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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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뉴스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마 저 뿐만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요......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의 형량은 터무니없음에.

지금은 공소시효가 없어졌지만 그토록 잡고 싶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았지만 처벌할 수 없음에.

가해자는 형량으로 자신의 범죄행위에 반성을 한다고 하겠지만 피해자에겐 영원한 고통이......


그래서 이 소설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까?

'디 아더 피플'은 당신이 증오하는 사람을 죽여드립니다.

단, 당신은 다른 살인 계획에 협조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 역시도 범죄행위이자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끝없는 범죄의 굴레 속에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일러주려고 하려는 것일지 궁금하였습니다.


디 아더 피플

 


2016년 4월 11일 월요일.

게이브는 제니와 약속했던 대로 6시 30분 집에 도착하기 위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내가 부탁하는 건 그뿐이야. 하루만이라도 같이 저녁을 먹고, 당신 딸이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인 척하는 거.' - page 14


내비게이션을 믿고 국도로 우회하는 도박을 감했했던 모든 요령 있는 운전자와 함께 19번 분기점 근처에서 그는 큰 한숨의 내쉬게 됩니다.

고속도로에 발이 묶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제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자동응답기로 넘어가고 이젠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1퍼센트도 남지 않은 상황.

하필 오늘 충전기도 집에 두고 온......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다른 차들을 싹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손끝으로 운전대를 시비조로 두드리는 한편, 스티커로 도배된 빌어먹을 앞차를 빤히 쳐다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가 차로를 바꿀까 고민하던 찰나.

유리창의 벗겨진 스티커 사이로 어떤 여자아이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는 맨 처음엔

'카시트에 앉혀서 벨트를 채웠어야지'

였고 두 번째에

'이지 아니야?'

였습니다.


설마했습니다.

이 시간이면 엄마와 함께 집에 있을, 제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디즈니 채널을 보고 있을 이지가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 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여자가 다시 말했다. "포먼 씨 되십니까?"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저는 매덕 경위입니다."

경찰이. 그의 집에서. 전화를 받다니.

...

"집으로 와주세요, 포먼 씨. 지금 당장요."

"왜요? 무슨 일입니까? 왜 그러시죠?"

...

그의 인생을 완전히 조져놓을 말들로 찰랑거리는 정적.

"부인과...... 따님 때문입니다." - page 19 ~ 20


그리곤 3년이 흐르게 됩니다.

비쩍 마른 한 남자.

이 남자는 게이브였습니다.

부인과 딸의 장례를 치뤘지만 도저히 딸의 죽음은 믿기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경찰 수사는 종료된 상황.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 생각한 그는 3년이란 세월 동안에 자신의 아이를 태운 차량을 쫓고 있었습니다.


'그걸 찾았어' - page 35


그러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차량을 발견하게 됩니다.

경찰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 그 차.

그 차는 실존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 속엔 아이의 시신은 없었습니다.

증거물이 될 만한건 곰팡이가 피어 서로 들러붙은 성서와 대부분의 페이지가 뜯기고 몇 장 남은 수첩 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온 그는 수첩을 통해 단서가 될 만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디 아더 피플. - page 83


이를 단서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 게이브.

과연 그의 딸은 살아있는 것일까?

왜 그의 아내와 딸이 살해되었을까?

사건을 파헤칠수록 마주하게 되는 잔인한 진실이 그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게이브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희망'.

그 희망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비쩍 마른 이 남자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아니, 희망 비슷한 거라고 해야 할까. 약물처럼 사람을 흥분시키는 그런 종류의 비정상적인 희망 말이다. 그들에게 남은 건 그것뿐이다. 그들은 희망 그 자체에 중독됐다는 걸 알면서도 코카인 파이프라도 되는 양 계속 뻐끔거린다. 사람들이 말하길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증오와 가슴에 맺힌 응어리라고 한다. 아니다. 인간을 망가뜨리는 건 희망이다. 기생충처럼 안에서부터 갉아먹는다. 상어 위에 매달린 미끼처럼 만든다. 하지만 희망이 인간을 죽이지는 않는다. 희망이 그정도로 친절하지는 않다. - page 22


다크웹......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함이 맞는데 그 시작을 찾을 수 없기에 처벌 역시도 죄의 댓가만큼은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소설처럼 합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존하고픈 피해자들의 모습이 꼭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참담함엔 이해를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처벌을 받고 사라져야함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또 다른 피해자가 가해자로 반복되는 비극을 그린 『디 아더 피플』.

읽으면서 짜릿한 스릴 속에 재미나게 읽었지만 읽고 난 뒤 소설에만 그치는 사건이 아니기에 가슴 묵직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의 대사를 인용하였는데 이 대사가 전하는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양심은 우리 모두를 비겁한 인간으로 만든다." - page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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