다 내가 살아갈 도시가 더욱 중요하게 됩니다.

'한국인의 삶' 대신 '서울러의 삶'을,

조직과 시스템에 적응하는 귀속감보다 '자기 소속감'으로,

자신의 번영과 생명력을 제한하는 모든 것을 권위적이라 느끼며 살아갑니다.

이 모든 게 결국 역학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선진화된 것이 아니라 개인이 힘을 더 갖게 된 것뿐입니다. 집단으로 작동하던 생산 모둠의 집합 시스템이 개인 중심의 플랫폼사회로 바뀌면서 기성세대가 생각을 수정하기도 전에 갑자기 힘의 흐름이 바뀐 것입니다. 굴뚝 산업이 IT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커지게 된 것과 같습니다. - page 75

둘, 핵개인은 AI와 합을 맞추는 'AI 디렉터'로서 지난한 노동을 끝내고 능력의 진화로 무장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큰 재난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자신만의 기회이자 스스로의 축복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의 기본은, 시대의 큰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현행화하는 것입니다. - page 143

셋, IMF 사태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순식간에 추락하는 삶을 목격한 보통 사람들은 외부 충격에도 쉽사리 부도나지 않을 것 같은 대기업 취직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고 더 이상은 수능이 마지막 시험도, 대기업 입사가 마지막 관문도 아닌 세상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대퇴사'는 새로운 물결이 되었고, 퇴사자들은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각자의 정체성 재정립을 도모하였습니다.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유일무이한 서사를 기록하며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나가는 핵개인들.

'미래 인간의 업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거나 플랫폼 프로바이더거나.'

-2021년 발간한 그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한 문장

넷, '가족도 남처럼' 거리를 둘 줄 아는 관계로 재정의되면서 부모와 자식 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방식 대신 서로가 자립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사회로의 진화.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는 행위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인간의 도리로 정착됐지만 사회적 설계로 그 무게를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현명해지고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를 지킬 수 있는 핵개인들의 사회를 꿈꿔봅니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입니다. - page 263

다섯,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동반자들과 일상의 고락을 함게 나누기도 하고, '한민족과 단일국가'라는 마음속 경계를 깨고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받아들입니다.

스스로도 타자가 될 수 있음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타자를 만났을 때도 주저함이 없는 핵개인.

이제 핵가족을 넘어 더 작은 단위인 핵개인으로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굴레처럼 보였던 현실에서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서로가 언제든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때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그렇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각자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그래서 스스로가 스스로의 권위를 자신 있게 인정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다 같이 꿈꿔 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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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 윤동주가 직접 뽑은 윤동주 시 선집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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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하고 말았으나,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 강압에 고통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고민하는 철인이었던 시인 '윤동주'.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아 울림을 선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이 유고집의 원고는 윤동주가 그동안 써온 시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시 19편을 직접 골라 연희전문학교 졸업기념 시집으로 출간하려 했다가 스승인 이양하 교수가 이들 시에는 저항시가 대부분이라면서 제자를 염려하는 바람에 자유가 없던 일제 암흑시대의 울분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쉽지만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합니다.

윤동주는 19편의 육필원고를 후배인 정병욱에게 맡기고 친구이자 고종사촌인 송몽규와 함께 일본 유학을 떠났고 학업이 끝날 무렵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그.

저항할 수 없는 공간에서 서서히 죽어갔던 윤동주 시인.

1948년 2월 16일 윤동주 서거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명동 플라워다방에 모인 친구와 선후배들이 딱 10부만 제작해 나눠 가진 윤동주 최초유고집.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소중한 그의 시를 읊어보겠습니다.

윤동주 서거 3주년 기념시집의 원본을 그대로 살린 유고시집

한글학계의 거두 최현배 선생의 영향으로 최초 가로쓰기 시집

증보판부터 삭제된 정지용, 유영, 강처중의 서문, 추도시, 발문이 살아있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집 복각본



정병욱에게 맡겼던 19편,

일본 유학 시절 윤동주가 편지와 함께 보낸 5편,

친구 강처증이 보관 중이던 7편을 모아

31편이 실린 유고집.

여기에

정지용이 서문을,

유영이 추도시를,

강처중이 발문

더해져 특별하고도 소중한 복각본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그의 생과도 닮은 시.

하지만 솔직히 이 시들을 접했을 때 조금은 낯설었습니다.

당시에 발간된 대로 표기되어 있어 원문의 느낌이 느껴졌기에 지금과는 조금 다른...

그래서 더 시인의 감성을, 의미가 강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던 시들도 있었지만 익숙한 시들을 마주했을 땐 여러 번 곱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첫머리에 수록된 시 <서시>.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에서처럼 시인의 길을 걸어갔던 그.

시집의 머리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 시.

저에겐 이 시를 읽고 나면 참 그가 그립곤 합니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슴 아린 시인 <쉽게 씨어진 시>.



'욱첩방은 남의 나라' 현실에서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를 한 시인...

마지막 시가 된 이 시로 그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지면서 또다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청년 시인 윤동주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손을 빌어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전해진 윤동주의 시.

그 의미를 가슴 깊이 새겨보아야 했습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우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세워 우는 버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엄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별 헤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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