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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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서 풀어야하는지......


바깥 공기를 쐬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상황에선 불가피하기에 책을 통해 잠시나마 일탈을 꿈꾸어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원, 호수, 황야를 거치며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영문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걸어가는 '문학의 길',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들까지.


저자의 여정을 따라,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거닐어봅니다.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길을 떠나기에 앞서 저자가 영국에 많은 도보 여행길 중에 코스트 투 코스트 도보 여행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선 세 개의 국립공원이 도보 여행자라면 누구도 상상 속 세계에서 끌어당기는 듯 한 유혹을 선사하고,

두 번째 이유는 '문학의 길'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영문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걸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의 정서상 시작과 끝이 분명한, 영국 서해(아일랜드해)에서 시작해 동해(북해)에서 끝나기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의 시작, 세인트 비스.

이 마을 이름의 기원이 된 세인트 베가의 조각상이 존재합니다.

바다 반대쪽으로 두 손을 받처 들고 있고 옆에는 바구니 돛단배 조각이 있는, 들어가는 철문에 'BECK EDGE GARDEN'이라 쓰인 소박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전설을 이야기해 줍니다.


전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을 소개하면, 베가는 수녀원을 짓고 싶어 했다. 그녀는 건물 부지를 얻기 위하여 에그리몬트 영주에게 가서 부탁을 했는데 영주는 비웃으며 내일 눈 덮인 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그때는 오늘 같은 한여름이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눈이 왔다. 그녀는 수녀원을 세울 수 있었고 주변에 마을이 생겼으며 그 후, 이 마을은 세인트 비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 page 37


이 전설과 함께 시작된 도보여행은 매혹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쉬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눈앞의 길이 옳은 길인지 알 수 없게 짙은 안개, 비, 바람을 선사합니다.

그렇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처럼 호수위의 무지개를 보여줌으로써 지친 여행자에게 힘을 북돋아주곤 합니다.


그 중에서 '성모 마리아 교회'에선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건물까지 가는데 주변에는 온통 묘지비석, 그것도 오래된 다 쓰러져가는 비석들이 길을 걷는 나그네들을 반겨줍니다.

교회 안에는 페트병 물, 비스킷 등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고 편리한 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을 아쉽게 했던 일......


또, 필립이 나보고 보라고 한 곳이 있었는데 커다락 세계지도와 영국지도를 걸어놓은 곳이다. 그리고 방명록도 함께 있었는데 노랑, 파랑, 빨강 봉우리가 있는 핀이 꽂혀 있었다. 국적따라 해당 국가에 핀을 꽂으라는 것이다. 꽂힌 핀은 아시아에는 홍콩 주변만 있고 거의 없었다. 나는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파란 봉우리 핀으로 한국에 핀을 꽂았다. 동해는 없고 일본해로 되어있어 맘이 약간은 편치 않았다. (옆에 볼펜으로 동해를 병기할 것을 나중에서야 생각이 나서 못내 아쉬웠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병기된 지도를 보고 맘이 편했었는데...... 영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일본 쪽과 친밀하다는 것을 가끔은 느낀다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 page 200 ~ 201


길은 여행자들에게 옛 돌기둥과 길가 화살표로 그들에게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엔 사람이, 역사가,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에 거니는 발걸음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도보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늘에는 적당히 구름이 있어 햇볕걱정도 없었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줘 걷기에 좋았다. 나는 무의식중에 트로트 노래가 입으로 흘러 나왔다. "망설이다가 가아~버린 사아람~~! 다시 또 쓰을쓸히 낙엽은 지이고 찬 서리 기러기 울며 나는데~~~~" 김추자의 <임은 먼 곳에>로 시작하여 정원의 <허무한 마음>으로 연결되는 '내 맘 대로의 흥얼거림'이었다. 혼자 걸으면 이것뿐이랴! 말도 안 되는 영어 가사로 팝송을 부르며 가기도 한다. 혼자 걷는 도보여행은 이래서 좋다. 옆에 누가 있다면 이런 헛소리에 가까운 흥얼거림이 있을 수 있겠는가? - page 284 ~ 285


그의 여행은 로빈 후즈 베이에서, 주변에는 누렇게 변한 갈대 키만한 풀들이 있고 바다 쪽으론 청조망이 쳐 있는, 그 너머엔 위험한 절벽이 있는 그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발걸음은 끝을 맺었습니다.


길다면 길었던, 짧았다면 짧았던 그 길을 동행하였습니다.

'문학을 따라' 걸었던 그 길.

오히려 '문학'보단 '풍경'을 따라 걸었던 길이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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