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수학 - 수학이 판결을 뒤바꾼 세기의 재판 10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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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뭔가 딱 떨어지는 결과값.

구구절절한 문제를 간결히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점.

그래서 수학과 관련된 이야기에 솔깃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

수학적 오류가 결백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었다니......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강도, 살인, 사기, 유언장 위조, 국가기밀 누설 사건까지

수학적 오류가 불러온 잘못된 판결, 그 결정적 순간들


법정에 선 수학

 

우리 일상엔 숫자들로 넘쳐납니다.

광고, 뉴스, 할인 정보, 의료 정보, 일기 예보, 투자, 위험도 평가 등.

이렇게 보면 이 숫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와 수식이 갖는 무감정한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겁을 주거나 혹은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잘못 다루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책 속에서는 19 ~ 20세기 말에 사용되었던 아주 간단한 필적 분석에서부터 오늘날 범죄 사건에서 곧잘 사용되는 DNA 분석의 정확도에 이르기까지, 법정에서 사용된 다양한 수학적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 <찰스 폰지 사건>에 들어가기 앞서 이와 관련되었던 수학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지수법'


이 문제에서의 핵심은 지수적으로, 그러니까 단계마다 두 배(혹은 세 배 또는 그밖의 어떤 값이건)씩 증가하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증가 형태는 처음에는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일단 가속하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다. 다른 사람 10명에게 보내야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이른바 '행운의 편지' 이메일을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메일을 받은 사람이 모두 지시를 따른다면 단 10단계 만에 전 세계 인구 모두에게 스팸 메일이 전달되어 금세 통신망이 마비되어 버릴 것이다. - page 15


이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도 겪었었고,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 사태'.

'나 하나쯤이야'라며 자신이 걸려도 안 걸린 척 그렇게 제 2, 제 3의 감염자들을 발생시킨 사건.

다단계 사기와 다를 바 없음에 놀라웠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쓰인 수학은 '확률'이었습니다.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은 루시아 간호사가 휴무일 때보다 근무할 때 사망 환자들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빈도로 있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측에선 단순히 그녀의 근무여부에 따른 사망자 수만 표로 정리하여 마치 그녀가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범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오류가 사법 체계의 권위는 물론이고 그저 간호사로 살기를 바라며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에도 소신을 잃지 않았던 평범한 개인의 삶을 무너뜨렸던 실수였다는 점에서 우연이 만들어낸 확률적 오류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샐리 클라크 사건>에서 한 가정에서 두 아이가 연달아 사망하는 '비극적 우연'을 마치 복권처럼 확률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간주하여 샐리를 범죄자로 만든 사건은 무고한 엄마를 몇 년 감옥에 갇히게 하였고 가정을 망가뜨린 비극적 사건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확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DNA'를 빠뜨릴 수 없었습니다.

<다이애나 실베스터 사건>은 한 간호사가 자택에서 강간당한 후 살해되었는데 당시 범인의 인상착의와 DNA 샘플은 확보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30년이 흘러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때까지 수집한 범죄자 데이터 베이스에 30년 전 범인의 DNA와 대조하다가 새로운 용의선상에 존 푸켓이란 자가 떠오릅니다.

이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서 방대해진 데이터베이스에 유전자 자리가 일치하는 사람은 확률상 계산보다 많기에 그 역시도 무죄를 받게 됩니다.


사람들은 '130억분의 1'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착각에 빠진다. 현재 구하는 값이 조건을 만족하는 특정 개인을 찾을 확률이 아니라 개인의 쌍을 찾을 확률이라는 사실과, 몇 명을 대상으로 하건 해당 집단 전체의 인구보다 이들로 구성할 수 있는 쌍의 수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 page 153


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던 '수학'에서 엄청난 오류가 일어나고 이 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수학적 모형을 법정에서 활용했을 때의 치명적인 결과를 바라보고 있자니 수학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냥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의 DNA 증거가 형사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점을 보면 수학적 분석은 어느정도 필요한 것임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 것일까...

수학이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이를 오용하지 말고 수많은 가능성 앞에 최대한 오류를 줄이는 것.

'수학'이란 학문 앞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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