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요가합니다 - 분주한 일상에 충만한 기쁨
아카네 아키코 지음, 김윤희 옮김 / 미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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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전엔 '요가'의 매력을 몰랐습니다.

음악은 명상하기에 좋은 음악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멍 때리게 하는, 때론 졸음을 유발하곤 하였고 동작 하나하나에 긴 호흡과 함께 해야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곤 하지만 나에게는 느릿하고도 불가능한 동작들이라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그만 두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40을 바라보는 요즘.

그 어떤 것으로도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아니, 나라는 존재도 이제는 잘 모르게되니 점점 지치기만 하였습니다.


제 주변의 지인이 넌지시 건넨 한 마디.

"너도 요가 한 번 해봐!"

과거의 만남이 있었기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만지작 만지작 요가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어?!

그냥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모르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차분해지는 마음.

이제야 요가의 매력을 알게 되었나봅니다.


그러다 이번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발끝까지 닿는 호흡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마음을 요가합니다


우선 '요가'에 대한 정의가 나왔습니다.

인도 5천 년 역사의 비법인 요가.

집중하여 정신을 통일하는 수련법으로 이는 신체적인 훈련일 뿐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좋은지에 관한 다양한 의문에 해답을 건네는 심오한 통찰의 결정체라고 저자는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요가 자세의 실천편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다만, 누구나 알고 싶어하는 질문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4장으로 묶인 84가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점점 시야가 트이면서 마음이 해방되어 갈 것입니다. - page 4 ~ 5

저자의 말처럼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가다보니 마지막 이야기를 읽을 때면 이렇게 외치게 되었습니다.

"나마스떼(Namaste)"


우리네 인생.

참으로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괴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한 줄의 문장이 왜 그토록 우리가 힘겹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일러주었습니다.

결국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 page 13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불필요하며 불가능한 일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걱정을 만들고 있진 않는지.

알고보니 저도 괜한 걱정을 만들어 스스로 지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책 속의 '요가'는

우선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면서

마음을 깨우는 열쇠를 발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의 문 건너편이 보이게 되고 마침내 자유롭고 행복하고 샨티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닫힌 마음의 문 속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요가'의 진정한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페이지씩 간결한 요가의 가르침이 있기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나 마무리를 하는 잠자리 들기 전에 요가 음악을 틀어놓고 읽어내려가면 그야말로 '마음의 요가'를 행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이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늘 자신을 향해 밝게 웃어주세요. - page 119

아마 다들 자신에게 제일 야박할텐데......

나 자신을 향한 미소.

그 미소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비로소 내가 '나'가 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긴 숨이 내 몸에서 뱉어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내 마음 속에 깊은 응어리가 있었나봅니다.

조금씩 내려놓고 돌아보고 다독여주다보니 그 응어리가 긴 한숨으로 몸 밖을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나를 알아간다는 것.

참으로 많은 책에서도 일러주지만 '마음요가'를 통해서는 한결 차분히, 고요히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도 매일 한 페이지씩 읽으려합니다.

혹시라도 현실에서 나를 잃어버릴까봐.

또다시 내 마음에 문이 닫힐까봐.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읽으며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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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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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했습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이 소설!

뭔가 심상치않았습니다.


무려 50세의 나이에 늦깎이 데뷔하여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문학상인 나오키 상과

전국 서점원이 뽑은 시대소설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작가의 '야채애호독점타파' 러브 스토리!


무심코 제목에 이끌려 책을 받아들었지만 읽으면서 웃음과 감동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던......

엉뚱하면서도 순수했던 이들이 펼치는 러브 스토리.

야채에 미쳐서

 


지사토는 나가야 하수구 덮개 널판을 꽝꽝 밟으며 울화통을 깡그리 터뜨리려는 듯 악을 썼다.

"이놈의 오사카, 진짜 지긋지긋해!" - page 9


오사카에 부임한 남편을 따라 내려온 에도 토박이 '지사토'.

하지만 그의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떠나게 되고 시댁에서는 요절한 장남의 처를 부양할 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않으니 인연을 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친정이라고 아버지 대부터 해 오던 만주가게에 찾아갔더니 그 가게를 운영하는 오빠의 처 올케라는 사람은 바쁘다는 핑계로 겨우 한나절 만에 싫은 내색을 비추기에 그녀는 굶어죽으면 죽었지 그런 올케에게는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작심하며 오사카에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곳마다 오래 일하지 못하고 짤리기 일쑤.

이번 습자소에서의 강사일 역시도 결국 짤리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쪽방이 도둑맞게 되고 하필이면 그날이 집세 내는 날이라니......


망연자실에 힘겹게 버티고 있던 그녀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첫인상은......

하지만 이 사내는 체포된 빈집털이범 같은 인상이다. 연령은 지사토와 비슷한 스물 두엇일 텐데, 옷자락은 걷어 올려 허리춤에 지르고, 그 밑으로 연두색 모모히키를 입은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은 채 판자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다. 게다가 수건 틈새로 손가락을 넣어 덥수룩한 수염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아, 너저분해, 입가에서 뭐가 떨어졌어. 아마 먹다 붙은 밥알 같다. 세상에. - page 22

그런 그를 향해 관리인은 자세를 바로하고 허리를 구부리며 말합니다.

"이쪽은 집주인 가와치야의 큰도련님 세이타로 씨." - page 22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그의 앞에서 터질 줄이야!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오사카엔 인정이 없다고 하니 그 말을 들은 지사토는 그녀에게 제안을 합니다.

"일할 데가 없으면 우리 쪽은 어때? 여자 일손들이 결혼한다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일손이 딸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얼마 전에 들은 것 같은데." - page 26


이튿날 아침 지사토는 관리인과 함께 오사카에서도 유명한 상점만 모여 있는 기타센바의 이마바시 지역의 덴마 청과물시장 상인회 집안의 마나님 시녀로의 일을 하게 됩니다.

시녀로서 한 사람 몫을 해내야 급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조심스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물어보니 이삼 년쯤이라는......

세상에! 그렇게 오랫동안 이 부인을 모신다고? 그건 무리야. 방금 전의 각오는 어디로 갔는지 이대로 꼬리를 감추고 내빼 버리고 싶었다. 아니, 아니, 쨔우쨔우, 하며 지사토는 고개를 저었다. 빈손으로 야반도주를 한다고 해도 에도는 고사하고 미노의 남편 무덤에도 가 보지 못할 것이다.

지사도는 주눅이 들려고 하는 자신을 떨쳐 세우려는 듯 허리를 펴며 전정가위를 들고 있는 마나님을 보았다. - page 39  ~ 40


허당일 듯한 세이타로는 야채를 먹는 순간 산지를 맞출 만큼 해박하여 사람들이 "야채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야채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지사토는 어느샌가 조금씩 끌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야채시장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저 역시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는데......

과연 당찬 에도 여자 지사토와 얼간이 오사카 남자 세이타로 사이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소설 속에서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채소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는 게 전부면서 이렇게들 우쭐거리시지. 구전을 떼어먹는 것만이 장사라면 거기엔 실이 없소. 실이 없는데 권리만 휘둘러 농부들 눈에 피눈물을 나게 만들면 조만간 여기저기서 부패가 일어날 거요.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이오. 나보다 지혜가 깊은 분들이 이렇게 모였는데." - page 222


"다들 잘 들어. 이런 것이 가와치야의 채소라고 당당하게 내놓을 만한 물건이 아니라면 절대로 팔면 안 된다. 당장의 이문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하다가는 하루아침에 신용을 잃는다. 알겠나? 신용이라는 것은 쌓는 데는 수십 년이지만 잃는 데는 한순간이다. 그것만 명심해라." - page 230

피땀흘려 자식과도 같은 농산물을 내놓는 농부들.

그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들은 중간 상인이나 판매자, 아니 결국 우리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신용'이라는 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 지금 우리에겐 잘 지켜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세이타로 같은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저 믿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열심히 보던 드라마 <검사내전>이 끝이 났습니다.

거기에서도 '정의'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검사들의 모습.

자신의 위치에서 당연히 지켜야할 것을 지켜지길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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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 -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치 다이빙
태수.문정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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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만 보고 살았는데,

정작 주말이 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문구에 공감하였습니다.

일주일에 제일 기다려지는 토요일!

아니, 주말을 맞이할 수 있는 금요일!

그래서 '불금'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막상 맞이한 토요일 아침은 여느 아침보다 조금 늦게 시작되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뒹굴뒹굴 거리다보면 어느새 일요일.

이번엔 제대로 쉬어야지라고 다짐을 하지만......

어느새 어둑해진 저녁이 다가오면서 월요일을 준비하게 됩니다.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어려운 우리에게 다가온 이 책.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나는 행복을 찾아, 일센티 다이빙

1cm 다이빙

 


1cm의 다이빙이 시작하게 된 계기.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는, '그냥 이런 게 인생입니다'라고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싫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게 7m, 5m, 아니 1m는커녕 동네 목욕탕에서 하는 1cm짜리 다이빙 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 page 13

행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조금씩 줄어듦을 느끼며 점점 행복에서 멀어지는 자신의 모습에서 더 이상은 주저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그 동료, 2호에게 전화를 겁니다.

"문정 씨,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요... 혹시 같이 해볼래요?" - page 14

"...그럴까요?" - page 16

그렇게 시작된 1cm 다이빙 프로젝트.


1호 태수씨가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와 1호 문정씨가 동의하는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나 역시도 세번째 참가자가 됩니다.

그리고 일러주는 <1cm 다이빙 참가자를 위한 안내서>.

 

그래도 '다이빙'이기 때문에 준비운동으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잠시 세상의 소리에 귀를 닫고 내 마음 속에서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작해봅니다.

준비~!

가볍게 '예열'을 시작합니다.

우선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거 있어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 검색, 일기예보를 보고 그 다음엔 주변 사람들과의 톡! 톡!.

가끔 쉴 때도 웹 서핑을 하는데......

거의 내 몸과도 같은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꺄르륵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아이가, 내가 읽어야 할 우뚯솟은 책탑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모두 잠든 밤에 시원한 캔맥주 하나가 저에게 치명적인 행복을 전해주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또 하나의 행복이 추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 <30초 안에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면>이었습니다.

30초?

저 역시도 짧다고 생각했었는데 태수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노래 들을 거예요.

전주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노래들 있잖아요.

문정 씨도 그런 노래 있어요?" - page 33

순간 저번에 <슈가맨 3>이란 프로그램에서 소환되었던, 저의 최애곡 진주의 '난 괜찮아'가 떠오르면서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맞아! 이 노래 따라 부르기위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친구들이랑 그렇게도 노래방을 다녔었는데......'

그러면서 '라떼는 말이야~'라는 '아재'같은 모습이 엿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요즘 노래도 좋지만 나의 추억이 담긴 그 시절 그 노래들이 저에게 행복 하나를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에선 질문을 던져 그 질문의 1호, 2호, 그리고 독자인 3호가 저마다의 답을 찾으며 행복을 하나씩 찾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 이 주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순간 울컥하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 속마음을 들어내는 걸 잘 못하기에, 그저 묵묵히 삼키기에 나만의 비밀을, 상처를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 무심코 만나게 된 이 책에서의 질문이 가슴 속 응어리를 자극했나 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페이지.​


 


선뜻 적어내려가지는 못하였습니다.

또다시 내 가슴 속에 묻힌 이야기.

하지만 잠시나마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곱씹을 순 있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속상할 땐 노래도 듣고, 슬픈 영화도 보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무 돈도 들이지 않으면서 이 자리에서 당장 나아지게 해 줄 것이 필요했었다. 슬프지만 이 주문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게 될 것 같다.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잠시 잊고 있었지만, 부처님의 말처럼 불행은 끊이지 않고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그 문장을 이렇게 끝맺고 싶다.


어린 시절은 불행한 일의 연속이었으며 커서도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행복해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 page 214 ~ 215

작고도 소소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행복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나는 어땠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맞아! 그랬었지.'라며 추억소환, 기억소환을 하며 나의 행복을 하나둘 찾아냈었습니다.


이제는 주말에, 내 행복을 찾기위한 '다이빙'을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조심스레 호흡을 가다듬고 다이빙대에 두 발을 내딛어봅니다.

하나, 둘.....

1cm라도 조금은 낯설고 두렵지만 용기를 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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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불평등 시점
명로진 지음 / 더퀘스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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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갑'들의 횡포가 넘쳐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수면에 떠 오르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횡포를 보고 있자면 울분이 터질 때가 한두번은 아니었습니다.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렸던 이.

직원들에게 폭행과 부당한 노동 강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얻거나 사기를 저지르는 모 기업의 일가.

과연 이러고도 우리는 민주사회에 살아가는 것인지 의심마저 들곤 합니다.


'갑질'에 대해선 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향한 우리 '을'들의 외침.

이 외침이 우리의 세상을 바뀌길 바라며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전지적 불평등 시점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불평등하지 않은 곳 없고, 인간 같지 않은 인간 없는 곳 없다. 문제는 그런 작자들이 마치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으로 착각하고 숭배받는다는 엿 같은 꼬락서니가 일상사라는 점이다. - page 6 ~ 7

불평등한 세상.

그 세상에 뼈 때리는 이야기는 읽을수록 고구마로 막힌 내 속을 사이다로 뻥 뚫어주었습니다.

첫 이야기도 이미 우리는 접한 뉴스였습니다.

2019년 5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학에서 부정입학 사건.

싱가포르에서 손꼽히는 제약회사 사장인 자오타오의 딸 자오위쓰는 요트의 '요'자도 모르지만 아버지의 스탠퍼드대학에 주는 기부금 덕분에 요트 특기생으로 입학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불거진 건 철없는 딸 자오위쓰의 SNS 때문이었습니다.

"스탠퍼드는 꿈이 아니에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어요. 혼자 공부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나를 이겨내도록 한 것은 승마였어요. 제가 왜 승마를 좋아하냐면요, 말을 탈 때는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 page 18

갑자기 소름이 쫘~악!

우리에게도 익숙한 '승마'와 관련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화여대 부정입학한 '정유라'.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현실에 좌절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남들보다 잘 사는 집 자제로 좋은 대학에 갔다면 조용히 지내라. 가난한 집 자식으로 같은 대학에 들어온 친구가 있다면 그 앞에서 입을 다물어라. 그들은 당신보다 몇 배 더 어려운 감정노동을 겪으며 그 자리까지 왔다. 부잣집 자식이고 허우대 멀쩡하고 명문대까지 갔다면, 언젠가 청문회에 불려 나온 재벌 3세처럼 어리바리하게 굴어라. 그게 잘난 사람의 생존법이다.

가오위쓰나 정유라 따위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느니 " 공부하다 지치면 승마하면서 나를 극복했다"느니 떠들지마라. 가난 속에서 공부한 애들은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분노한다. 그 분노가 언젠가는 당신을 태우리라. - page 24

역시나 책 속에도 갑질 재벌의 흑역사이며 극한 직업자인 재벌 운전기사 및 그 외 민초들의 잔혹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특히나 몽고식품 회장 김만식 씨의 운전기사 폭행사건.

재벌들이 갑질하자 재벌도 아니면서 갑질을 한 그의 부도덕함은......

자본이 천하고 악하고 남을 속이고 이용하는 이 사회.

이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우선 '사람'이 되어야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엔 '리더'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곤 합니다.

리더가 세상을 움직인다

리더가 역사를 만든다

등의 주장은 넘치는데 그렇다면 그 리더를 뒷받침해주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사원, 노동자,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 팔로워들, 즉 을들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하부가 든든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팔로워의 중요성.

이 책에서 전하고자하는 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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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낭자 뎐
이재인 지음 / 연담L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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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L'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말 그대로 '페이지를 넘기는 극강의 재미'를 선사하기에,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란 장르를 다루고 있기에 관심을 가지며 이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면 그 믿음으로 읽곤 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이미 이 소설에 대한 극찬의 반응들.

★★★★★ 작가의 필력이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 이것은 조선판 CSI! 대작이 나타났다.

★★★★★ 색다른 스토리, 쫄깃한 전개, 재미있다!

이보다 더한 수식어는 없었습니다.

그냥 읽어야하는 소설임을!

"내가 태어나던 날,

우리 부족은 전멸했다."

호랑낭자뎐


땅을 두드리는 듯한 북소리 사이로 길게 징이 울었다. 귀비 태 씨가 뛰어오를 때마다 궁무들의 손에 들린 신령이 쩔렁쩔렁 소리를 내고, 휘장이 귀비의 치맛자락과 같은 모양새로 춤추듯 너울거렸다.

임금이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속에서 천불이 이는 듯했다. 며칠째 그의 귓가를 맴돌던 불길한 날짐승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을 때쯤 그날의 비명소리가 이명처럼 임금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 page 7


선왕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왕의 즉위와 함께 그의 복수는 궁중에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마치 흉사를 예언하는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자꾸만 그의 귓가에 끊이지 않고 들리자 그는 조용히 민도식을 불러들입니다.

"휘 말입니다."

임금이 입을 열었다.

"무영 대감 말씀이십니까?"

되묻는 민도식을 향해 임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오세요, 최대한 빨리." - page 10


"해랑아." - page 17

그를 부르는 스승 무영의 목소리.

그는 제자 해랑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만 일어나거라. 서둘러야겠구나."

무영의 말에 해랑이 얼른 일어나 발치에 두었던 봇짐을 둘러멨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 품새가 귀여운지 무영이 설핏 웃음을 흘리고는 해랑의 머리통을 두어 번 가볍게 다독였다.

"한양." - page 18 ~ 19


왕의 부름으로 도성에 돌아온 무영과 그의 제자 해랑.

사령을 보고 듣는 무영과 사령의 존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해랑, 좌포청 종사관 최주혁과 우포청 종사관 강수환은 도성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사건들을 쫓으며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삼 년 전에 궁중을 흔들었던 수궁무의 죽음과 그 배후를 파헤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게 되는데......


조선의 둘째 왕이었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로 살아가야했던 그 '무영'.

그가 임금의 명에 임한 것이......

그는 지금껏 늘 습관처럼 제 처지를 의식하며 살아왔다. 그랬기에 사람들의 청으로 해괴한 것들을 좇을 때에도 언제나 은밀히 움직였다. 무영의 움직임이 대부분 밤 시간에 이어지는 것이 꼭 귀신을 상대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임금의 명에 군말 없이 "그리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어명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네 어미의 신분을 복위시켜주마."

이 말에 무영의 마음이 절반쯤 기울었다. 그런 무영의 심사가 빤하다는 듯 임금은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신분도 되돌려주마. 물론, 신분을 되찾을 테니 두 사람 모두 귀비당 신선각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 page 97

제 생을 통틀어 사랑한 두 여인.

그 여인들을 위해 그는 밤공기 사이로 옅은 한숨을 쉬며 인간의 탐욕과 귀신의 원한이 서린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러 갑니다.


인간의 탐욕......

입발린 소리가, 약조가, 그 말이 참으로 추하고도 더러웠습니다.

누군가를 현혹하고자 할 때 가자아 손쉬운 방법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주겠다는 약조를 하는 것이다. 약속을 꼭 지킬 필요는 없다. 모든 약속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 편을 얻기 위한 방도일 뿐이다.

...

말은 언제나 힘을 가진다. 몇 마디 말의 위력이란 것이 이토록 대단하다. 제 주제를 모른 채 깜신거리는 자와 야망은 드높으나 똑ㄸ고하지는 못한 자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었다. - page 285

이 모습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기에 씁쓸하였습니다.

특히나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인간들이 없기를......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적어도 하나는 갖게 되실 모양이니, 이제 솔직해지셔야 할 겁니다. 비겁한 자는 용상에 앉을 수 없는 법이니까요." - page 589


600쪽 가량의 소설은 손을 잡는 순간 몰입하게 만들어 그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아쉽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은 인간과 반인간(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인 존재)이 사는 판타지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사는 모습이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결국 소설에서도 인간의 탐욕에 대해 그려져있었기에 읽고 난 뒤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이미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하니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흡사 조선판 CSI.

이 한 권으로 끝내기엔 너무나 아쉽기에 다음 편을 조심스럽게 기다려봅니다.

그때의 무영과 해랑은 어떤 사건들을, 그리고 그들의 보다 진전된 관계(?)가 어떨지......

케미를 보였던 최주혁과 강수환의 또다시 이어질 케미까지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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