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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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작가'임에 분명한 그녀, 손미나.

그녀의 이름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전', '열정'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으면 주저함 없이 실천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참을 부러워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그녀의 속 사정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나는 그게 행복을 위한 노력인 줄 알았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면서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일을 줄이고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고서 나선 여행에서 그녀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들이 간혹 유체이탈을 경험하는 것마냥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보게 됩니다.

적막함으로 가득한 그곳.

그곳엔 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 page 24


스스로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어두운 감정들 속에서 헤어 나오고자 인도인 구루와의 면담을 갖게 됩니다.

평생 화 내본 적 없을 것 같은 눈빛, 자애로움이 넘쳐흐르는 얼굴, 세속적인 문제들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 그 '루드라'는 마치 그녀에게 '어떤 것이든 말해도 좋아'라고 토닥이는 것마냥 그녀의 속 사정을 가만히 들어줍니다.

그리곤 한숨을 고른 뒤 건넨 이야기.


"자기 인생 얘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죠. 애쓰셨어요. 듣고보니 아주 열심히 살아온 분 같아요. 미나 씨 마음에 들어선 괴로움의 원인도 알 것 같고요. 그래서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인간은 정말 간단치 않은 존재이지요. 따라서 인간을 해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런 거예요. '정신mind', '마음heart' 그리고 '몸body',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존재로 보는 것. 그런데 현재의 당신이 알고 있는 '손미나'라는 사람은 정신에 치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 page 33 ~ 34


어른스럽고, 성숙하고, 참고 인내하는 것에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정신이 강해져 세 가지의 요소가 불균형을 일으키게 된 것이고 결국 지칠대로 지친 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곤 그의 위로가 이어졌습니다.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미나 씨 잘못이 아니에요. 정신의 속성이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워낙 힘이 센 데다 조금만 여지를 주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져서 통제가 어려워요. 진짜 문제는 마음이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어느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책임감과 완벽주의에 빠져들어 '성취'와 관계없는 일들은 시간 낭비로 느껴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너 잘 있지?'라며 들여다봐주기만 해도 충분한 마음을 챙기지 못하는 수가 있어요. 그럼 이번엔 미나 씨의 마음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 page 42 ~ 43


그렇게 그녀와 그와는 정신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음과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상담의 마지막까지 내려진 그의 조언은 저에게도, 아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커리어적으로 많은 일을 이루는 사이 사회적 성취와는 아무 상관 없이, 다른 이들을 돕는 것과는 별도로, 자기만의 즐거움을 위해 뭘 했나요? 마음이 원초적으로 원하는 것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져줬나요? 정신이 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일이 아닌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들어주고 따라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냐는 얘기죠. - page 45 ~ 46


일을 할 수 없는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리고 사랑을 하세요. 두려워 말고, 그 대상이 남자든 취미 생활이든 자연이든, 무엇인가에 애정을 쏟아보세요. 그래야 마음이 다시 힘을 얻을 거예요. - page 50


다음 날 아침.

땀에 흠뻑 젖도록 요가를 하고 나서 뜻밖에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그녀, 안젤리카.


대개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걸리다 보니 평소 알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하며 느끼는 괴로움이 상당히 크죠. 그런 사람들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의에 의해 온 힘을 다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게 최선이라 믿잖아요. 지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미련할 정도로 열심히 살죠. 그래서 몸에 병이 나거나 감정이 폭발해버리는 게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지고요. 자기 자신한테 일종의 배신감? 죄책감? 그런 건 동시에 느끼게 되는데 아주 이상하고 괴롭죠. - page 59 ~ 60


무려 3년이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안젤리카가 전한 진심 어린 조언.

 


그 후로 '가진 것이 없어 오늘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히피남,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택한 필라테스 강사 등 길 위의 스승들을 만나면서 손미나씨는 '마음챙김'을 하게 되고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일은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억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중요한 건 '어떤 것을 기대할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까',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것들이죠. 내 스승님은 말씀하셨죠. 세상 모든 대상을 식물 키우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고요. 부족함 없이 햇살과 물을 주며 사랑해야 하지만 그 식물이 얼마나 클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언제까지 생명을 유지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요. 지나친 애정은 분노의 씨앗이 된다는 걸 기억하시고 그 어떤 것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거나 정복하거나 마음대로 바꾸려 하지 마세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입니다. 마음의 평정을 찾으면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지구상 어디에 있든 진정한 행복 안에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조차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놓아주고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곧 또 만납시다." - page 253 ~ 254


그녀가 '다래끼'로 인생을 표현하는 과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아주 사소하지만 가장 위대한 깨달음을 주었기에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득 삶에 지친다는 느낌이 든다면...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마음과 몸이 보낸 최후의 통보라는 것을 그녀는 일러주었습니다.


불안감 대신 안정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강박에서, 정신에서 벗어나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은 진정한 '행복'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나 자신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조금은 나태해지는 것.

아마 지금의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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