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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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자지 말고 공부하라고 그렇게 엄마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곤 하였는데......

이젠 자야할 시간에도 잠이 안 와서 멀뚱멀뚱 눈을 뜬 채 밤을 지새우고도 합니다.


그래서 '꿈'을 꿔 본 지 오래되었기에 이 소설을 읽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을,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습기를 잔뜩 먹어 붕 뜬 단발머리,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페니'.

그녀는 바로 오늘 아침, '꿈 백화점'으로부터 '서류 심사를 통과했으니 다음 주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일자리인 이곳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높은 수준의 연봉,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 각종 인센티브 제도, 기념일에는 고가의 꿈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심한 직원 복지까지.

말 그대로 '꿈의 직장'인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꼭 입사하고픈 페니는 면접 관련 책들 속에서 외우기가 바쁩니다.

그런 페니를 본 녹틸루카 중 하나인 '아쌈'이 조언을 합니다.

"달러구트는 그런 시시한 건 묻지 않을 거야. 그런 건 지나가는 중학생들도 알아."

...

"달러구트는 꿈에 대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답이 뚜렷한 질문을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사실 이걸 전해주려고 왔어." - page 15

이 도시의 어린아이들에게는 필수 권장도서쯤 되는 유명한 책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

페니 역시도 어릴 적 처음 읽었을 땐 낯설고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이 이야기가 이 도시의 이야기였습니다.

먼 옛날 세 번째 제자가 세운 '꿈 백화점', 그리고 대대로 그의 가게를 물려받은 후손과 지금의 달러구트까지.

드디어 면접 당일.

달러구트의 외관은 그야말로 기품이 흘러넘쳤습니다.

잔뜩 긴장한 페니에게 긴장이 풀리는 과자를 건네준 달러구트 씨.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그녀는 모범답안으로 답을 합니다.

"지원 서류를 작성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군." - page 29


사실 페니는 남들과 다르게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류에 달러구트가 말한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당돌한 문구를 작성했던 것입니다.

달러구트가 이것을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 페니는 다시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를 느끼며 이왕 이렇게 된 거 준비한 말이나 다 해버리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말이 너무 술술 나와서 스스로도 감탄하던 찰나.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조금 뒤 달러구트는 활짝 웃으며 페니에게 말을 건넵니다.


"페니 양,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 page 34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5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엔 아주 고가의 인기상품, 또는 한정판, 예약상품들만을 소량 취급하고 2층엔 좀 더 보편적인 꿈들을-'평범한 일상'코너'-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3층엔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들을, 4층엔 낮잠용 꿈을-얕은 잠을 많이 자는 동물들이나 온종일 잠만 자는 아기 손님들의 꿈을-, 마지막 5층엔 1, 2, 3, 4층에서 팔다 남은 꿈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신입 사원인 페니는 1층을 제외하고 자신이 일하고 싶은 층을 선택해야하는데 도무지 어떤 층에서 일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달러구트의 사무실 앞.

우연찮게 들려온 프런트에서 일하는 웨더 아주머니와 달러구트의 대화에서 그녀가 일하고 싶은 곳을 찾게 됩니다.


"전 1층 프런트에서 일하고 싶어요." - page 60


그렇게 페니는 꿈 백화점에서 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꿈을 판매하고, 그런 꿈들을 제작하는 꿈 제작자를 만남으로써 직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페니는 사다리에서 내려와 가게 밖을 보면서 손님을 기다렸다.

지나가던 아쌈이 페니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손님이 저 멀리서 가게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이내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손님!" 페니가 반갑게 손님을 맞았다.

"오늘은 아직 좋은 꿈이 잔뜩 남아 있답니다!" - page 279


여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최첨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손님은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의 딱 절반을 요금으로 지불하게 돼. 감정이 풍부한 손님에게 팔면 꿈값을 많이 받을 확률도 높아지겠지? 그러니까 단골손님 관리가 중요한 거야. 우리 단골 중에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어떻게 감정을 돈처럼 지불하는 게 가능하죠?"

"그러니까 '드림 페이 시스템즈'가 훌륭하다는 거야! 일종의 IoT 기술인 거지. 사물인터넷 말이야. 우리 금고와 손님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고, 손님들이 꿈값을 내면 금고로 들어오고 우린 그 데이터를 컴퓨터로 볼 수 있지... 페니? 자니? 알아듣는 척이라도좀 해주렴." - page 71


아마 우리도 잠이 든 사이에 꿈 백화점으로 가서 꿈을 산 뒤 꿈을 꾸고 값을 지불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픽션이라기엔 논픽션같은 느낌.


사실 '꿈'이라고 다 좋은 꿈만 꾸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악몽'이라 부르는, 꿈 제작자 '막심'이 만드는 정식 명칭인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도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 꿈이 여느 꿈보다 더 의미가 있었던 이유를 달러구트씨가 일러주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page 144


그렇기에 꿈의 좋고 나쁘고는 따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저에겐 이 이야기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꿈에서 꿈을 찾는다!

너무나도 멋진 말이라 자꾸만 되뇌게 되었습니다.


왜 이 소설을 만난 독자들이 찬사를 보냈는지!

저 역시도 읽으면서 제가 읽어야할 부분이 줄어들 때마다 어찌만 안타까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간만에 미소짓게 하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판타지를 만났습니다.

소설로 그치기엔 그 감동이 크기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어른 뿐만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꿈'의 의미를, 가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밤.

저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방문하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꿈 사러 왔습니다!"

과연 저에게 달러구트씨는 어떤 꿈을 권해주실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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