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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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떠들고 맛있게 먹고

맛있게 사랑하는

지금의 우리를 위하여!"


이미 중국에서는 드라마로 엄청난 사랑을 받은 작품.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일간 15억 뷰 신화를 기록한 이 소설이 어떤 매력을 지닌 것인지...


서로 다른 직업과 개성을 가진 다섯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중국판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 <환락송>의 원작 소설.


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언뜻 보아도 두께감이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환락송』시리즈가 5권이라는 사실!

그 스케일 한 번 장대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이끌어갈 등장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 다섯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공간.

바로 '환락송 아파트' 22층.

그곳으로의 초대가 시작되었습니다.


2201호에 사는 '앤디'.

단발에 큰 눈, 작은 입, 오뚝한 콧날.

누가 봐다 당당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살짝 미소 지을 땐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는, 아니 아름다운 그녀는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중국에 오게 된 이유.


"이게 내 고향에서 1993년에 태어난 모든 남자아이의 명단이라는거야?"

"정확히 말하면 시 공안국에 등록되어 있는, 1993년에 출생신고를 한 모든 남자아이의 명단이지."

"그...그러니까..., 이 중에 내 남동생이 있을 거다?" - page 7 ~ 8


남동생을 낳고 세상을 떠나게 된 엄마.

어린 앤디가 깨어났을 땐 이미 보육원이었습니다.

고아였던 그녀에게 몇 안 되는 기억 속 남동생의 존재.

"귀국할게!"

그렇게해서 그녀는 2201호에 들어오게 됩니다.

2201호와 2203로보다 먼저 살고 있던 2202호 판성메이와 두 룸메이트인 추잉잉과 관쥐얼.

그녀들은 모두 금융가에서 일을 합니다.

연봉도 나이도 비슷한 이들.

퇴근 시간을 맞출 수 있으면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들의 모습은 보통 젊은 여자들이 겪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보단 더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모습 좀 봐. 학교 다닐 때보다 더 가난하지 뭐야. 한 달 월급 5,000위안 중에 월세와 기본적인 생활비, 교통비를 빼고 교육비(중국에 정식 채용 전 교육을 실시하고 정식 채용 후 매달 월급에서 교육비를 공제하는 회사들이 있음)를 내고 나면 월급이 마이너스야. 아빠가 매달 돈을 부쳐주지 않으면 퇴근 후에 집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낼 거야. 학교 다닐 때는 다냥만두쯤 사먹는 건 일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누가 아니래. 나는 옷도 마음껏 못 사잖아. 아이쇼핑으로 만족해야 해. 그렇다고 돈도 벌면서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도 미안하고..." - page 16

그리고 마지막으로 2203호에 사는 ​취샤오샤오.

걱정없이 재벌 상속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SOS가 옵니다.


"네 아빠랑 살면서, 게다가 늙어버린 후로는 나한테 힘이라는 게 있었니? 네 아빠를 내가 어떻게 이겨? 우리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큰 사업을 하고 있잖아. 내 알량한 머리로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그러니까 샤오샤오, 어서 돌아와. 안 그러면 전 재산이 그집으로 다 넘어가게 생겼어." - page 11


전처에게서 낳은 두 아들에게 재산이 넘어가게 생긴 상황에 취샤오샤오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는 아버지 계열 회사가 아닌 직접 회사 경영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이렇게 다섯 여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그녀들은 고민도 여러가지였습니다.


일에서는 완벽함을 지녔지만 사랑 앞에선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앤디.


"모든 사람이 자기 인생의 잠재적인 위험이 뭔지 생각하고 사전에 예방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세상은 훨씬 평온할 거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게 무슨 잘못이겠어?"

"앤디, 사랑해."

판성메이가 앤디를 끌어안으려다가 앤디가 웃으며 피하자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 난 레즈비언이 아니니까. 남들은 나더러 자기애가 강하고 이기적이라고들 하지. 내가 원하는 걸 고집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는데 남을 어떻게 사랑하겠어? 난 헌신적인 사랑 따윈 믿지 않아. 이기주의는 인간의 본능이야. 안 그래?"

"그런 건 문과생들의 영역이라 난 몰라. 내가 아는 건 자기 자신을 잘 간수하는 게 사회의 균형에 이롭다는 거야. 자신을 지키고도 여유가 있어서 남을 돕는다면 사회에 이바지하는 거지.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이미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면 왕바이촨 같은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가정을 꾸리는 것도 괜찮지 않아?"

"파트너 관계의 전제 조건은 평등이야. 그런데 법적으로나 사회 분위기로나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만 알아주고 집에서 수많은 뒤치다꺼리를 하는 여자들은 무시해. 이혼소송을 할 때 여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봐. 여자가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게 나아. 혼자 잘먹고 잘살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잖아." - page 307 ~ 308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말았습니다.

능력이 있다면 굳이......

여자가 믿고 기댈 수 있는 건 자신이라는 앤디의 말이 당연하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왜인지......

그래서 여느 여자들보다 앤디의 모습이 더 측은히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와는 반대인 사랑에 흠뻑 빠지는 '추잉잉'.

그녀는 바이 팀장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녀의 입장으로 보자면 사랑에 빠져있었습니다.

 


어쩜 사랑이 각성제일수가......

저 역시도 그녀의 그런 순수(?)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취샤오샤오는 잉잉을 위해 남자친구를 시험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몰래 자신의 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네주었고 결국 바이 팀장은 취샤오샤오와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자신은 끝까지 사랑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언니, 그 사람. 그냥 노는 걸 좋아하는 걸까?"

"아니."

"왜?"

"노는 걸 좋아하는 거랑 사람됨은 별개야 혼동하지마."

추잉잉이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그럼 난 어떡해! 어떡해!..."

"이런 사실은 일찍 알수록 좋아. 젊을 때 쓰레기 몇 놈 안 만나는 여자가 얼마나 있겠어. 괜찮아. 포기해. 남자는 옷 같은 거야. 그것도 매대에 잔뜩 널린 옷. 울지 마. 뚝!"

관쥐얼이 말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짐 가지러 가자. 그 사람 들어오기 전에 빨리가서 가져오자." - page 130


이렇게 22층에 사는 다섯 여자들은 저마다의 자신의 고민들이 맞닥뜨리게 될 때마다 서로를 도와주며 위로를 건네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서로 비슷한 나이였기에 비록 다툼이 있을지언정 화해를 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더없이 멋져보였습니다.


그녀들이 사는 공간 환락송 22층.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연애에서 영원을 바라는 건 도박이야."


솔직당당한 그녀들의 이야기.

바로 다음 권으로 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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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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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살인 사건의 주인공들은 '남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들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사랑하는 '여자' 때문이었고......


그런데 이 소설은 '여자'가 중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강렬했던 이 문구.


처음 본 순간부터 죽이고 싶었다!


보자마자 살의를 느꼈다는 그녀의 진심이 궁금하였습니다.


살인은 여자의 일』 

 


이 책은 8편의 주옥같은 단편들이 모여있었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살인은 여자의 일>.

베테랑 편집자인 '모토무라 시가코'.

야기 작가로부터 신이치를 소개받자마자 아마추어처럼 그를 대하게 됩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베테랑 편집자가! 왜 이러지? 나 정말 이런 적 없었는데!) - page 12


젊고 단정하면서도 매력적인 이 남자 '스기조노 신이치'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그의 곁엔 장점이 없어 보이는, 못생긴 이목구비에 얼굴선이 애매하고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커다란 얼굴을 가진 아내 '스기조노 고즈에'가 있었습니다.

고즈에보다 작품과 관련되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되고 예쁜 자신이 더 낫다는 그녀의 자만심으로 자꾸만 신이치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30대의 건강한 남자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은 특별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신이치가 독신일거라고 공상을 펼친 시가코가 너무 안이했다.

그러나...... 아내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고 시가코는 스스로 생각했다. 그렇다. 물론 그런 법은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시가코를 사랑하게 되지 않는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다. - page 25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불륜녀 등장!

(하긴 요즘 드라마가 더 격하게 나오긴 하지만......)

그를 사로잡겠다는 생각에 시가코는 넘지 말아야할 선까지 넘게 되고......

 

아마도 '살인'이 '여자'의 일이라는 것은 '시기', '질투'로 인한 어리석인 짓임을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시가코는 어떻게 되었을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아실 듯 하고......

단편 속 여자들이 모두 직접 살인을 행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에선 한 가정을 파탄내는 여성에 대해 살의를 ​가지지만 결과적으론......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소설 속이든지 현실이든지 '살인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녀들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인 '살인'.

사건의 전제에는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참으로 그 여자들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


너무나 허무해 정말 잘 해 줬는데
사랑이 무슨 죄길래 너만 사랑했는데
모른척 버려두지마 잊을 수가 없는데
왜 나를 떠나가야 해
너만을 원했어 마지막을 꿈꾸며
정말 난 처음이었어 설레이는 이 마음
널 사랑했을 뿐인데 내가 그리울거야
제발 돌아와줘 -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


단편 소설들이었기에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 마지막에 남는 긴 탄식만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살인사건의 배후엔 질투, 시기등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같은 여자이기에 더 진한 여운이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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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수학 - 수학이 판결을 뒤바꾼 세기의 재판 10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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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뭔가 딱 떨어지는 결과값.

구구절절한 문제를 간결히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점.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에 솔깃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

수학적 오류가 결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었다니......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강도, 살인, 사기, 유언장 위조, 국가기밀 누설 사건까지

수학적 오류가 불러온 잘못된 판결, 그 결정적 순간들


법정에 선 수학

 

우리 일상엔 숫자들로 넘쳐납니다.

광고, 뉴스, 할인 정보, 의료 정보, 일기 예보, 투자, 위험도 평가 등.

이렇게 보면 이 숫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와 수식이 갖는 무감정한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혹은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잘못 다루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책 속에서는 19 ~ 20세기 말에 사용되었던 아주 간단한 필적 분석에서부터 오늘날 범죄 사건에서 곧잘 사용되는 DNA 분석의 정확도에 이르기까지, 법정에서 사용된 다양한 수학적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 <찰스 폰지 사건>에 들어가기 앞서 이와 관련되었던 수학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지수법'


이 문제에서의 핵심은 지수적으로, 그러니까 단계마다 두 배(혹은 세 배 또는 그밖의 어떤 값이건)씩 증가하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증가 형태는 처음에는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일단 가속하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다. 다른 사람 10명에게 보내야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이른바 '행운의 편지' 이메일을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메일을 받은 사람이 모두 지시를 따른다면 단 10단계 만에 전 세계 인구 모두에게 스팸 메일이 전달되어 금세 통신망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 page 15


이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겪었었고,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 사태'.

'나 하나쯤이야'라며 자신이 걸려도 안 걸린 척 그렇게 제 2, 제 3의 감염자들을 발생시킨 사건.

다단계 사기와 다를 바 없음에 놀라웠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쓰인 수학은 '확률'이었습니다.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은 루시아 간호사가 휴무일 때보다 근무할 때 사망 환자들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빈도로 있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측에선 단순히 그녀의 근무여부에 따른 사망자 수만 표로 정리하여 마치 그녀가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오류가 사법 체계의 권위는 물론이고 그저 간호사로 살기를 바라며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에도 소신을 잃지 않았던 평범한 개인의 삶을 무너뜨렸던 실수였다는 점에서 우연이 만들어낸 확률적 오류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샐리 클라크 사건>에서 한 가정에서 두 아이가 연달아 사망하는 '비극적 우연'을 마치 복권처럼 확률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간주하여 샐리를 범죄자로 만든 사건은 무고한 엄마를 몇 년 감옥에 갇히게 하였고 가정을 망가뜨린 비극적 사건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확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DNA'를 빠뜨릴 수 없었습니다.

<다이애나 실베스터 사건>은 한 간호사가 자택에서 강간당한 후 살해되었는데 당시 범인의 인상착의와 DNA 샘플은 확보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30년이 흘러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때까지 수집한 범죄자 데이터 베이스에 30년 전 범인의 DNA와 대조하다가 새로운 용의선상에 존 푸켓이란 자가 떠오릅니다.

이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방대해진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자 자리가 일치하는 사람은 확률상 계산보다 많기에 그 역시도 무죄를 받게 됩니다.


사람들은 '130억분의 1'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착각에 빠진다. 현재 구하는 값이 조건을 만족하는 특정 개인을 찾을 확률이 아니라 개인의 쌍을 찾을 확률이라는 사실과, 몇 명을 대상으로 하건 해당 집단 전체의 인구보다 이들로 구성할 수 있는 쌍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 page 153


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던 '수학'에서 엄청난 오류가 일어나고 이 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수학적 모형을 법정에서 활용했을 때의 치명적인 결과를 바라보고 있자니 수학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의 DNA 증거가 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점을 보면 수학적 분석은 어느정도 필요한 것임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 것일까...

수학이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이를 오용하지 말고 수많은 가능성 앞에 최대한 오류를 줄이는 것.

'수학'이란 학문 앞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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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일상 탈출 고백서 - 어느 날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 내 인생을 구했다
하이디 엘리어슨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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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나 역시도 '중년 여성'에 다가가고 있기에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남들에 비해 초라한 내 자신.

남들이 아니더라도 내 스스로에게도 초라함을 느끼는 요즘.

그 공허함을 달래기위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삶을 살고,

누군가는 삶을 살아낸다.


이 문구가 왜그리 가슴에 와 닿았는지......

홀로 딸을 키우던 중년 여성의 일상 탈출 고백서!


어느 중년의 일상 탈출 고백서

 


그녀의 이름은 '하이디'.

그녀는 스물한 살 때 스티브와 쫓기듯 잠깐 연애를 한 뒤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어리고 순진했던 그녀.

모든 것이 낭만적이고 짜릿한 일로 여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소한 일도 뜻대로 안 되면 벌컥 화를 내기 시작한 스티브는 그녀에게도 성질을 내고 심지어는 물건을 던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던 하이디.


이런 남자와 평생을 살아야 할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이런 남자.

그런데......

그 무렵 몇 달 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던 임신이 이제 와서 갑자기 임신이 되어버렸습니다.

아기를 낳는다고 스티브와의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고심 끝에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스티브와 헤어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딸 캐미가 태어난 순간부터 언제나 자신의 삶 나침반은 캐미를 향해 있었습니다.

좋은 가정과 경험을 선사해 캐미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습니다.


캐미가 대학에 간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의 나침반인 캐미는 이제 성인이었고, 캐미는 자신 없이 온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그녀.



고독과 우울.

그 희뿌연 안개 속에 갇힌 채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그녀.

이 실의에서 나신을 일으켜 줄 긍정적인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집을 팔고 직장을 그만둔 뒤 캠핑카를 구입해 떠나기로 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1년동안은 부푼 희망과 설레임이 가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게 되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이 쓰이고 여행은 뜻대로 되지 않게 흘러가곤 합니다.

그래도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 잊었던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이젠 없을 줄 알았던 연애세포도 조금씩 깨어나면서 설렘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이긴 하지만......


그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독립심과 자유로움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그녀.


빚도 없고 직장에 매여 있지도 않아서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졌고, 선택이라는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있으니 정말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게다가 바퀴가 달린 작은 집까지 있으니 언제 어디든 원하는 대로 여행할 수 있고, 마음이 내키면 차를 멈추고 머물 수도 있었다. 이것은 완전한 자유였고 정말 축하할 일이었다.

미국 문화는 가장 좋은 집, 자동차, 기계제품, 온갖 장신구를 소유해야 한다고 유혹하며 우리에게 소비를 부추긴다. 하지만 우리는 최우수 신제품에 대한 이런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결국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나는 내 집과 대부분의 소유물을 포기하면 얼마나 자유로워지는지, 그것이 없으면 얼마나 홀가분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내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생활 방식은 분명 내 인생의 이 특별한 시기에 내게 딱 맞아싿. 언젠가는 그런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결국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나는 정말 내 삶을 사랑하고 매일 이런 모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내 인생을 통틀어 이때만큼 독립심과 자유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고, 그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 page 242 ~ 243


캠핑카를 끌고 여행하는 나날도 끝이 다가왔습니다.

잠시 캠핑카 키를 걸어 두고,다시 관례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 하이디.

하지만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여행, 모험, 자유를 통해 자신의 인생 다음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된 그녀.


나는 가족의 어려움을 알 만한 나이가 되기 전,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어찌된 일인지 그 아이는 그 이후로 켜켜이 쌓인 삶의 고난과 실망에 짓눌려 있었다. 이 중년의 여정을 통해 엉겨 붙은 층이 서서히 벗겨지자 나는 진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반딧불이들을 보고 감탄하고 그것이 발산하는 빛과 고래 떼를 바라보며 기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놀다가 넘어져도 몸을 일으켜 다시 인생의 길을 굴러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시 우울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는 더 강하고 오뚝이 근성이 있으며 지혜로웠다. 만일 폭풍이 다시 몰아친다고 해도 다음번에는 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또한 자연, 동물, 그리고 이 세상이 선사하는 온갖 멋진 장소를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잃었던 희망, 낙천적 성격,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삶이 어둡고 우울할 때에도 바로 코앞에서 좋은 일들이 기다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이 알게 되었다. - page 407 ~ 408


먼 훗날 행복할 내 모습을 위해 현재의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 집, 내 자동차, 좋은 대학에 자식을 보내는 일......

어쩌면 덧없는 행복을 쫓고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는 것.

되돌아보니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행복에 충실한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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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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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만 보았을 땐 떠오른 영화가 있었습니다.

<러브스토리>

두 사람이 눈밭에서 알콩달콩하면서 뒹구는 모습.

특히나 눈 속에 누워 팔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어 만드는 눈의 천사 모습.


하지만......

이 소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얀 천사'가 내민 손이 참으로 어두웠습니다.


"이제 곧 '천사'는 온 세상의 하늘을 뒤덮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지.

...... 나에게 의존하라, 나에게 복종하라.

복종하지 않는 자에게는 죽음을"


스노우 엔젤

 


2014년 6월 ○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피엣.


언덕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짧은 백발, 하얀 콧수염, 길고 흰 턱수염.

온화한 표정으로 눈 아래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는 그를 부르는 목소리.


"미스터 샤로노프?" - page 10


짧고 검은 머리, 검은 홍채에 아시아계인 듯한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가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넵니다.


"용건을 말하겠다. 미스터 샤로노프, 당신의 레시피가 필요해." - page 12


그가 한평생을 바쳐 만든 '최후의 레시피'.

이것은 마치 한없이 다정하고, 치유는 끝이 없으며, 아낌없이 주기만 할 뿐 앗아가는 법이 없는, 마치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그것......


"천사는, 정말로 신이 내게 준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신의 낙원에 감히 발을 디디려 한 나에 대한 징벌이었을까? 그럼, 사랑하는 앤이 죽임을 당한 것 또한 신의 징벌일까?" - page 16


라피엣 휴양지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 위.

공기가 분출한 듯한 둔탁한 총성은 코티지 주위를 무성하게 둘러싼 나무들의 술렁임으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2017년 9월 24일, 일요일, 도쿄도 주오구 긴자.


극심한 초조감에 휩싸여 차와 함께 질주하는 그는 자신을 쫓아오는 좀비들을 처단하기 위해 무차별하게 살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간 그.

하늘에 누군가가 떠 있습니다.


"천사, 님......?" - page 24


"이 미친 세상에서 저를 데려가주세요! 저를 구원해주세요!" - page 25


그러곤 그는 철제 난간에 기어올라 양팔을 활짝 펼친 뒤 발부리로 난간을 힘껏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백주대낮에 수십명을 살상하는 흉행을 저지른 자의 입에서 나온 단어, 천사님.

현장을 바라보던 기자키 계장은 말없는 주검을 바라보니 어째선지 등줄기에 오싹하니 소름이 돋는 듯함 감각에 휩싸입니다.


9년 전, 진자이 아키라와 히와라 쇼코는 경시청 다카이도서 소속 형사였습니다.

사철 선로 위 고가도로에서 나이 지긋한 변호사 부부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

즉각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진자이만은 현장 상황으로 보건대 사고가 아닌 '사건'임을 의심했고 사건을 쫓다가 자신의 동료,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깨달았던 히와라 쇼코가 다섯 남자에게 저격당해 사망하게 됩니다.

진자이는 그 다섯 남자를 전부 쏴 죽이고, 모든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한 후 도망자 신세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망자로 처리된 진자이에게 누군가 다가옵니다.

알고보니 전 상사였던 기자키 계장님이셨습니다.

기자키는 진자이에게 누군가 만나고 싶어한다고 그를 데려가고 그곳엔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가 있었습니다.

미즈키 쇼코는 진자이에게 제안 아닌 제안을 하게 되는데......


"당신은 스노우 엔젤인지 뭔지 하는 신종 약물을 유통시키고 있는 놈을 잡고 싶어. 그래서 그놈을 찾아내기 위해 새로운 협력자(S)를 고용하기로 했지. 그게 나야. 당신은 나한테 뭘 시킬 작정이지?"

그러자 미즈키 쇼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노우 엔젤을 유통시키려 드는 인물이라면 찾을 것까지도 없습니다. 저희가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진자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당장 잡아넣으면 되잖아."

"증거가 없습니다."

쇼코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당신의 임무는 그 인물에게 접근하여 체포 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만한 증거를 잡아내는 것입니다." - page 79 ~ 80


소설은 '스노우 엔젤'이라는 합성 마약물질을 유통하는 자를 잡기 위해 거대한 음모 속으로 뛰어들어가게 되는데......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저자는 긴박한 상황 속 진자이 아키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는 소설로 끝나지 않을, 우리 현실 속에서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기에 더없이 몰입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약'이라는 물질.

그 기준이 참으로 모호하였습니다.

 


환자에겐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약'임에 동시에 쾌락을 추구하는 '마약' 사이.

술, 담배, 마약......

무슨 기준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함이 있었습니다.


"약물을 합법화하면 어둠의 자금원을 잃은 마피아가 힘을 잃고 약물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논리죠. 요컨대 현재 위법인 약물을 담배나 술처럼 해금해서 국가가 관리하여 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심보인데......"

...

"그런데 약물을 합법화하면 이번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매상을 올리려 들 테니까, 담배나 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정착해버릴 거란 말이죠. 요컨대 국가란 놈은, 어떤 국가든 국민의 건강보다는 돈이 중요한 거예요."

...

"국가가 진심으로 약물을 박멸하려는 의지가 없으니까 약물은 사라지지 않아요. 뭐, 덕택에 우리가 밥 먹고 사는 거지만." - page 190 ~ 191


그러고보면 '카지노' 설치 및 운영도 이와 같았습니다.

법률에선 금지되었지만 막상 '도박'사업은 인정하는 국가의 모습.

국가가 하면 합법, 조직단이 하면 불법.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저에겐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법률이 범죄자에게 무른 이유.

그 '용서'의 의미가 참으로 잔혹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의 모습과 암알리 마약 거래하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달'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빛으로 밝혀진 부분도, 가려진 부분도 결국은 '달'이라는 것이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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