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 알수록 쓸모 있는 생활 속 수학 이야기
티모시 레벨 지음, 고유경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도 돌아보면 생활 속 '수학'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

물건을 살 때 계산

아이들에게 똑같이 간식을 줄 때 배분

등등.


생각해보니 '수학'은 우리의 일상에서 뗄레야 뗄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부터 왠지 모를 끌림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 문구때문이겠지요.

수학

한번

믿어봐!

짜잔~하고 등장해서 마치 '나를 따르라'라고 외칠 것만 같은 이 남자 쓰앵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는 봐야겠습니다.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우선 목차를 보았습니다.

탐색 이론

알고리듬

암호학

네트워크

벤포드의 법칙

등 순간 드는 생각은 '어렵다' 였습니다.

'과연 내가 읽어서 이해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었는데 앞서 책표지에서 외친 것이 생각났습니다.

수학 한번 믿어봐!

무작정 그 믿음으로 읽어내려갔습니다.


'수학'이기 이전에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뜻 모를 '기호'가 등장하면서 문제 해결 방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 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아하!라는 감탄으로 끝나게 된 '수학'.

'암기'가 아닌 '이해'이기에 책이 재미있었고 일상 속에서의 수학의 발견은 참으로 놀라웠고 읽고난 뒤 나의 일상에서의 수학을 발견하고 적용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수학으로 '행복'까지 의미를 확장시킨 이야기, <수학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서는 '페이스북'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볼 수 있는 게시물이 1,5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는 사용자가 가장 최근의 게시물만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장 관련 있는 게시물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뉴스 피드에는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친구들의 상태 업데이트가 항상 나타나야 하고, 서로 연락하지 않는 먼 지인의 상태 업데이트는 우선순위가 낮아야 한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알고리듬을 만들었다. - page 61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상태 업데이트로부터, 댓글, 공유, '좋아요' 표시 등 페이스북 사용자간의 모든 상호 작용은 엣지(edge)로 기록된다. 만약 어떤 게시글이 좋아졌다면, 하나의 엣지가 되고, 그 게시글에 댓글을 달면 또 하나의 엣지가 된다. 그런 다음 페이스북은 '엣지랭크(EdgeRank)'라는 알고리듬을 이용해 모든 엣지를 결합해 사용자의 뉴스 피드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즉 사용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엣지를 필터링해 뉴스 피드에 노출하는 것이다. - page 62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에 대한 방정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사람들의 감정을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순간 섬뜩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을 돌아다닐 때마다 많은 프로그램과 웹사이트가 우리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감정과 기호, 욕구를 자극한다. 알고리듬이 우리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처럼 기업들도 관련 있는 뉴스 피드를 유지하는 수학을 활용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며 우리가 제품을 가장 사고 싶어 할 시기에 딱 맞춰 광고를 내보낸다. - page 70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예의 주시하며, 이러한 회사를 견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수학에 열린 마음을 갖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age 71


그리고 실로 흥미로웠던 이야기, <우주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일까?>.

우주가 선호하는 숫자?

너무나도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구를 하고 법칙을 만든 이가 있었으니 '벤포드의 법칙'.

우주는 1로 시작하는 수를 선호할 뿐아니라 아래 수학 공식에 따르면 작은 수로 시작하는 숫자를 더욱 좋아한다.

     

   - page242

이를 통해 영업사원의 범죄 행각을 밝히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선거 조작 혐의까지도 활용되었다고 하니 수학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은 수학들.

우리가 '수학'이란 학문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에 대해 책의 마지막에 이야기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수학은 '사람을 위한 도구'다. 우리는 어떤 이론을 증명하고, 어떤 이론을 탐구할지 선택한다. 정리는 증명할 수 없다는 면에서 비평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을 지속시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가에 따른다.

...

통찰력을 얻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이 탐색에서 수학은 동료이자 맞수인 묘한 역할을 한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직관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단 수학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수학 자체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 page 262 ~ 263

이제와 새삼스럽지만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곧 나의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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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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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마냥 나이를 먹고 싶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서 무엇이든, 내맘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앞자리 수가 '3'이 되면서는 나이가 드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일까?'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설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문구가 저를 설레게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앞으로의 제 인생도 설레일 수 있을까요......

나이 듦의 심리학』 


책을 펼치니 <시작하며>에서 '여자의 정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정년'이라함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정년'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여자'의 정년이라니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정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여자가 갱년기를 맞이하는 40대부터 50대에 걸친 시기

'폐경'(이는 이 사회에는 여전히 폐경한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는 차별적 사고가 박혀 있는 이야기지만......)

50대부터 60대 즈음 자녀가 독립하는 시기

특정 이성(다시 말하지만 동성이어도 좋다)과의 연애, 성애 관계가 종료된다는 의미

등등.

이처럼 여자의 나이 듦과 정년의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여자의 나이 듦과 정년의 의미는 무엇일지에 대해 이 책에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개 남편의 정년이 여성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그럴 것이고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를 잘 극복하려면 정년퇴직하기 전부터 '정년 이후 어떻게 살면 좋을지' 부부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년 후에 어떤 일이 생기든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나는 나'라며 본인 스스로를 꽉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친구, 취미, 직업, 좋아하는 음악과 드라마, 지금 하고 있는 운동, 마음에 드는 책이나 영화. 그런 '나만의 아이템'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편의 정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든 그에 휘둘리거나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54 ~ 55

저는 특히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여자가 나이가 들수록 '사랑'에 대해 무덤덤해진다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오히려 젊은 이들보다 더 뜨거운 심장을 지닐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작은 빛이 가슴속에서 빛난다.

아직 이 세상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 - page 92

 


나이가 들어도 '여자'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이 마음.

그렇기에 책에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구상에 나를 이성으로 대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서서히 잃게 만든다.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고 싶은 우리는,

어떤 길에서 삶의 활로를 찾는 것이 좋을까. - page 133

이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답을 찾아야하는 과제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나이 듦'에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다음의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가끔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기를 바란다.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삶을

우선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 page 209

어차피 흐르는 인생에 아둥바둥 할 바엔 차라리 한숨 크게 쉬어 자신의 숨통을 튀우는 것!

그리고 내 인생은 계속되기에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나이 듦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나이 드는 것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진정한 내 인생을 못 즐겼던 지난 날이 아쉽게만 느껴졌었습니다.

이제라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에, 보다 나답게 살아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잘 늙는 것!

그렇다면 어느 하루도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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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날의 미식 여행 - 오로지 먹으러 다니는 요리 여행가의 맛 탐닉기
정연주 지음 / 위즈플래닛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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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달에 한 두번은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이 '소확행' 중 하나입니다.

즐겨보는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처럼 길을 가다가 배가 고파지면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아 음식을 먹으며 행복을 느끼는 그의 모습.

그의 명대사 중 하나인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는 보는 이도 허기짐을 느끼게하곤 하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 '정연주'씨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먹지 않아서 후회한 끼니는 있어도 먹어서 후회한 끼니는 없다!"

왠지 여자 '고로'의 느낌이 나는건 기분 탓인지......


그녀를 따라 '먹기'와 '여행하기'를 동시에 하면서 행복한 미식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온갖 날의 미식 여행』 


미식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기억하자, 올바른 음식 여행자의 자세는 밥을 동선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먹을 계획에 맞춰서 동선을 짜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처 먹지 못하고 떠나온 음식 때문에 자다가도 다시 돌아가는 꿈을 꾸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 page 10


그렇게 시작된 '혼밥 여행'.

'혼밥'이 필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과 만난다 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으면 먹는 행위 자체보다 대화나 분위기에 집중하고 음식이 상대방의 입맛에 맞는지, 식사 속도가 너무 다르지 않는지 등 여러 정보를 인지하게 된다. 식사의 목적이 반드시 음식인 것만은 아니니 함께 먹는 밥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결국 음식의 맛이 덜 느껴지고 기억에 흐릿하게 남는다. 그래서 다시 식사 자체에 집중하는 의식을 거쳐야 비로소 '밥을 먹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 page 13

새삼 깨달았습니다.

혼밥을 할 때면 대충 끼니를 때운다는 느낌으로 먹곤 하였는데 오히려 혼밥할 때야 비로소 '미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혼밥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를.

그러니 당연히 혼밥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 혼자 떠나는 여행은 정말로 먹고 다니기 좋은 기회다. 코스도 메뉴도 전부 내가 짜기 나름! 맛없다고 나를 탓할 사람도, 그건 싫다고 퇴짜를 놓을 사람도, 대충 먹고 때우자고 줄 서서 기다리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없다. 어제 먹은 음식이 맛있었다고 오늘 또 먹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순 먹고만 다니느냐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다. 사회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제로. 최고다! - page 13

 


항상 '맛집'을 갈 순 없습니다.

먹다보면 타국의 음식이기에 향신료나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고 이름과 영문 설명만 보고 주문하니 예상한 음식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SNS의 '사진 찍기용'의 음식일 수도 있습니다.

하! 지! 만!!

이 또한 여행의 묘미이자 미식의 묘미라는 것!

특히나 혼자 오면 자신을 탓할 사람도, 신경 써야 할 사람도 없기에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음식에 대한 '설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미식 여행기엔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그림' 속에서 그녀만의 음식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음식을 대할 때의 태도도 그림 속에 묻어 있기에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사진보다는 더 정감이 가고 그 음식에 대한 호기심마저 일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미식 여행은 다른 나라 뿐만아니라 '부엌'이라는 공간에서의 미식 여행도 있었기에 그 속에 담긴 '레시피'를 따라 독자도 만들어 먹다보면 어느새 그녀와 함께 미식 여행을 떠남을 느낄 수 있게도 해 주었습니다.


이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니 앞서 그녀가 <프롤로그>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돌아서면 먹을 생각밖에 없는 여행이지만, 뭐 어때. 먹는 게 남는 거라고들 하는데. 무엇이 남았을까? 맛있는 기억, 새로 얻은 레시피, 맛집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씩씩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내가 남았다. 만세! 이번 여행도 참 맛있었어. 다음 여행도 맛있겠지. 세상은 넓고 아는 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결국 '미식 여행'을 통해서도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다시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가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도 외치게 되었습니다.

"배가 고파졌다!"

제 배를 채우기위해 부엌으로의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공복을 채워 작은 행복을 느끼기위해 제 나름의 미식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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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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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

이 시리즈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워낙 명성이 자자했었던 점도 있었지만 저마다 자신의 전공 분야의 눈으로 바라본 명화에 대해선 어떤 해석이 있을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미술관에 간 화학자 2』 


특히나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 '엘 그레코'를 비롯하여 '클림트', '뭉크', '반 고흐', '모딜리아' 등 그들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엘 그레코'와의 인연은 스페인으로의 배낭여행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열심히 돈을 모아서 꿈에 그리던 '스페인'으로의 여행을 떠났을 때 만난 '엘 그레코'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

솔직히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화가에 대해선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만난 순간 그 화가에게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인간이 사는 지상계와 천상계 사이의 표현은 마치 여성의 '자궁'을 표현하였다는 점과 조문객들은 당시 톨레도의 세력가들을 그림으로써 그들에게서의 후원을 유도한 점, 화가 자신과 그의 아들을 그림에 숨겨놓았다는 점, 흐릿한 아기 모양이 오르가스 백작의 영혼이라는 점 등은 알고나니 더 신비롭게 다가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몰랐던 사실을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보면 그림이 천상계와 지상계의 색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상계의 색채는 마치 물체가 탈 때 나타나는 불꽃 속에서 희끗희끗 창백하게 빛나는 재처럼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엘 그레코는 하나의 그림에 어떻게 이처럼 상반된 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 그 열쇠는 바로 '납(Pb)'에 있었다. 물감 중 연백은 납을 주성분으로 하는 데, 그냥 단조로운 흰색이 아니라 창백한 느낌의 독특한 흰색을 띈다. - page 20

이는 과거 여성의 미백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여 납 중독을 일으키는 원흉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화학적 성분을 이용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었는지 그의 섬세하고도 정교함에 또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엔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화들이 소개되면서 그 속에 숨겨진 색채 사용, 명암 처리, 역동적인 구성, 뛰어난 빛의 해석 등에 담긴 화학적 이야기가 더해서 명화가 가진 가치를 한껏 높여주곤 하였습니다.


인상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인 <수학의 선이냐, 화학의 색이냐>에선 선과 색이 만나 회화가 탄생되지만 이에 대한 우위 여부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었습니다.

'선우위론자'들의 이야기.

회화는 소묘(드로잉) 없이 어떠한 형상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면, 색채는 빛에 의해 변해버리는 우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르네상스 시대 미술가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완벽한 균형과 조화는 선을 통해서 이뤄졌다. 선이 없다면 당연히 원근법과 대칭법, 이상적 인체 비례 등도 고안할 수 없으며, 이는 수학적 사고와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 page 176

'색우위론자'들의 이야기.

미술의 궁극적 목적이 자연의 모방이라면, 회화의 목적은 색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소묘는 채색을 위한 준비에 지나지 않는다. 선이 이성이라면 색은 감성인데, 감성이 결여된 이성만으로는 예술이 성립할 수 없다. 색의 본질과 변화는 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회화의 주재료인 물감이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 page 176

그들에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결국 선과 색이 있기에 '회화'가 있음을 잊지 맙시다!"


책의 마지막에는 '모딜리아'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슬픈 화학작용>

그의 작품에선 색채나 명암 등에서의 화학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에 대한 이야기.

그의 유명한 작품인 <큰 모자를 쓴 잔느 에뷔테른>.

그를 평생 괴롭혔던 병약함과 가난에서도 그의 곁을 지켜준 그녀, 잔느.

잔느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동거를 하지만 그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향으로 인해 결국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못하고 잔느와 아이는 떠나게 됩니다.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모딜리아는 결국 그리움과 무력감에 피폐해지고 술로 인해 결국 숨을 거두게 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잔느 역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데 그녀의 뱃속엔 임신 8개월 된 둘째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잔느의 그림을 보더라도 눈동자를 찾아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아직 당신의 영혼까지 느끼지 못했소. 당신의 영혼을 느끼게 되는 날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소." - page 356

그리고 이어진 잔느의 묘비명과 유언은 안타까운 사랑의 모습이었습니다.

잔느의 묘비에는 "목숨까지 바친 헌신적인 동반자"라고 새겨져 있다. 그녀의 마지막 유언은 "천국에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어줄게요."라고 한다. - page 356


책을 읽고나니 명화를 보는 시선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명화와 화가의 이야기에 중심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다방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왠지 수학자가 바라본 명화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수학자가 보았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수학의 선이냐, 화학의 색이냐>에선 어떤 의견을 가질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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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 온 Go On 1~2 세트 - 전2권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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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 분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몰입감과 속도감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끝을 보기 전엔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전하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끔 하기도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나게 된 그의 작품.

'가족'의 모습을 통해 전할 그의 메시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고 온


1971년 9월.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한 자리에 모인 식구.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앨리스'에겐 매일을 다투며 살아온 부모님과 예일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는 큰오빠, 아이스하키 선수가 꿈이었지만 교통사고로 운동을 포기하고 경영학으로 진로를 바꾼 작은 오빠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도 그리 화목한 가정은 아니지만 그녀의 엄마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그녀는 자신과 비슷하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남자친구 '아놀드', 유대인이자 동성애자인 '칼리'와 함께 붙어 다니며 그들에게 저항을 해 봅니다.


나는 아놀드에게 전화해 해변에서 벌어졌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내일 학교에 가면 칼리랑 교장실을 찾아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털어놔."

아놀드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교장이 와스프 중심인 올드그리니치에서 유대인 인권운동을 펼치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내게도 대처 방안이 있어."

"내일 1교시 이전에 칼리랑 의농할게. 어쨌든 네가 변호인 역할을 맡아주면 칼리도 매우 좋아할 거야."

"이제 올드그리니치에서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해."

"그리 쉽지는 않을 거야." - page 66 ~ 67


그리고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칼리의 실종사건.

칼리의 가방과 소지품이 해변에 놓여 있기에 경찰은 자살이라 추정하지만 그녀의 시신은 발견되지도 않고 그로 인해 앨리스는 힘겹게 학교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살인 줄 알았던 칼리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그녀 앞에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어진 칼리와 큰 오빠 사이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진실들......

또한 그녀가 더블린에서 만난 연인이 폭탄테러를 당하는 등.

복잡한 사회정치문제와 문화가 그녀의 가족에게 끼친 영향과 그로 인한 가족 구성원들의 위기, 불행, 그리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까지.

소설은 거대한 시대상을 한 가족에게 축소시켜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곤 하였습니다.


2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오빠의 비밀은 영적인 게 아니라 세속적이고, 그 비밀이 밝혀지면 죽을 때까지 감방에 갇혀서 살게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울게."

"지금 너, 아빠처럼 말했어."

"아니, 전혀 달라."

"그럼 왜 오래전에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내 죄를 숨겨주려고 하는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그 대신 나는 오빠한테서 방금 들은 이야기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겠지."

"조금 전만 해도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운다며?"

"지우겠다고 해서 지워지는 게 아니잖아. 평생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겠지. 그렇지만 다시는 얘기도 꺼내지 않을 거야. 오빠도 다시는 어느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나도 차라리 몰랐으면......"

"너는 알고 있어야 해. 이건 우리 사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그 일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돼 있는 거니까."

오빠는 천장을 보다가 형광등을 보다가 나를 보았다.

"이제 너도 공범이네." - page 381 ~ 382


"그 분이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요. 그렇지만 한 가지 교훈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숨기는 게 있습니다. 누구나 나름대로 거짓말을 합니다. 누구나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완전히 투명하다? 동화에나 있는 일이죠. 부부 사이에서는 특히 그렇고, 가족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완전히 진실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그래서도 안 돼요. 우리 대다수는 자기 자신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만으로도 계속 벅찬 상태니까요." - page 387


'가족'.

가깝고도 가깝지 않은 존재.

서로를 위하지만 결국은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라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믿기 싫기도 하였습니다.


다시 1권에서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가족은 하나의 비밀 사회다. 비밀은 부모나 남매가 함께 공유할 경우 공모나 음모가 된다. 비밀을 알고 나서 침묵한다면 공범이 된다.

'너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리 문제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된 건 그 일의 영향이 크니까." - page 19

그리고 엄마가 했던 이 한 마디는 책을 덮은 이 순간에도 잔여운이 남기도 하였습니다.

"가족이 전부야. 그러니까 가족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 page 19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지 조금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단 하나의 믿음이 있었습니다.

가족이니까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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