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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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아마 이 제목만으로도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치 앨봄' 작가가 전했던 삶의 의미가......

짧은 이야기였지만 긴 여운을 선사했음에 또다시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이야기가 더 가슴 깊이 다가온 건 이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잃어버린 것에 집중하느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놓치며 살지는 않나요?

매일 크고 작은 일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미치 앨봄이 선사하는 내 인생의 소중함을 되찾는 시간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던 요즘.

이젠 그의 이야기로 내 인생의 소중함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 죽음을 모면한 적이 있던 소녀.

'루비 가든'이란 곳에서 사고를 당했던 애니는 그녀를 향해 사람들은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녀가 죽음까지 열네 시간 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십 대 때 서로에게 호감이랄까, 마음에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그들.

그동안 애니는 방황 속에서 반항을 하게 되고 진저리 나는 연애와 실연으로 다시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스몰 웨딩이긴 하지만 하객들 앞에 신랑 '파울로'와 함께 서 있습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 page 13


죽음까지 열세 시간.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행진을 하던 중 애니는 맨 끝줄에 앉은 노인을 보게 됩니다.

리넨 모자를 쓰고 턱이 합죽한 노신사.

희끗희끗한 구레나룻이 덥수룩하고 족히 30년은 된 오래된 양복을 입은 그가 이상하리만치 피부가 반들반들 윤이 났습니다.


'내가 어떻게 저 사람을 알고 있는 거지?' - page 16


죽음까지 아홉 시간.

결혼식을 마친 그들은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로 진입했을 때.

빗줄기 사이로 번쩍이는 미등이 보입니다.

갓길에 세워둔 박스 모양의 소형차 옆에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애니는 파울로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선행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겠어."

"행운을 위해서."

파울로가 맞장구쳤다.

"맞아." - page 27


"이것 좀 봐. 그 사람이 열기구 업체를 운영한대......" - page 29


열기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톨버트를 도와주고 애니와 파울로는 호텔에 도착해 부부로서 처음 한 침대를 씁니다.

호텔 방의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계획을 바꾸게 됩니다.


애니는 파울로 옆에 있는 탁자에서 명함을 집었다.

"열기구를 타자!" - page 31


충동적이었지만 나중에 멋진 추억으로 이 이야기를 곱씹을 생각에 그들은 열기구를 타러 가게 됩니다.

하지만......


'내 잘못이야.'

'내가 고집을 부려서 간 거야.'

'내가 저지른 짓이야.'

'내가 다 망쳤어.' - page 37


12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면서 골절되고 몇몇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목숨을 부지하려면 새 폐가 필요했습니다.

멍들고 까진 게 전부였던 애니는 삼촌과 의료진에게 외칩니다.


"제 걸 떼세요."

"뭐라고?"

"제 폐요. 그걸 떼어내야 해요."

"애니, 그건 고려 사항이 아니야......"

"아뇨, 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면 그이를 구할 수 있어요!" - page 38


그렇게 수술대에 누운 애니.

세상이 빙빙 돌더니 동굴 밑으로 내려간 듯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그곳에서 결혼식 때 본 노인이 양팔을 벌리며 애니에게 달려오더니 그 순간 모든 게 하얗게 변하면서 애니의 천국에서 다섯 사람과의 만남이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다섯 사람을 만나면서 지난날의 후회와 죄책감들을 용서와 화해를 하며 비로소 자신을 구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 page 22


그렇고 얽히고 설킨 인생사.

결국 우린 모두가 서로의 일부라는 사실이, 그래서 서로를 그렇게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 page 113


특히나 애니가 자신의 엄마 로레인과의 만남이 저에겐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가 간직한 상처.

그 상처를 서로 치유하기 보단 감추기에 급급했던 모녀.

결국 상처는 더 큰 상처를 낳았지만 천국에서야 비로소 서로를 용서하는 모습엔 저 역시도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상처를 주고 가리기에만 급급한 건 아니었는지......

뒤늦은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할텐데......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끝은 시작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금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라고 말해야지. 아이는 남은 생애를 편안히 살터였다. 온갖 두려움과 상실을 겪어도 천국은 거기서 기다리는 다섯 사람부터 시작해 모든 질문의 답을 갖고 있는 걸 알 테니까. 그들은 하느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소중한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며.

그 단어는 바로 '집'이다. - page 245


그랬습니다.

그 소중한 것, 바로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이 한 마디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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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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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그렇게 엄마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곤 하였는데......

이젠 자야할 시간에도 잠이 안 와서 멀뚱멀뚱 눈을 뜬 채 밤을 지새우고도 합니다.


그래서 '꿈'을 꿔 본 지 오래되었기에 이 소설을 읽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을,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습기를 잔뜩 먹어 붕 뜬 단발머리,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페니'.

그녀는 바로 오늘 아침, '꿈 백화점'으로부터 '서류 심사를 통과했으니 다음 주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일자리인 이곳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높은 수준의 연봉,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 각종 인센티브 제도, 기념일에는 고가의 꿈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심한 직원 복지까지.

말 그대로 '꿈의 직장'인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꼭 입사하고픈 페니는 면접 관련 책들 속에서 외우기가 바쁩니다.

그런 페니를 본 녹틸루카 중 하나인 '아쌈'이 조언을 합니다.

"달러구트는 그런 시시한 건 묻지 않을 거야. 그런 건 지나가는 중학생들도 알아."

...

"달러구트는 꿈에 대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답이 뚜렷한 질문을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사실 이걸 전해주려고 왔어." - page 15

이 도시의 어린아이들에게는 필수 권장도서쯤 되는 유명한 책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

페니 역시도 어릴 적 처음 읽었을 땐 낯설고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이 이야기가 이 도시의 이야기였습니다.

먼 옛날 세 번째 제자가 세운 '꿈 백화점', 그리고 대대로 그의 가게를 물려받은 후손과 지금의 달러구트까지.

드디어 면접 당일.

달러구트의 외관은 그야말로 기품이 흘러넘쳤습니다.

잔뜩 긴장한 페니에게 긴장이 풀리는 과자를 건네준 달러구트 씨.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그녀는 모범답안으로 답을 합니다.

"지원 서류를 작성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군." - page 29


사실 페니는 남들과 다르게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류에 달러구트가 말한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당돌한 문구를 작성했던 것입니다.

달러구트가 이것을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페니는 다시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를 느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준비한 말이나 다 해버리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말이 너무 술술 나와서 스스로도 감탄하던 찰나.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조금 뒤 달러구트는 활짝 웃으며 페니에게 말을 건넵니다.


"페니 양,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 page 34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5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엔 아주 고가의 인기상품, 또는 한정판, 예약상품들만을 소량 취급하고 2층엔 좀 더 보편적인 꿈들을-'평범한 일상'코너'-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3층엔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들을, 4층엔 낮잠용 꿈을-얕은 잠을 많이 자는 동물들이나 온종일 잠만 자는 아기 손님들의 꿈을-, 마지막 5층엔 1, 2, 3, 4층에서 팔다 남은 꿈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신입 사원인 페니는 1층을 제외하고 자신이 일하고 싶은 층을 선택해야하는데 도무지 어떤 층에서 일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달러구트의 사무실 앞.

우연찮게 들려온 프런트에서 일하는 웨더 아주머니와 달러구트의 대화에서 그녀가 일하고 싶은 곳을 찾게 됩니다.


"전 1층 프런트에서 일하고 싶어요." - page 60


그렇게 페니는 꿈 백화점에서 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꿈을 판매하고, 그런 꿈들을 제작하는 꿈 제작자를 만남으로써 직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페니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가게 밖을 보면서 손님을 기다렸다.

지나가던 아쌈이 페니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저 멀리서 가게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이내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손님!" 페니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오늘은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답니다!" - page 279


여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최첨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은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의 딱 절반을 요금으로 지불하게 돼. 감정이 풍부한 손님에게 팔면 꿈값을 많이 받을 확률도 높아지겠지? 그러니까 단골손님 관리가 중요한 거야. 우리 단골 중에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어떻게 감정을 돈처럼 지불하는 게 가능하죠?"

"그러니까 '드림 페이 시스템즈'가 훌륭하다는 거야! 일종의 IoT 기술인 거지. 사물인터넷 말이야. 우리 금고와 손님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고, 손님들이 꿈값을 내면 금고로 들어오고 우린 그 데이터를 컴퓨터로 볼 수 있지... 페니? 자니? 알아듣는 척이라도좀 해주렴." - page 71


아마 우리도 잠이 든 사이에 꿈 백화점으로 가서 꿈을 산 뒤 꿈을 꾸고 값을 지불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픽션이라기엔 논픽션같은 느낌.


사실 '꿈'이라고 다 좋은 꿈만 꾸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악몽'이라 부르는, 꿈 제작자 '막심'이 만드는 정식 명칭인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꿈이 여느 꿈보다 더 의미가 있었던 이유를 달러구트씨가 일러주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page 144


그렇기에 꿈의 좋고 나쁘고는 따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저에겐 이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꿈에서 꿈을 찾는다!

너무나도 멋진 말이라 자꾸만 되뇌게 되었습니다.


왜 이 소설을 만난 독자들이 찬사를 보냈는지!

저 역시도 읽으면서 제가 읽어야할 부분이 줄어들 때마다 어찌만 안타까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간만에 미소짓게 하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판타지를 만났습니다.

소설로 그치기엔 그 감동이 크기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어른 뿐만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꿈'의 의미를, 가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밤.

저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방문하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꿈 사러 왔습니다!"

과연 저에게 달러구트씨는 어떤 꿈을 권해주실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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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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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20대까진 '죽음'에 대해 그리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주변에서 뜻하지 않게 들려오는 소식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이 문구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

그 상실의 끝에서 만난 따뜻한 한 줄기 빛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를 쉽게 놓아주지 못하는데......

소설 속에서는 그들의 마지막 길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되었습니다.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소설.

그 빛의 따스함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4학년 가을.

아직 취직이 정해지지 않아 고독한 싸움에 휘말려 지친 그녀의 이름 '시미즈 미소라'.


오늘도 면접을 보려고 도심에 간 김에 치요다 구에 있는 대학 취업과에 얼굴을 내밀어 보지만 어느새 정보를 모으기 위해 들른 3학년생들로 한없이 초라해진 그녀는 어제 점심때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 못했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봅니다.

혹시나 지원한 회사에서 합격 여부를 알려줄까 라는 기대감에......

통화연결음에 한껏 긴장감을 가지고 있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


"시미즈 씨 휴대폰인가요?"

...

"반도회관의 아카사카예요." - page 14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장례식장인 반도회관, 그곳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아카사카 요코 선배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동안 취직을 위해 6개월간 쉬었었는데......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하러 오지 않을래? 내일은 어때? 추모식부터라도 좋은데." - page 14 ~ 15


한동안 대학 친구는 면접장에서 라이벌이란 인식으로 만나지 않았었고 취업은 자꾸만 떨어져 자존감마저 낮아졌던 그녀.

잠시 구직 활동에 유예 기간을 두고 반도회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녀에겐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다. 기(氣)에 민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age 28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게 불안하기도 하지만 죽은 이와 그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장례 디렉터로 성장해가는 시미즈 미소라를 바라보며 영원한 이별에 고통을, 슬픔을, 상심을 극복해 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장례'의 의미를 일러주었던 이야기.

 


저 역시도 '장례'를 돌아가신 분을 위한 자리라 생각했었는데 이젠 '장례'가 돌아가신 분과 남겨진 이들을 위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슬픔으로 빠지지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 흐르는 눈물의 따스함은 아마도 떠난 이가 남겨진 이를 위로하는 방식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책을 덮고나니 제 눈에도 소리없이 눈물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옮긴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참 따뜻하다. 죽은 이를 바라보는 눈도 따뜻하고, 산 이를 대하는 눈도 따뜻하다. 아마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따뜻하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의식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 page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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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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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사로잡았습니다.


"1분 안에, 당신은 완벽한 파트너와 매칭됩니다."


완벽한 파트너라......

'완벽'한 것은 없다고 여기는데 이렇게 매칭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DNA 매치'라는 점.

픽션이라고 하였지만 논픽션같은 느낌은 아마도 우리의 과학기술로도 가능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디선가는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유전자은행' 이 존재하는 세상이기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엘리트' 정자만 제공하는 정자 은행도 존재하였기에......

그저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과연 소설 속 그들은 완벽한 파트너와의 매칭이 이루어질까?


유전자로 완벽히 연결된 '단 한 사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일까?


더 원


서른일곱 살의 이혼녀인 '맨디'.

결혼해 정착한 세 여동생은 모두 DNA 매치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 역시도 DNA 매치를 통해 다시 행복한 삶을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DNA 매치'는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시간은 맨디가 DNA 매치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과 화해하도록 도와주었다. 홀로 3년을 보낸 지금 맨디는 다른 사람과 다시 한번 인생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확률에 의존하지 않고 운명의 상대와 함께 인생을 나눌 터였다. 잘못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 - page 35


《더 선》이 '영국 최악의 살인마'라고 이름 붙인 남자 '크리스토퍼'.

그는 33년 평생을 살아오면서 짧은 연애에 시간을 충분히 낭비한 끝에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별로 사랑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치가 이루어졌을 경우 자신의 매치가 누구일지 무척 궁금하였습니다.


스물한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신용카드 청구서와 대출금이 쌓여 자신의 환경을 비난하고 자신의 삶이 비참하다고 느끼는 '제이드'.

지긋지긋한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

바로 'DNA 매치'에서 짝지어준 남자, 케빈과 이야기할 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이드는 운명을 개자식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매치를 지구 반대편 호주에 두다니 말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럴 여유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 page 19


약혼자 샐리가 있는 ''.

사귄 지 거의 4년이 될만큼 서로가 반쪽이라 확신하는 이들에게 샐리의 친구가 'DNA 매치'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에 서로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 샐리가 어느 날 이런 말을 건넵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남은 평생을 너와 함께하고 싶지만...... 우리가 사실은 영혼의 동반자가 아니라면?"

닉은 인상을 썼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아, 별 얘기 아니야, 걱정하지 마.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꾸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샐리는 안심시키려는 듯 닉의 팔을 토닥였다. "그냥 우리가 서로의 짝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지, 그 사실을 확신하고 싶어질지가 궁금할 뿐이야." - page 23


'DNA 매치' 유전자를 발견한 과학자이자 CEO '엘리'.

업무 외 사생활은 꽁꽁 숨기며 가족조차 거의 만나지도 않는 그녀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하게 됩니다.

'DNA 매치가 확인되었습니다'

앨리의 매치는 오래동안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혼자 사는 데 익숙해졌고, 최근에는 일에 너무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매치에 관심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이루어진 매치.


아무리 매치라 해도 과연 엘리가 직접 찾지 못한 뭔가를 인생에 더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엘리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 아주 작은 부분은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 했다.

"젠장." 엘리는 큰 소리로 말하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page 51 ~ 52


이렇게 소설은 5명의 각자의 'DNA 매치'를 통해 우리는 과학기술에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할 지에 대해, 인간 본성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제시하였습니다.

 

 



DNA 매치로 이루어진 디스토피아라......

과학의 또다른 이면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연애 감정 소모없이, 시간 낭비없이, 서로 완벽한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DNA 매치'.

그보단 서로 모자람이 있더라도 인간다운 만남으로 이루어진 매치가 진정한 나의 파트너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마음이 이끌려 만난 그 사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의 '단 한 사람'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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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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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떡볶이'란 '힐링'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나 기분이 나쁠 때나, 때론 달콤한 맛에 때론 매콤한 맛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그렇게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음식.

그래서 일주일에도 몇 번, 의무 아닌 의무처럼 먹곤 합니다.


떡볶이를 좋아하기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는 소식에 덥석 손을 뻗게 되었습니다.


개성 넘치는 10명의 작가가 준비한 100% 수제 떡볶이 소설집.


어떤 맛일지 기대되었습니다.

과연 소문난 맛집일지......


"다채롭고 맛깔나는 떡볶이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책을 읽기 전.

왜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건지......

침 한 번 삼키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첫 이야기 <컵떡볶이의 비밀>은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는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동안 일부러 나만 여섯 개를 담아줬다고?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 왜 아줌마는 나에게만 떡볶이를 여섯 개 줬지? 다른 애들은 다 일곱 개 주면서 왜 나만? - page 8


너무나도 귀여운 아이의 컵떡볶이의 일곱 개 떡볶이 사수하기!

이 소설을 읽고나니 무심코 사먹었던 컵떡볶이의 떡 개수가 너무 궁금하였습니다.

아이 하원할 때 한 번 사 먹어봐야겠습니다.

'과연 나에겐 몇 개의 떡볶이가 들어있을까?'

'혹시 내가 학생이 아니라 적게 담아주는 건 아니겠지?'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떡볶이의 맛이 점점 매워지더니 어떤 떡볶이에선 쓴 맛이, 어떤 떡볶이에선 아린 맛이 더해져 눈물이 찡, 코끝이 아려오면서 마지막엔 심장마저 아려오곤 하였습니다.


떡볶이에서는요, 골목 냄새가 나요.

골목 냄새가 뭐냐면, 담이 낮은 집들이 쭉 늘어섰고 고무줄놀이도 겨우 할 만큼 좁은 골못들이 막 엉켜 있는데요, 초입에 붉은 포장을 친 떡볶이집이 있거든요. 합판을 몇 장 겹쳐 만든 긴 의자에 올라 앉아 다리를 대롱거리며 백 원짜리 동전 몇 닢을 아줌마에게 건네면 비닐을 씌운 멜라민 접시에 빨간 떡볶이를 가득 담아줘요. 이쑤시개로 밀떡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면 참 달콤도 하지. 종이컵에 부어주는 어묵 국물 후후 불어 마시면 등 뒤로 저녁 바람이 스쳐요. - page 47


달큼한 냄새의 떡볶이에게서 낯선 맛이 느껴질 때......

그래서 더 익숙한 떡볶이가 그립곤 하였습니다.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란 작품에선 제 지난 날의 모습이 엿보였기에 이 소설의 떡볶이엔 추억의 맛까지 더해져 오랜 시간 음미하게 되었었습니다.

 

'떡볶이'를 만드는 것이 대제앙을 일으킨다면?!

좀비가 언제 공격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세상.

떡볶이란 음식이 과연 존재했을지 모를, 할아버지로 통해 전해 들은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새로운 부족이 탄생되는 과정의 이 이야기는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맛이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떡볶이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일러준 소설도 있었습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


"사랑. 이 떡볶이는 내가 이 사람 먹으라고 만든 겁니다. 그래서 맛있는 거죠."

사랑이라.

해환은 남자의 말에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반쯤 농담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그럼 사랑이 없으면 맛이 없어지나요?"

"당연하죠."

이번엔 여자 사장이 정색을 하고 답을 해왔다.

"모든 음식은 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만드는 겁니다.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손님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며 만들고 있답니다. 사랑." - page 274


사랑이라......

그 맛은 그 어떤 떡볶이보다 뜨겁고 달콤 매콤할 듯 합니다.


각각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10개의 떡볶이를 먹다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습니다.

하나의 음식으로도 이토록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하다니!

실로 놀라웠습니다.


책의 뒷표지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떡볶이는 어떤 맛인가요?"


오늘 저녁엔 가족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어야겠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우리의 떡볶이엔 함께 만들어갈 추억과 행복,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입 베어물면 입가에 웃음이 피어나는 그런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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