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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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20대까진 '죽음'에 대해 그리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30대가 되면서 주변에서 뜻하지 않게 들려오는 소식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이 문구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절망과 슬픔.

그 상실의 끝에서 만난 따뜻한 한 줄기 빛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를 쉽게 놓아주지 못하는데......

소설 속에서는 그들의 마지막 길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기대되었습니다.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소설.

그 빛의 따스함을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4학년 가을.

아직 취직이 정해지지 않아 고독한 싸움에 휘말려 지친 그녀의 이름 '시미즈 미소라'.


오늘도 면접을 보려고 도심에 간 김에 치요다 구에 있는 대학 취업과에 얼굴을 내밀어 보지만 어느새 정보를 모으기 위해 들른 3학년생들로 한없이 초라해진 그녀는 어제 점심때 전화가 왔었지만 받지 못했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봅니다.

혹시나 지원한 회사에서 합격 여부를 알려줄까 라는 기대감에......

통화연결음에 한껏 긴장감을 가지고 있던 찰나 들려오는 목소리.


"시미즈 씨 휴대폰인가요?"

...

"반도회관의 아카사카예요." - page 14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장례식장인 반도회관, 그곳에서 제일 친하게 지냈던 아카사카 요코 선배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동안 취직을 위해 6개월간 쉬었었는데......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하러 오지 않을래? 내일은 어때? 추모식부터라도 좋은데." - page 14 ~ 15


한동안 대학 친구는 면접장에서 라이벌이란 인식으로 만나지 않았었고 취업은 자꾸만 떨어져 자존감마저 낮아졌던 그녀.

잠시 구직 활동에 유예 기간을 두고 반도회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녀에겐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에겐 한 가지 능력이 있다. 기(氣)에 민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 성가실 만큼 전해지거나 상대의 온몸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느낀다. 살아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영감(靈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age 28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게 불안하기도 하지만 죽은 이와 그들을 떠나보내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장례 디렉터로 성장해가는 시미즈 미소라를 바라보며 영원한 이별에 고통을, 슬픔을, 상심을 극복해 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장례'의 의미를 일러주었던 이야기.

 


저 역시도 '장례'를 돌아가신 분을 위한 자리라 생각했었는데 이젠 '장례'가 돌아가신 분과 남겨진 이들을 위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마냥 슬픔으로 빠지지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 흐르는 눈물의 따스함은 아마도 떠난 이가 남겨진 이를 위로하는 방식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책을 덮고나니 제 눈에도 소리없이 눈물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옮긴이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참 따뜻하다. 죽은 이를 바라보는 눈도 따뜻하고, 산 이를 대하는 눈도 따뜻하다. 아마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따뜻하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의식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 page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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