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아마 이 제목만으로도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치 앨봄' 작가가 전했던 삶의 의미가......

짧은 이야기였지만 긴 여운을 선사했음에 또다시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이야기가 더 가슴 깊이 다가온 건 이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잃어버린 것에 집중하느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놓치며 살지는 않나요?

매일 크고 작은 일에 흔들리는 당신에게

미치 앨봄이 선사하는 내 인생의 소중함을 되찾는 시간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던 요즘.

이젠 그의 이야기로 내 인생의 소중함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애니'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 죽음을 모면한 적이 있던 소녀.

'루비 가든'이란 곳에서 사고를 당했던 애니는 그녀를 향해 사람들은 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녀가 죽음까지 열네 시간 전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십 대 때 서로에게 호감이랄까, 마음에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그들.

그동안 애니는 방황 속에서 반항을 하게 되고 진저리 나는 연애와 실연으로 다시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스몰 웨딩이긴 하지만 하객들 앞에 신랑 '파울로'와 함께 서 있습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 page 13


죽음까지 열세 시간.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행진을 하던 중 애니는 맨 끝줄에 앉은 노인을 보게 됩니다.

리넨 모자를 쓰고 턱이 합죽한 노신사.

희끗희끗한 구레나룻이 덥수룩하고 족히 30년은 된 오래된 양복을 입은 그가 이상하리만치 피부가 반들반들 윤이 났습니다.


'내가 어떻게 저 사람을 알고 있는 거지?' - page 16


죽음까지 아홉 시간.

결혼식을 마친 그들은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로 진입했을 때.

빗줄기 사이로 번쩍이는 미등이 보입니다.

갓길에 세워둔 박스 모양의 소형차 옆에 한 남자가 비를 맞으며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애니는 파울로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선행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겠어."

"행운을 위해서."

파울로가 맞장구쳤다.

"맞아." - page 27


"이것 좀 봐. 그 사람이 열기구 업체를 운영한대......" - page 29


열기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톨버트를 도와주고 애니와 파울로는 호텔에 도착해 부부로서 처음 한 침대를 씁니다.

호텔 방의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계획을 바꾸게 됩니다.


애니는 파울로 옆에 있는 탁자에서 명함을 집었다.

"열기구를 타자!" - page 31


충동적이었지만 나중에 멋진 추억으로 이 이야기를 곱씹을 생각에 그들은 열기구를 타러 가게 됩니다.

하지만......


'내 잘못이야.'

'내가 고집을 부려서 간 거야.'

'내가 저지른 짓이야.'

'내가 다 망쳤어.' - page 37


12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면서 골절되고 몇몇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목숨을 부지하려면 새 폐가 필요했습니다.

멍들고 까진 게 전부였던 애니는 삼촌과 의료진에게 외칩니다.


"제 걸 떼세요."

"뭐라고?"

"제 폐요. 그걸 떼어내야 해요."

"애니, 그건 고려 사항이 아니야......"

"아뇨, 가능한 일이에요. 그러면 그이를 구할 수 있어요!" - page 38


그렇게 수술대에 누운 애니.

세상이 빙빙 돌더니 동굴 밑으로 내려간 듯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그곳에서 결혼식 때 본 노인이 양팔을 벌리며 애니에게 달려오더니 그 순간 모든 게 하얗게 변하면서 애니의 천국에서 다섯 사람과의 만남이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다섯 사람을 만나면서 지난날의 후회와 죄책감들을 용서와 화해를 하며 비로소 자신을 구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 page 22


그렇고 얽히고 설킨 인생사.

결국 우린 모두가 서로의 일부라는 사실이, 그래서 서로를 그렇게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 page 113


특히나 애니가 자신의 엄마 로레인과의 만남이 저에겐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가 간직한 상처.

그 상처를 서로 치유하기 보단 감추기에 급급했던 모녀.

결국 상처는 더 큰 상처를 낳았지만 천국에서야 비로소 서로를 용서하는 모습엔 저 역시도 눈물을 훔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상처를 주고 가리기에만 급급한 건 아니었는지......

뒤늦은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할텐데......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끝은 시작이기도 하다는 것을, 지금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라고 말해야지. 아이는 남은 생애를 편안히 살터였다. 온갖 두려움과 상실을 겪어도 천국은 거기서 기다리는 다섯 사람부터 시작해 모든 질문의 답을 갖고 있는 걸 알 테니까. 그들은 하느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소중한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며.

그 단어는 바로 '집'이다. - page 245


그랬습니다.

그 소중한 것, 바로 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이 한 마디를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