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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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의 낙이라고 해야 할까...

하루의 일과를 마친 뒤 냉장고 문을 열어 차게 둔 캔맥주를 마시는 것입니다.

만취까지는 아니고 기분에 따라 한두 캔 정도 마시면 기분도 살짝 업이 되는 느낌!


그래서 저는 맥주를 좋아합니다.

아니, 이미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술을 못 마시게 된다면...

생각만으로도 씁쓸해지는 건 왜일까요...


여기 어느 술고래 작가분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술기롭게 금주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왜 술과의 인연을 끊기로 했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더는 핑계 대지 말자

언제나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문제다!


술은 잘못이 없다

 


나 역시 술은 하늘이 보낸 선물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덤으로 따라오는 행운일 뿐 일, 가족, 미래의 꿈과 희망 같은 것이 술 따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일단 맥주 한 잔 줘요,라고 주문부터 하고 생각한다. - page 10


그는 만천하가 공인한 건 아니지만 술꾼에 애주가였습니다.

누군가 "아아, 저 사람은 술꾼에 애주가니까."라고 하면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마시고, 권하면 반드시 마시고 권하지 않더라도 자작해서 마시고...

그렇게 30년에 걸쳐서 살아왔던 그.


2014년 12월 말.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해 마지않아 계속 마셔온 술을 끊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최 왜 술을 끊으려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 자신에게 "왜 술을 끊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단 "미쳤기 때문에."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지만 그 상태로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그.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있다 → 술을 끊으려고 생각한다 → 술 끊기를 시작한다 → 술을 완전히 끊은 상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조금 횡설수설한 느낌이 들곤 하였습니다.

처음 술을 끊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금주 현상처럼 불안 초조한 느낌이 들었었고 글이 그리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게 된 것은

그 결심이 대단하기에!

진정한 술꾼이 전한 진정성에!

나중엔 그에게 응원의 박수를 건네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라...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술을 마시면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찰나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게 맞을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 속에선 이렇게 표현되었습니다.

<음주란 인생의 부채다>

 


술을 마시면서 잠시나마의 즐거움이 끝나면 부채로 남는다는...

참으로 잔인한 이야기였습니다.


금주란 참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든 유혹의 손길이 있기에 정말 독하지 않다면 가능하지 않을 듯 한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인격 개조'


사람은 일단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자기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한 일을 정확히 판단하면 그 인식은,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라고 바뀐다. 이것은 이미 훌륭한 인식 개조지만 고통스러운 선택이라고 한 것은 좋은 사람 → 보통의 평범한 인간으로 등급이 내려가기 때문으로, 어렵다면 어렵다.

자기인식은 한결같이 애매한 데다가 항상 높게 설정되어있다. 그것도 꽤나 높게. 그러므로 측정을 하면 늘 하향 수정된다. 가혹하다. 그러나 인격 개조의 고통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 없는 고통으로 인격 개조가 도끼로 손발을, 머리를 절단당하는 정도의 고통을 동반한다면 인식 개조는 기껏 해 봤자 가려움 정도를 동반한다. 이렇게 해서 술을 끊을 수 있다면 이보다 누워서 떡먹기가 있겠는가. - page 127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통, 편범'이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인생은 즐겁지 않은 것. - page 170


이렇게 인식하면 굳이 즐거움을 찾기 위한 핑계로, 행복을 찾겠다는 핑계로 술을 찾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음......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남지만 그는 그렇게 다짐하고 실천하면서 술기로운 금주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주생활을 통해 그는 몇 가지 이득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① 다이어트

② 수면의 질 향상

③ 경제적 이익


무엇보다 뇌가 좋아지는 느낌까지!


그는 금주로 인한 이득과 손실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곤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였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지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사랑하는 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였습니다.

만약 저자가 저에게

"당신은 술을 끊겠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선뜻 "네!"라곤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절제된 음주를 하겠다고, 맥주 한 캔을 꺼내며 대답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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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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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 없이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소설!


깊은 외로움이라...

그래서 책을 읽는 저에게 이 소설이 다가왔었고 저는 그 손길을 잡았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숲과 별이 만날 때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 page 8


키니 교수님의 집을 빌려 조류 연구를 하는 조애나 틸은 집 근처 나무에서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고작 아홉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조의 말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집에 갈 시간 아니니?"

"난 지구에 집이 없어. 저기서 왔거든." - page 10


자신은 바람개비 은하에서 왔다며 잠시 이 여자애의 몸을 빌렸다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는 아이.

처음엔 아이가 좀비 놀이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아이의 외계인 주장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지구식 이름은 없어."

아이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강아지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외계인 이름은 뭔데?"

"발음하기 어려운데......"

"그냥 말해봐."

"이러푸드-나-아스루." - page 18 ~ 19


이젠 이 아이가 암울한 상황을 희망적인 상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으로 여겨져 조는 불쌍히 여기며 조금씩 아이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됩니다.


"지구에는 무슨 일로 온 거니?"

"학교 숙제 같은 거야. 그러니까 난 언니처럼, 대학원생인 거야."

"재밌네. 언제까지 있을 건데?"

"충분히 볼 때까지."

"뭘?"

"인간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말이야. 다섯 개의 기적을 보고 나면 돌아갈거야." - page 38 ~ 39


사실 조는 암진단을 받아 가슴과 난소를 제거해 호르몬 대체 치료를 받는 불완전한 몸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자신을 불쌍히 쳐다보는 이들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시 연구에 몰입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아이-이제는 얼사라고 부르게 되었다-에게서는 몸에 학대를 받은 듯한 상처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달걀장수이자 숲 속의 이웃사촌인 개브리엘 내시에게 처음에 아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 어느새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그 역시도 사회 불안, 우울증, 경미한 광장 공포증이 있는 마음의 병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상처를 품은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품으면서 기적을 바라보게 되는데...


아이와 조를 보면서 『어린왕자』가 떠올랐습니다.

사막에서 만난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알아가던 그 모습이...


"언니......"

"왜?"

"내가 죽어도 슬퍼 마. 그건......내가 아니거든."

아이가 말했다.

"너 안 죽어!"

"알아. 이젠 가, 갈 수 있어. 기적 다섯 개를 봤으니까. 그렇게 돼도 슬퍼 마."

"못 가!"

조가 눈물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 - page 416

 


소설을 읽고 난 뒤 그들이 전한 따스한 온기에 잠시 기대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마주하기 힘들어 외면하며 점점 자신만의 굴 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아니 자신에게 작은 관심을 보이면 어떨지...

그럼 그 상처가 빛나는 별이 되어 기적을 선사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소설을 읽기 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람은 나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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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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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힐링이 되곤 합니다.

가만히 명화들을 살펴보면......

유독 여성들의 모습엔 왠지모르게 사연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무래도 그 전까지는 남성중심사회였고 화가 대부분도 남성이었기에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거나 억압된 모습이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림 속 저 여인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아니,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을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서기 79년 8월 24일.

인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불덩이 같은 화산재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도시 폼페이.

주민을 비롯해 도시의 모든 것이 그대로 그 자리에 매몰된 채 세월이 흐른 뒤 1748년 잊혀진 도시는 다시 우리 앞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1760년 5월 24일.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화산재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폼페이 여인의 초상』.

 


첫장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된 이 여인.

바로 그녀는 설렘, 그리움, 환희, 질투 등 사랑에서 비롯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최초의 서정 시인 중 한 명인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라고 합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사회였는데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이 여성.

그래서 무엇보다 이 책의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명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에서부터 시작되어 화가의 이야기까지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사슬처럼 얽힌 다양한 주제들과 함께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여성'이기에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순수'와 '관능'의 아슬한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해석을 볼 때면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만나보았던 『오필리아』.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연인 햄릿에게 버림받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까지 알게 되자 실성한 상태로 숲을 헤매다 강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는 순간을 보여주는 오필리아.

사실 이 모델은 엘리자베스 시달로 도도해 보이면서 슬퍼 보이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보이면서 마음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많은 화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물속에서 고생을 해 독감으로 쓰러졌다는 사실에서 그녀로부터 진짜 오필리아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책 속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양 화가들의 작품 뿐만아니라 우리의 화가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의 자화상.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쓸쓸함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가치관을 거부당한 절망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제발 나의 말을 들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 앞으로 자신에게 쏟아질 세상의 냉혹한 시선에서 기인한 좌절감이 곳곳에 서려 있다. 그녀는 죽음과 삶, 현실과 이상, 희극과 비극, 인간과 여성의 경계에 갇힌 듯 보인다. 자기 관조와 우울한 상념이 캔버스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 page 333


무엇보다 이 그림이 인상적인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이 무연고자 병실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작품 속 그녀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참으로 안타깝고도 허망함마저 들었습니다.


그림 속 여인들은 우리에게 연악하고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자신들의 당당하고도 힘찬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뽑힐만큼 그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고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단번에 이 책을 읽는 것보단 두고두고 그림 한 점씩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위로와 성찰을 하기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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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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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물리학'이라 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게 사실입니다.

특히나 그 어려움을 제공해주신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의 업적은 참으로 위대하지만 그리 쉽게만은 다가오지 않기에...


그런데 이 책은 여느 자연과학 분야의 책과는 달랐습니다.


아름다운 우주를 향한 인생 예찬!

"과학이 이렇게 쉽다니,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과학자,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모두가 극찬을 했다는 이 책!

그래서 조금은 선입견을 내려놓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주를 만지다

 

아득히 멀게만 보이는 우주.

그 속에서 작은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우주를 가늠하기란 쉽지않습니다.

그저 까마득히 어두운 밤하늘에 자신의 존재감을 밝히는 별을 보고, 은하를 보는 것으로 우주엔 우리 뿐만아니라 무수히 많은 행성과 항성들이 존재한다고 알 뿐입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기에...


여러분은 상상이 가는가? 하늘 저 멀리 아득히 수억 광년, 아니 수백억 광년에 걸쳐 있는 별들을 상상해보라. 우주는 얼마나 광활한가? 여러분은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크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우주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어마어마한 것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주여행?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감히 몇억 년의 여행을?

그래도 인간은 그 꿈을 꾸고 있다. - page 21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주는 '미지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추억'은 밤하늘에 '별'처럼 하나둘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전하는 우주에 감동을 하게되고 경이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엔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짧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있었기에 우주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그가 제목에서 전하듯 눈을 감고 우주를 만지며 느낄 수 있게...


​특히나 '상대론'에 관한 이야기에서 전한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긴 세상.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만인 기준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아야함을 일깨워준 우주의 상대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안목임을 다시금 느끼곤 하였습니다.


상대성 이론의 상대성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오히려 절대성 이론이라고 하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생각에 가깝다. 변하지 않는 무엇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허무할까? 불확실성과 가치 혼란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는 상대성 이론은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 page 276


그의 이야기 마지막엔 우리 인간도 우주를 닮은 '소우주'임을 일깨워주곤 하였습니다.

 


그러니 존재의 전부를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을 말아야 한다. - page 299


이 마지막 문구가 은은히 가슴에 새겨지곤 하였습니다.


책을 읽고난 뒤 우주를 이해한 듯 이해하지못한 듯, 그래서 더 우주의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마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도 닮은 듯하였습니다.

아마 저자와 칼 세이건이 전한 '우주'의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었나봅니다.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자아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page 9


다시 바라보는 밤 하늘.

왠지 저 속엔 제 별도 있을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밤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괜스레 마음이 평온해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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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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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작가'임에 분명한 그녀, 손미나.

그녀의 이름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전', '열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주저함 없이 실천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참을 부러워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그녀의 속 사정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나는 그게 행복을 위한 노력인 줄 알았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면서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고서 나선 여행에서 그녀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들이 간혹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것마냥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보게 됩니다.

적막함으로 가득한 그곳.

그곳엔 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 page 24


스스로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어두운 감정들 속에서 헤어 나오고자 인도인 구루와의 면담을 갖게 됩니다.

평생 화 내본 적 없을 것 같은 눈빛, 자애로움이 넘쳐흐르는 얼굴, 세속적인 문제들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그 '루드라'는 마치 그녀에게 '어떤 것이든 말해도 좋아'라고 토닥이는 것마냥 그녀의 속 사정을 가만히 들어줍니다.

그리곤 한숨을 고른 뒤 건넨 이야기.


"자기 인생 얘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죠. 애쓰셨어요. 듣고보니 아주 열심히 살아온 분 같아요. 미나 씨 마음에 들어선 괴로움의 원인도 알 것 같고요. 그래서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인간은 정말 간단치 않은 존재이지요. 따라서 인간을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런 거예요. '정신mind', '마음heart' 그리고 '몸body',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존재로 보는 것. 그런데 현재의 당신이 알고 있는 '손미나'라는 사람은 정신에 치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 page 33 ~ 34


어른스럽고, 성숙하고, 참고 인내하는 것에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정신이 강해져 세 가지의 요소가 불균형을 일으키게 된 것이고 결국 지칠대로 지친 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곤 그의 위로가 이어졌습니다.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미나 씨 잘못이 아니에요. 정신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워낙 힘이 센 데다 조금만 여지를 주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통제가 어려워요. 진짜 문제는 마음이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어느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책임감과 완벽주의에 빠져들어 '성취'와 관계없는 일들은 시간 낭비로 느껴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너 잘 있지?'라며 들여다봐주기만 해도 충분한 마음을 챙기지 못하는 수가 있어요. 그럼 이번엔 미나 씨의 마음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 page 42 ~ 43


그렇게 그녀와 그와는 정신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음과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상담의 마지막까지 내려진 그의 조언은 저에게도, 아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커리어적으로 많은 일을 이루는 사이 사회적 성취와는 아무 상관 없이, 다른 이들을 돕는 것과는 별도로,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뭘 했나요? 마음이 원초적으로 원하는 것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줬나요? 정신이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일이 아닌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들어주고 따라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냐는 얘기죠. - page 45 ~ 46


일을 할 수 없는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리고 사랑을 하세요. 두려워 말고, 그 대상이 남자든 취미 생활이든 자연이든, 무엇인가에 애정을 쏟아보세요. 그래야 마음이 다시 힘을 얻을 거예요. - page 50


다음 날 아침.

땀에 흠뻑 젖도록 요가를 하고 나서 뜻밖에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그녀, 안젤리카.


대개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걸리다 보니 평소 알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괴로움이 상당히 크죠. 그런 사람들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 온 힘을 다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게 최선이라 믿잖아요. 지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미련할 정도로 열심히 살죠. 그래서 몸에 병이 나거나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게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지고요. 자기 자신한테 일종의 배신감? 죄책감? 그런 건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아주 이상하고 괴롭죠. - page 59 ~ 60


무려 3년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안젤리카가 전한 진심 어린 조언.

 


그 후로 '가진 것이 없어 오늘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히피남,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택한 필라테스 강사 등 길 위의 스승들을 만나면서 손미나씨는 '마음챙김'을 하게 되고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일은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억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중요한 건 '어떤 것을 기대할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까',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것들이죠. 내 스승님은 말씀하셨죠. 세상 모든 대상을 식물 키우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고요. 부족함 없이 햇살과 물을 주며 사랑해야 하지만 그 식물이 얼마나 클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언제까지 생명을 유지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지나친 애정은 분노의 씨앗이 된다는 걸 기억하시고 그 어떤 것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거나 정복하거나 마음대로 바꾸려 하지 마세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으면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지구상 어디에 있든 진정한 행복 안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곧 또 만납시다." - page 253 ~ 254


그녀가 '다래끼'로 인생을 표현하는 과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위대한 깨달음을 주었기에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삶에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면...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마음과 몸이 보낸 최후의 통보라는 것을 그녀는 일러주었습니다.


불안감 대신 안정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강박에서, 정신에서 벗어나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은 진정한 '행복'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나 자신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조금은 나태해지는 것.

아마 지금의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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