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장미꽃과 더불어 보이는 반지.

하지만 이 소설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난 내 아들을 사랑한다. 중요한 건 그것 뿐이다."


과연 그들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걸프렌드

 


6월 7일 토요일.

로라는 7시 반도 안 된 시간에 일어나 옷을 입고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고 있었습니다.

아들 대니얼이 집으로 돌아온 지 만 이틀이 되었지만 로라는 아침 일찍 출근했고, 집에 돌아왔을 땐 대니얼이 없었습니다.

아들과의 대화를 갈망했고 정보에 굶주렸던 로라.

오늘은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하루입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결국 이 집으로 안 들어올 거야?"

"아, 엄마...... 방학을 빼면, 제가 이 집에서 안 산 지 벌써 5년이에요. 방학 때도 항상 여기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 page 14


아파트를 보러 다녔던 대니얼.

자신에게 아파트를 소개하는, 짧게 자른 탐스럽고 짙은 갈색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체리에게 그만 첫눈에 반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대니얼에게 특별한 여자 친구 '체리'가 생기게 됩니다.


"대니얼은 오늘 밤에도 나갔어."

"그런 것 같네."

"사흘 연속이야."

하워드는 여전히 신문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짧게 웃었다.

"다 큰 애잖아." - page 30


사실 로라가 아들 대니얼에게 집착을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니얼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여자아이, 로즈.

로라의 첫 딸이었습니다.

로즈는 태어난 첫날부터 제시간에 먹고 자는 완벽한 아기였지만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깨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즈는 산도의 미확인 박테리아 때문에 B군 연쇄상구균에 감염되었고 스물네 시간 뒤, 의사들은 로즈가 죽을 거라고 맗샜습니다.

두 시간 뒤, 로즈는 태어난 지 7일째 되던 날 로라의 품에서 죽게됩니다.

죄책감에 빠진 로라.

다시 임신하였을 때 그녀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로라는 자신의 기도를 듣는 존재가 누구이든 간에 아기를 안전하게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이 작은 생명체에게 바치겠노라고, 그 어떤 일도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게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 page 34


6월 9일 월요일.


"저녁 식사에 한번 초대하지 그래?"

"네?" - page 57


로라는 대니얼에게 체리를 집으로 초대하라고 합니다.


6월 13일 금요일.

케이븐디시 부부의 집에 초대받은 체리는 초조하였습니다.

대니얼의 부모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해야 할 텐데...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이지만 체리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고 불안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어머니와 다정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이 체리에겐 낯선 개념이었기에, 그리고...


체리는 문을 잠그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 전날 밤 엄마가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부자들은 사는 게 다르단 거지. 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없잖아.

엄마의 말이 옳은 걸까? 지금까지로 봐서 오늘 저녁은 긴장한 순간, 어색한 순간들의 끔찍한 조합이었다. 체리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로라와의 따스한 우정이 시작될 거라고, 바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한두 번 농담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주방으로 들어가 로라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걸 도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로라가 제2의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그녀의 멋진 날개 밑에 자신을 품어 주고 자신이 바랐던 그런 엄마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체리는 어린애 같은 망상을 품었던 자신에 대한 수치심에 몸이 달아올랐다. 어쩐 일인지 체리는 그날 저녁 내내 열등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런 사람들을 상대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수치심은 혐오감으로 변했다. - page 88


6월 14일 토요일.

로라는 친한 이사벨라를 만나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어서 말해.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얼굴인데......"

이사벨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 앤 투팅 출신이고...... 대니얼은 여기 사우스 켄에 살고...... 너무 차이 나잖아. 너무 빨리 대니얼한테 집착하는 것 같아서." - page 99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긴 로라는 자신의 1년 중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2주일동안 프랑스 별장으로 대니얼과 체리를 초대하려 합니다.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하지만 로라는 체리가 자신의 아들 대니얼을 뺏어가는 느낌에 쓸쓸함을 느끼고 또 뭔가 심연치않은 체리의 존재.

묘한 불길함은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점점 세 사람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달아가는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 일으킨 비극이 펼쳐진 『걸프렌드』.

한순간도 손에서 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로라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자식을 잃은 부모이기에... ​

 

 

 


하지만 엄마의 '사랑'이라 쓰고 '집착'이 낳은 결과는 참으로 잔혹하기만 하였습니다.


또한 체리...


"제발 그만 좀 하시죠? 그 비참한 인생을 내가 구해 준 거라고요. 엄마도 봤어야 해요. 뛰어다닐 공간도 없고 햇빛도 없고 바람도 안 통하는 곳에 갇혀 있었다고요. 비참한 삶이었어요. 그깟 '출신지' 때문에 미래가 없었어요." - page 440 ~ 441


그녀는 '열등감'으로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자.

모두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거짓말'로 사랑은 잔인한 칼날로 그녀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막장 드라마'와도 같았습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집착하는 엄마, 자신의 출세를 위해 거짓으로 포장하기 급급한 여자 친구, 그리고 어리숙한 남자.

차수경의 <용서 못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해
내 모든걸 다 주는데 왜 날울리니
니가 나에 상처 준만큼 다시 돌려줄거야
나쁜여자라고 하지마 용서못해
잔인한 인연은 사랑같아
길이 아닌데 가다가 멈출 수는 없어
사랑끝에 후회가 찾아오면 비로서 남는건 미움뿐 - 차수경의 <용서 못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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