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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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의 장미꽃과 더불어 보이는 반지.

하지만 이 소설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난 내 아들을 사랑한다. 중요한 건 그것 뿐이다."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걸프렌드

 


6월 7일 토요일.

로라는 7시 반도 안 된 시간에 일어나 옷을 입고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고 있었습니다.

아들 대니얼이 집으로 돌아온 지 만 이틀이 되었지만 로라는 아침 일찍 출근했고, 집에 돌아왔을 땐 대니얼이 없었습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갈망했고 정보에 굶주렸던 로라.

오늘은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하루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결국 이 집으로 안 들어올 거야?"

"아, 엄마...... 방학을 빼면, 제가 이 집에서 안 산 지 벌써 5년이에요. 방학 때도 항상 여기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 page 14


아파트를 보러 다녔던 대니얼.

자신에게 아파트를 소개하는, 짧게 자른 탐스럽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체리에게 그만 첫눈에 반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대니얼에게 특별한 여자 친구 '체리'가 생기게 됩니다.


"대니얼은 오늘 밤에도 나갔어."

"그런 것 같네."

"사흘 연속이야."

하워드는 여전히 신문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짧게 웃었다.

"다 큰 애잖아." - page 30


사실 로라가 아들 대니얼에게 집착을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니얼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여자아이, 로즈.

로라의 첫 딸이었습니다.

로즈는 태어난 첫날부터 제시간에 먹고 자는 완벽한 아기였지만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깨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즈는 산도의 미확인 박테리아 때문에 B군 연쇄상구균에 감염되었고 스물네 시간 뒤, 의사들은 로즈가 죽을 거라고 맗샜습니다.

두 시간 뒤, 로즈는 태어난 지 7일째 되던 날 로라의 품에서 죽게됩니다.

죄책감에 빠진 로라.

다시 임신하였을 때 그녀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로라는 자신의 기도를 듣는 존재가 누구이든 간에 아기를 안전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이 작은 생명체에게 바치겠노라고, 그 어떤 일도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 page 34


6월 9일 월요일.


"저녁 식사에 한번 초대하지 그래?"

"네?" - page 57


로라는 대니얼에게 체리를 집으로 초대하라고 합니다.


6월 13일 금요일.

케이븐디시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체리는 초조하였습니다.

대니얼의 부모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야 할 텐데...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이지만 체리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고 불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어머니와 다정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이 체리에겐 낯선 개념이었기에, 그리고...


체리는 문을 잠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전날 밤 엄마가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부자들은 사는 게 다르단 거지. 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없잖아.

엄마의 말이 옳은 걸까? 지금까지로 봐서 오늘 저녁은 긴장한 순간, 어색한 순간들의 끔찍한 조합이었다. 체리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로라와의 따스한 우정이 시작될 거라고, 바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한두 번 농담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주방으로 들어가 로라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걸 도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로라가 제2의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그녀의 멋진 날개 밑에 자신을 품어 주고 자신이 바랐던 그런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어린애 같은 망상을 품었던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몸이 달아올랐다. 어쩐 일인지 체리는 그날 저녁 내내 열등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런 사람들을 상대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치심은 혐오감으로 변했다. - page 88


6월 14일 토요일.

로라는 친한 이사벨라를 만나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어서 말해.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얼굴인데......"

이사벨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 앤 투팅 출신이고...... 대니얼은 여기 사우스 켄에 살고...... 너무 차이 나잖아. 너무 빨리 대니얼한테 집착하는 것 같아서." - page 99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긴 로라는 자신의 1년 중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2주일동안 프랑스 별장으로 대니얼과 체리를 초대하려 합니다.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하지만 로라는 체리가 자신의 아들 대니얼을 뺏어가는 느낌에 쓸쓸함을 느끼고 또 뭔가 심연치않은 체리의 존재.

묘한 불길함은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점점 세 사람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달아가는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일으킨 비극이 펼쳐진 『걸프렌드』.

한순간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로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이기에... ​

 

 

 


하지만 엄마의 '사랑'이라 쓰고 '집착'이 낳은 결과는 참으로 잔혹하기만 하였습니다.


또한 체리...


"제발 그만 좀 하시죠? 그 비참한 인생을 내가 구해 준 거라고요. 엄마도 봤어야 해요. 뛰어다닐 공간도 없고 햇빛도 없고 바람도 안 통하는 곳에 갇혀 있었다고요. 비참한 삶이었어요. 그깟 '출신지' 때문에 미래가 없었어요." - page 440 ~ 441


그녀는 '열등감'으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자.

모두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거짓말'로 사랑은 잔인한 칼날로 그녀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막장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 자신의 출세를 위해 거짓으로 포장하기 급급한 여자 친구, 그리고 어리숙한 남자.

차수경의 <용서 못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해
내 모든걸 다 주는데 왜 날울리니
니가 나에 상처 준만큼 다시 돌려줄거야
나쁜여자라고 하지마 용서못해
잔인한 인연은 사랑같아
길이 아닌데 가다가 멈출 수는 없어
사랑끝에 후회가 찾아오면 비로서 남는건 미움뿐 - 차수경의 <용서 못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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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산 자를 위로하는 죽은 자의 마지막 한마디
신동기 지음 / M31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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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백범일지의 김구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통해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 자를 위로하는 죽은 자의 마지막 한마디

울림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작가는 우리에게 '혼자' 그리고 한 잔의 '뜨거운 커피'를 준비하라고 일러둡니다.

방해할 이가 없는 공간에, 그들의 이야기와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

눈만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입니다. - page 6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저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책 속엔

감동적인 삶의 향기를 발하는 37인의 은은한 울림

이 담겨있었습니다.

37인의 37가지 메시지는 저마다의 자신의 언어로 전하였지만 결국 그 의미는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로'의 의미...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읽어내려가면서 자꾸만 멈추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두기 위해서 말입니다...

첫 문을 연 이는 '이중섭'이었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 '비운의 천재 화가'로 남아있는 이.

그가 처한 상황과는 달리 그의 작품 세계는 언제나 밝았고 그 궁극겐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가족은 '기억', '희망', '의지'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더 애잔히 다가왔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를 그리면서 전한 아내 남덕에게 보낸 편지의 이 한 문장이 그림만큼이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중섭은 아내 남덕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제작을 계속하고 있소'라고 쓴다. 뚜벅뚜벅 길을 가는 소처럼 환경에 굴하지 않고 쉼 없이 그림을 그려 단란한 완전체 가족을 다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이중섭의 굳센 '의지'였다. - page 16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 '천상병'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가난 속에서 살았던 그.

그러나 가난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직업으로 생각했던 그.

특히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연루로 6개월간의 고문과 옥고를 치른 후 그가 전한 <귀천>은 더없이 우리가 그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마흔이 되어, '죽음'은 이슬처럼 또는 노을처럼 흔적없이 어느 순간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삶'은 봄날의 소풍처럼 자마시 놀러온 것, 그래서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죽음의 의미와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천상병의 '귀천'이다. - page 73

요즘같은 날씨에 유독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산 그가 식민지 나라 시인된 자로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그의 작품들이 가을바람과 함께,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제 가슴에 조용히, 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의 유작이 된 <쉽게 쓰여진 시>.

일제강점기 암울한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꽃다운 청년 그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라 자꾸만 시를 읊조리게 되었습니다.


집착과 소유에 대한 깨달음을 전하신 '법정 스님'.

세상을 떠나신 지 10주기가 된 요즘 다시 그의 이야기가 그리워져 『무소유』를 꺼내읽곤 합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습니다.



단숨에 읽을 책은 아니었습니다.

순간 순간 울컥하게 되는건 그들이 간직했던 삶의 향기, 고뇌 또는 죽음으로 지키고자 했던 신념들이 고스란히 저에게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깊어만 가는 가을.

그들이 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다독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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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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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21세기 정신의학 최전선의 보고

감정은 유전자를 위해 움직일 뿐,

당신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인간의 감정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 '행복'을 위해서인데 감정이 그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니!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의구심이 들었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기적 감정

 


이 책의 저자 랜돌프 M. 네스는 평생 환자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이자 진화의학 연구자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책,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만큼 그는 감정 외에도 다양한 정신장애에 관한 진화 이론과 가설을 두루 섭력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어렵게 서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를 알았는지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예시를 바탕으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었기에 보다 쉽게 접근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불안에 대해 저자는 우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불안이 의학적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요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불안에 대한 걱정이야말로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불안을 심각한 문제로 바꿔놓는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불안이 정상적인 감정이고 때로는 유용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불안은 줄어든다. - page 22


쓸데없어 보이는 불안이 오히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그렇기에 불안을 해소하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치료 방식을 치료를 하는 것이 낫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A에게 그녀의 불안은 유전적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현재의 생활환경, 음주가 모두 결합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A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불안은 유용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너무 적게 느껴 재앙과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나서야 A의 얼굴은 밝아졌다. "그것도 말이 되네요." 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몇 가지 있으니 집 근처에서 유능한 인지행동치료사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 page 39


우리가 '병'에 걸리면 그 원인을 찾고자 애를 쓰곤 합니다.

그리고 마치 그 원인은 단 한 가지일 것이이라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접근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질병을 적응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VDAA(view diseases as adaptations)는 진화의학에서 아직도 흔하게 나타나는 중대한 오류다. 질병은 적응이 아니다. 질병은 진화론으로 설명할 길은 없다. 질병은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인체의 여러 측면은 진화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우리의 몸을 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특징에 주목한 것이야말로 진화의학의 초석이 되는 결정적 통찰이었다. - page 55


그렇게 감정과 정신장애를 진화적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불안과 기분저하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왜 우리가 나쁜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감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표현한 나무 그림.

 


하지만 이렇게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


인간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상황이 기회와 위험, 이익과 손해처럼 상충하는 요소를 포함하며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 page 126


특히나 놀라웠던 사실.


사람들은 주관적인 느낌이 감정의 정수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느낌은 감정의 한 측면일 뿐이다. 느낌이 없는 감정도 있다. 내가 만난 환자들 중에는 피로, 체중 감소, 불면증, 의욕 부진을 호소하지만 슬픔이나 절망은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이들 대부분은 남자였다). 그들은 우울증 환자였지만 나는 번번이 그들의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지 못하다가 마침내 주관적 경험은 우울증의 한 측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126


느낌이 감정의 한 측면이라는 점.

결국 감정들은 서로 겹치고 긴밀하게 엮여 있으며,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감정'을 정의할 수 없음을, 이 감정들이 진화적 의미를 지님으로써 한 개인을 개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앞서했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심오한 말이었습니다.


새삼 '나'라는 존재가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자연선택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그래서 내 자신이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지녔다고 마냥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안과 우울도 결국 나를 지키기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조금은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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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2 - 미드나잇, 마가리타
아나이 지음, 허유영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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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으로 넘어가니...


환락송 2 : 미드나잇, 마가리타

 


업계 최고의 '리더'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한 앤디가 나타났습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잘 아는 사이였기에 뉴 페이스인 앤디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직함을 건네받으며 대충 감을 잡고 있던 그때.


'웨이궈창.' - page 8


저 기억 저편에 있던 그 이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지만 자꾸만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앤디.

결국 그에게 다가가 물어봅니다.


"실례합니다. 혹시 30년 전에 다이산 현에서 삽대(문화 대혁명 기간 중에 인민공사의 생산대에 들어가 노동에 종사하거나 정착해 사는 것) 생활을 하셨나요?"

웨이궈창이 깜짝 놀랐다.

"그렇게 오래된 일을 왜 묻는 거죠?"

앤디는 그의 표정 변화를 살피며 또 한 번 물었다.

"그럼 허 씨 성을 가진 여자를 아시나요?"

웨이궈창의 놀란 눈이 더 커졌다. 태연한 척 앤디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 위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건 왜 묻죠?"

"아닙니다." - page 9


하지만 앤디뿐만 아니라 '가족 문제'로 가슴 앓이를 하는 이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판성메이'.

대책 없는 오빠들도 인해 피해자 측 사람들이 또 병원비 계산서를 가지고 찾아와 1,000위안을 내놓으라며 엄마에게 으름장을 놓습니다.

울먹이며 딸에게 전화를 건 엄마.


"내일 또 1,000위안을 줘야 돼. 힘들어도 되도록 많이 빌려봐. 어쩌겠니. 오빠가 나오면 다 네 덕분이라고 얘기할게. 다 늙은 우리가 무슨 방법이 있겠니. 너 아니면 누가 네 오빠를 구하겠어."

"빌려보는 데까지 빌려볼게. 못 빌려도 어쩔 수 없어..."

"꼭 빌려야 돼. 그놈들이 우리 집 창문을 두드리면서 돈 안 주곤 못 버티게 한댔어. 네 오빠가 사람을 때렸으니 우리가 어쩌겠니. 너밖에 기댈 사람이 없어. 가족이 안 도우면 누가 돕겠어? 우린 늙어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 page 11 ~ 12


아......

핏줄로 맺어진 가족이라 어쩔 수 없다는 저 이야기가 참 답답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2권에선 주로 '가족 문제'가 등장하면서 이를 대처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권보다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부인의 발작을 보고 그만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떠난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한 듯````````````````````가족이니까 책임전가하는 모습이,

버젓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딸에게 아직도 애지중지 여기며 맞선자리를 주선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결코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우리가 겪고 있는 모습이기에 더 공감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사랑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사랑 앞에 약해진 이들.

결국 이별을 하게 되고... 서로 동병상련을 느끼며 대화를 나눕니다.


 

그녀들의 대화는 나 역시도 친구들과 한창 연애와 이별에 아파했을 때 주고받은 대화와도 같았습니다.

서로 뭔가를 다 아는 듯이 위로해주며 '연애란 이런 것이다'라는 모습이......

당사자들끼리는 진지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 피식 웃음이 나는 건 기분 탓일까...

​그렇게 그녀들은 좌충우돌 시련을 겪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다음 권에선 다섯 여자들에게 조금씩 빛이 비추어질지 기대를 해 보며 남은 마가리타의 약간 새콤한 맛을 천천히 음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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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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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사악해져만 가는 사건사고.

그들의 심리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범죄 심리의 재구성

 


'프로파일링 수사기법'

이 말이 이제는 낯설지않게 되었습니다.

'고유정 사건'에서도, '강호순 사건'에서도 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프로파일러이기에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의 심리를 분석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 기록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신문에 처음 기사가 실린 것이 1929년 여름 경기 고양과 서울 영등포에서 한 달 간격으로 발생한 남자 어린이 살인 사건이라고 하였습니다.

당시 범인은 39세 이관규로 남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전과가 많은 '소아기호증적 성범죄자'였고 오직 남자 어린이에게만 성충동을 느끼는 '폐쇄형 소아기호증'이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후 6. 25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신고된 범죄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도 혼란한 시기였고 윤리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유교 문화가 한 몫을 했다고 하는데...


그러다 1970년대에 이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 김대두 강도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1980년대 화성연쇄살인사건(이제서야 범인이 밝혀졌기에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되었습니다.), 1990년대 부유층을 납치 살해한 지존파 사건, 2000년대 성적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등 정말이지 수 많은 연쇄살인 범죄가 발생하였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20년 12월 13일이면 출소하는 그 '조두순'을 사회가 맞이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은 의문이었습니다.


이런 의문이 들곤 합니다.

매년 늘어가는 사건.

그렇다면 누가 범죄자의 상대방으로서 피해자가 되는 것일까?

참으로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한 해에 우리나라 열 세대 중 약 세 세대가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즉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전후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흔히 범죄 피해자에게 '뭔가 그 사람 본인에게 문제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위자-관찰자 편향'과 관련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주로 상황을 탓하는 반면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람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page 82 ~ 83


우리의 안일한 태도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특히나 묻지마 범죄같은 경우 우발적인 동기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고 그 수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에 범죄자를 특정시키기에 어렵지만 그래도 범죄에 관련된 책을, 이 책을 읽어야함을 알려주었습니다.


범죄자의 작은 버릇이나 성격, 말투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파일러들.

이들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인간의 잔혹하고 어두운 면을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황폐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FBI 행동분석팀의 초기 프로파일러 버트 레슬러가 좌우명으로 삼고있다는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인의 사고방식에 휩쓸려서는 안 되고 오롯이 냉정한 태도로 범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자의 프로파일러로써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여실히 묻어있던 이야기.

 


프로파일러 뿐만아니라 현장에서 각자의 위치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어둠'이 지속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도록 저부터라도 자각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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