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행성
네이선 파일 지음, 황석희 옮김 / 시공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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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지구에 출몰하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외계인 집단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업적은 전 세계 SNS를 뒤집어 놓을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데......


사실 그들의 존재감을 몰랐습니다.

책 소개글을 통해 알게된 파란 몸 생명체들.

마치 엄지손가락을 닮은 이들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들에겐 낯선 행성인 '지구'.

이곳이 어떻게 비추어질까!


낯선 행성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 느낌이 뭐지......?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들에게 정신을 지배당한 적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의 행동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해 봅니다.


4컷 만화 속에 그려진 그들의 눈으로 본 지구인의 일상은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를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게 되는 놀이 '숨바꼭질'.

이를 그들은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시각 차단 후 추적' 놀이라니!

특히나 빵 터진 부분은 바로


"발견해도 말 그대로 처벌은 없을 것이다."


순간 무릎을 탁! 치면서 감탄과 함께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였습니다.

'뽀뽀'를 구강으로 구강을 압박한다는, '심장이 뛴다'는 것을 열액 펌프가 과생산 중이라는 등의 표현은 낯설면서도 참신하였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

왜 패스트푸드(자양물)를 매일 먹지 않는 이유.


 


아하!

그래서 특별한 날에, 간단하게 먹는구나!

저에게도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등장한 그들의 이야기.

 


아마 다음에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 쓰인 말들에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지구에서 살아가면서 조금씩 우리 인간들이 쓰는 단어에 익숙해지게 되면......


이들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이유.

다 비추어지지 않은 일상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첫 장을 펼쳤을 때 조금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뭐라는거지?

그런데 한 두 장 넘기고나니 조금씩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뒤론 피식 삐져나오는 웃음과 함께 읽어내려가곤 하였습니다.


일상이 무료해질 때.

그들이 표현했던 '씁쓸한 액체(커피)'와 함께 이 책을 꺼내 읽으면 잠시 낯선 행성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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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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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마 저 뿐만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요......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의 형량은 터무니없음에.

지금은 공소시효가 없어졌지만 그토록 잡고 싶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았지만 처벌할 수 없음에.

가해자는 형량으로 자신의 범죄행위에 반성을 한다고 하겠지만 피해자에겐 영원한 고통이......


그래서 이 소설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까?

'디 아더 피플'은 당신이 증오하는 사람을 죽여드립니다.

단, 당신은 다른 살인 계획에 협조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 역시도 범죄행위이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끝없는 범죄의 굴레 속에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일러주려고 하려는 것일지 궁금하였습니다.


디 아더 피플

 


2016년 4월 11일 월요일.

게이브는 제니와 약속했던 대로 6시 30분 집에 도착하기 위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내가 부탁하는 건 그뿐이야. 하루만이라도 같이 저녁을 먹고, 당신 딸이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인 척하는 거.' - page 14


내비게이션을 믿고 국도로 우회하는 도박을 감했했던 모든 요령 있는 운전자와 함께 19번 분기점 근처에서 그는 큰 한숨의 내쉬게 됩니다.

고속도로에 발이 묶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제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자동응답기로 넘어가고 이젠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1퍼센트도 남지 않은 상황.

하필 오늘 충전기도 집에 두고 온......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다른 차들을 싹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손끝으로 운전대를 시비조로 두드리는 한편, 스티커로 도배된 빌어먹을 앞차를 빤히 쳐다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가 차로를 바꿀까 고민하던 찰나.

유리창의 벗겨진 스티커 사이로 어떤 여자아이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는 맨 처음엔

'카시트에 앉혀서 벨트를 채웠어야지'

였고 두 번째에

'이지 아니야?'

였습니다.


설마했습니다.

이 시간이면 엄마와 함께 집에 있을, 제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디즈니 채널을 보고 있을 이지가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여자가 다시 말했다. "포먼 씨 되십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저는 매덕 경위입니다."

경찰이. 그의 집에서. 전화를 받다니.

...

"집으로 와주세요, 포먼 씨. 지금 당장요."

"왜요? 무슨 일입니까? 왜 그러시죠?"

...

그의 인생을 완전히 조져놓을 말들로 찰랑거리는 정적.

"부인과...... 따님 때문입니다." - page 19 ~ 20


그리곤 3년이 흐르게 됩니다.

비쩍 마른 한 남자.

이 남자는 게이브였습니다.

부인과 딸의 장례를 치뤘지만 도저히 딸의 죽음은 믿기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경찰 수사는 종료된 상황.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 생각한 그는 3년이란 세월 동안에 자신의 아이를 태운 차량을 쫓고 있었습니다.


'그걸 찾았어' - page 35


그러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차량을 발견하게 됩니다.

경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 차.

그 차는 실존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 속엔 아이의 시신은 없었습니다.

증거물이 될 만한건 곰팡이가 피어 서로 들러붙은 성서와 대부분의 페이지가 뜯기고 몇 장 남은 수첩 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온 그는 수첩을 통해 단서가 될 만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디 아더 피플. - page 83


이를 단서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게이브.

과연 그의 딸은 살아있는 것일까?

왜 그의 아내와 딸이 살해되었을까?

사건을 파헤칠수록 마주하게 되는 잔인한 진실이 그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게이브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희망'.

그 희망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비쩍 마른 이 남자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아니, 희망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 약물처럼 사람을 흥분시키는 그런 종류의 비정상적인 희망 말이다. 그들에게 남은 건 그것뿐이다. 그들은 희망 그 자체에 중독됐다는 걸 알면서도 코카인 파이프라도 되는 양 계속 뻐끔거린다. 사람들이 말하길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증오와 가슴에 맺힌 응어리라고 한다. 아니다.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희망이다. 기생충처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다. 상어 위에 매달린 미끼처럼 만든다. 하지만 희망이 인간을 죽이지는 않는다. 희망이 그정도로 친절하지는 않다. - page 22


다크웹......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함이 맞는데 그 시작을 찾을 수 없기에 처벌 역시도 죄의 댓가만큼은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소설처럼 합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존하고픈 피해자들의 모습이 꼭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참담함엔 이해를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처벌을 받고 사라져야함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또 다른 피해자가 가해자로 반복되는 비극을 그린 『디 아더 피플』.

읽으면서 짜릿한 스릴 속에 재미나게 읽었지만 읽고 난 뒤 소설에만 그치는 사건이 아니기에 가슴 묵직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의 대사를 인용하였는데 이 대사가 전하는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양심은 우리 모두를 비겁한 인간으로 만든다." - page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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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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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끌어당기는 수많은 책들 속에서 유독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


"내 인생을 바꿔놓은 책!"

미국에 선출간된 최초의 한국 자기계발서!


한국 저자 최초로 펭귄랜덤하우스에서 선출간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이 뭔가 특별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그! 렇! 다! 면!!

당연히 이 책을 읽어야하는 것이었고, 이 책에서 전하는 가르침은 새겨두어야함을 일러주었습니다.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더 해빙

 

<프롤로그>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자......

'​그건 어느 나라 말인가요?'

'나와 관련이 있는건가요?'

간절히 원하지만 원한다고 가질 수 없는 '부자'라는 수식어.

"그녀는 사람들을 부와 행운의 길로 인도해주는 운명이다." - page 13


이름은 이서윤. 마음가짐의 대가, 통찰력의 여왕, 비저너리 인 치프, 대너리스 타가리옌...

모두 그녀에게 붙은 별칭이었습니다.

서양인들이 존경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의미를 담아 경애와 믿음의 마음을 전하는 '구루'라는 칭호를 붙여 불리는 그녀.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조금 설레였습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나면, 그녀를 만나고 나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나를 대신해서 그녀를 만난 홍주연 씨도 망설이다 이 순간 망설인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여과되지 않은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답을 주는 대신 서윤이 고요하게 커피잔을 들었다. 금빛과 핑크빛으로 어우러진 장미가 새겨진 찻잔이었다. 서윤은 커피잔을 감싸 쥐고 차분하게 향기를 맡은 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컵에 그려진 장미가 활짝 피어나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답은 Having이죠." - page 44


Having.


"지금 가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 단어 그대로예요." - page 45


Having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돈을 쓰는데 충만한 기분이 느껴질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도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전등 스위치를 켠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동안 소비할 때마다 '없음'의 스위치를 켠 셈이에요. 그 결과 부정적 감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거죠. '있음'의 감정이 들어설 공간은 없었고요. 반면 Having 스위치를 켜자 그에 맞는 긍정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거랍니다. 이 차이가 만드는 변화를 안다면 놀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서윤의 설명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어요. 그저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죠. 무언가를 원해본 적 있으시죠? 하얀색 운동화를 예로 들어보죠. 갑자기 온 세상에 하얀 운동화만 보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홍 기자님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식될 거예요. '없음'의 세상에서 '있음'의 세상으로요. 그 감정의 파장이 홍 기자님의 세상을 바꿔가죠." - page 52 ~ 53


그렇게 이서윤씨의 가르침에 따라 Having을 실천하는 홍주연씨의 놀라운 행운과 삶의 변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Having을 실천하면서 우선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네.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생각이 아닌 감정이에요. 그동안 과학 기술의발달로 우리는 이성의 힘을 맹신해왔죠. 하지만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속품이 되지 않으면서 주체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느낌'에 있답니다. 자신의 느낌으로 부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Having이죠." - page 149 ~ 150


Having으로 감정이 변화하고 운의 흐름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결국은 '내'가 '행복'해져 '행운'이, '부'가 따라온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돈이 많은 부자보단 행복한 부자가 되는 법을 Having을 통해 가르쳐주었습니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려는 이.

둘의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래서 더 쉽게 더 공감을 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부'와 '행운'은 거창한데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막상 실천할 수 없었던 '있음', 바로 'Having'에 그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사실 요즘은 금수저가 아니면 부자되기 힘든 세상이라 느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서윤씨는 이야기합니다.


"그건 우리가 자기 자신의 감옥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

"자신의 감옥이란 우리 안의 세계관에 얽매여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둬버린 것을 말해요. 반대로, 이것을 깨기만 하면 누구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부자가 될 수 있어요." - page 324


우리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낙담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무엇을 해야할까......

바로 그 해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습니다.


H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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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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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땅 뿐만아니라 요즘은 주식을 해서 대박을 쳐도 배가 아프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내 지인이 잘되는 것을 기뻐해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머리는 잘 알지만......

속은 왜 그리도 쓰린지......


그런데 이 책을 보자마자!

아니, 제목을 보자마자!

'어멋! 이건 내 얘기잖아!'

바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이 고약한 심성(?)은 내 인성의 문제인지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우선 눈에 띈 단어가 있었습니다.

샤덴프로이데

처음 들어본 말인데......

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저에게 저자는 친절히 알려줍니다.


샤덴프로이데란?


* 교수님에게 "더욱 항문에 정진하도록"이라고 쓰인 단체 문자를 받았을 때.

* 슈퍼마켓의 치즈 코너에 있다가 들킨 채식주의자 연예인을 볼 때.

* 항상 큰 노력 없이도 인기를 끌던 친구가 애인에게 차였을 때. - page 7 ~ 8


예시문을 보니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남의 실수나 불행에 왠지모르게 느끼는 기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에서 차용한 말로 '샤덴Schaden'은 피해나 손상을, '프로이데freude'는 기쁨이나 즐거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즉, '피해를 즐긴다'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남의 고통을 즐기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전에는 타인에 대한 조롱이 대개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게 여겨졌지만, 이제 그것을 큰 위험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도 분명 일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 분위기도 중요한 듯하다. 남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은 오늘날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 page 27


그래서 저자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에 살면서 무엇보다 샤덴프로이데가 도덕적으로 고지식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유연하며,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과 감정을 동시에 품을 줄 아는 증거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샤덴프로이데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일러주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아무래도 우리 실생활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예시를 통해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인터넷상의 실수 동영상을 볼 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나쁜 인간이 정의의 심판을 받을 때, 잘난 척하는 사람의 콧대가 꺾일 때 등.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선한 샤덴프로이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애인에게 차이고 나면 더 강인해질 거라느니, 실직이 전화위복이 될 거라느니 면전에 대는 행위 같은 것이 오히려 오만함이 깃들 수 있는, 우리에게 해를 끼친 인간들의 구원을 기뻐한다는 적잖은 자기기만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모욕을 줬던 인간들의 고통과 수치심을 상상하면서, '다음번엔 그렇게 건방지게 굴지 못하겠지'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두려움이 밀려들면서 통쾌한 기분도 주춤할 것이다. 남의 인과응보에 잘난 척 고소해하는 심보야말로 인과응보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 - page 121


마치 곰돌이 푸에서의 '래빗'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에 정치적 실수를 조롱하다가 큰 비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샤덴프로이데로 인한 끊임없는 클릭과 공유 탓에 정작 중요한 뉴스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샤덴프로이데는 우리가 싫증나면 스스로 지쳐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심각하게 집단주의적인 원한에 불을 지피든가. 예를 들어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반 투표 후에 EU 잔류파들은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는 구호를 들고 로터리에 서 있는 시위자들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킬킬거렸다(구두점 하나 잘못 찍은 걸 지적하면서 느끼는 달콤한 우월감이라니!). 충격적인 패배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승리감을 느끼고 싶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대편의 구두점 실수를 잘난 척 비웃는 건 그다지 건설적이지 못하다. - page 197 ~ 198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샤덴프로이데가 정치를 망쳐놓을 수도 있기에 우리는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문제에 과감히 덤벼들어, 우리가 '멈춰야 하는' 때를 알아차려야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까지 샤덴프로이데를 '나쁜' 감정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대개는 무해한 즐거움을 주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오히려 우리의 감정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내 안의 샤덴프로이데를 인정하고 이를 직시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를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잘나가는 친구가 망하면 기분이 좋다고?

사고 난 외제차를 보면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


당신의 질투는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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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피아니스트의 탄생
우라히사 도시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성안뮤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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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음악'이라 하면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운명 교향곡의 베토벤

등 대표적 인물들만 아는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19세기 유럽을 제패한 최고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섬세한 초상


프란츠 리스트 피아니스트의 탄생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피아니스트를 능가하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전 유럽에선 그가 벗어 던진 장갑을 앞다투어 잡으려 했고, 무대 위에 꽃다발 대신 보석을 던지기도 했으며, 꽃다발을 전해 주기 위해 마을 곳곳의 꽃이란 꽃은 모조리 꺾을 정도로 그에게 열광을 하였고 심지어는 그와 그의 자손을 왕족으로 섬기고자 나라까지 만들려고 했었다는데......

왜......

이렇게나 대단한 인물을 잘 몰랐던 것일까......


그의 모습.

 

단정한 이목구비, 야무진 입매, 엄숙하고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 빨려들 것만 같은 그윽한 눈동자.

그를 보더라도 이 멋진 사내에게 여인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리스트는 19세기 음악의 축도이다'라는 말처럼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1811년 10월 22일.

혜성의 출현과 함께 그가 태어나게 됩니다.


어쩌면 혜성의 출현은 서유럽인의 권력을 상징하던 나폴레옹이 끝끝내 제패하지 못한 동유럽에서 리스트나 폴란드 출신의 쇼팽같은 음악가가 서양 음악사의 정식 무대에 등장하리란 것을 암시하는 징조가 아니었을까? - page 24 ~ 25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음악의 도시' 빈에서 인생에 둘도 없는 피아노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체르니'.

체르니는 고삐 풀린 망아지와도 같은 이 신동에게 기술을 철저히 단련하고 체계를 잡아줌으로써 탄탄히 쌓은 토대 위에 흔들리지 않는 피아노 제국을 세울 수 있게끔 지도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체르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고 리스트는 자신이 가진 모든 피아노 기법을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는 <초절기교 연습곡>을 스승에게 바칩니다.


어디서나 라이벌은 존재하기 마련.

리스트에게도 라이벌이 등장하게 됩니다.

당사자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시작되었지만 빈의 '리스트' 대 바르샤바의 '쇼팽'.

이 둘은 최고의 라이벌이었지만 경쟁 상대는 아니었고 오히려 그들은 서로의 진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쇼팽이 자신의 벗 페르난트 힐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리스트가 내 연습곡을 바로 옆에서 연주하고 있어. 내가 쓴 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좋을지 그에게서 빼앗아 오고 싶네.' - page 205


라고 표현했으며 리스트가 쓴 『프레데리크 쇼팽』이라는 책에 소개된 쇼팽의 말에서도 두 사람이 연주가로서 어떻게 달랐는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연주회 체질이 전혀 아니네. 청중이 앞에 있으면 겁이 나거든.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점점 차오르며 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위축되고 말지. 그러나 자네(리스트)는 연주회와 어울리네. 청중을 매혹시키지 못할 때조차도 그들을 압도할 수 있으니 말일세.' - page 206


리스트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하진 않았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류 피아니스트라는 낙인을 찍었던 어린 시절.

낯선 땅에서 아버지라는 거대한 존재를 잃은 슬픔.

그의 유소년기부터 사춘기에 걸친 시기엔 평범한 인생의 몇 배가 되는 기쁨과 슬픔, 굴욕, 고통을 맛보아야했기에 기나긴 공백기를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7월 혁명'처럼 그는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대포 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 page 53


혁명의 대포와 함께 그의 신호탄이 시작되면서 19세기 유럽을 제패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의 과정이 책 속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의 천재적인 면모 뿐만아니라 그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이유였습니다.


스캔들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리스트는 곧 음악계의 선구자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그가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이라기보다는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리스트를 기다린 새로운 시대는 바야흐로 스캔들이 음악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시대, 상업주의로서의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 page 72 ~ 73

이 모든 게 갖추어져 있었기에 그는 '최고' 아니 '최강'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끝맺음은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그렇게 유럽을 종횡무진하면서도 평생 자신의 '집'도 자신의 '마을'도 존재하지 않았던......

조국은커녕 모국어조차 없었던 방랑자인 그.

​그가 1874년 자인 비트겐슈타인 후작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말이 진한 여운으로 남겨졌습니다.


 


그의 음악 중 우리에게 알려진 음악이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등장하는 <순례의 해>.

화려한 그의 외모 뒤에 감춰진 고독과 사색이, 그의 '방랑자' 같은 삶이 엿보이는 듯 해 가슴이 아련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를 알고 그의 음악을 듣게 되니 조금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음악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듯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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