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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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 없이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소설!


깊은 외로움이라...

그래서 책을 읽는 저에게 이 소설이 다가왔었고 저는 그 손길을 잡았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숲과 별이 만날 때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 page 8


키니 교수님의 집을 빌려 조류 연구를 하는 조애나 틸은 집 근처 나무에서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고작 아홉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라는 조의 말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집에 갈 시간 아니니?"

"난 지구에 집이 없어. 저기서 왔거든." - page 10


자신은 바람개비 은하에서 왔다며 잠시 이 여자애의 몸을 빌렸다는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는 아이.

처음엔 아이가 좀비 놀이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아이의 외계인 주장은 멈추질 않았습니다.


"넌 이름이 뭐니?"

"지구식 이름은 없어."

아이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강아지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외계인 이름은 뭔데?"

"발음하기 어려운데......"

"그냥 말해봐."

"이러푸드-나-아스루." - page 18 ~ 19


이젠 이 아이가 암울한 상황을 희망적인 상상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으로 여겨져 조는 불쌍히 여기며 조금씩 아이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게 됩니다.


"지구에는 무슨 일로 온 거니?"

"학교 숙제 같은 거야. 그러니까 난 언니처럼, 대학원생인 거야."

"재밌네. 언제까지 있을 건데?"

"충분히 볼 때까지."

"뭘?"

"인간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말이야. 다섯 개의 기적을 보고 나면 돌아갈거야." - page 38 ~ 39


사실 조는 암진단을 받아 가슴과 난소를 제거해 호르몬 대체 치료를 받는 불완전한 몸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자신을 불쌍히 쳐다보는 이들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시 연구에 몰입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아이-이제는 얼사라고 부르게 되었다-에게서는 몸에 학대를 받은 듯한 상처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달걀장수이자 숲 속의 이웃사촌인 개브리엘 내시에게 처음에 아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 어느새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그 역시도 사회 불안, 우울증, 경미한 광장 공포증이 있는 마음의 병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각자 다른 상처를 품은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품으면서 기적을 바라보게 되는데...


아이와 조를 보면서 『어린왕자』가 떠올랐습니다.

사막에서 만난 여우와 어린 왕자가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알아가던 그 모습이...


"언니......"

"왜?"

"내가 죽어도 슬퍼 마. 그건......내가 아니거든."

아이가 말했다.

"너 안 죽어!"

"알아. 이젠 가, 갈 수 있어. 기적 다섯 개를 봤으니까. 그렇게 돼도 슬퍼 마."

"못 가!"

조가 눈물범벅이 된 채로 말했다. - page 416

 


소설을 읽고 난 뒤 그들이 전한 따스한 온기에 잠시 기대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마주하기 힘들어 외면하며 점점 자신만의 굴 속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아니 자신에게 작은 관심을 보이면 어떨지...

그럼 그 상처가 빛나는 별이 되어 기적을 선사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소설을 읽기 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람은 나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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