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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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들.

특히 올해엔 연일 화제를 몰고 왔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부부의 세계>

사랑과 맹세로 맺어졌던 부부가 파국을 맞았을 때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드라마.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으며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


그야말로 '부부'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가 등장하였습니다.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떨지 한번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결혼의 시작과 종말, 그러져가는 사랑에 관한 기록


결혼의 연대기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존과 티미.

이미 존은 전처와 딸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티미에게 자꾸만 이끌리게 된 존은 몇 년 전 부부가 된 아이 엄마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사랑했던 여인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나는 매우 어린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된 그녀를 처음에는 '향기풀'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슬픈 꿀'이라 불렀고 마지막에는 '눈먼 엉겅퀴'로 바꿔 불렀다. 물론 이것은 나 혼자 그녀를 그렇게 지칭하는 것일 뿐, 한 번도 그 이름을 아이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자신이 어떤 풀로 불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태도에서 그 미묘한 변화의 정도는 감지했을 것이다. - page 74


미혼의 젊은 처녀와 아이가 있는 젊은 아빠.

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려서 결혼을 하게 되었으면 서로에게 충실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이 부부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티미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는 한 남자.

처음 강단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낯이 익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 집도 그리 멀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자주 다니는 쪽이었습니다.

그녀 역시 그에 대해 호감이 있었고 이런 감정을 존에게 서슴없이 얘기하는 모습은 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 존의 이야기 역시도 내 상식으론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둘은 서로의 쿨함을 자랑하는 게 아닌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대체 무슨 의미겠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맞는 거잖아.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이 더 행복하다고 해도, 나는 예전과 똑같이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의 그 결정을 지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당신을 지지할 거야."

"그런데, 여보."

"왜?"

"잠깐만 조용히 해 봐."

"내가 말이 너무 많지, 나도 알아."

"아니, 말은 많이 해도 돼. 그런데 아무 말이나 막 하지는 마." - page 107 ~ 108


결국 티미도 존이 아닌 그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 둘은 짜릿하고도 강력했던 그 감정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소멸하면서 차가운 냉기만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전처가 했던 그 말.

자신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니 신에게 기대서라도 그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울부짖었던 그 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더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구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 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지 않다면 나도 이쯤에서 포기할게.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얘기를 해야겠어.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 page 80 ~ 81


존에게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가 외친 대사를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본능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야

여자라고 바람필 줄 몰라서 안 피는 게 아니야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고 사는 거지"


'부부'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다시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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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 예술 · 미래의 풍경
노은주.임형남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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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심장부인 이곳은 정치와 경제,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에 가장 먼저 지어진 궁궐 '경복궁'을 비롯하여 자주독립을 위해 세운 문 '독립문', K-POP으로도 유명세를 지닌 '강남' 등.

그래서 서울만 보더라도 우리의 역사 일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기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의 인문학 여행을 할 수 있는 책이 있었습니다.

과연 다른 도시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 세계 13개 국가, 21개 도시의 인문학 여행"


도시 인문학

 


책 속에선 세 가지 주제로 인문학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역사

예술

미래

각 여행마다 도시 속 건축물이, 경관이,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되어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그리고 앞으로 써나갈 미래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질서가 미궁처럼 얽힌 중국 후난성 웨양현의 '장구잉촌'이란 마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변형이 되었다고 하지만 굳건히 잘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매력적인 것은 아무래도 자신의 특색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성으로 자연을 통제하고 조절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이 마을에서 우리에게 전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은 질서를 만들고 지성을 만든다. 그러나 그 지성과 과학은 때로 중심으로 들어가기만 할 뿐 나올 수 없는 미궁처럼 우리를 가두기도 한다. 영화 <라비린스>에서 무작정 미궁을 달려가다 지친 세라에게 작은 벌레가 나타나 충고한다. "이곳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다. 그러니까 뭐든 그저 당연하게 여기면 안 돼." - page 42


그리고 홍콩의 모습.

중국과 영국이 겹쳐져 있는 역사적 배경 속에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이곳.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의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영화 <궁경삼림>의 배경이 되었던 '충칭빌딩'의 모습이, 그들이 원하는 '진정한 민주화'를 위했던 시위의 모습과도 겹쳐지면서 복잡 미묘하게 남곤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만행을, 유대인들의 아픔을 새긴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

사선으로 그어진 선들이 손톱에 할퀴어진 상처처럼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 또다시 울부짖음처럼 들려오는 것 같아 가슴 아팠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혼란스럽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서남북의 방향성이 여기에는 없다. 그리고 빛도 없다. 육체의 혼란과 정신의 혼란을 겪으며 들어가면 24미터 높이의 높고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거나 납작한 철로 만들어진 가면이 깔린 길을 걸어가게 된다.

이 가면들은 사람이 밟으면 비명과도 같은 요란한 소리를 낸다. 그 소음을 들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난감하게 만드는 유대인박물관은 생각 없이 남을 고려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았던, 과거에 인류가 저질렀던 죄악에 대한 강력한 건축적인 기록인 것이다. - page 109


1882년 초석을 놓은 후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며 완성하려면 앞으로도 100년은 족히 걸릴 어마어마한 건축물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 가족성당'.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항상 열려 있으며 힘써 읽기에 적절한 위대한 책은 자연이다"

라며 자연을 닮은 건축을 이어갔던 그.

 


그의 정신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교회가 세워지는 중요한 이유는 신의 집과 기도와 명상의 집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을 종교적 감정의 표현과 연결시킬 수 있는 모체가 된 이 예술 작품은 자신과 주위의 상황 속에서 적합한 장소를 발견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교회는 종교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넓게 열려진 공간이 될 것입니다." - page 248


마지막엔 인간이 계속해서 위로 오르려 하는, 인간의 오만과 불굴의 의지, 도전 정신의 상징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방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소개되면서 우리의 '제2롯데월드'가 나와있었습니다.

 


우리의 서울의 모습이 점점 고층 건물들이 솟아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초고층 건물을 수직으로 선 '도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효율과 더불어 거주하는 인간에 대한 다각적이고 섬세한 배려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단순히 바깥에서 보는 높이와 시스템의 진화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이 100여 년 동안 성장해온 초고층 건물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 page 303


우리가 살아가는 곳.

우리의 역사와 삶이 집약된 이 도시엔 지금도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써 내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찾아 읽어보는 재미를 느끼며 잠시나마 일탈을 꿈꾸어보는 것은 어떨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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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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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기욤 뮈소'.

그의 작품은 사랑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언제나 찾아읽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캐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의문을 풀어줄 비밀의 방문이 열린다!


인생은 소설이다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서른아홉 살의 작가 '플로라 콘웨이'.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어 노골적으로 대중과의 접촉을 피하기에 신비주의의 베일 속에 가려진 그녀는 해마다 그해에 출간된 소설 전체를 평가해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소설이든 다른 예술 분야의 창작물이든 일단 세상에 선을 보이고 나면 작품은 작가와는 별개로 자체의 의미를 갖는다" - page 12


21세기 최고의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란 사실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4월 12일.

당시 세 살이던 딸 캐리 콘웨이와 플로라는 여느 때처럼 숨바꼭질을 하게 됩니다.

7층 자택에서 캐리와 술래가 된 플로라는 숨바꼭질을 시작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캐리를 찾지 못하게 된 플로라는 점점 기분이 꺼림칙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닙니다.

집 안을 한 바퀴 다 돌아보고도 캐리를 찾아내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순간 머릿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캐리, 엄마가 졌으니까 이제 숨어 있지 말고 나와." - page 23


온몸은 으슬으슬 떨리는 가운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맺히게 되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통로 바닥에 캐리의 실내화 한 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짝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큰 충격에 휩싸인 플로라는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경찰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막상 집안을 출입한 이의 흔적도 없었고 수사의 진척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캐리는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플로라는 핵심적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막연한 느낌이지만 분명한 사실...


현재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잇는 이야기들이 사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조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군가 막후에서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 줄을 잡아당겼다가 풀었다 하면서 나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조종당하고 있을까? - page 89


그리곤 또 다른 작가가 등장합니다.

올해 나이 마흔다섯 살의 열아홉 권의 소설을 발표한,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로맹 오조르스키'.

그가 언젠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 가장 흥분되고 짜릿한 순간이라면 아마도 작가인 내 의사와 무관하게 등장인물이 자신의 의지로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 page 99


소설을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 가운데 하나가 다짜고짜 자신을 불러 세우는 것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플로라 콘웨이.

그래서 그는 플로라 콘웨이가 있는 픽션 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중단할 생각입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작가라고 해서 소설을 마음대로 끝내서는 안 되겠죠." - page 147


과연 로맹은 픽션과 현실을 오가며 그 끝을 어떻게 장식할지...

나 역시도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캐리의 실종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최근에 읽었던 정명섭 작가의 『추락』에서의 일침이 엿보였습니다.

 


그저 오락거리이자 조롱의 대상을 찾는 언론.

그런 언론에게 '작가'만의 방식으로 일침을 가하게 되는데...

이건 소설을 읽으면서 느껴보시길!


'작가'라는 직업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저 역시도 어렵기만 한 세계.

픽션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는 그들의 노고.

덕분에 그 호사를 제가 누리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도 현실이라 여기지만 누군가에겐 픽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작가일 수도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경계의 어디에 서 있을까...? 란 재미난 상상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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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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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을 땐 어김없이 '로맨틱'한 소설이나 영화를 찾아보곤 합니다.

잠시나마 주인공이 되어 가슴 설렘을 느끼면서...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의 소개 문구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새 시대의 『미 비포 유』가 될 가슴 아프면서도 독창적인, 그저 사랑에 대해 완벽한 책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여운과 〈이프 온리〉의 감동을 모두 가져다줄
우아하고 가슴 저린 로맨틱 페이지터너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오는 건 기분 탓인지...

한 남자의 일생일대의 로맨스.


더 사이트 오브 유

 


일곱 살 때부터였습니다.

사촌 루크가 여느 때처럼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에 가는데 어디선가 검은 개 한 마리가 나타나 루크를 공격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밥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서 루크의 집에 전화해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내 부탁을 거절하며 그냥 나쁜 꿈을 꾼 것이니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루크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자신의 꿈처럼 검은 캐가 그를 덮쳐 살아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우연이었을까...?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요, 엄마." 나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다. "막을 수도 있었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엄마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하지만 우연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해." - page 29


그렇습니다.

조엘은 어릴 때부터 예지몽을 꿉니다.

대상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꿈도 있지만 사고, 병, 고통 같은 불행한 사건을 암시하는 꿈을 꾸었을 때 너무나 두려워 늘 긴장과 초조함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평범한 생활이 부럽기만 합니다.

자신은 잠에 대한 걱정과 수면부족으로 늘 초조하고, 집중할 수 없고, 너덜너덜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나름 느슨한 규칙을 세워서 지키려고 합니다.

매일 운동하기

과음하지 않기

연애하지 않기


특히 그에겐 트라우마처럼 평생 후회로 남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엄마의 죽음.

그날 엄마의 표정은 평생 잊지 못합니다.


모든 감정을 차단한 것 같은 얼굴로 불편하게 서 있던 아버지, 이미 훌쩍이기 시작한 탐신,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던 더그를 놔두고 엄마는 나만 쳐다봤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걸 엄마도 알아버린 것이다. 왜? 엄마의 눈빛이 원망하고 있었다.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엄마에게 인생을 정리할 시간을 미처 주지 못한 것이 내게는 평생 후회로 남았다. - page 68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주지 않으려는 그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보기에도 사랑스러운 여자인데 같이 있으면 자신을 웃게 만드는 여자 '캘리'.

하지만 예지몽 때문에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다가가게 되는 사랑이란 감정.

 


정말 조엘의 억누르며 외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조엘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내 곁에 있으면 당신에게 미래는 없어요. 가능성도 없고요.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요. 하지만 그 꿈을 안고 사는 한 당신은 행복해질 수 없어요. 당신도 알잖아요." - page 365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조엘...

만약 무슨 일이든 좋다고 말하고 거절하는 법이 없는 핀의 사고방식을 조엘이 가졌었다면...

 


짊어지고 있던 죄책감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보다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충분히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소설은 '사랑'에 대한 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조엘을 향한 내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가 짊어진 짐을 함께 나눠지고 가슴속 말을 털어놓으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랑에는 늘 쉬운 선택과 간단한 해결책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사랑에는 언제나 힘겨운 노동과 어려운 결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희생하고 싶지 않더라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손에 쥘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 page 293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주체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랑하는데...

그래서 놓아줄 수밖에 없음에...

그저 멀리서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에...


그리고 소설은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끝을 안다면 사랑을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해도 사랑해야 하는지...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할리우드 영화화 확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영상으로 만나게 될 땐 어떤 감정으로 남을지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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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 만능장편 - 집밥을 더 쉽게! 맛있게! 건강하게! 알토란
MBN〈알토란〉제작진.김하진.임성근 지음 / 다온북스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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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면서 '요리'라는 영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두려움이 앞선 저에게 엄마는 무심히 던진 한 마디.

"그냥 다른 거 없어. 적당히 양념 넣고 하면 되는 거지."


엄마의 요리법을 배우기 위해 옆에서 지켜보면서,

"엄마! 그건 얼마나 넣는 거야?"

"적당히!"

음...

왜 우리네 음식 만드는 과정엔 '적당히'라는 계량이 존재하는지...


그래도 얼추 눈대중으로 엄마의 요리 과정을 보았기에 도전~! 이라 외치며 요리를 하게 되면 그 맛이 할 때마다 다른 건 기분 탓일까...

특히나 집에 어른들이나 지인들을 초대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이 만든 '양념장'으로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만의 음식 맛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곤 합니다.


그러다 이번에 이 요리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좋은 점!

'만능장'을 만드는 법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 하나로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매직~!

책을 가진 것만으로도 완벽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집밥을 더 쉽게! 맛있게! 건강하게!


알토란 : 만능장편

 

​요리에 자주 쓰이는 기본 중의 기본.

'육수와 양념장'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알기에, 하지만 그 기본이 제일 어렵기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 속엔 '만능 양념장'의 초간단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최소의 재료로부터 최고의 맛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

만드는 과정이 사진으로도 설명되어 있기에, 그리고 중간중간에 'TIP'이 요리의 감칠맛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양념장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되어 있어 휘리릭 뚝딱! 손쉽게 요리할 수 있어 초보 요리인 저에게도 자신감을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우리 집은 '제육볶음'을 좋아하기에 이 요리책에서 소개해 준 '만능 마늘 양념장'이 그 무엇보다 최고의 양념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 같은 경우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기에 그 맛은 정해져있고 그냥 사용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도 다양한 맛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시판용 제품이 우리 집만의 맞춤 재료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 어떤 요리책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만능장' 하나만 있어도 여러 음식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굳이 어렵게 요리 레시피를 외우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대기업의 맛으로 우리 집 식탁을 꾸몄다면 이제부턴 내 손맛으로 우리 집 식탁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요리가 두렵기보다 신나게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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