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낭자 뎐
이재인 지음 / 연담L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연담L'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었습니다.

말 그대로 '페이지를 넘기는 극강의 재미'를 선사하기에,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란 장르를 다루고 있기에 관심을 가지며 이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면 그 믿음으로 읽곤 합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이미 이 소설에 대한 극찬의 반응들.

★★★★★ 작가의 필력이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 이것은 조선판 CSI! 대작이 나타났다.

★★★★★ 색다른 스토리, 쫄깃한 전개, 재미있다!

이보다 더한 수식어는 없었습니다.

그냥 읽어야하는 소설임을!

"내가 태어나던 날,

우리 부족은 전멸했다."

『호랑낭자뎐』


땅을 두드리는 듯한 북소리 사이로 길게 징이 울었다. 귀비 태 씨가 뛰어오를 때마다 궁무들의 손에 들린 신령이 쩔렁쩔렁 소리를 내고, 휘장이 귀비의 치맛자락과 같은 모양새로 춤추듯 너울거렸다.

임금이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속에서 천불이 이는 듯했다. 며칠째 그의 귓가를 맴돌던 불길한 날짐승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을 때쯤 그날의 비명소리가 이명처럼 임금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 page 7


선왕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왕의 즉위와 함께 그의 복수는 궁중에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마치 흉사를 예언하는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자꾸만 그의 귓가에 끊이지 않고 들리자 그는 조용히 민도식을 불러들입니다.

"휘 말입니다."

임금이 입을 열었다.

"무영 대감 말씀이십니까?"

되묻는 민도식을 향해 임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찾아오세요, 최대한 빨리." - page 10


"해랑아." - page 17

그를 부르는 스승 무영의 목소리.

그는 제자 해랑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만 일어나거라. 서둘러야겠구나."

무영의 말에 해랑이 얼른 일어나 발치에 두었던 봇짐을 둘러멨다.

"이제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 품새가 귀여운지 무영이 설핏 웃음을 흘리고는 해랑의 머리통을 두어 번 가볍게 다독였다.

"한양." - page 18 ~ 19


왕의 부름으로 도성에 돌아온 무영과 그의 제자 해랑.

사령을 보고 듣는 무영과 사령의 존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해랑, 좌포청 종사관 최주혁과 우포청 종사관 강수환은 도성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사건들을 쫓으며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면서 삼 년 전에 궁중을 흔들었던 수궁무의 죽음과 그 배후를 파헤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게 되는데......


조선의 둘째 왕이었지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로 살아가야했던 그 '무영'.

그가 임금의 명에 임한 것이......

그는 지금껏 늘 습관처럼 제 처지를 의식하며 살아왔다. 그랬기에 사람들의 청으로 해괴한 것들을 좇을 때에도 언제나 은밀히 움직였다. 무영의 움직임이 대부분 밤 시간에 이어지는 것이 꼭 귀신을 상대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임금의 명에 군말 없이 "그리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어명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네 어미의 신분을 복위시켜주마."

이 말에 무영의 마음이 절반쯤 기울었다. 그런 무영의 심사가 빤하다는 듯 임금은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신분도 되돌려주마. 물론, 신분을 되찾을 테니 두 사람 모두 귀비당 신선각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 page 97

제 생을 통틀어 사랑한 두 여인.

그 여인들을 위해 그는 밤공기 사이로 옅은 한숨을 쉬며 인간의 탐욕과 귀신의 원한이 서린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러 갑니다.


인간의 탐욕......

입발린 소리가, 약조가, 그 말이 참으로 추하고도 더러웠습니다.

누군가를 현혹하고자 할 때 가자아 손쉬운 방법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어주겠다는 약조를 하는 것이다. 약속을 꼭 지킬 필요는 없다. 모든 약속은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 편을 얻기 위한 방도일 뿐이다.

...

말은 언제나 힘을 가진다. 몇 마디 말의 위력이란 것이 이토록 대단하다. 제 주제를 모른 채 깜신거리는 자와 야망은 드높으나 똑ㄸ고하지는 못한 자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었다. - page 285

이 모습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기에 씁쓸하였습니다.

특히나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인간들이 없기를......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적어도 하나는 갖게 되실 모양이니, 이제 솔직해지셔야 할 겁니다. 비겁한 자는 용상에 앉을 수 없는 법이니까요." - page 589


600쪽 가량의 소설은 손을 잡는 순간 몰입하게 만들어 그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아쉽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은 인간과 반인간(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인 존재)이 사는 판타지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사는 모습이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결국 소설에서도 인간의 탐욕에 대해 그려져있었기에 읽고 난 뒤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이미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하니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흡사 조선판 CSI.

이 한 권으로 끝내기엔 너무나 아쉽기에 다음 편을 조심스럽게 기다려봅니다.

그때의 무영과 해랑은 어떤 사건들을, 그리고 그들의 보다 진전된 관계(?)가 어떨지......

케미를 보였던 최주혁과 강수환의 또다시 이어질 케미까지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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