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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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힐링이 되곤 합니다.

가만히 명화들을 살펴보면......

유독 여성들의 모습엔 왠지모르게 사연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무래도 그 전까지는 남성중심사회였고 화가 대부분도 남성이었기에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거나 억압된 모습이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림 속 저 여인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아니,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을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서기 79년 8월 24일.

인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불덩이 같은 화산재로 하루아침에 사라진 도시 폼페이.

주민을 비롯해 도시의 모든 것이 그대로 그 자리에 매몰된 채 세월이 흐른 뒤 1748년 잊혀진 도시는 다시 우리 앞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1760년 5월 24일.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화산재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폼페이 여인의 초상』.

 


첫장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된 이 여인.

바로 그녀는 설렘, 그리움, 환희, 질투 등 사랑에서 비롯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최초의 서정 시인 중 한 명인 고대 그리스의 시인 '사포'라고 합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사회였는데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이 여성.

그래서 무엇보다 이 책의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명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에서부터 시작되어 화가의 이야기까지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사슬처럼 얽힌 다양한 주제들과 함께 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여성'이기에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순수'와 '관능'의 아슬한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해석을 볼 때면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책 표지에 만나보았던 『오필리아』.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연인 햄릿에게 버림받고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까지 알게 되자 실성한 상태로 숲을 헤매다 강에 빠져 서서히 가라앉는 순간을 보여주는 오필리아.

사실 이 모델은 엘리자베스 시달로 도도해 보이면서 슬퍼 보이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보이면서 마음속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많은 화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을 위해 몇 시간 동안 차가운 물속에서 고생을 해 독감으로 쓰러졌다는 사실에서 그녀로부터 진짜 오필리아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책 속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양 화가들의 작품 뿐만아니라 우리의 화가도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정월. 나혜석의 자화상.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쓸쓸함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가치관을 거부당한 절망감,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제발 나의 말을 들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 앞으로 자신에게 쏟아질 세상의 냉혹한 시선에서 기인한 좌절감이 곳곳에 서려 있다. 그녀는 죽음과 삶, 현실과 이상, 희극과 비극, 인간과 여성의 경계에 갇힌 듯 보인다. 자기 관조와 우울한 상념이 캔버스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 page 333


무엇보다 이 그림이 인상적인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이 무연고자 병실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작품 속 그녀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참으로 안타깝고도 허망함마저 들었습니다.


그림 속 여인들은 우리에게 연악하고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자신들의 당당하고도 힘찬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뽑힐만큼 그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고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단번에 이 책을 읽는 것보단 두고두고 그림 한 점씩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위로와 성찰을 하기에 좋은 책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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