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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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21세기 정신의학 최전선의 보고

감정은 유전자를 위해 움직일 뿐,

당신의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인간의 감정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 '행복'을 위해서인데 감정이 그 행복을 원하지 않는다니!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라는 의구심이 들었기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기적 감정

 


이 책의 저자 랜돌프 M. 네스는 평생 환자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이자 진화의학 연구자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책,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만큼 그는 감정 외에도 다양한 정신장애에 관한 진화 이론과 가설을 두루 섭력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어렵게 서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를 알았는지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예시를 바탕으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었기에 보다 쉽게 접근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불안에 대해 저자는 우선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불안이 의학적 질병을 일으키는 직접적 요인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불안에 대한 걱정이야말로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불안을 심각한 문제로 바꿔놓는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불안이 정상적인 감정이고 때로는 유용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불안은 줄어든다. - page 22


쓸데없어 보이는 불안이 오히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그렇기에 불안을 해소하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치료 방식을 치료를 하는 것이 낫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A에게 그녀의 불안은 유전적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현재의 생활환경, 음주가 모두 결합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A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불안은 유용한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너무 적게 느껴 재앙과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고 나서야 A의 얼굴은 밝아졌다. "그것도 말이 되네요." 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몇 가지 있으니 집 근처에서 유능한 인지행동치료사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 page 39


우리가 '병'에 걸리면 그 원인을 찾고자 애를 쓰곤 합니다.

그리고 마치 그 원인은 단 한 가지일 것이이라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 저자는 새로운 접근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질병을 적응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VDAA(view diseases as adaptations)는 진화의학에서 아직도 흔하게 나타나는 중대한 오류다. 질병은 적응이 아니다. 질병은 진화론으로 설명할 길은 없다. 질병은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인체의 여러 측면은 진화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우리의 몸을 병에 취약하게 만드는 특징에 주목한 것이야말로 진화의학의 초석이 되는 결정적 통찰이었다. - page 55


그렇게 감정과 정신장애를 진화적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왜 불안과 기분저하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왜 우리가 나쁜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감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표현한 나무 그림.

 


하지만 이렇게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


인간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상황이 기회와 위험, 이익과 손해처럼 상충하는 요소를 포함하며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 page 126


특히나 놀라웠던 사실.


사람들은 주관적인 느낌이 감정의 정수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느낌은 감정의 한 측면일 뿐이다. 느낌이 없는 감정도 있다. 내가 만난 환자들 중에는 피로, 체중 감소, 불면증, 의욕 부진을 호소하지만 슬픔이나 절망은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이들 대부분은 남자였다). 그들은 우울증 환자였지만 나는 번번이 그들의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지 못하다가 마침내 주관적 경험은 우울증의 한 측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age 126


느낌이 감정의 한 측면이라는 점.

결국 감정들은 서로 겹치고 긴밀하게 엮여 있으며,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감정'을 정의할 수 없음을, 이 감정들이 진화적 의미를 지님으로써 한 개인을 개인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엔 앞서했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심오한 말이었습니다.


새삼 '나'라는 존재가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자연선택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그래서 내 자신이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지녔다고 마냥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안과 우울도 결국 나를 지키기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조금은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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