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할머니와 나
야베 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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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고 너무 자극적인 소설에만 심취한 나머지......

공허해진 마음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현실에 지친 당신에게 전하는

조금 별난 집주인 할머니무명 개그맨

가슴 따뜻한 감동 에세이!


집주인 할머니와 나

 


저에게는 가슴 뭉클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엄마'

'할머니'


'엄마'라는 단어는 누구나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순간, 입으로 내뱉는 순간 눈물이 흐를 것입니다.

잔소리에 매번 짜증과 투정을 부렸지만 어느새 저 역시도 엄마가 되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희생을.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어릴 적 할머니댁에 가는 것이 제일 좋았던 그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게 되고 혼나지도 않고......

하지만 그런 손녀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할머니댁에 가는 횟수가 줄기 시작하고 점점 약해진 모습이신 할머니를 뵈면 가슴이 그리도 찡합니다.

이제는 집이 아닌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그래서 유독 '할머니'와 관련된 만화책을 종종 구입해서 읽곤 합니다.

말 그대로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여느 만화책보다 자주 꺼내 읽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이 책은 표지에서 그 훈훈함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와 맞잡은 두 손.

그 두 손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바램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TV 예능프로에만 나가면 말문이 막히는게 고민인 무명 개그맨 '야베 타로'씨.

그는 새롭게 월세를 구하게 됩니다.

그 집은 신주쿠의 변두리에 있는 목조 2층 단독주택.


이 집 1층엔 집주인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십니다.

신주쿠의 이세탄 백화점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명란젓 하나를 사오시기도 하는 기품 있고 멋진 할머니.

그 분과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의 인사는 조금 생소합니다.


"강녕하십니까?"


왠지 이 말투......

조금씩 중독이 되곤하였습니다.


그가 늦게 귀가할 때면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빨래도 개어 방 안에 놓아주시는 등 처음엔 할머니의 친절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할머니에게 조금씩 '정'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할머니와 나'라는 새로운 관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야베 씨의 생일 하루 전날.

예상치 못하게 집주인 할머니가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여느 케이크와 달리 팥떡에 공양할 때 쓰는 양초.

그래서 더 정감가고 인상적이었던 대목이었습니다.​

일부러 하루 앞당겨 축하해주시곤 생일날엔 소중한 사람들과 파티를 하라는 할머니의 배려.

그 순간 저 역시도 눈물이 찡하였습니다.

정 많은 집주인 할머니.

하지만 이 할머니도 나이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물건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할머니.​


 


알고보니 자신이 죽고난 뒤 누구에게 전해줄지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세월 앞에 점점 작아지는 할머니의 모습이 제 할머니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결국 할머니에게도 뜻하지 않게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매번 전하시던 할머니의 인사가,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지면서 혹시나 집으로 안 돌아오시면 어쩌나 걱정을 하게 되지만......


다행히 할머니는 다시 그 앞에 나타납니다.


좋은 사람 찾았나요?


아뇨, 아직.


그럼 계속 우리 2층에 있어도 되겠네요.


네...

내년에도 이렇게 나란히 앉아 벚꽃을 보고 싶어요.


야베 씨.

벚꽃 아니고 매화꽃.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전한 진한 감동.

집주인 할머니로부터 '정'이 무엇인지를 배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왠지 집주인 할머니는 우리에게도 인사를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강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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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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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나는 나쁜 사람인지 새삼 고민하게 됩니다.

다른 이들은 나쁜 말도 안 하고 착하게 살아가던데......

나는 무슨 화가 이렇게나 많은거지......

내 속에 존재하는 '악마'가 본래의 내 모습인 것인가......

라고 자책할 뻔 했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나와 같은 이가 있었다니!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선뜻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쾌! 상쾌! 통쾌하게 속 시원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작가 이혜린이

뻔뻔하게 공개하는 솔직x까칠 나쁜 마음 보고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가끔은 궁금하다. 내 안에 숨겨둔 나쁘고 흉한 말이 진짜 나인가, 나쁜 말을 숨기고 사회적 체면을 다하는 좋고 아름다운(대구를 맞추기 위한 수식어입니다.) 내가 진짜 나인가. - page 5


저자는, 아니 우리는 이미 정답은 알고 있었습니다.

둘 다 '자신'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왜!

솔직하다 못해 까칠하다고 느껴질만큼 이 글을 쓴 것일까!


좋은 사람인 나는 역사가 있다. 경력을 쌓아 명함을 만들고 인맥을 쌓아 평판을 만들고 추억을 쌓아 사랑을 만든다. 그런데 나쁜 나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어쩌면 진짜 나일지도 모르는데. 가끔은 진짜 내 동력인데. 사실은 나란 인간 그 자체인데. 그래서 기록해봤다. - page 6


그 기록이 책으로 등장하면서 같이 연대를 느끼며 즐거운 경험을 해 보자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대되었습니다.

아니, 더 솔직한 말로 설레였습니다.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검은 기운이 조금은 당당히 얼굴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블랙 코미디'였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대하는 태도가, 그리고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니 참으로 아이러니함이 느껴졌습니다.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내려갔지만 마음 한 켠엔 내 자신을 되돌아보곤 하였습니다.

'과연 나는 어떤지......'


이 글이 유독 공감이 되었던 건 아마도 제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도 나도 잘 쓰는 말.

알고 쓰는 말이었을까......

너도 싫고, 사람도 싫고, 회사도 싫고, 결국......

그런 자신도 싫​고......

참 웃픈 진실 앞에서도 또다시 스멀스멀 ​나쁜 마음이 드는 나는 무엇인지......

1년 후, 나는 다를 것이다.

5년 후, 정말 다를 것이다.

10년 후, 진짜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다.


일단 내일은,

똑같을 거 같다. - page 250


어차피 이 모습도 내 모습인것을.

누굴 탓할까!


그나마 이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은 것이 있다면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가끔은 나쁜 사람으로 잠시나마 숨통 트이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내 속의 나쁜 마음과 함께 재미나게 지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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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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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후의 이자벨

 


얼마나 그녀가 매혹적이면 책 문구에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할까!


이자벨과 함께한 오후,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시간이 온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랑!


평생의 단 하나의 사랑......

이 문구가 짙은 여운마저 남겼습니다.


이제 이자벨을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 출신의 '샘'.

그는 늘 조심성 많은 아이였고, 착한 학생이었으며 언제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주립대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을 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게 하기 위해 유명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었는데 그 역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 장학금 수혜 대상자였습니다.

주립대학교를 조기에 졸업한 직후였고 새 학기를 시작하기 앞서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파리 여행을 계획합니다.


파리.

1977년 그의 나이 스물한 살.

5구 지쇼에 있는 호텔 주소로 그는 향하고 있었습니다.

파리 식물원 근처의 별 반 개짜리 호텔.


숙박비는 1박에 40프랑이었고 하루 40프랑으로 음식을 사먹고, 영화관에 가고, 담배를 피우고, 카페에 가고......

특별히 할 일이나 계획 없이 움직이며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 자신의 일생에 크나큰 전환점이 될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느 때처럼 밤늦게 돌아와 방으로 걸어가는데 옆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습니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면서 들려온 남자 목소리.


"들어오세요." - page 20


그의 이름은 '폴 모스트'.

폴은 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네가 오늘 내 문 앞에서 멈춰선 이유를 알아. 파리가 주는 고통 때문이지. 파리는 혼자인 사람에게는 잔인한 곳이니까. 파리에서는 함께 어울릴 사람이 필요한데 자네는 혼자잖아. 그런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자기 내면에 있는 '길 잃은 어린아이'의 자취가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질 테고, 싸구려 호텔의 빈 침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서글퍼지겠지." - page 24


그러고는 폴은 샘에게 덧붙여 이야기하였습니다.


"내일 밤, 서점에서 파티가 있어. 일종의 출판기념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빈 친구 파티야. 내가 자네를 초대할게."

...

"자네를 파티에 초대할 뿐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자네를 누군가에게 소개하지도 않을 거고."

"그런데 왜 나를 초대하지?"

"외롭다고 하니까. 자비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해두지." - page 24 ~ 25


그리 크지 않은 서점.

그 안에 있는 술집에서 레드와인을 한 잔 마시고 나서 철학 서적을 판매하는 코너로 간 샘.

그에게 한 여성이 다가옵니다.

몸이 딱 달라붙는 검정 원피스, 검정 스타킹, 검정 부츠, 긴 손가락 사이의 담배,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낀 여성의 이름은 '이자벨'.

이자벨은 샘에게 명함을 건네고 사라집니다.


"A bientot(다음에 봐요.)" - page 33


다시 돌아온 호텔 방.

이자벨과 나눈 대화를 곱씹어보고 명함을 꺼내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왼손약지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가 머릿 속에 아른거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자벨에 대한 그의 마음이 더 끌리게 되고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하면서 만날 약속을 정하게 됩니다.


"오후 5시, 어때요?"

"언제요?"

"오늘,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 page 38


그렇게 이자벨과 샘은 만나자마자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고 일주일에 두 번,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서 이 둘은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는 이자벨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의 관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관계를 유지하며 그렇게 지내면서 샘 역시도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 레베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이자벨과는 정리를 하고자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은 선택에 그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이자벨과의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결국 이 둘의 사랑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파리에서의 생활과 사랑의 모습.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누구나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길 원합니다.

그 사랑에 책임이 더해질 땐 가정을 이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이라는 것, '가정'이라는 것.

이자벨에겐 '열정'적인 사랑이 아닌 '안정'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사랑의 형태가 다르기에 그녀를 함부로 욕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후에 이 침대에서 서로 사랑하면서 나눈 열정이야. 드문 경험이니까. 만나는 시간은 짧지만 흥분과 절박감이 전혀 없는 결혼생활과는 다르니까.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저절로 타성이 생기게 되고, 오래된 부부는 의중을 숨기고 대화하지. 우리 부부는 달라. 적어도 우리 부부가 대화할 떄 경멸의 그림자는 없어. 우리 부부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속마음을 숨기고 대화를 나누기도 해. 그런 게 사랑이야. 분명 당신과 함께할 때의 열정적인 사랑과는 다르지. 그래도 틀림없는 사랑이야. - page 86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부의 세계>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그렇더라도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양날의 칼날과도 같은 '사랑'에 휘둘리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

아마도 이 소설이 던진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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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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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서 풀어야하는지......


바깥 공기를 쐬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상황에선 불가피하기에 책을 통해 잠시나마 일탈을 꿈꾸어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원, 호수, 황야를 거치며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영문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걸어가는 '문학의 길',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까지.


저자의 여정을 따라,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거닐어봅니다.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길을 떠나기에 앞서 저자가 영국에 많은 도보 여행길 중에 코스트 투 코스트 도보 여행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선 세 개의 국립공원이 도보 여행자라면 누구도 상상 속 세계에서 끌어당기는 듯 한 유혹을 선사하고,

두 번째 이유는 '문학의 길'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영문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걸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의 정서상 시작과 끝이 분명한, 영국 서해(아일랜드해)에서 시작해 동해(북해)에서 끝나기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의 시작, 세인트 비스.

이 마을 이름의 기원이 된 세인트 베가의 조각상이 존재합니다.

바다 반대쪽으로 두 손을 받처 들고 있고 옆에는 바구니 돛단배 조각이 있는, 들어가는 철문에 'BECK EDGE GARDEN'이라 쓰인 소박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전설을 이야기해 줍니다.


전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을 소개하면, 베가는 수녀원을 짓고 싶어 했다. 그녀는 건물 부지를 얻기 위하여 에그리몬트 영주에게 가서 부탁을 했는데 영주는 비웃으며 내일 눈 덮인 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그때는 오늘 같은 한여름이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눈이 왔다. 그녀는 수녀원을 세울 수 있었고 주변에 마을이 생겼으며 그 후, 이 마을은 세인트 비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 page 37


이 전설과 함께 시작된 도보여행은 매혹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쉬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눈앞의 길이 옳은 길인지 알 수 없게 짙은 안개, 비, 바람을 선사합니다.

그렇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처럼 호수위의 무지개를 보여줌으로써 지친 여행자에게 힘을 북돋아주곤 합니다.


그 중에서 '성모 마리아 교회'에선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건물까지 가는데 주변에는 온통 묘지비석, 그것도 오래된 다 쓰러져가는 비석들이 길을 걷는 나그네들을 반겨줍니다.

교회 안에는 페트병 물, 비스킷 등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고 편리한 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을 아쉽게 했던 일......


또, 필립이 나보고 보라고 한 곳이 있었는데 커다락 세계지도와 영국지도를 걸어놓은 곳이다. 그리고 방명록도 함께 있었는데 노랑, 파랑, 빨강 봉우리가 있는 핀이 꽂혀 있었다. 국적따라 해당 국가에 핀을 꽂으라는 것이다. 꽂힌 핀은 아시아에는 홍콩 주변만 있고 거의 없었다. 나는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파란 봉우리 핀으로 한국에 핀을 꽂았다. 동해는 없고 일본해로 되어있어 맘이 약간은 편치 않았다. (옆에 볼펜으로 동해를 병기할 것을 나중에서야 생각이 나서 못내 아쉬웠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병기된 지도를 보고 맘이 편했었는데......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일본 쪽과 친밀하다는 것을 가끔은 느낀다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 page 200 ~ 201


길은 여행자들에게 옛 돌기둥과 길가 화살표로 그들에게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엔 사람이, 역사가,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에 거니는 발걸음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도보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늘에는 적당히 구름이 있어 햇볕걱정도 없었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 걷기에 좋았다. 나는 무의식중에 트로트 노래가 입으로 흘러 나왔다. "망설이다가 가아~버린 사아람~~! 다시 또 쓰을쓸히 낙엽은 지이고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김추자의 <임은 먼 곳에>로 시작하여 정원의 <허무한 마음>으로 연결되는 '내 맘 대로의 흥얼거림'이었다. 혼자 걸으면 이것뿐이랴! 말도 안 되는 영어 가사로 팝송을 부르며 가기도 한다. 혼자 걷는 도보여행은 이래서 좋다. 옆에 누가 있다면 이런 헛소리에 가까운 흥얼거림이 있을 수 있겠는가? - page 284 ~ 285


그의 여행은 로빈 후즈 베이에서, 주변에는 누렇게 변한 갈대 키만한 풀들이 있고 바다 쪽으론 청조망이 쳐 있는, 그 너머엔 위험한 절벽이 있는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발걸음은 끝을 맺었습니다.


길다면 길었던, 짧았다면 짧았던 그 길을 동행하였습니다.

'문학을 따라' 걸었던 그 길.

오히려 '문학'보단 '풍경'을 따라 걸었던 길이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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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감별사 - 미스터리 로맨스
마키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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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다면 이별도 있기 마련.

그런데 이 소설에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다.

당신이 이별한 이유가 그 균형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다면

과연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 지킬 것인가?


나의 사랑이, 이별이 세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니......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을 읽고난 뒤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불륜 감별사

 


30대 중반의 그 '야니 존스'.

그가 하는 일은 두 가지였습니다.

쿡앤 식품회사 기획팀, 그리고 부업으로 미아쇼라는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미야쇼에서 하는 일은 아르바이트처럼 간단한 일이었지만 식품회사 급여의 몇 배 이상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야쇼에서 일을 지속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미야쇼 목적은 사랑하고 있는 자의 이별이었다.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와 가끔 다투거나 대립하게 된다. 불화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격한 감정에 몰입하여 끝내 헤어지게 된다. 이별이 확정되면 미야쇼 요원은 1천 달러를 받았다. 한 달 평균 10회, 적게는 3회 이상 일했다. - page 12


그렇습니다.

미야쇼에서 하는 일은 바로 남들의 사랑에 관여하고 조작하여 이별을 맞이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하는 일......

이번 작전만 하고 그는 그만두기로 결심합니다.


"슬슬 가볼까?" - page 18


오늘의 임무는 여성 사업가와 호텔 총지배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총지배인 부인에게 발각되게 하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임무는 야니와 그란시나, 도톰보가 한 팀이 되어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선 이어폰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토미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곧 나갈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도톰보, 뭐라도 해. 부인이 도착할 때가 다 되었단 말이야."

주차장에 있던 그란시나가 조용하게 힘주어 말했다.

"도톰보, 뭐라도 해서 막아야 해. 내가 그리로 갈게."

야니가 대화에 동참했다.

"에이, 빌어먹을. 모르겠다. 그냥 막 나가보지 뭐." - page 25


그때였습니다.


'탕!' -page 26


한발의 큰 총성이 울렸습니다.

한 여성이 총을 들고 주차장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

더 놀라운 것은 도망치는 여성이 반년 전 그와 헤어진 리헤르 킴이었습니다.


"그란시나! 총소리 들었어?" - page 26


그란시나가 총 맞은 왼쪽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면서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안 돼! 정신차려! 죽으면 안 돼! 일어나! 제발 정신차려! 제발!" - page 27


예상치 못한 동료의 죽음.

그리고 그 범인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라니.

야니는 큰 충격에 빠져들게 됩니다.


대낮에 발생한 총격 사망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사건을 파헤치던 제임스 가르시아 형사가 주축이 되어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에 소설의 마지막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소설 속 미야쇼라는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소중함.

사랑도 그렇다는 씁쓸한 진실 앞에 이별이 너무도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소설의 제목인 '불륜 감별사'.

그 '불륜'에 대한 정의를 일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유혹하는 이성도 많고, 사랑하는 이가 먹지 말라는 술을 먹자고 떼쓰는 친구도 많습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상대에게 화내기도 합니다. 그런 사소한 것이 쌓여 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작은 이유 때문에 큰 사랑을 놓치게 된다면 그것은 말그대로 바보입니다. 바보."

지미가 제임스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거울 안쪽 방에 있던 리암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형사님, 지키는 사랑을 하셔야 합니다." - page 154


소설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주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내 사랑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키는 사랑을 하는지......


여러분 주변 미야쇼 요원이 이제 보이나요? 사랑을 과신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겁니다. 지키는 사랑을 하세요. - page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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