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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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후의 이자벨

 


얼마나 그녀가 매혹적이면 책 문구에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할까!


이자벨과 함께한 오후,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시간이 온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랑!


평생의 단 하나의 사랑......

이 문구가 짙은 여운마저 남겼습니다.


이제 이자벨을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 출신의 '샘'.

그는 늘 조심성 많은 아이였고, 착한 학생이었으며 언제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주립대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을 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게 하기 위해 유명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었는데 그 역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 장학금 수혜 대상자였습니다.

주립대학교를 조기에 졸업한 직후였고 새 학기를 시작하기 앞서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파리 여행을 계획합니다.


파리.

1977년 그의 나이 스물한 살.

5구 지쇼에 있는 호텔 주소로 그는 향하고 있었습니다.

파리 식물원 근처의 별 반 개짜리 호텔.


숙박비는 1박에 40프랑이었고 하루 40프랑으로 음식을 사먹고, 영화관에 가고, 담배를 피우고, 카페에 가고......

특별히 할 일이나 계획 없이 움직이며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그 자신의 일생에 크나큰 전환점이 될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느 때처럼 밤늦게 돌아와 방으로 걸어가는데 옆방 문이 조금 열려 있었습니다.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면서 들려온 남자 목소리.


"들어오세요." - page 20


그의 이름은 '폴 모스트'.

폴은 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네가 오늘 내 문 앞에서 멈춰선 이유를 알아. 파리가 주는 고통 때문이지. 파리는 혼자인 사람에게는 잔인한 곳이니까. 파리에서는 함께 어울릴 사람이 필요한데 자네는 혼자잖아. 그런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자기 내면에 있는 '길 잃은 어린아이'의 자취가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질 테고, 싸구려 호텔의 빈 침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서글퍼지겠지." - page 24


그러고는 폴은 샘에게 덧붙여 이야기하였습니다.


"내일 밤, 서점에서 파티가 있어. 일종의 출판기념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빈 친구 파티야. 내가 자네를 초대할게."

...

"자네를 파티에 초대할 뿐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자네를 누군가에게 소개하지도 않을 거고."

"그런데 왜 나를 초대하지?"

"외롭다고 하니까. 자비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해두지." - page 24 ~ 25


그리 크지 않은 서점.

그 안에 있는 술집에서 레드와인을 한 잔 마시고 나서 철학 서적을 판매하는 코너로 간 샘.

그에게 한 여성이 다가옵니다.

몸이 딱 달라붙는 검정 원피스, 검정 스타킹, 검정 부츠, 긴 손가락 사이의 담배, 왼손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낀 여성의 이름은 '이자벨'.

이자벨은 샘에게 명함을 건네고 사라집니다.


"A bientot(다음에 봐요.)" - page 33


다시 돌아온 호텔 방.

이자벨과 나눈 대화를 곱씹어보고 명함을 꺼내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왼손약지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가 머릿 속에 아른거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자벨에 대한 그의 마음이 더 끌리게 되고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하면서 만날 약속을 정하게 됩니다.


"오후 5시, 어때요?"

"언제요?"

"오늘,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 page 38


그렇게 이자벨과 샘은 만나자마자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고 일주일에 두 번,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서 이 둘은 '열정적인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는 이자벨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원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의 관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관계를 유지하며 그렇게 지내면서 샘 역시도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 레베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이자벨과는 정리를 하고자 하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은 선택에 그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이자벨과의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결국 이 둘의 사랑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파리에서의 생활과 사랑의 모습.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누구나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길 원합니다.

그 사랑에 책임이 더해질 땐 가정을 이루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이라는 것, '가정'이라는 것.

이자벨에겐 '열정'적인 사랑이 아닌 '안정'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사랑의 형태가 다르기에 그녀를 함부로 욕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후에 이 침대에서 서로 사랑하면서 나눈 열정이야. 드문 경험이니까. 만나는 시간은 짧지만 흥분과 절박감이 전혀 없는 결혼생활과는 다르니까.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저절로 타성이 생기게 되고, 오래된 부부는 의중을 숨기고 대화하지. 우리 부부는 달라. 적어도 우리 부부가 대화할 떄 경멸의 그림자는 없어. 우리 부부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속마음을 숨기고 대화를 나누기도 해. 그런 게 사랑이야. 분명 당신과 함께할 때의 열정적인 사랑과는 다르지. 그래도 틀림없는 사랑이야. - page 86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부의 세계>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가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


그렇더라도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양날의 칼날과도 같은 '사랑'에 휘둘리는 것이 과연 잘못된 일일까......

아마도 이 소설이 던진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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